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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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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는 어디까지나 면. 카테고리로는 주식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소비하는 빵, 밥과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제작 난이도 면에서 다른 주식들보다 나은 점도 있었다.

재료를 비율에 맞춰 반죽을 만드는 것까지는 간단하고, 이마저도 건조 파스타를 활용하면 현대의 산물 레토르트가 아닌 이상 빵, 밥보다 제조는 훨씬 간단하니까.

하지만, 건조가 아닌 생 파스타를 만들 때도 어려움은 있다.

반죽을 되도록 얇고 납작하게 밀어야 한다는 것.

힘이 부족하면 다 만들기도 전에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한 파스타 롤러라는 전문 도구가 따로 있을 정도.

물론 카렘에겐 파스타 롤러 같은 기물은 필요 없었다.

마도구든 수동장치든 공작성이니 없진 않을 것이다.

분명 여기저기 뒤지면 어디 있거나 없다면 만들 수도 있을 테지만, 그에겐 메리가 있었다.

그리고 메리는 힘이 세다.

애프터글로우 요새의 요리사들도 힘이 셌다.

"흐음! 생각보다 반죽이 단단한데. 대장. 이렇게 하는 게 정녕 맞는 거요?"

"그래. 그게 맞는데 대장이 아니라 총주방장이라고 부르라고 했을 텐데? 회전기를 돌리다 못해 뇌까지 돌아버린 거냐?"

"거 어차피 대가리에 있는데 뭔 차이가 있다고."

현재 주방의 유이한 파스타 제조 경험자 중 하나인 총주방장 보르고의 지휘 아래에 손이 비는 바이킹같은 요리사들 십 수명은 때아닌 반죽 밀기에 여념이 없었다.

롤러를 밀 때마다 요리사들의 이두근과 삼두근이 울룩불룩하며 핏줄이 올라왔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유경험자.

카렘은 연신 차돌박이를 썰며 그들을 보았다.

정확히는 수많은 파스타 예정 반죽들을.

"맛보기라고는 해도 양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음? 고작 이 정도가 말이오?"

"예? 이 정도라니요."

카렘은 요리사들의 앞. 진작에 칼질 되어 수북하게 쌓인 스파게티를 봤다.

삶아지기를 기다리는 그것들을 얼핏 칼국수 면발처럼 보였다.

"아무리 봐도 맛보기가 아니라 그냥 식사인데. 게다가 양도 지금 만들어지는 거 합치면 두 배 이상 아닙니까?"

"하하하, 이거 꼬마 요리사가 하나를 간과하고 계시군."

요리사들에게 이만하면 됐다는 듯 손뼉을 친 보르고는 피식거렸다.

"밀가루, 그것도 파스타가 얼마나 빨리 꺼지는데."

자고로 아이스랜드 사람에게 식사란 위장에 쿵 떨어질 만큼 묵직한 고기가 들어가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식사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요리사들은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때문에 요리 이전에 건강을 위해서도 포만감이 오래가는 기름진 요리는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파스타는 주식으로는 탈락이오."

"밀가루는 속에서 빨리 꺼지니까요?"

"알고 계시군? 빵도 금방 꺼지는 건 마찬가지긴 한데, 같은 밀가루일 텐데 이상하게 파스타가 더 빨리 꺼지는 느낌이란 말이지."

"틀린 말은 아니시긴 한데..."

밀기가 끝난 반죽이 잘릴수록 더욱더 수북하게 쌓여만 가는 스파게티의 언덕에 카렘은 아연실색했다.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저렇게 많이 들어간단...까지 생각한 카렘은 고개를 기울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흡입하는 알리시아.

끝없이 디저트와 우유를 들이켜는 메리.

그렇게 생각하니 누가 봐도 그 둘보다는 적게 먹을 것 같지는 않은 건장한 요리사들에겐 파스타 한 그릇은 전체조차 되지 못하는 입가심에 불과할 것처럼 보였다.

"제일 걱정인 것은 오히려 그쪽이오."

