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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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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메리.

자칭 마법사의 탑 최고의 만능일꾼.

갓 구운 빵과 달걀, 유제품이 들어갔다면 뭐든 좋아하는 그녀도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답변해줄 말은 있다.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을 가득 끼운 새콤달콤한 잼 도넛.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갓 구운 에그 타르트.

그리고 그녀의 자신작.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 퍼프.

지난 1년간 그녀 자신과 (주로) 카렘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레시피 가운데 맹렬한 내적 갈등 끝에 선택된 3개의 메뉴.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다 같은 디저트인데 무의미한 선택 일지도.

메리는 눈앞에 티라미수가 담긴 접시를 경건하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 접시를 천천히 돌리거나 아래에서 위로.

혹은 그 반대로 위치를 옮겨가기를 반복했다.

메리는 예술품을 보는 느낌으로 감상을 이어갔다.

검은색에 가까운 진갈색 눈에 덮인 두껍고 묵직한 헤비크림.

그 밑에 깊은 속까지 연갈색으로 물든 쇼트브레드 쿠키.

두 쿠키 사이에 끼인 백색에 가까운 연노란색의 크림치즈까지.

지나가던 집요정 그 누구를 붙잡아도 가히 신성하다는 말이 나오리만큼 압도적인 자태라고 메리는 장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도.

대체 누가 이런 걸작을 만들었단 말인가.

바로 나.

집요정 메리.

콜던 최고의 일꾼인 내가 만들었다.

카렘이 발견하고 설계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겼다.

어쨌든 시공은 그녀가 했잖은가?

메리는 매우 떳떳했다.

"그래서, 그럴게 숭배하던 꼴에 언제 먹을 셈인가?"

"조용히 해주십시오."

지금 감상 중입니다. 고든의 말을 가볍게 일축한 메리는 제삼자에 의해 중단되었던 감상의 시간을 이어나갔다.

"...저렇게 환장하는 게 보통 일반적이냐?"

"어, 그쪽은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그 말은 종종 있었다는 반응인데."

"뭐, 자주 있는 편이죠."

"흠."

고든은 입을 비쭉 내밀고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보기에는 그럴듯한데 그렇게까지? 뭐, 먹어보면 알겠지.

포크로 귀퉁이를 조금 파먹었다.

그리고 감탄했다.

"으음. 오. 과연."

놀란 표정을 지은 고든은 처음과는 달리 이번에는 뭉텅이로.

티라미수를 4등분 해 한 덩어리를 포크로 퍼 단번에 삼켰다.

"이거 끝내주는데. 저기 저쪽 둘이 투덕대는 것도 이해가 가."

"네? 투덕투덕?"

"함 봐봐라."

고든이 가리키는 포크를 따라 카렘의 고개가 돌아갔다.

"호오, 입이 고프지는 않나 본데? 그러면 굳이 지금 먹을 필요는 없겠고. 접시 내리고 내 포크나 들어라."

계속 그렇게 감상할 거면 나중에 먹으라고 타박하는 캐서린.

"조용히 해주십시오. 이 자태를 조금 더 자세히 감상하고 있으니."

"어이. 네놈 지금 나와의 관계를 망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

"전 그 무엇보다도 진지합니다만."

"그게 문제라는 거다. 발칙한 것아!"

그리고 계속 감상을 이어가는 메리가 말다툼하고 있었다.

고든은 카렘과 시선을 마주치며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래서 이건 뭐임? 이라는 무언의 질문이 느껴졌다.

"저러면 좀 오래 갈 겁니다. 좀 이색적이지요?"

"뭐어, 보통의 주종관계는 조금 더 엄격하고 사무적인 느낌인데."

"그런가요?"

"...아니다. 생각해보니 종종 있긴 하네."

생각해보니 그렇게 특이한 관계도 아니었다.

당장 콜던에 방치하고 온 (예비)신하들과 고든의 관계도 비슷하니까.

"아무튼, 주방에서 있던 일이나 좀 더 말해봐라."

고든은 4등분 한 티라미수를 또 한 조각 퍼먹고는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 진짜 그 말이 전부인데요."

그도 그렇게, 휙 하니 고개를 돌렸더니 상황은 이미 벌어졌고.

"저희가 이 말려서 볶은 알라우네 가루를 얻은-"

"사제였던 약초방 노인. 이름이 로웬이라고 했던가?"

"로완이요. 로완. 로웬은 여자 이름이고. 아무튼, 그걸 조금 얻어가길래 로완 씨도 뭐하나 좀 구경하시다가 돌아가셨고."

