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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집요정에게 있어서 버터와 우유, 밀가루는 중대사항.

메리는 결코 버터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주종의 말다툼이 끝없이 늘어졌다.

카렘은 하는 수 없이 메리를 강제로 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동안 버터 없는 디저트도 멀쩡히 잘 먹었잖습니까."

카렘은 질린 듯 눈빛으로 메리를 올려다봤다.

이렇게 흥분하는 모습을 종종 봤지만 적응되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렇게 흥분을 하셨던 겁니까?"

"그쪽과 윈터홈의 요리사들 탓입니다."

"분명 따라다니면서 잔뜩 먹-"

응? 방금 뭐라고?

메리는 눈을 끔뻑이는 카렘을 내려다봤다.

"식사와 연회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디저트를 먹었지만, 하나같이 영 시원찮았습니다. 페이스트리는 눅눅하고, 크림은 축축하고 그리고...으으윽..."

"그동안 먹었던 것에 비해 맛이 없어서 도리어 욕구만 커졌다?"

"정확한 표현이로군요. 그렇습니다."

그 정도인가 싶었지만 카렘은 잠시 고민한 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그메서를 정점으로 한 윈터홈 주방의 요리사들은 아이스랜드에서 그 이상을 찾아보기 힘든, 말하자면 요리계의 정점.

애프터글로우 요새 주방의 요리사들도 그보다는 못하겠지만 변경백 밑에서 일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그 실력은 매우 뛰어날 것이다.

하물며 마법사의 탑은 어떤가. 카렘은 손을 뗐지만, 제빵 방면에서 메리는 윈터홈에서 가히 따라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래.

"그런데 거기에 제가 끼는 겁니까?"

"푸딩, 크레이프 류, 잼 도넛 등등. 다 그쪽이 퍼트린 레시피 아닙니까?"

"아니, 전 그냥 레시피를 퍼트렸을 뿐인데요?"

"네크로맨서의 피조물이 무고한 이를 공격했을 때 그건 네크로맨서의 죄가 아닙니까?"

그야 일반적으로 인공적인 언데드가 제작자/시전자의 명령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게 저한테 적용될 일입니까?"

"아무튼, 책임지십시오. 저의 혀는 질 좋은 버터를 원합니다."

"하아...아 씨. 이거 고든의 요구까지 더하면 힘들겠는데."

"음? 스타크 경의 요구사항이라면?"

카렘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답했다.

"치즈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오, 그것참 어렵겠군요."

"이보시오. 집요정 씨. 그쪽도 관계가 있는 일이거든요?"

"그렇지만, 메뉴를 떠올리는 건 후배가 할 일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얄미울 수가 있나.

어떤 요리사가 말했듯 일반적인 디저트란 크림과 버터를 아낌없이 투입하고 혀가 녹을 만큼 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버터를 뺀다?

그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조건이 문제다. 산뜻해야 한다니?

치즈가 들어가는 순간 있던 산뜻함도 모조리 사라질 텐데?

"그나저나, 메뉴는 떠올리셨습니까?"

"좀 조용히 해보십쇼. 생각 중이니까."

"그럼 잘 생각하십시오."

"이 요정 자기가 할 일 아니라고 막말하는 거 보게."

캐서린의 방을 나와 메리와 함께 요새의 넓은 복도와 계단을 걸어 올라가던 카렘은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됐다.

버터를 빼고, 치즈가 들어갔는데, 산뜻한 디저트.

'이 무슨 느끼하지 않고 퍽퍽한 꽃등심 스테이크같은 소리지?'

이 모든 고민이 바보 같았다.

최소한 조건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거다."

모든 조건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메뉴의 폭을 확 넓히는 선택이라면 한 가지가 있다.

애초에 바보 같은 생각이지. 있어도 모자랄 판에 필수 재료 하나를 빼버린다니. 그거 하나 넣으면 만들 수 있는 가짓수가 얼마나 많이 늘어나는데.

요청을 정면에서 거스르지만,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뭔가 떠올린 모양으로 보입니다."

카렘은 긍정했다.

"버터를 넣죠?"

문제가 되는 요구를 무시한다.

이로서 문제는 해결되었다.

"좋아. 아니, 잠깐. 예? 이렇게 쉽게 말입니까?"

"첫 번째 문제가 해결됐으니까 나머지만 고민하면 됩니다."

메리는 무표정하지만 아연실색한 눈빛으로 카렘을 응시했다.

아니, 내가 버터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쉽게 요구를 내동댕이치다니?

"제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해도 되는 겁니까?"

"응? 버터 들어가면 좋다면서요. 오히려 좋아하셔야지."

