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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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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캐서린은 빠르게 토벌대를 소집했다.

겉으로 보기엔 날치기에 가까웠지만, 속은 달랐다.

조 편성 논의부터 보급품과 수레 및 마차, 토벌대를 보조할 일꾼 편성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진행됬다.

펑거스비 전체 인구는 가볍게 넘는 모험가의 수와 보급과 전리품 수거를 위한 수레, 토벌대의 잡일을 처리하고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의 수와 규모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캐서린의 뛰어난 실무 능력을 뒷받침하는 돈, 직위, 명예가 말도 안 되는 그 짓을 해내게 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은 다른 법.

막상 명령을 내리기 시작하니 손바닥 뒤집듯이 반발하는 이들도 있었다.

목숨보다 자존심을, 넘치는 혈기에 비해 지식이 반비례하는 이들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대응은 간단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

귀족모독죄로 대응해 물리적으로 목을 날려도 당사자들 이외엔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극소수의 이들은 실력 혹은 등급마저 모자랐으니까.

하지만 캐서린은 그렇게 대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험가들의 습성에 대해서 아주 잘 알았다.

"아니, 물주님이라고는 해도 모험가의 모자도 모르는-"

"허어어어어어어어어!?"

"야 닥쳐! 하하하, 이 새끼가 배움이 일천해서 무례한 말을 했습니다."

"허우, 한파의 대정령께 간도 크다. 산 채로 얼음 조각상이 되고 싶나 봐?"

"뭐? 한파의 대정령?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시발 시간이 좀 됐다고는 해도 어떻게 전직 S급 모험가를 못 알아보냐!"

"대선배. 저희가 후배를 가르치지 못하고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백 년도 더 이전의 일인데 모를 수도 있지."

"이 새끼가 반성할 줄도 모르고!"

그래, 이럴 거라 생각했지.

갑자기 우리 오랜만이라며 존재감을 내비친 과거의 흑역사에 캐서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뭐, 뭐랄까 굉장히 능숙하시군요?"

나르케는 작게 감탄을 내뱉으며 광장을 둘러보았다.

"뭐,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는 눈치껏 할 수 있어야지."

"겨, 경험이요?"

"뭐, 왕년에는 나도 모험가 생활을 했단 소리다."

"....네?"

상상도 못한 소리를 들은 나르케는 놀란 토끼처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러고 보니 방금 물러난 모험가들이 한파의 대정령을 운운했었지. S급 모험가? 아타니타스님이?

캐서린은 혼란스러워하는 나르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현자도, 대마법사도 아니었던 옛날 한때의 일이다."

"와, 왕년의 한때라기엔 S급 모험가는 좀 너무 대단한 거 아닌가요!?"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비경을 탐험하고, 던전을 공략하며, 위험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험가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다수는 청부살인과 전쟁을 제외한 돈 되는 일을 도맡은 모험가 길드 산하의 만능 심부름꾼에 가까운 이미지였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물론 진정으로 "모험"을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수는 모험가 전체에 놓고 보자면 소수.

구질구질한 만능 심부름꾼 생활을 청산한 끝에 사람들로부터 나름 인정받고 의뢰를 취사선택할 자격을 지닌 C급 이상의 모험가가 그런 이들이었다.

그리고 A, S급 모험가는 그런 이들의 정점.

그들의 실력을 인정해 에우로파 각지에선 관습적으로 이들을 작위만 없는 귀족으로 인정했다.

캐서린은 대단한 연예인을 보는 듯한 나르케의 시선이 불편했다.

그야 그녀에게 모험가 생활은 흑역사였으니까.

"윈터홈엔 전직 밀수업자였던 사람도 있는데 고작 S급 모험가는 흔한 편이지."

"예!?"

"너도 자주 봤을 텐데? 고드윈 공자를 따라다니는 중년."

"어, 빅토르 경이요?"

나르케는 눈을 끔뻑거렸다.

"밀수업자셨다고요?"

"손님과 정적들은 존경과 질시를 담아 밀수왕이라고까지 불렀다지."

자신의 의견을 조금의 꾸밈도 없이 곧이곧대로 쏟아내는, 그것도 자기보다 월등히 높은 귀족에게조차 예외는 없는 윈터홈 막말의 대명사.

하지만 상대의 계급이 아무리 낮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를 잃지 않으며 친근하게 대한다는 평이 보편적이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데요."

"뭐, 누구나 다 그런 과거 하나는 있단 거다. 너도 엘프인데 네크로맨서잖냐."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통에 혼란스러웠던 광장은 정리되기 시작했다.

