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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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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좀 더 거창한 형식이 있던 것도 같지만 사절 측에서 거부한 것 같았다.

네파네크는 이런 예식 자체를 무르고 싶었던 모양인 듯 했다.

하지만 타국의, 그것도 신왕의 최측근을 맞이하는 알프레드로서도 이 이상으로 환영식을 간략화할 수는 없었다.

변함없는 우정을 상징하는 징표, 서로의 문장이 새겨진 깃발을 교환. 절차에 따라 간단한 환영사가 오가고 나자 환영식은 간단하게 끝났다.

당연하지만 누구도 환영식에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입을 연 사람도 알프레드와 사절인 금고지기 네파네크 뿐이었고, 환영식 자체에도 뭔가 복잡한 절차나 순서가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며칠 동안 아침저녁으로 지루한 반복 연습을 한 것에 무색하게 환영식이 끝나자 병사와 기사들은 호위 인원만 남고 해산해버렸다.

"그러면 저희도 해산합니까?"

"아니,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예?"

카렘은 어리둥절하든 말든 캐서린은 거침없이 아도비스의 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서 보이지 않았던 올리비에도 따로 캐서린이 찾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일행에 합류해 있었다.

그렇다면 마법적인 뭔가를 확인하는 거겠군.

카렘도 이 정도를 파악할 눈치는 있었다.

사절과 함께 이만한 규모의 함대가 함께 움직인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배는 움직이는 것만으로 막대한 소모를 부르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오갈 때 선내 창고를 꽉꽉 담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입항한 다른 아도비스 선박에서 내리는 수많은 상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들이 카렘의 이 생각을 굳혔다.

"실례합니다. 혹시 아이스랜드 공작 공의 최고 마법 고문이신 아타니타스 공이십니까?

"그래. 잘도 알아보는군."

"조금 전에 공작 각하 측에서 안내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번과는 다른 분이신데-"

"이번에 새로 임명된 최고 마법 고문이다."

"오. 그렇다면 이전분들은-"

"전임과 그 부하들은 북방에서 산화해버렸다더군."

운반선에 오른 캐서린을 안내하기 위해 나온 다크 엘프 여인은 잠시 입을 오물거리다가 그녀의 재촉에 곧바로 선박의 안쪽으로 화려한 지팡이를 짚으며 일행을 안내했다.

각자의 일로 바쁘게 움직이던 선원과 일꾼들이 바쁜 와중에도 눈치껏 알아서 자리를 비켜줬던 터라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업무상의 일이라는데 카렘은 과연 내가 따라가도 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진작에 캐서린이든 메리든 누군가가 제지했을 테니 소년은 묵묵히 선박의 안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캐서린, 올리비에가 다크 엘프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카렘은 그녀 또한 마법사라는 것을 눈치챘다.

재질과 디자인이 달랐지만, 여인의 지팡이가 올리비에의 것과 겉보기엔 구조와 형태가 무척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다크 엘프 여인은 일행을 창고까지 안내하고 업무가 있는지 나가버렸다.

"그나저나 뭔가 뭐가 참 많네요."

카렘은 창고 안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움직일 수 있게 마련된 네모난 통로를 중심으로 바깥쪽과 중심부엔 크고 작은 나무 상자와 포댓자루가 전반까지 꽉 차 있는 모습이었다.

"마법사가 두 분을 모셨으니 역시나 마법 재료?"

"그래. 아무래도 이런 건 품질을 일일이 직접 확인해야 하니 말이다."

올리비에는 귀찮게 됐다는 듯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가를 찌푸렸다.

"품질 확인이라니. 본래라면 우리가 할만한 급의 일은 아니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감탱이. 밑의 것들이 없으니 위에 가 고생해야지."

"하아, 멍청한 전 고용주의 탐욕만 아니었으면 적당히 놀고 연구하며 밑의 것들을 부리며 쉬고 있었을 텐데 이게 무슨 고생인지."

