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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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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뿔도 단번에 뽑으라는 말처럼 알프레드의 축객령이 떨어지자마자 아이오나는 굽혔던 무릎을 펴고 일어난 일행들을 곧바로 보물고로 안내했다.

"자네들은 이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모를걸세."

"그야 당연히 알 수밖에 없겠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펠윈터 가문의 보물고인데."

"자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할걸세. 주변을 둘러봐! 자네들을 호위하는 기사와 병사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가?"

아이오나의 말대로 카렘은 집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머리 위와 뒤통수에서 찌르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오나, 캐서린, 메리는 카렘의 앞에 있었으니 대상에서 제외.

자연스럽게 시선의 주인은 그들을 호위하는 기사와 병사들이었다.

"그야 모를 수가 없지. 이렇게 열렬한 시선이 느껴지는데."

"무얼, 아직 젊은이들이니 자네가 참게."

아이오나는 너덜거리게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카렘은 그냥 넘기기 힘들었다.

카렘이 간혹 탑 바깥을 나올 때 느끼던 시선과 같았다.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은 바로 질투였다.

그리고 시선에 담긴 감정은 당연하지만, 캐서린보다도 카렘쪽으로 쏠려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방의 폭군인 총주방장조차 감탄하게 만든 어린 실력자.

독초를 재발견하여 윈터홈에 매콤한 유행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하나 가지기도 힘든 비전이 끝도 없이 나오는 손.

거기에 아도비스의 사절들에게 공작의 명성을 드높였다.

카렘에게 자격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응? 꼬마. 발걸음이 늦어졌다만. 지친 게냐?"

"이 정도 걷는 건 별거 아닙니다만."

카렘은 정말 요만큼도 지치지 않았다.

그야 매일 주방일로 단련하는 몸이니 지칠 리가 없었다.

"그냥. 뭐랄까. 계단과 복도를 이리저리 돌아가는 거 같아서요."

주변 시선이 문제였지만 카렘은 그 탓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부담이기도 했고, 지금 꺼낸 말도 전혀 없는 말은 아니었다.

"꼬마. 그야 당연하겠지. 애초에 수성을 목적으로 지어진 성이었으니까."

"수성. 확실히 본성의 성벽이 내려다보일 정도면 일방적으로 때리긴 좋겠네요."

카렘은 마법사의 탑 꼭대기에서 본 광경을 떠올렸다.

본성 마당의 사람들과 윈터홈의 성벽, 그리고 가까운 본성과 가까운 내성 안쪽.

마법사의 탑보다 더 높은 윈터홈에선 외성이랑 그 바깥까지 보이지 않을까?

"덕분에 윈터홈은 콜던에서 벌어지는 소동과 콜던 바깥의 위협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 수 있지. 이 노구는 나이가 들어서 힘들지만. 자, 자. 아직 갈 길이 머니 빨리 움직이도록 하지."

나이는 둘째치고 다른 게 문제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카렘은 터질 듯이 나온 누군가의 배를 응시하며 생각했다.

아이오나의 재촉에 일행과 호위들은 발걸음을 빨리 놀렸다.

그렇게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가며 복도를 가로지르고 계단을 내려간 끝에 아이오나는 어느 벽 앞에서 멈춰섰다.

"흐음, 오늘 입구는 여기인가? 자네들은 여기서 주변을 경계하도록."

"오늘 입구라니 그건 무슨 말입니까?"

"보물고의 입구는 정해진 위치에서 매일같이 바뀐단다. 다행히 오늘은 여기서 끝났구나."

카렘은 작게 감탄했다.

매일 입구가 바뀌는 보물고라니. 역시-아니, 잠깐.

"아이오나님. 혹시 계단과 복도를 이리저리 돈 이유가...?"

"당연히 보물고의 입구를 찾느라 그랬지."

"보물고에 출입하려면 문을 매번 찾아야 합니까?"

"그야 당연하지?"

편의성은 개같이 던져버린 끔찍한 방범 장치에 카렘은 무심코 눈꼬리를 떨었다.

보물고라고 했으니 당연히 카렘은 뭔가 보안장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마법사의 탑에도 설치된 (한 번도 본 적은 없는) 마법적인 함정과 장치라던가.

꼬챙이 함정, 화살 함정, 납작 쿵 해버리는 물리적인 함정이라던가.

그렇지만 이렇게 무작위로 입구가 바뀌는 보물고라니.

찾는 방법도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 보자. 이쪽이면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리고 입구만이 달라지는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닌 모양인지 아이오나는 아무것도 없는 벽의 모서리와 테두리를 만지며 난처하게 중얼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벽을 만지던 아이오나가 벽의 오른쪽 아래 가장 구석의 벽돌을 만지자마자 푸르게 빛났다.