카렘은 말을 이으면서 집게로 말린 알라우네 우린 물에 담갔던 쇼트브레드 쿠키를 건져올려 접시에 담았다.

이번 건 그의 몫이다.

"재료 준비하는 사이에 비명이 들렸는데 로브 밑으로 녹아내리고 계셨던데요."

"뭐, 다른 특이사항은 없고? 그게 전부라고?"

"뭐, 비명이 들리기 전까지 저흰 재료 준비하고 떠들고 있었는데요?"

등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대체 그 상황에서 어떤 게 전후 사정을 파악한단 말인가?

"등 뒤 정도는 집중 안 해도 파악할 수야 있지?"

"그쪽은 비인간적인 신체성능 때문이고요."

"너도 단련하면 돼."

"소드마스터 수준으로요?"

"그건 무리지."

"거 보십시오. 참나."

카렘은 불합리하기 그지없는 고든의 발언에 혀를 내두르며 대충 정리한 크림치즈 위로 다시 유사 커피에 적신 쇼트브레드 쿠키를 얹었다.

"그런데 진짜로 뭔가 다른 점은 없던 거냐?"

"비명에 쳐다봤을 때는 로완 씨는 말했던 것처럼 되셨고, 다른 요리사들이 상황을 대처하고."

결과적으로 카렘과 메리는 황급히 복귀했다.

그저 그뿐인 일이다.

카렘은 완성한 티라미수를 베어먹으며 단언했다.

그 말에 맥이 빠진 고든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마지막 남은 티라미수 조각을 날름 퍼다 삼켰다.

"그렇다면 직접 확인하면 되겠군."

최종적으로 승리해 메리의 감상을 시식으로 이행시킨 캐서린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시선을 모았다.

"그쪽 안목이라면 여기 이 둘보다는 용병. 네놈과 내가 훨씬 더 나을 터."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할 일 없이 이대로 갇혀있어 봤자 지루한 것밖에 더 있겠냐?"

"마법사님 서류 일 남았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입 다물라."

캐서린은 분위기에 초를 치는 고든 발언을 일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사정을 구해서 들어가는 것도 다 좋은데 말입니다."

카렘은 티라미수를 베어먹었다.

"좀 이따가 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감상을 단념하고 먹다 만 티라미수 접시를 내린 메리도 동의했다.

생각지 못한 거부에 직면한 캐서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너흰 또 뭐가 불만이냐?"

"...아직 티라미수가 이만큼이나 있으니까요?"

간식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리는 고개를 열정적으로 흔들며 긍정했다.

"아."

그 말에 캐서린도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앞에는 마찬가지로 몇 입 베어먹지 못한 티라미수가 멀쩡하게 놓여 있었다.

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얼마 뒤.

들고 온 재료가 전부 동이 난 후였다.

에우로파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특히나 아이스랜드 같은 지방은 더더욱.

도시와 마을의 경계만 나서면 각종 맹수와 몬스터 및 도적들과 만날 수 있는 야만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데. 아니 문명에 틀어박혀 있어도 운 나쁘면 저쪽에서 만나러 온다.

야만의 침공 이외에도 죽음은 빈번하다.

주점에서 쌈박질하다 죽고, 시비 걸다 죽고, 취해서 밖에서 자다가 얼어 죽고, 강도당하는 등등.

물론 도시와 마을 안. 문명의 안쪽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사람 여러 골치가 아플 일이다. 주로 도시의 치안에 책임 있는 자들이.

그렇다면, 그런 일이 권력자의 거처에서 벌어졌다면?

하물며 그 거처가, 아이스랜드를 넘어 세오폰 왕국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요 시설이라면?

애프터글로우 요새의 주방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을 보고받은 시종장 월레스는 즉시 명령을 하달했다.

기사와 병사들은 곧바로 요새를 봉쇄하고 출입자를 통제했고 그중 일부는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을 수사하기 시작.

시종장 본인은 기사와 병사들을 이끌고 직접 주방으로 향했다.

본래라면 외부인인 캐서린과 그 일행 또한 조사 대상이다.

하지만 캐서린은 한발 앞서 움직였다.

캐서린과 고든이 조사를 돕겠다는 명분.

현장에 있던 용의자인 카렘과 메리의 감시.

이를 명분으로 월레스와 동행한 캐서린은 일행을 이끌고 주방에 들어섰다.

"쯧. 예상외의 지출이 발생하겠군."

주방에 들어오자마자 월레스는 혀를 찼다.

