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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재료들을 살피며 곰곰히 생각했다.
처음에는 솜사탕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 부정했다.
재료야 설탕 하나만 들어간다고 쳐도 대체 어디서 설탕을 실처럼 뽑으라는 말인가. 솜사탕 기계도 없는데. 바다 건너 전국시대 드라마에서 거품기로 만드는 것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해보기로 하고.
솜사탕의 기원은 14세기 이탈리아, 당시에는 수제로 솜사탕을 뽑았겠지만, 당연히 카렘은 그 방법을 몰랐다.
그렇게 솜사탕은 목록에서 퇴출.
그렇게 머릿속의 목록을 카렘 개인의 취향과 특이함을 고려해 검토.
그때 카렘의 머리에 한 디저트가 떠올랐다.
파슈마니예(Pişmaniye), 용수당.
하지만 카렘에게는 꿀타래로 익숙했다.
아니, 방식은 틀리지 원리랑 기술만 생각하면 다 거기서 거기였다.
재료를 챙긴 카렘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캐서린이 메리와 함께 따라 들어왔다.
테이블에 놓인 재료를 본 캐서린이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생각보다 재료가 적군."
"재료만 보면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이건 너무나도..."
간단했다.
꿀, 설탕, 밀가루와 다진 호두와 아몬드가 전부.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되려나. 메리?"
"무엇입니까."
"비율은 제가 맞출 테니까 밀가루랑 설탕을 같이 갈아주시겠습니까?"
"흠?"
본래 카렘이 시장바닥이나 번화가에서 간혹 보인 꿀타래에는 옥수수 전분, 슈가파우더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아는 것도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옥수수 전분이 있을 리가.
하지만 카렘은 생각했다.
어차피 요리는 땜빵이라고.
옥수수 전분, 까놓고 말해서 곡물을 곱게 가루 낸 탄수화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밀가루로 땜빵 할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슈가파우더도 설탕과 전분의 조합이고.
물론 전분과 가루는 엄연히 다르며, 하물며 옥수수 전분과 밀가루를 탄수화물로 대신한다면 개와 늑대는 같은 개과 동물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 어쩌겠나?
애초에 전분이 없는데!
"얼마나 가루를 내야..."
"제가 그만이라고 할 때 까지요."
"계약자. 이게 맞습니까?"
하지만 메리가 생각하기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튼, 대량의 설탕에 밀가루를 조금 넣고 갈다니?
이런 무의미한 짓을 왜?
물론 캐서린이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메리."
"무엇입니까?"
"네가 꼬마보다 요리를 잘하나?"
"....부정할 수 없군요."
"그러면 시키는 대로 해라."
즐거운 단순반복 노동.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메리가 복잡한 마음으로 절구를 빻는 사이.
카렘은 꿀과 설탕을 넣고 바글바글 끓는 시럽이 담긴 냄비를 불에서 꺼냈다.
꿀타래에는 흔히 정도와 사도가 있었다. 정도란 천연 재료 벌꿀과 맥아당을 섞어 숙성, 발효한 덩어리로 베이스를 만드는 것.
사도란 단순했다. 아무튼, 길게 실을 뽑을 수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물엿, 올리고당에 심하면 오로지 대량의 설탕에 벌꿀을 소량 넣는 주객이 전도되는 레시피도 존재했다.
그런 의미에서 카렘은 당당했다.
아무튼, 중세 판타지에서 꿀이고 설탕이고 귀한 건 마찬가지.
천연 재료를 이만큼이나 쓰면 정도고 사도고 알 바 아니었다.
카렘은 문득 유명한 요리사 아닌 요리사가 떠올랐다.
설탕을 많이 넣어야 맛있어요.
아무튼, 맛만 있으면 됐지.
충분히 녹으며 색이 변하자 카렘은 메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이가 쿵! 절구를 내려찍을 때마다 연한 황색 설탕-밀가루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막상 시키기는 했지만 정말로 황설탕을 밀가루보다 더 곱게 갈 줄이야.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카렘은 메리의 경악스러운 괴력에 전율했다.
"이렇게나 곱게 갈다니. 사람입니까?"
"브라우니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일단 충분합니다."
"콜록, 아무래도 청소는 꼼꼼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카렘은 절구에 담긴 가루 설탕을 넓은 쟁반에 산더미처럼 쌓았다.