"얘? 저요?"

"그렇소."

보르고는 척하고 도마 주변을 휘저었다.

차돌을 써는 카렘의 오른편에는 각각 차돌박이와 양지머리 덩어리로 된 언덕과 산이, 반대편에는 그렇게 되기만을 기다리는 브리스킷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스튜에 넣을 브리스킷이면 저걸로 충분할 텐데?"

"어, 혹시 제가 말 안 했나요?"

대답은 없었지만 보르고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카렘은 아차 싶었다.

진짜로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을 안 했나 본데?

"보세요. 그 질긴 브리스킷도 얇게 써니까 먹을 만했죠?"

"확실히 머리가 트이는 기분이었소. 얇게 썰면 오래 끓일 필요가 없지. 질겨도 얇으니까 먹기 쉽지."

"그걸 구우면 또 어떻겠습니까?"

보르고는 그 말에 우뚝 굳었다.

두꺼운 눈썹이 갈고리처럼 휘었다.

"저걸."

새하얀 설원 위를 가로지르는 붉은 강줄기.

그 강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철판 위에 올라가면?

"굽는다-라."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고기는 구우면 수축하고, 기름을 뱉어낸다.

이에 따라 지금에서 2/3 크기로 줄어 들것이다.

뱉어낸 기름에 고기는 튀겨지듯이 구워지겠지.

그렇지만, 보르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맛을 연상하기가 손에 잡힐 듯 말 듯 가물가물했다.

아무렴 먹을 게 많은데 씹히지 않는 고기를 먹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 이유가 생겼다.

"그렇다면 카렘 공. 뭐하러 일하고 계시는 거요?"

"예? 그건 또 무슨 황당한-"

"허, 이거 어린 나이에 너무 위상이 높아지셔서 그러신가? 어이!"

카렘이 뭐라 반박하기도 전에 보르고는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고블린은 맨손으로 패 죽일 것 같은 요리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자 보르고는 그들 중 몇몇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너, 너, 너, 그리고 너. 스파게티는 다 잘랐겠지? 이쪽으로 와라."

"대장. 뭐, 또 시킬 일이 있나 봅니다?"

"그래. 여기 브리스킷을 여기 카렘 공이 한 것처럼 손질해라."

"....이걸 전부?"

문자 의미 그대로 테이블 위 한쪽 벽을 통째로 가리는 수십 장의 브리스킷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양피지만큼이나 얇은 차돌박이 한 장.

네 요리사는 차돌박이가 뚫어지도록 내려다봤다.

저 많은걸? 전부 저렇게 얇게 썰어야 한다고? 아니, 못할 건 없긴 한데, 진짜? 그제야 요리사들은 왜 그들의 대장이 그들을 불렀는지 눈치챘다.

주방에서 총주방장 본인을 제외하고 칼을 제일 잘 다뤘으니까.

카렘은 보르고를 따라 연장(?)을 챙기며 소리 없이 머리를 쥐어뜯는 그들을 보며 떨떠름하게 보르고의 뒤를 따라갔다.

"저 한 장만 남겨두고 저...분들을 저렇게 내버려 둬도 되나요?"

"식칼이 아니라 도끼를 들어야 할 것 같지만, 부하 중 저놈들보다 칼을 잘 다루는 놈들은 없소. 믿어보시오."

"아니."

무슨 말 하는 투가 조직의 칼잡이를 부리는 것 같은데.

허나 보르고의 말은 빈말이 아닌 듯 투덜거리던 요리사들은 처음일 텐데 카렘보다 훨씬 빠르고 능숙하게 브리스킷을 손질했다. 게다가 얇기도 더 얇았다.

...뭐, 메리를 부려먹는 거랑 크게 차이는 없나?

"카렘 공은 부담가지실 필요 없소. 그것보다는...음. 아니 잠깐...흠..."

주철 펜을 들고 주방 중앙의 화로로 돌아온 보르고는 눈살과 입술을 한 점으로 오므렸다.