"너무 당황스러워 한 바퀴 돌아 제정신이 됐습니다. 버터를 빼달라는 건 계약자의 명확한 요구이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그렇게 말한다고? 좋기야 하지만 너무 무리수가 아닌지 그녀는 카렘을 빤히 쳐다봤다.

...하긴, 드문 일도 아니긴 했다.

생각해보면 카렘 후배는 간혹 막 나가는 부분이 있었다.

먹어서 어떻게 탈 날지 모르는데 냅다 먹어보고, 대체 어떤 생각의 처리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실험을 벌이고, 재료로 투입하다 못해 그걸 남들한테 먹이기까지.

공작 가문의 후계자와 사랑받는 막내 공녀한테 귀리를 먹일 생각은 또 어떤가, 비버의 바닐라 추출 전 상태를 냅다 자기 고용주한테 먹인다는 아이디어는 또 어떻고?

그녀는 종종 카렘을 보면 언뜻 광기를 느낄 때가 있었다.

요리만 관계되면 눈이 뒤집혀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때가.

"바보 같은 걱정이로군요."

"예? 누가 바보라고요?"

"그쪽이 바보 같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바보 같은 행동이다. 물론 걱정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그렇게 해서 결과물이 나빴던 적이?

누군가의 신경을 정면에서 거스르기는 하겠지.

그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계약자는 흘러간 세월과는 다르게 종종 그 나잇대 외형 그대로의 행동이 묻어나왔으니까.

일단 맛을 보면 끝.

투덜거리면서도 연신 먹다가 잊어버리지 않을까?

"아타니타스 님이나 손님 앞에서 디저트만 보면 눈 뒤집히는 누구한테 듣고 싶지는 않은 말인데요?"

"대귀족의 후계자와 막내딸한테 귀리를, 고용주한테 몬스터의 생식선을 먹이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로군요."

"...무승부로 하죠."

"좋습니다. 무승부."

척. 휘적휘적. 툭.

카렘과 메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팔을 내밀어 악수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요새의 일원과 요리사들의 식사 시간은 한참 전에 끝나서 그런지 고기와 기름 냄새 대신 은은하고 고혹스러운 냄새가 깃든 넓은 주방은 청소하는 요리사들 십수 명과 화로의 불똥 튀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대장 새끼. 신참 좀 들이라니-응? 카렘 공?"

"고생하십니다. 주방 좀 빌리려고 했는데. 괜찮나요? 청소 중인 거 같은데."

"어차피 좀 있으면 더러워질 텐데 얼마든지 쓰시오."

안 그래도 습기와 열기, 그을음이 빈번한 주방이다.

매 타임이 끝날 때마다 청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버려 뒀다가 쌓이는 그을음과 기름때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

그런 상황에 누가 좀 일찍 사용한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더러워질 거 좀 더 빨리 더러워지라지.

무엇보다 총주방장이 허락했기도 하고.

그래도 예의상 카렘은 그들에게 인사했다.

"수고하세요."

"며칠 안 지났는데 제법 친해지셨나 봅니다?"

"세 사람이 절 여기에 방치해두고 갔을 때 솜씨를 좀 부렸죠. 뭐, 인기 덕도 있는 것 같지만."

어깨를 으쓱하던 카렘의 말은 뒤로 갈수록 점점 작아졌다.

지그메서의 손 비비기도 그렇지만, 도무지 이런 일은 적응하기 힘들다.

옆에 따라오던 누군가가 듣기에는 충분했다.

"인기남이로군요."

카렘의 옆에 있던 메리는 고든이 했던 말을 인용하며 중얼거렸다.

"시끄러워요."

"무엇을 만들지는 정하셨습니까?"

"...그게 고민인데요."

"뭐, 요구사항까지 있으니 계약자가 기다리는 시간도 나름 넉넉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요구사항까지 있는데 평소 먹던 것을 들고 가면 화낼 거 같은데요. 안 그래도 그냥 버터를 쓰려고 하는데."

"그러면 레몬 파이는 안 되겠군요."

"치즈가 안 들어가잖아요."

메리의 말에 카렘은 테이블 앞에 팔짱을 끼고 이마를 두드렸다.

레몬 파이. 정확하게는 레몬 머랭 파이.

캐서린의 요구만을 생각하면 답은 이쪽이다.

크림에 레몬즙과 제스트를 비롯해 각종 재료를 투입하고 메리한테 맡기면 과정 대다수는 순식간에 끝나고 머랭 또한 그렇게 해서 굽기만 하면 끝이니까. 이쪽이면 굳이 버터를 넣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고든의 요구사항.

치즈가 들어가면 또 그쪽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답은 하나.

"...치즈 케이크?"