이를 기점으로 벽돌이 차례대로 도미노처럼 덜컥덜컥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몇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아치형의 통로로 변했다.

"매번 바뀌는 위치와 자물쇠-비슷한 거. 아이오나님. 안 불편하십니까?"

"말해 뭐하겠나. 이 노구가 보물고에 출입할 때마다 본성 전체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알맞은 입구를 찾아야 하지. 운이 나쁘면 윈터홈 지하 끝까지 내려가야 하지. 어휴 힘들어 죽겠네."

그리고 과연 보물고는 카렘이 질투의 시선을 참아가며 기다린 보람이 전혀 없었다.

공허하기까지 한 회색 벽이 늘어진 아치형 입구 안쪽으론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모를 통로만이 이어져 있었다.

"어, 아타니타스님. 제가 아는 보물고의 정의가 틀린 걸까요?"

"이런 데서 눈치가 없다니. 보나 마나 마법이 걸린 것이 당연하지 않겠냐?"

"안쪽이 바깥보다 더 크다던가요?"

"공간 확장 마법이 대표적이지."

"아타니타스님의 마법 주머니처럼 말이죠?"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카렘은 곧바로 윈터홈에 도착하고 한 번 본 적 있는 마법 주머니를 떠올렸다. 아쉽게도 일거리가 줄어든다며 메리가 경기를 일으켰기에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

"이제 고작 입구에 도착한 것에 불과하니 얼른 안으로 들어오게. 수다는 가는 동안 떨도록 하고."

아치형 입구에서 카렘이 제 고용주와 수다를 떨고 있자 진작에 입구 안으로 들어선 아이오나가 안쪽으로 손짓하며 재촉했다.

그 말대로 두 사람과 집요정이 아치형 입구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입구의 벽돌이 덜컥거리며 바깥으로 밀려 나오며 입구를 봉쇄했다.

광원이 없는 데도 주변의 사물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불가사의한 회색 통로를 걸은 끝에 카렘은 드디어 본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자, 펠윈터의 보물고에 출입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게나."

아이오나는 자신만만하게 끌끌 읊조렸다.

그리고 카렘은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먼지인 줄 알았던 바닥의 모래는 금과 은가루였다.

금가루와 은가루가 잔뜩 묻은 채 천장에 닿을 것처럼 쌓인 큼지막한 주머니, 블록처럼 쌓인 크고 작은 금괴와 은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각종 보석을 통으로 깎은 작은 조각상, 진주와 사파이어를 엮은 목걸이, 엄지손가락만 한 루비가 박힌 금반지, 다이아몬드를 잔뜩 박아넣은 백은 팔찌, 정교하게 금과 은으로 치장된 늑대 모양의 투구와 큼지막한 보석들로 장식된 대검 등등.

학교 운동장만 한 방을 빼곡히 뒤덮은 선반과 장식장에 빈틈없이 종류별로 잔뜩 놓인 모습은 카렘은 입을 떡 벌릴 만한 광경이었다.

"카렘 후배. 턱 빠지겠습니다."

"메리. 이, 이걸 보고 아무런 생각도 안 듭니까?"

"뭐, 정리하고 청소하는 맛은 있겠군요."

"예?"

카렘은 무심코 메리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오로지 바닥에 굴러다니는 금가루와 은가루만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야 당연했다.

그녀의 요정 머리는 관심사를 오로지 일거리>빵, 버터, 우유>그 외의 먹을것>그 외 나머지로 분류하고 있었으니까.

아마 그녀에게 금과 은은 청소도구만도 못한 금속 조형물이지 않을까?

메리와 마찬가지로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캐서린은 돌연 인상을 찌푸렸다.

하나만으로 작은 영지 하나는 가볍게 살 장신구 등등을 둘러보던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오나에게 물었다.

"하나같이 화려하기만 하고 내용물은 훤히 비어있군. 진짜는 어디 있지?"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아타니타스님.

카렘과 메리는 그렇게 말하려 했지만, 넋이 나간 나머지 그저 돌아볼 뿐이었다.

"음, 뭐 동전 주머니와 금괴, 은괴를 빼면 하나같이 비싼 사치품에 불과하긴 하지."

캐서린의 말에 잠시 옆으로 빠져있던 아이오나가 찔리는 눈치로 그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진짜로 값진 물건, 마법 도구, 역사 깊은 유물 따위를 보이기 전에 혹시 여기에 눈 돌아가면 그걸 주고 땡치고 끝내려는 셈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캐서린은 짓궂게 꼬투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좀생이 같으니라고."