벌꿀과 설탕은 색과 형태가 자유로운 변화무쌍한 재료.
뜨겁지만 아주 뜨겁지는 않은 반죽이 야매 슈가파우더 위로 쏟았다.
"후, 이제 이걸 반죽해야 하는데."
"흠, 좋아. 약간의 서비스다."
"아타니타스님?"
캐서린이 말없이 손가락을 튕기자 카렘의 손에 은은한 빛이 서리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기초적인 보호 마법이다."
"오오, 오오오. 이거 편리하네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뜨거움이 싹 사라졌다.
카렘은 시험 삼아 뜨거운 시럽을 만져보았다.
역시 아무런 열기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자 카렘은 곧바로 손을 반죽에 슈가파우더를 골고루 묻혔다.
"굉장히 신기한 감각인데. 자주 쓰긴 힘들겠네요."
"음? 이유라도 있나?"
"온도가 느껴지지 않으니 불 조절 때문에 못쓰겠습니다."
정확한 온도계나 타이머라도 있다면 모를까.
오로지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야 하는 현 상황에는 과했다.
그렇지만 이만큼이나 열기를 차단할 정도라니.
카렘은 캐서린의 보호 마법만 한 도구가 있다면 현대에도 충분히 요리 관련으로 인기가 대폭발할 것이라 확신했다.
카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흑심을 담아 물었다.
"보호마법이 걸렸지만 어느정도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장갑있을까요?"
"얇다니, 어느 정도로."
"어, 아무래도 요리는 손끝의 감각이 중요하니까 얇으면 얇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라는 마음으로 말했지만, 팔짱을 낀 캐서린이 눈을 감고 진지하게 고민하자 설마 하며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리고 캐서린은 눈을 떴다.
"딱히 못 만들 것도 없지."
"에, 진짜로 말입니까?"
"그래, 다만 가격이 상당한 건 각오해야 할 거다."
"쓰흡. 그건 어쩔 수 없겠군요."
마법 도구는 비싸다는 것은 진작에 체감했지만.
카렘은 우선 지금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반죽의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반죽의 감촉이 이 이상 늦으면 안 된다고 카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슈가파우더를 듬뿍 묻힌 반죽에 구멍을 뚫고 돌리며 잡아당기기를 반복하자 가슴 너비만큼 늘어났다.
"설마 그렇게 늘린 고리로 끝인 것은 아니겠지?"
"에이 제가 그러겠습니까? 이제 시작입니다."
"씁. 끊어질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십쇼. 안 끊어집니다."
한번 보자는 듯 캐서린이 고개를 기울였지만.
이내 카렘의 손끝의 광경에 눈을 빛냈다.
하나의 고리를 접고 겹쳐 당겨 두 가닥을 만들었다.
둘은 넷이, 넷은 여덟이, 여덟은 열여섯 가닥을 혼자 실뜨기하듯이 늘인 카렘은 양손에 교차하듯이 쥐고 당겨준 후 겹치고 슈가파우더에 묻히기를 반복했다.
"이건 제법 볼만하군."
"신기하군요."
"헤에- 신기하구나."
현대인도 길거리에서 꿀타래 제작을 구경하는 마당에 캐서린과 메리가 신기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카렘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겉보기에 타래는 조심스럽게 손을 놀릴 때마다 그 수를 늘리고 있었다.
하지만 카렘이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늘어나는 가닥 수에 반비례했다.
툭, 투둑, 툭.
타레가 조금씩 끊어지고 있었다.
설탕과 꿀의 비율이 잘못됐나? 아니면 밀가루로 전분을 땜빵해서?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예정된 일이었다. 그야 카렘은 전생에 꿀타래를 한 번도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신기해서 영상으로 찾아본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카렘은 지식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스스로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그냥 얌전히 시간이 걸려도 뭐라도 전분을 뽑을 걸 그랬나?
아니 그냥 크레이프나 빙수 같은 좀 간단한 거나 만들걸.
카렘은 괜히 멋들어진 것을 만들겠답시고 자폭했다며 스스로의 짧은 생각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좀만 더 늘리면 진짜로 끊어지겠다.
카렘은 잽싸게 더 끊어지기 전에 타래를 손에서 놓았다.
늘어놓은 횟수는 12번, 타래는 약 4000 가닥.
목표에 반의반도 못 미쳤다.
