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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지나 윈터센드 당일.
도시는 축제의 열기에 휩싸였다.
현대와는 달리 즐길 거리가 한없이 부족한 시대.
사람들에게 축제란 지루한 일상의 몇 없는 특별한 날이었고
이른 첫눈과 함께 움츠러들었던 콜던은 활짝 기지개를 켰다.
지랄 맞은 날씨 탓에 일이 없으면 건물 안에 박혀있는 콜던의 주민들이 바깥으로 나와 축제의 열기를 달궜기 때문인 것이 당연했다.
물론 오늘은 봐줬다는 듯이 눈이 내리지 않는 것도 있었고.
축제는 위축된 소비심리도 움직이게 하기 마련.
이를 부추기기 위해 건물과 거리마다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호객꾼들이 시끄럽게 광고했고 광대와 극단의 일꾼, 음유시인들도 수입과 관심을 얻기 위해 더욱 소리를 높였다.
콜던이 시끄러운 만큼 윈터홈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
윈터홈은 기본적으로 요새성이자 펠윈터 가문의 거주지였다.
당연하지만 허락을 받지 않은 이들은 출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윈터센드였기에 굳게 닫힌 문은 일부 방문객에게 느슨하게 열렸다.
대장장이, 제빵사, 보석세공인, 사냥꾼, 모험가, 요리사 등 콜던의 윈터센드에 제물을 바칠 번제자로 추천받은 이들.
알프레드 펠윈터가 친히 초대장을 보낸 도시와 마을, 부족의 유력자와 귀족들.
그리고 비싼 돈을 내고 출입을 허락받거나 윈터센드가 열리는 동안 윈터홈에서 사용될 식료품을 공급할 상인들이 대상이었다.
거기에 기존의 시종과 시녀, 일꾼들을 생각하자.
성은 이른 아침부터 성의 넓이에도 불구하고 용케도 질서를 유지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붐비고 시끄러웠다.
카렘은 절대 저 사람 떼거리(Horde)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그 또한 번제자 중 하나였다.
카렘은 마법사의 탑에서 밑을 내려다보다가 진저리치며 투덜거렸다.
"엄청 시끄럽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대부분 번제자의 관계자들이겠지만, 인원이 인원이니까."
"그런데. 여기 계셔도 되는 것입니까?"
"응? 뭐가 말이지?"
아삭.
고드윈이 당근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며 물었다.
왼손에 마요네즈가 담긴 큰 그릇.
반대쪽 손엔 당근이 몇 개.
첫 만남에 보였던 위엄과 재치 있는 모습에서 전자는 사라진 친근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뭐가 문제냐는 듯이 묻는 그 천연덕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카렘은 절로 기가 찼다.
당연히 축제라고는 하나 모두가 마음 놓고 온전히 축제를 즐길 수는 없는 법.
놀이공원의 직원들이 일해야 놀이공원을 방문한 손님들도 즐기며 돈을 쓰기 마련이었다.
하물며 윈터홈의 손님들은 대부분 하나같이 지위든 재력이든 실력이든 최소 한 가지는 쟁쟁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축제의 주최자라고 할 수 있는 집주인의 아들이 여기서 이러고 있다고?
당연히 안 되겠지만 카렌은 혹시나 해 슬쩍 찔러보기로 했다.
"그야 펠윈터 가문의 장남이시잖습니까."
"이 성에 내 이름과 지위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다른 귀족분들을 만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그거."
말도 말라는 듯이 고드윈은 이마를 찌푸리고는 당근을 흔들었다.
그 태도에서 카렘은 강제 야자 시간을 야호해버린 고3의 기운을 느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골치 아프니까 말 말라고."
"도망쳐오신 거군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나?"
"빅토르 경은 어디에 계십니까?"
고작 한 번밖에 만난 적 없는 빅토르 경.
지금 생각하면 빅토르는 고드윈의 수행원을 겸해 그를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었다.
고드윈의 반응은 카렘의 생각에 쐐기를 박았다.