카렘 같은 전력 외는 마을에서 마련한 대피소로 이동, 자경단과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목책으로 향했다.

일꾼들은 소, 말이 끌고 온 수레에 보급품을 차곡차곡 실어나르고 조장으로 임명된 모험가들이 한창 팀을 꾸리고 있었다.

본래 업계에서 선배란 두려움의 존재인 법.

마지막까지 반발하던 이들도 업계를 은퇴한 대선배의 위명(흑역사)에도 무례를 보인 것에 경악한 선배들에 의해 물리적으로 입을 닥치고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토벌대가 준비를 마치는 데는 그로부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짐이 가득한 보급 수레와 전리품을 실을 빈 수레를 모험가들이 나름대로 조에 따라 호위하듯이 둘러싸고 있었다. 캐서린은 나르케를 끌고 그 중심인 마차에 올라탔다.

"긴말은 하지 않겠다. 토벌대의 목표는 대놓고 저기 보이니까."

캐서린이 지팡이를 내려찍으며 목책 너머의 어렴풋이 하늘을 향해 검게 일렁이는 죽음의 기운을 응시했다.

"원인을 최대한 빨리 제거할수록 너희들에게 돌아갈 보너스는 많아질 예정이다. 보잘것없는 실력에 공명심을 앞세우지 말도록. 그러면 출발하도록."

그렇게 말을 마친 캐서린은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토벌대를 지휘하는 높으신 분의 지나치게 빨리 끝난 으레 있는 말에 토벌대 전체가 잠시 버벅대다가 캐서린이 지팡이를 마차 바닥에 내려치고 나서야 움직였다.

"아, 아타니타스님. 이렇게 끝내도 되는 건가요?"

"뭐를 말하는 거냐?"

그래 내 말이.

토벌대에 따라붙은 일꾼들도, 터벅터벅 걷는 모험가들도, 하다못해 나르케에게 이를 박박 갈던 일부 사제들조차 이번만큼은 네크로맨서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 그도 그렇게 연설이라는 게 토벌대의 사기를 북돋는다거나, 분위기를 끄, 끌어올린다던가 그런 거라 생각하는데요."

나르케는 캐서린의 눈빛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모험가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사기, 분위기라는 말에 캐서린은 잠시 턱선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 와중에도 토벌대는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 어느덧 토벌대를 위해 문을 여는 목책 앞에 정지했다.

"좋아, 결정했다."

턱선을 쓰다듬던 캐서린은 손가락을 튕겼다.

"토벌이 성공적으로 끝내면 받을 보상금만큼의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하도록 하겠다! 덤으로 토벌대의 목표를 제외한 부산물은 전부 네놈들이 가져라!"

토벌대는 캐서린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목책의 문이 완전히 열리길 기다리던 이들은 방금 들은게 뭔 말인지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리다가, 이내 우렁찬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목책에서 숲을 경계하다가 이를 들은 자경단과 마을 사람들도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토벌대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손을 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음, 역시 모험가에겐 이게 직방이지. 예전이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응? 뭐냐. 나르케. 표정이 이상하군."

"저, 전 뭐랄까. 조금 더 멋진 연설 같은 걸 생각했는데."

"하, 모험가에겐 자고로 이게 직방이지."

캐서린은 씩 미소지으며 검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말아 보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나르케조차 알았다.

"이거보다 모험가를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건 없다. 장담하지. 내 경험이야."

"화, 확실히."

나르케는 문이 완전히 열러 숲으로 나아가는 토벌대의 면면을 살폈다.

잠시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던 이들, 무려 신을 경건히 모신다는 사제들까지 캐서린의 넓은 마음을 찬미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소란도 시간이 지나 토벌대가 숲으로 진입할 때쯤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본래 아무리 작은 토벌대여도 사전의 위협을 감지하기 위해 척후를 앞세워 토벌대의 선두를 정찰시키는 법.

하지만 캐서린은 척후를 뽑지 않았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척후를 정하긴 했다.

하지만 지금 활동하는 척후는 모험가가 아니었다.

"아, 아타니타스님. 찍찍이(Squeaky)랑 짹짹이(Twitty)의 시야에 버섯 골렘 무리가-"

"방향과 수는?"

"저, 전방에 대형 하나랑 중형 둘, 아니 셋. 나, 나머지는 소형이에요."

캐서린의 곁에 앉아 양손으로 스태프를 쥔 나르케가 은은하게 빛나는 창백한 눈을 깜빡였다.