하지만 카렘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카렘은 타래를 적당히 끊고 속에 견과류를 다져 채워 넣고 돌돌 말았다.
"허, 꼬마야. 자신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키티! 키티! 먹어보아도 되겠느냐?"
"알리시아 공녀. 아직 꼬마가 준비 중인-"
데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감탄하던 캐서린도, 호기심을 보이는 메리도, 꿀타래를 만지는 카렘도 일제히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일행이 자리한 주방의 테이블 한쪽.
투실투실한 볼살이 무척 탐스러운 금발 여자아이의 머리통이 뿅! 하고 올라와 있었다.
얼떨떨한 카렘은 무심코 입을 열었다.
"알리시아 공녀님?."
"이히. 그렇다. 알리시아다."
"맙소사."
캐서린은 반사적으로 이마를 쳤다.
일전의 일로 알리시아에게 주어진 벌은 이러했다.
일주일간 외출 금지.
외출 금지 동안 간식 금지.
금지 기간이 끝난 이후 언제나 시종과 시녀를 대동하고 다녀야 할 것.
무례를 저지른 것 치고는 가벼울 수 있는 징계.
하지만 어린아이 특유의 지치지 않는 스태미나와 윈터홈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알리시아에게 있어선 차라리 회초리에 맞는 것이 나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참는 자에게 복이 오는 법.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윈터센드가 코앞으로 왔다.
알리시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성이 윈터센드로 정신없이 분주해 시종, 시녀들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알리시아는 곧바로 자유를 되찾는 것에 성공했다!
알리시아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캐서린의 대응은 간단했다.
"메리. 시종과 시녀들에게 공녀가-"
"아, 아아! 키티! 한 번만! 한 번만 봐주거라. 자, 봐라? 이번엔 키티의 간식을 허락도 없이 먹지도 않았으니까! 한 번마아아안!"
흠, 그러고 보니.
카렘은 새삼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알프레드는 무척이나 공정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이쁨을 받은 나머지 제대로 벌을 받지 않은 아이는 버릇이 없어지기 마련.
하물며 아이가 상류층의 자녀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당장에 엇나간 재벌 3세들의 행동거지는 유명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알리시아는 무척이나 올바르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말투랑 뻔뻔한 태도가 조금 짜증 나지만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고.
이른바 짜증귀엽.
무엇보다 알리시아는 전처럼 남의 간식을 허락 없이 먹지도 않았다.
그 간식을 카렘이 건네줬다는 것은 제쳐두고.
카렘이 '아타니타스님? 어떻게 할까요?'라는 뜻으로 쳐다보자 캐서린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손을 휘저었다. 의미야 뻔했다.
"알리시아 공녀님?"
"응? 무엇이냐?"
"덜어드릴 테니 가루를 조심해서 드시면 됩니다."
"오! 오오오오!!!"
한입에 먹어 치우기에는 무척이나 아까운 신기한 간식.
이전의 푸딩을 탐닉했던 것과는 다르게 알리시아는 조심스럽게 꿀타래를 야금야금 먹었다.
"흐흥! 바삭하고 이가 아릴 만큼 달콤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드러나는 아몬드랑 호두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음, 꼬마. 이 물건의 이름은 뭐지?"
"어, 일단 꿀타래라고 합니다."
그 순간 카렘은 흠칫했다.
꿀타래를 음미하던 캐서린과 메리, 알리시아가 일제히 인상을 찌푸렸으니까.
알리시아가 소리쳤다.
"이름이 그게 뭔가!"
동심을 파괴당한 어린아이는 분노를 담아 테이블을 내리쳤다.
캐서린과 메리가 그에 동의했다.
카렘은 억울했다.
아니, 원래 이름이 그건데.
그냥 드래곤 수염 사탕(용수당)이라고 할 걸 그랬나?
물론 그랬다간 캐서린에게 드래곤은 수염이 안 자란다고 팩트로 두들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굳건한 마음이 흔들리는 한 늙은 드워프가 있었다.
"알리시아님. 어째서....!"
지그메서.
요리를 위해 머리털과 수염을 밀어버린 드워프 역사상 전무후무한 드워프.
펠윈터 가문과 윈터홈의 총주방장.
알리시아를 제 손녀처럼 이뻐하던 그는 손녀를 빼앗아간 놈팡이에게 분노를 불태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