"어허. 좀생이라니. 그대의 눈을 시험한 것 뿐일세."

"이미 진작에 턱이 빠져버린 꼬마가 있는데도 말인가?"

"부하의 잘못된 선택은 주인의 부덕이겠지."

아이오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처럼 휘적휘적 걸어갔다.

그런 노인의 얼굴은 심술궂은 늙은 너구리 같았다.

고작 이런 유혹에 넘어가면 그만한 인물이라는 것이겠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괜히 신경질 난 캐서린은 고개를 획 돌렸다.

"카렘 후배. 제가 금은보화에는 관심이 없지만, 아무래도 전 저 자신을 몰랐던 것 같군요."

"그게 정상이지 않을까요? 이, 이걸 보고 눈이 안 뒤집히는 사람이 더 이상할 것 같은데?"

"으음. 새삼스럽지만 카렘 후배. 처음으로 부러운 감정이-"

넋이 나간 소년을 캐서린은 툭툭 치며 심술을 부렸다.

"영혼을 되찾아라. 이것아. 이제 고작 초입인데 여기서 정신이 팔리면 안 되지! 어이! 옆에 네 선배 집요정을 본받아라!"

"네? 정신이 팔리다니,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만?"

"입가에 침이나 닦고 말해라."

"아뿔싸!"

그리고 그녀는 메리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메리 너느은. 흠, 그다지 관심 없나 보군."

"계약자. 저는 집요정입니다. 전 그저 이 무분별하고 난잡한 공간의 상태가 너무나도 신경이 쓰일 뿐입니다."

"흠, 원한다면 내 몫의 선택권을 네가 원하는 물건으로 골라줄 수도 있다만?"

메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딴말하지 말아라."

방을 구석구석 살피던 아이오나는 그런 집요정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쪽 집요정의 말대로 여기가 난잡하기는 하지. 아타니타스 공의 말대로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 이유까진 없는 물건들이기도 하고."

그러더니 안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자, 이쪽으로 오게나. 진짜는 이 안쪽으로 더 가야 해."

아이오나는 금화와 은화 자루의 언덕에 가려져 있던 통로로 일행을 안내했다.

한참을 걷자 발치에 금과 은가루가 더 차이지 않을 때가 되자 이전 방보다 훨씬 넓고, 품격있는 방이 나타났다.

선반과 전시장에 보관된 병기들은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되는 듯했고 사람 몸 전체 혹은 그 일부만 형상화한 갑옷 걸이는 각종 방어구와 장신구가 단독, 혹은 세트로 보관되고 있었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캐서린은 가장 가까이 있던 건틀렛과 대검, 단검을 시작해 당장 시야에 잡히는 물건들의 역사와 마법을 빠르게 훑었다.

그제야 그녀는 찌푸린 미간을 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래야 과연 그 펠윈터 가문의 보물고 답다고 해야겠지."

"음, 확실히 이쪽에 보관된 물건들이 좀 더 고급스러운 면이 있네요."

이렇게 보니 카렘도 차이를 알 것만 같았다.

이전 방에서 본 물건들은 과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전형적인 졸부의 사치품 같달까, 실용성이 없달까.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물건들은 달랐다.

절제된 화려함에서 오는 고급스러움.

얼핏 장식으로만 보이는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하는 디자인.

무엇보다 눈이 피곤하지 않았다.

까놓고 말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그저 화려하기만 한 사치품과는 달리 진정한 보물들을 본 캐서린은 그 외형에 걸맞은 흥분한 표정으로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고 있었다.

메리 또한 캐서린과 마찬가지로 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고, 잘 관리 되고 있군요. 재미없게."

"네? 이전이랑 감상이 똑같은데요?"

"다른 감상이 더 필요합니까?"

도대체 이 집요정이 환장하는 게 일거리랑 먹는 거 말고 뭐가 있을까.

마법-청소도구라도 있어야 눈이 뒤집히려나?

"-이 외에도 따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물건은 왼쪽 첫 번째 방에, 사소한 마법 도구는 오른쪽 방에 보관되어 있지. 그 외에-"

"사소한 마법이라면 어떤 뜻이지?"

"뭐 말 그대로 사소한 물건들이네. 담은 물을 과일 주스로 만드는 은잔이라던가, 10가지 청소도구로 변신하는-"

"변신하는 청소도구!"

메리는 날아가는 뼈다귀를 따라가는 개처럼 오른쪽 방으로 내달렸다.

“근데 저 녀석 보물엔 관심없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게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