쯧, 고드윈은 가볍게 혀를 차며 창밖의 성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 분명한 제스쳐에 담긴 의미는 말 안 해도 뻔했다.
카렘은 처음에 가졌던 상사에 대한 압박감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껴졌다.
"그나저나 카렘. 아타니타스는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는 것이었지?"
"대회관에 설치한 플라워 오브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러 가셨습니다."
"음, 그것참 고생이 많겠군."
그리고 카렘은 대충 짐작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다른 귀족이나 영주를 만나서 대접하는 일이 귀찮아서 다른 사람들한테 다 떠넘기고 도망쳐왔다는 것이렷다?
그래서 난데없이 아침 일찍부터 연락을 한 것이 분명했다.
겸사겸사 마요네즈가 먹고 싶다는 이유로 선물로 기름이랑 온갖 알을 잔뜩 들고 온 것이겠고.
캐서린이 묘하다는 표정으로 방문을 허락한 이유도 이를 진작에 파악했기 때문임이 분명했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카렘은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부족한 시간에 쫓기며 정성을 들인 요리들이었다.
그런데 그 많은 요리 중 하필 마요네즈라니?
"마요네즈는 마음에 드십니까?"
"그래, 솔직하게 말하지."
고드윈은 마요네즈가 듬뿍 묻은 당근을 흔들었다.
"이 소스가 계속 떠올라서 다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야."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하, 그때 돌아가는 길에 거의 다 먹어치우지 말고 조금씩 아껴먹을 걸 그랬어. 아니, 총주방장한테 맛보라고 조금 주지만 않았어도..."
"네?"
그 많던 것을 가는 길에 거의 다 먹어치웠다고?
경악스러울 정도인 마요네즈 흡입력에 카렘은 걱정이 다 될 정도였다.
마요네즈의 기본 재료는 세 가지.
기름, 식초, 달걀노른자.
노른자의 역할은 유화제로 조금 들어가는 게 전부.
실상 마요네즈의 근본은 약간의 식초와 대량의 기름이었기에 기본적으로 지방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지방은 곧 살이나 마찬가지.
그 탓에 조금 과장을 보태서 먹는 마요네즈의 무게의 두 배만큼 살이 찐다고 봐도 될 만큼 열량이 높았다.
괜히 마요네즈를 비롯한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북유럽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젊을 때와는 다르게 살이 확 찌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카렘은 슬쩍 눈을 돌려 옆을 보았다.
당근으로 마요네즈를 퍼먹는 고드윈의 옷이 조금 껴 보이는 것 같았다.
멋지게 손질한 수염으로 각졌던 턱이 조금 살이 오른 것 같기도 하고?
카렘은 지나가는 투로 슬쩍 경고했다.
"그거 너무 많이 드시면 살찌실 겁니다."
"음?"
마요네즈가 발린 당근을 와작와작 씹던 고드윈이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옷이 조금 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설마?
고드윈은 현 공작의 장남.
즉,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알프레드 펠윈터의 다음이라는 소리였다.
공작의 후계자인 만큼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한창때의 나이에 더해 원래 많이 먹는 체질이 격렬하게 활동하니 배가 고픈 것이 당연했고 남들한테 남자답다며 칭찬을 안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름 늘씬하다고 할 수 있는 몸매를 유지했는데.
장인이 한땀한땀 맞춤형으로 제작한 옷이 낀다면...
고드윈은 잠깐 고민했다.
잠시 당근을 마요네즈 그릇에 내려놓고 배를 만졌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건 그러니까...그거다."
"그거라니 무슨 말이신지-"
"내 그동안의 경험이 담긴 경험 주머니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살이 찌셨군요."
"경험 주머니라니까. 왜, 그 아이오나도 대단한 경험 주머니를 가지고 있잖아?"
카렘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윈터홈에서 손님이 대응하느라 바쁠 아이오나도 확실히 대단한 뱃살을 자랑했지.
하지만 경험 주머니라니.
