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196657/16.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5 KiB

토벌대의 본대가 아이스웜과 드잡이를 하는 동안.

하염없이 대기하던 기병대는 불만스러웠다.

구우우우- 구우우우-

"기사님들. 이러다가 공치는 거 아닙니까?"

지루한 건 사람을 태우는 동물들도 마찬가지.

심심해서 제자리걸음 하는 스노우러너의 부리를 쓰다듬던 전사가 툭 하고 대놓고 속마음을 토로했다.

그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토벌에서 활약했다는 명예와 공적을 원하는 건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그래도 꼬투리를 잡힐 위험이 있는 발언이었다.

기병대장이 손을 내저었다.

"언행에 주의하도록. 너 자신을 위해서라도."

"알겠습니다요."

"뭐,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긴 뭐한데."

다만 기병대장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조금 전 마법사가 대단위로 마법을 펼쳐 아이스웜을 상대하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얼음 마법에 내성이 있을 텐데. 통하는군?"

"내성을 찍어누를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라는 건가?“

“비열한 요술쟁이들. 위력은 인정하겠지만.”

"쯧. 진짜로 손만 놓고 있을 수밖에 없나."

마음 같아서는 명령을 무시하고 뛰쳐나가고 싶은 이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다른 건 몰라도 명령 불복종만큼은 해서는 안 됐다.

주군/고용주인 알프레드는 아랫것들에게 너그럽기로 유명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반란과 공명심으로 인한 명령 불복종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기병대의 불만이 커져만 가는 사이,

지휘부에서 전령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기병대장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전령이 소리쳤다.

"조릭 경의 명령을 전달합니다. 지금 바로 돌진을 하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사실이 도착했다.

대부분은 이 소식에 기뻐하며 재빨리 준비했지만, 기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이유를 듣자, 조금 전까지 욕하던 마법사를 극찬했다.

사악한 요술쟁이 마법사라고 하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공적을.

그것도 이미 손안에 다 넣었는데 이를 타인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한다니!

"공적을 양보하다니. 이 얼마나 명예로운 일인가!"

"탐욕스러운 요술쟁이(Witch)인 줄로만 알았는데. 음 이거 작게나마 사과의 선물을 보내야 비로소 마음이 풀릴 것 같군....!"

"자아 자! 모두 들었겠지? 명령이 떨어졌다!"

기병대장이 기병창을 단단히 고쳐 쥐며 소리쳤다.

"혹시나 해서 묻건대. 준비가 안 끝난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멧돼지, 스노우러너, 군마에 오른 전사, 기수, 기사들이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야 두말할 것도 없이 당연했다.

"부대장! 기병 신호!"

바이저를 내린 기병대장의 명령에 뿔피리를 쥐고 있던 부대장이 있는 힘껏 기병의 신호를 불었다.

부우우우우우우웅-!

혼란스러운 토벌의 현장에 나지막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향은 지휘부가 설치된 눈 언덕 부근.

아직 머리가 뜨거워지지 않았던 이들이 소리쳤다.

끼기기기기기기긱-!!!!

"산개애애애애애애!!!"

"길을 터라. 기병이 온다!"

"기사 나리들한테 밟혀 죽기 싫으면 옆으로 피해!"

"밧줄은 절대로 놓지 마!"

현장에서 아이스웜 토벌을 지휘하던 기사와 조장들이 그 소리를 듣고 잔뜩 흥분한 이들을 말로, 무력으로 길을 트게 했다.

머리에 피가 올라온 이들도 머리를 한 대씩 얻어 맞고는 냉정함을 되찾아 재빨리 양옆으로 흩어졌다. 아군한테 짓밟혀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음과 진동을 감지하는 아이스웜도 당연히 이를 감지했다.

뿔피리의 신호,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수십, 수백의 발걸음, 자신을 공격하고 구속하는 이들에게서 발생하는 소리가 변했다.

아이스웜은 본능적으로 뭔가 위험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끄아아아아악!"

휘이이이- 쿵!

"위를 조심해! 놈이 내려찍는다!"

"흙 좀 먹는다고 안 죽는다! 굴러! 구르라고!"

"끼아아아아그그그!"

까드드득!!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보다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아이스웜과 이를 저지하려는 토벌대와 희생자들의 비명, 캐서린의 마법 그리고 시시각각 아이스웜에게 가까워지는 기병대에 이르는 혼란스러운 현장.

이 모든 것이 지휘부에서 보였다.

전령이 성공적으로 전했는지 돌진하는 기병대의 기세가 멀리서도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팔을 두드리던 조릭은 마법에 집중하는 캐서린을 돌아보았다.

"아타니타스공.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이렇게 저항을. 응? 뭐라고?"