"갱년기의 우울함은 그만 뿜어내고. 그나저나 이걸 다 확인하려면 반나절은 걸리겠군."

"스승한테 싸가지없기는."

하지만 반나절이 걸리겠다는 말엔 동의했다.

올리비에는 지팡이를 허공에 띄우고는 두 팔을 걷어 붙여 캐서린을 따라 가까운 포대와 상자, 항아리의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데없이 방치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문득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 카렘이 슬쩍 옆에 선 메리에게 물었다.

"메리님. 저희는 뭔가 할 게 없을까요?"

"카렘 후배. 마법을 쓸 수 있습니까?"

"아뇨? 메리는요? 집요정이잖아요."

"뭐, 마법을 못 쓰는 건 아닙니다."

"어, 진짜루?"

절로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법사의 탑에서 메리는 시야에 보이지 않더라도 일단 부르면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했던가? 고개 돌리니까 난데없이 출현할 때도 있었고. 생각해보니 그 외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은 많았는데, 그게 다 마법?

메리는 날 속였다는 카렘의 시선을 휙 넘겼다.

"하지만 집요정의 마법은 나름 까다롭지만 막연한 조건과 사용법이 있는지라.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계약자와 올리비에 님에게 도움이 되진 않겠군요."

"그럼 저흰 뭘 할 수 있나요?"

"저흰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크럼블이나 씹으시죠. 견과류를 섞었습니다."

메리가 빵빵한 비단 주머니를 열자 눈으로만 봐도 바삭해 보이는 크고 작은 진갈색과 베이지색 부스러기 뭉치들로 가득했다.

진한 버터와 설탕의 향기가 건조한 선박의 나무향과 약한 짠내를 뚫고 들어오자 카렘은 아침은 진작에 소화해버렸던 위장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카렘은 곧바로 크럼블을 한 움큼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맛이 없을 리가 없었다.

크럼블은 과자와 파이의 가장 맛있는 바삭한 바깥 부분을 모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혀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버터의 풍미를 느끼던 카렘이 크럼블을 씹자 돌연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설탕의 단맛을 뚫고 고소한 향이 폭발했다.

호두의 찌르는 듯한 강렬한 맛이 지나가자 부드럽게 입안을 감도는 아몬드의 부드러운 맛, 그리고 이 둘과 겹치지 않는 향긋한 개암의 조화.

그리고 질릴 때쯤 입안을 맴도는 짠 기가 말끔하게 씻어주고는 처음 버터의 풍미로 돌아갔다.

문득 카렘은 의절한 현생의 애미애비가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장이 뒤틀리는 씹새끼들이었지만 건강한 몸을 물려준 것만큼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만약 다른 무언가 알레르기라도 있었으면 이런 음식도 못 먹었을 게 아닌가?

"오랜만에 만든 건데. 어떠십니까?"

"제과제빵은 역시 메리입니다."

"당연한 겁니다."

카렘이 진심으로 칭찬하자 무표정이 디폴트인 메리의 입과 눈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리고 부스럭거리는 창고 뒤지는 소리에 바삭바삭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아침에 먹은 식사가 꺼져 배가 비었을 시간.

하물며 환경에 민감한 마법 재료들을 위해 엄격할 정도로 건조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창고에서 나는 냄새라고는 미약한 나무 냄새와 짠 내가 전부였다.

확연하게 울려 퍼지는 자극적인 소리와 냄새.

물품을 확인하던 캐서린은 즉시 대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랫것들이 일하는 상사한테 먼저 권하지도 않고 멋대로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다니!"

"엄밀히 따지자면 저흰 지금 서 있는데요."

"조용! 잔말 말고 이리로 내오도록! 영감탱이!"

그 말에 메리가 쓱 하고 크럼블을 집어서 내밀자 캐서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 먹고는 간만에, 구체적으로는 몇 주 만에 다시 느낀 울분을 담아 와작와작 씹었다.