"예상외의 지출 말입니까?"

"요새의 저녁 식사를 말하는 겁니다."

"아, 그건 좀 골치 아프겠네요."

그 말에 카렘은 단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넓은 주방의 한복판에 자리를 차지한 거대한 화덕.

지금쯤이면 벌써 뜨거운 열기에 통구이 거리가 꽂힌 회전기가 돌아가고 있어야 할 상황.

하지만 지금은 텅 빈 상태로 천천히 타오르고만 있었다.

주방에 들어오자마자 일행은 가장 먼저 현장.

로완의 흔적이 남은 곳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독을 먹어야 사람이 이렇게-"

카렘은 말을 잇지 못했다.

된장찌개 그릇이 떨어진 옆에 헝클어진 삼신교 사제복 아래로 녹아내린 진갈색 흔적이 바닥에 말라붙어 있었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냄새에 고든이 코를 흠칫했다.

"이건 뭔 시체 썩은 내가 나는데. 언데드?"

"여긴 실내인데? 그러기에는 냄새가 너무 미약해."

"냄새가 희미해서 저도 확신은 못 하겠는데요."

혹하던 캐서린의 의문에 고든은 눈을 감고 냄새를 깊게 들이마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카렘 공. 공과 아타니타스 공의 집요정이 현장에 있었다고 들었소만. 확실하오?"

"어, 네. 등 돌리고 있어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요."

"그건 요리사들을 심문하는 중이오. 어떤 일인지 재현해주실 수 있겠소?"

"음, 진짜로 별거 아니었는데요."

카렘은 메리에게 고갯짓해 당시의 상황을 재현했다.

라고 할까, 진짜로 별거 없었다.

메리에게 부탁하고 로완에게 말린 알라우네 가루를 얻고.

그걸 소분해 물을 끓인 냄비에 풍덩.

충분히 우러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비명과 함께-

"아."

"그렇군요."

카렘과 메리는 동시에 하나를 떠올렸다.

둘을 지켜보고 있던 일행은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봤다.

카렘과 메리는 있던 자리를 떠나 로완의 흔적이 남아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릇 소리."

"정황상. 로완이라는 분은 콩가룸으로 만든 스튜를 먹었군요."

그리고. 메리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흔적의 바로 맞은 편.

커다란 들통에 담긴 냄비를 보다가 뚜껑을 열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단 한 명이로군요."

차갑게 식었지만, 된장찌개가 가득 담겨 있었다.

"카렘 후배. 당신입니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흠, 그런가요? 음, 잠깐. 뭐라고?"

"이 스튜에 들어간 콩가룸을 여기까지 들고 온 사람은?"

"...그야 접니다만."

"범인이잖습니까?"

"아니, 그렇게 치면 그걸로 스튜를 끓였던 요리사들도 다 용의자겠죠. 애초에 그랬다면 전번에 먹었던 요리사들은 왜 멀쩡한데요?"

말도 안 된다며 카렘의 반박이 바로 이어졌다. 메리는 그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듯 자기 손바닥에 주먹을 가볍게 내려쳤다.

"지금 쓸데없는 사이 좋은 수다는 집어치워라."

캐서린은 그렇게 말하며 가당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로완의 흔적과 그릇을 껑충 뛰어넘어 냄비 앞에 섰다.

"아타니타스 공. 뭔가 짐작 가는 것이라도?"

"나도 지금 희미하게 짐작이 가기 시작할 뿐이다. 메리. 종자로서의 교류는 그만하도록."

이의는 듣지 않겠다는 듯 월레스의 질문에 답한 캐서린은 말없이 메리를 향해 옆으로 비키라는 듯이 손을 팔락였다.

뚜껑을 든 메리가 옆으로 비켜서자 캐서린은 곧바로 냄비 속을 들여다봤다.

"설마 진짜로 독을 발견하셨습니까?"

"아니, 지금 걸로 확신했다. 독은 아니야."

"계약자?"

"맛을 봐야겠으니 스푼을 가져와라."

전혀 생각지 못한 말에 메리는 멈칫했다.

카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메리를 대신해 스푼을 들고 끼어들어 능숙하게 냄비에서 다 식은 된장찌개를 또 내밀었다.

하읍.

"...음. 역시. 전에도 느꼈던 화한 느낌."

"화한 느낌이요?"

"그래. 너무 오랜만에 먹어봐서 착각인 줄 알았는데."

잠시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던 캐서린은 카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엔 황당하다는 감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성수?"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