"케이크인데 버터가 들어가면 탈락 아닙니까?"

"뭐, 아까 버터 넣기로 정했잖아요."

"아."

메리는 잠깐 잊었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뭐, 그래도 평소 만들던 케이크를 그대로 쓸 수는 없겠죠. 쇼트브레드를 부순 거에 버터 조금에 넣고 구워 시럽에 절인 거로 타협하죠?"

"으음. 아쉽지만 그러면 비슷한 느낌이 날 거 같군요. 치즈는 어디다가 넣으려고 하십니까?"

"적당한 치즈 있잖아요. 크림치즈."

"아, 확실히."

메리는 곧바로 카렘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다.

파이 시트를 지금처럼 쿠키로 만드는 일은 종종 있다.

거기에 농도를 조절해야 하긴 하겠지만, 시럽을 절인다면 촉촉함과 부드러움 또한 같이 챙길 수 있다. 그 위에 크림 치즈를 끼얹는다면...

메리의 마음에는 조금씩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거참 기대되는군요.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겠습니다."

"재료도, 방법도 간단하니까요."

다만 카렘은 아쉬웠다.

티라미수(Tiramisu)

이거 이렇게 하니까 완전 커피만 없지 티라미수잖아.

물론 오리지널 티라미수 제조 방식은 아니었다.

무슨 길쭉한 타원 과자를 깔고 에스프레소에 절이고.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오리지널 방식으로 티라미수를 만드는 요리사와 가게가 얼마나 된다고. 여기는 하물며 이세계이고 커피는커녕 비슷한 건 아직 본 적도 없었다.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나 비버 바닐라를 생각하면 비슷한 대용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쓸 수는 없겠고...

"단맛은 어떻게. 카라멜을 태워서 잡을까요?"

"태운 카라멜 말입니까?"

"네. 단맛과 느끼함을 잡기에는 쓴맛이 최고잖아요?"

"카라멜의 쓴맛이라.기 보다는 레몬의 속껍질은 어떻습니까?"

"그건 또 너무 쓸 거 같은데요."

두 종자는 빠르게 각자 아이디어를 내뱉으며 레시피를 구체화했다.

"안에 있는가?"

돌연 입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

카렘이 요전에 한 번 봤던 늙은 사제.

간이 신전의 로완이었다.

"아, 잘 왔습니다. 노인장. 안 그래도 방향제가 떨어져 가던 참인데."

"알라우네의 줄기와 이파리를 방향제로 쓰려는 놈들은 너희 덩어리들밖에 없을 거다. 열을 가하면 독성이 사라진다고 해도 이 맹독이었던 물건을 그렇게 막 그냥-"

"아, 시끄럽습니다. 노친네가 몇 달 전부터 알려준 부족 민간요법 쏠쏠하더이다. 이걸 곳곳에 두면 기름 찌든 내가 싹 빠진다는 말이지."

"뭐, 그렇기는 하지. 받아라."

못마땅하게 혀를 차던 로완이 로브를 열며 큰 자루 하나를 꺼냈다.

씁쓸함 없이 느껴지는 우아한 고소한 탄내.

폐부를 가득 메우는 은은하고 고혹적인 향기.

방금 주방에 들어왔을 때 맡았던 것보다 진한, 태울 듯이 볶은 콩 비슷한 내음.

"...역시 착각이 아니었어."

"음? 카렘 후배? 어딜-"

"크림 치즈 좀 미리 만들어놓고 있어요!"

"에, 뭐라고 하셨습니까?"

"버터를 섞어서 농도를 짙게!!!"

카렘은 테이블을 박차고 왔던 드넓은 주방을 질주했다.

청소한 물기가 아직 덜 말라 넘어질 뻔했지만,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커피.

전생의 그것과는 똑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와 비슷한 냄새!

괜찮아! 그 정도는 품종 차이로 넘어갈 수 있다.

물론 카렘은 품종을 따질 정도로 그닥 커피를 선호하지는 않았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딱 그 정도.

하지만 커피로 만든 다른 것은 말이 다르지...!

"잠깐만!"

미끌-

"그 주머니!"

카렘은 미끄러지려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무릎을 꿇고 슬라이딩하며 요리사와 로완의 앞에서 멈춰섰다.

"뭐? 이걸 말이오? 이거 방향제인데?"

"흠. 그쪽도 여기 별종처럼 방향제가 필요한가?"

"시끄럽소. 노인네. 뭐. 잔뜩 주문했으니까 상관은 없소만. 카렘 공도 기름 찌든 내는 어쩔 수 없나보오?"

카렘은 정색했다.

"아뇨. 먹을 건데요?"

요리사와 로완은 기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