카렘은 고드윈에게 현실을 내밀었다.
"...그 많던 마요네즈를 거의 다 드셨으면 살이 찌는 게 당연하시겠죠."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카렘."
"듣고 있습니다."
"그릇이 좀 크기는 했지. 그런데 내가 하루에 먹는 양이 그것보다는 많을 텐데. 고작 그걸 먹었다고 살이 찌는 게 말이 될까?"
"그 그릇에 담긴 마요네즈 무게의 대부분이 기름이니까 당연히 살이 찌는 거 아니겠습니까. 몇 그릇씩이나 드셨잖습니까."
"아무튼, 난 인정할 수 없어."
급격한 확찐자 선고를 부정하는 고드윈과 현실을 강조하는 카렘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문 너머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메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곧바로 캐서린이 들어와 하얀 장갑을 벗었다.
"아타니타스 님. 메리. 드디어 끝나셨습니까?"
"휴, 그래. 그런데 고드윈. 그쪽은 아직도 안 갔나?"
그 말에 고드윈은 잘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타니타스에게 물으면 되겠군요."
"응? 무엇을?"
"그쪽이 보기에도 제가 살이 쪘습니까?"
"뭐? 갑자기?"
그리고 카렘은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제야 수긍하며 메리에게 장갑을 건네던 캐서린은 빠르게 고드윈을 아래에서 위로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전보다 확실히 살이 좀 쪘군?"
"음,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대마법사가 콕 짚어 말하는 지엄한 현실.
고드윈은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살이 쪘다는 것을.
고드윈은 잠시 눈을 감고 스스로 반성했다.
확실히 마요네즈의 재료가 기름이라고 했으니 기름을 한 그릇 먹어치우면 살이 찌는 것이 당연했다.
"좋아. 그런 의미에서 아타니타스."
"음? 뭐지?"
"마요네즈를 좀 더 받을 수 있겠습니까?"
조금 전에 인정한 거 아니었던 건가?
캐서린과 카렘의 시선에도 고드윈은 꿋꿋하게 그릇을 내밀었다.
그리고 마요네즈가 들어있던 그릇은 메리가 들고 가버렸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저녁이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성의 곳곳은 촛불과 횃불을 포함해 각종 마법 도구로 주변을 점차 밝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천천히 윈터홈의 중앙 광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과연 꽉 찰 일이 있을까 싶었던 광장엔 사람들이 밀물이 밀려오듯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엔 화려하게 장식된 기다랗고 넓은 테이블에 둘러싸인 커다란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며 불똥이 섞인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광장이 내려다보이도록 설치된 상석엔 알프레드를 뺀 알리시아와 고드윈을 포함한 펠윈터 가문의 일원과 귀빈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 밑에 설치된 단상의 뒤로 시종과 사제들을 대동한 아이오나와 알프레드가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뒤로는 크고 작은 다양한 제물을 준비한 번제자들이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지위와 종족, 연령대의 번제자 무리 사이에 서 있던 카렘은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겨울은 밤이 빠르게 찾아오고 그건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중충한 하늘에 황혼이 깃들 무렵.
윈터홈의 곳곳에 설치된 마법 도구들이 은은한 빛을 발하더니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어둠과 고풍스러운 윈터홈.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각종 마법 도구들의 빛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뽐냈다.
문득 카렘의 머리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설마 이거 전부 캐서린이 관여한 건가?
그야 그가 알기로 마법 도구는 일일이 마법사의 손을 타야 하는 까다로운 물건이었으니까.
그리고 카렘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성을 밝히는 마법 도구들은 애초에 윈터홈에 보관되어 있던 물건들이었지만, 이를 알 리 없는 카렘은 그동안 캐서린의 노고를 좀 더 높게 쳐주기로 마음먹었다.
끝나면 특별한 걸 해줄까. 하는 생각을 하던 그때.
곰곰이 생각하던 카렘은 음량이 줄어드는 분위기에 따라 자세를 바로 했다.
알프레드가 단상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