"공적을 다른 이들에게 양보해도 되냐고 묻는 겁니다."

"아아, 그거."

캐서린은 당연히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전공과 특기는 어디까지나 얼음 마법이었다.

이렇게 얼음 마법으로 직간접적으로 아이스웜을 붙들어놓을 수는 있어도 이를 활용해 공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무엇보다, 얼음 마법을 통해 즉석 해서 형성한 구속마법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그만한 위력을 가진 다른 속성의 마법이었고 이를 사용하기 위한 매개체나 시약이 필요했는데.

하지만 아뿔싸.

깜빡하고 가져오지를 않았네.

이걸 말할 수는 없었다.

공적이고 자시고 이걸 말했다가는 그녀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것은 분명했다.

그랬기에 캐서린은 고개를 치켜세우며 고개를 저었다.

"뭐, 이대로 내가 모조리 해결할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랬다가는 나를 질시할 이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군요."

"적어도 지금 기병대에 있을 기사들은 그러겠지."

"기사에게 명예와 공적은 사실상 전부니 당연하겠죠."

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고 명예는 공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법이며 이는 곧 기사의 봉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다른 귀족에게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한 품위 유지비.

적을 토벌하고 위엄을 내보이며 기사의 자존심인 말과 장비.

강대한 무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질 좋은 식사.

덤으로 아랫것들을 부리는데 필요한 사소한 것들까지.

모든 것에 돈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모험가 출신이기는 했지만, 엄연히 기사가 되어 귀족의 끄트머리에 이름을 올린 조릭도 마찬가지였다.

"조릭경. 그 말대로라면 그쪽은 별로 활약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다만?"

"뭐, 저는 지금 토벌대장이니 이 토벌대를 성공시키기만 하더라도 명예와 공적은 알아서 굴러들어오니 사정이 다릅니다."

"하긴 이만한 토벌대장이라면 확실히 그렇겠군."

"그렇습니다. 아, 슬슬 기병대가 충돌하나 보군요."

그 말에 캐서린은 토벌대 방향을 바라보았다.

제각기 기병창을 앞세워 맹렬히 돌진하던 기병대의 창끝은 눈밭을 질주하며 목표물을 포위하던 병력이 마련해준 통로를 가로질렀다.

키이이이익-!

쿵!

"끄아아아아!"

"끄륵!"

운이 나빴던 몇몇이 아이스웜이 일으킨 진동에 균형을 잃고 떨어졌지만, 토벌대는 결코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낙석을 방어구로 버티고 아이스웜의 육중한 공격을 재빠르게 회피하며 돌진한 토벌대는 이윽고 목표물에 다다르기 직전.

온 힘과 속도, 무게를 실어 기병창을 내질렀고.

콰지지지지직-! 콰직!

아이스웜의 갑각을 꿰뚫고는 부서지며 파편을 흩날렸다.

물론 애초에 기병창은 이렇게 소모하는 물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병들은 부러진 기병창을 내버리고는 장애물에 가로막힌 강줄기처럼 두 갈래로 찢어져 미련 없이 유턴해 후퇴를 시작했다.

뒤따르는 기병들 또한 일제히 기수를 돌려 선두를 뒤따랐다.

끼기기기기기기긱!!!!????

연속으로 누적된 공격에 아이스웜의 갑각은 순식간에 깨졌다.

새하얀 속살이 뭉텅이로 뜯겨나가며 새빨간 핏줄기를 흩뿌렸다.

이대로라면 죽는다.

아이스웜은 생명의 위기를 느꼈다.

"음!?"

"아타니타스공?"

캐서린은 이상을 빠르게 눈치챘다.

무언가가 마법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캐서린은 재빨리 마법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며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고 원인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대기와 지상에 잔존한 주인 없는 마력이 한 점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방향은 캐서린의 저편의 정면.

토벌대의 중심에 자리 잡은 아이스웜을 향해.

"맙소사. 지금 상황에서 브레스라니. 아룡도 아니면서?"

"지금 브레스라고-"

"그래, 놈이 브레스를 쏘려 한다!"

조릭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브레스.

대표적으로 드래곤의 브레스가 매우 유명했지만.

드래곤만이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강력한 힘을 지닌 소수의 몬스터라면 같진 않더라도 유사하게 흉내 내는 것이 가능한, 그렇지만 결코 그 파괴력은 흉내 따위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공격.

그렇지만 지금 와서 저 아이스웜이 갑자기?

아니지. 조릭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황에서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조릭은 곧바로 마법구를 꺼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알프레드가 그에게 대여한 귀중한 마법 도구였다.

"부대장은 응답하세요!"

-....조릭 경? 무슨 일입니-어이! 거기 비켜!