그리고 어느새 창고 안쪽에 있던 올리비에도 슬그머니 다가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캐서린과는 달리 올리비에는 크럼블을 한 꼬집 씩 먹으며 투덜거렸다.

"어이쿠. 허리야. 이렇게 대량의 마법 재료를 직접 확인하는 건 몇 년 만이지? 100년? 200년?"

"영감.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한 건가? 월광초 대풍."

"아, 그때가 있었지."

졸업한 제자의 말에 올리비에는 이마를 '탁' 쳤다.

둘만 아는 이야기에 카렘이 의뭉스러운 눈길을 보내자 캐서린이 친히 설명했다.

시간의 흐름으로 잊혔던 고대의 뱀파이어가 부활.

그 주변이 해가 뜨지 않는 보름달이 뜬 밤이 지속하자 토벌대가 꾸려졌고, 격전 끝에 그 흡혈귀와 추종자는 쓰러트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대풍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월광초는 본디 달이 뜬 밤에 모습을 보이고 낮이 되면 지하로 모습을 감춘다."

메리에게 손짓해 다시 크럼블을 한 주먹 받아먹은 캐서린은 내용물을 삼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끝나지 않던 달밤 때문인지 드넓은 평원 가득 피었던 풀들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전국 각지의 마법사와 상인들이 매입을 위해 모여들었지."

"전국 각지에서요? 뭐를 위해서 말입니까?"

"월광초를 활용한 미용 포션이 여자들 사이에 유행했단다."

캐서린의 말을 올리비에가 낚아챘다.

그리고 카렘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렴 설령 독이라고 해도 미모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사용하는 것이 시간대와 세계를 불문하고 여자의 본능이었으니까.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니었는지 카렘은 처음으로 캐서린과 올리비에가 의기투합하고는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것을 보았다.

말은 맨날 싸가지가 없다느니, 죽지 못해 사는 영감쟁이라고는 하지만 스승과 제자 생활을 했다니 곱지는 않아도 미운 정이 없을 수는 없었다.

어느새 불평불만은 계절이 지나도 아직 보충되지 않은 불평불만으로 이어졌다. 올리비에가 보충됐다고? 대마법사라고는 해도 마법사 둘이면 물리적인 손이 부족한데?

두 마법사의 한탄을 듣고 있던 카렘은 문득 창고 밖에서 소리를 들었다.

미약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혹시나 해서 메리에게 물었다.

"이거 공작님 목소리가 맞겠죠?"

그리고 메리가 말하기도 전에 정답이라는 듯이 문이 열렸다.

각자의 호위병들을 이끄는 네파네크와 알프레드가 안으로 들어왔다.

"네파네크의 말대로 여기 있었군. 캐서린, 그리고 올리비에. 바깥까지 뭔가 소리가 들리던데. 뭔가 문제라도 있었나?"

"아닙니다. 주군. 역시 아도비스는 아도비스입니다. 하나같이 흠잡을 데가 없더군요. 키티?"

"물론입니다. 그 먼 거리를 이동했는데도 이렇게 잘 보관된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공작과 사절의 인카운트.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올리비에와 캐서린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흐름을 타는 강물보다도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마치 단 한 번도 투덜거리거나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이미 공작의 앞에 대놓고 노성을 질렀던 걸 생각하면-아니지. 그래서 더 눈치를 보는 것일지도?

카렘은 크럼블을 집어 들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는 사이, 네파네크가 손뼉을 치며 알프레드를 돌아보았다.

"마침 잘됐네요. 공. 휘하의 두 분도 있으니 항구의 창고를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상관없지. 아타니타스, 올리비에. 부탁해도 되겠나?"

당연하지만 두 마법사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일어나 흔쾌히 두 고위 귀족의 제안에 응했다.

조금 전까지 열변을 토하던 것이 무색했다.

카렘은 두 마법사를 그저 조금 흰 눈으로 응시했다.

"카렘 후배. 계약자에게 무례한 시선입니다."

"그러면 올리비에님만 응시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자료첨부

-크럼블-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