그녀의 몸은 토벌대와 함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토벌대의 주변 숲과 덤불을 돌아다니는 수많은 작은 해골 쥐와 함께하고 있었다.

사실상 움직이는 감시체계.

캐서린이 곧바로 토벌대의 각 조장에게 이 사실을 전파했다.

당연히 척후조차 운용하지 않고 들려온 사실에 조장 모험가들은 마땅찮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캐서린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몸으로 체감했다.

"맙소사, 진짜로 몰려왔잖아!?"

"정신 차려! 놈들이 몸으로 짓누른다!"

"남정네들이 힘이 그게 뭐야!? 고작 그거면 가랑이 사이에 물건 떼버려!"

"라이트닝 애로우!"

버섯 골렘의 본진에서 행해진 기습.

하지만 사전에 대비하고 있던 토벌대는 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

역으로 공격해온 버섯 골렘 무리를 전멸시키고 핵을 뜯어냈다.

그야말로 생체 레이더.

하지만 나르케의 활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잠시 마차에서 내린 나르케는 모험가들을 헤치고 버섯 골렘의 잔해에 다가갔다.

"아, 아케론의 뱃사공에게 금화 하나, 나스트론드의 늑대에게 뼈다귀 하나, 두, 두아트의 짐승에게 살점 한 덩이."

나르케가 지팡이로 땅을 일정 박자에 따라 두드리며 주문을 읊조리자 잠시 후 호두알 같은 몸체가 조금 더 쪼그라들고, 회색빛이 깃든 버섯 골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중간한 크기에 시간과 공간도 부족해 핵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당한 아쿠사레 버섯 골렘들이 토벌대의 고기 방패로 합류했다.

이쯤 되자 네크로맨서라 꺼리던 이들 중 일부는 생각을 조금 달리했다.

특히 마법의 길을 걷는 모험가 중에서도 극소수가 움찔거리면서도 넘쳐나는 호기심을 풀기 위해 나르케에게 접근했다.

"네크로맨시는 영혼을 지녔던 생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어떻게 골렘을 일으킬 수 있는 거죠?"

"해, 핵에 언데드의 기운. 사기가 물들어 있어서 가능한 꼼수라고 할까요. 조, 조금 다르지만 까놓고 말해서 조종권을 탈취한 거예요."

"조종권을?"

"이, 인형술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아. 마리오네트?"

토벌대의 행동에서 거침이 사라졌다.

토벌대의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

적이 다가오는 방향에 버섯 골렘을 전개하고 선공.

토벌대의 버섯 골렘이 적들을 붙잡고 늘어지는 동안 모험가들의 거침없는 합공.

토벌대에게 제법 피해를 줄법한 거대한 버섯 골렘은 캐서린이 마법을 휘두르자 단번에 침묵했다.

당연히 나르케가 다시 일으킨 버섯 골렘은 전투마다 소모되었다.

하지만 병력은 습격이 끝날 때마다 보충됐기 때문에 손실은 +-0 나 마찬가지.

토벌대의 피해 또한 눈먼 공격에 휩쓸렸거나 공명심에 앞서 나갔던 소수의 모험가를 빼면 없다시피 했다.

오히려 여태껏 이렇게 안전한 토벌을 경험한 적이 없던 모험가들은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쾌적한 토벌은 없었다.

"더 큰 불의를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덜한 불의에 눈감는 저를 용서해주소서."

"읍! 읍읍읍! 읍읍읍읍!"

"정의와 심판의 저울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당연하지만 사제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현실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야 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당장 토벌대의 피해를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사실상 현재 토벌대의 그 누구보다도 활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하늘이 저물기 시작하자 토벌대는 그대로 정지했다.

"후, 후우우우. 이렇게 오래 운용하는 건 처음인데-"

"수고했으니 이만 쉬어라."

"그, 그래도 될까요?"

"이젠 저것들도 돈 쓴 값을 해야지."

모험가들은 군말 없이 캐서린의 명령에 따랐다.

그 말대로 돈값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숲의 적당한 공터에 야영지를 꾸린 모험가들은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고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불침번을 정하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캐서린과 나르케는 전용 마차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점심에 그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중단하고 건빵에 육포로 배를 채우다니."

"씨잉. 다, 다시 생각하니까 화나네요."

"뭐, 상황이 갑작스러웠으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호신용 마도구를 몇 개 챙겨서 끌고 다녀야 하나."

"어, 어어. 그렇게 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