"놈이 브레스를 쏘려고 합니다! 당장 주둥이의 사선에서-"

-브레스, 그렇습-음? 브레스!?

"그래! 혼란스럽더라도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내가 방어할 테니까!"

누가 반응하기도 전에 캐서린은 소리쳤다.

"아타니타스공. 그게 대체 무슨-"

"지금 상황에서 오히려 후퇴했다간 오히려 피해가 커질 거다! 부대장은 이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말도록!"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릭은 냉정함을 되찾았다.

지금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던 이들에게 갑자기 후퇴 명령을 내리면 포위망 전체가 일제히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하다못해 포위망에 소수라지만 마법사가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 토벌대에 마법사라고는 하나뿐이었으니까.

조릭은 냉정함을 되찾고 물었다.

"방법은 있습니까?"

"그래, 오히려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때, 공기가 변했다.

고오오오오오-

네 갈래로 찢어진 주둥이가 벌어지며 위협적인 저공음이 울리기 시작하자 토벌대의 누구라도 뭔가 위협적인 공격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아이스웜의 주둥이가 十자로 벌어졌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산꼭대기의 막대한 폭포 소리와 함께 블리자드와 함께 얼음 파편을 가득 품은 브레스가 불어닥쳤다.

"흐읍-!"

진작에 계산을 끝마친 캐서린은 전개했던 마법을 변화시켰다.

아이스웜을 구속하던 수십 개의 얼음 마법이 일제히 흩어져 반구형의 방어막을 형성해 브레스의 사선에 있던 토벌대를 감쌌다.

솨아아아아아아-!

폭포 줄기를 가르는 바위처럼 브레스를 이등분하는 방어막.

양옆으로 갈라져 흩어진 브레스조차 다른 토벌대를 향하지 않고 물결처럼 방향을 방어막으로 꺾어 강화했다.

"맙소사. 주군이 마법사를 한 명만 보낸 이유가 이거였군요."

"뭘 보고만 있나."

"음? 아!"

"반격을 준비해야지."

브레스가 강력한 공격이기는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은 법.

말로만 듣던 현자의 위용에 잠시 넋을 놓은 조릭은 정신을 차리고는 마찬가지로 마법구 너머에서 넋을 놓고 있던 부대장에게 재빨리 명령을 하달했다.

"휴, 그래도 제때 방어막을 펼칠 수 있었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계약자."

어느새 지휘부에 들어온 메리가 캐서린의 혼잣말에 답했다.

"응? 뭣? 대체 언제 온 거냐?"

"그것보다 뭔가 중요한 것을 잊지는 않았습니까?"

"응, 어엇?"

메리는 슬쩍 그녀의 곁에 다가와 배낭을 하나 내밀었다.

바로 그녀가 깜빡 잊었던 소분한 매개체로 가득한 가방이었다.

"역시 내 종자답군!"

"후후, 과연 돌볼 보람이 있는 글러 먹은 계약자입니다."

"어이."

그러는 사이 명령 하달을 끝낸 조릭도 새로운 방문객을 눈치챘다.

"아타니타스공. 이 여인은 이전의-"

"아아. 내 전속 시녀다. 그나저나 이거 일이 편해졌군. 조릭 경. 기병대를 다시 준비시키도록. 기회는 내가 직접 만들겠다."

"...부관! 기병대가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재출진할 수 있도록 전령을 보내도록!"

조릭이 명령을 하달하는 사이, 캐서린은 고갯짓만으로 염동력을 사용해 가방 속에 들어있는 작지만 빵빵한 주머니를 아이스웜을 향해 펼친 양손에 하나씩 쥐고 모았던 마력을 반전시켰다.

자연은 순환하며 모든 길은 하나로 이어지는 법.

그녀가 지배하고 있던 모든 마력이 품고 있던 속성이 일제히 반전.

방어막을 감싸던, 갈라져 흩어지는 브레스를 옭아매던 캐서린의 마력이 일제히 녹았다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불타는 캐서린의 마력은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아이스웜의 브레스를 역행. 아이스웜이 반응하기도 전에 도화선에 붙은 불꽃처럼 순식간에 불기둥으로 변화해 역류했다.

푸콰아아아아아앙-!

끼기기기기기기기!?

이윽고 안쪽에서부터 폭발한 아이스웜은 몸 전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내부를 진탕시킨 외부의 충격에 몬스터는 육중한 몸을 땅에 뉘었다.

쿵-!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후퇴하고 기병창을 재보급하고 다시 돌격하는 기병대.

"하하하하! 그래! 이래야 주군이 직접 고용한 마법사지!"

"말들이여! 눈보라처럼 몰아붙여라!"

"길을 비켜라! 기병대가 나가신다!"

무방비하게 쓰러진 아이스웜의 머리를 향해 일제히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