"뭐, 적당히 백 브리스킷(Back brisket)이라고 부르면 되겠지."

"...그러면 저기 남은 저 덩어리는 프런트 브리스킷(Front brisket)이고요?"

"그 편이 부르기도 간단하니 말이오."

한순간에 두 부위의 이름을 로컬라이징한 보르고가 화로의 석쇠 위에 주철 팬을 놓자마자 카렘은 그 앞에 슬쩍 끼어들었다.

"이건 제가 구울게요."

언급한 사람이니 굽는 방법도 알겠다는 생각에 보르고는 미련 없이 화로 앞에서 물러났다.

더 망설일 것은 없다. 화로에 놓여있던 스테이크 포크를 집어 도마의 차돌박이 한 장의 끄트머리를 찍었다.

"응? 너무 적은 거 아니오?"

"일단 한 점. 맛을 먼저 보는 거로."

"흐음."

치이이이익-

팬에 닿자마자 하얀 김이 격렬하게 솟아 올랐다.

그리고 눈을 깜빡일 때마다 설원같이 새하얀 차돌박이는 기름을 뱉어내며 뜨거운 무쇠 팬을 코팅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연달아 차돌박이를 한 장.

이번엔 자기 몫을 놓은 카렘은 눈 깜빡하는 사이에 분홍빛으로 물든 첫 번째 차돌박이를 찍어 뒤집었다.

"호오."

송충이같은 눈썹 아래로 보르고의 눈이 반짝였다.

미리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얇은 주제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훌륭했다.

차돌박이는 스스로 뱉어낸 기름에 튀겨지듯이 구워졌다.

처음이지만 보르고는 짧은 시간에 완벽히 구워졌다는 것도 알았다.

은은하게 서린 분홍기가 서린 회색 표면 위로 진갈색 크러스트가 곳곳에 섞인 차돌박이는 미디엄 스테이크의 부드러운 속과 바삭한 겉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보르고가 조금 더 감상하려 하기 무섭게 카렘은 소금을 가볍게 뿌렸다.

소금은 뜨거운 기름에 살결 틈으로 순식간에 녹아 들었다.

카렘은 어느새 뒤에서 가져온 포크로 차돌박이를 찍어 보르고에게 내밀었다.

화로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기름이 차돌박이의 표면을 타고 끄트머리에서 봄에 녹는 고드름처럼 톡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만하면 충분하겠네요."

보르고는 말없이 카렘이 내민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입으로 가져갔다.

급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수염에 기름이 다 묻었다.

하지만 보르고는 그걸 닦을 새가 없었다.

보르고의 정신은 혀에서 느껴지는 온갖 자극에 집중했다.

육수를 낼 만큼 기름지고 진한 브리스킷의 강렬한 맛이 온전하게 보르고의 혀 위에서 느껴졌다.

작은 조각인데도 닿자마자 혀 전체로 퍼지는 고소하고 중독적인 맛은 그동안 박대받은 역사의 울분을 풀겠다는 듯이 강렬하게 두드렸다.

그리고 코를 가득 메우는 등심에 비견되는 육향에 보르고의 이빨은 먹잇감을 문 늑대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질기지만, 부드럽고 바삭했다.

상반되다 못해 공존할 수 없는 세 가지 감각이 이빨 위에서 자신들을 제각기 다르게 강조했다.

얇게 저미고 빠르게 구운 덕분에 차돌박이의 살결은 이빨이 맞물리자마자 가을의 낙엽처럼 찢어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남은 질긴 살결은 질기지만 얇은 덕분에 도리어 씹는 맛이 이빨을 자극하면, 드러나는 새로운 질감

바삭, 지익. 아그작, 바작.

기름에 튀겨진 얇은 살결이 바삭거리면서 이빨을 통해 귓가를 어렴풋이 바작거렸다.

살결에 붙은 소의 지방은 거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랑한 감각과 고기의 조화.

보르고는 왜 세오폰 사람이 그렇게 고기구이에 목을 매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입안엔 진한 여운만 남았다.

"허, 허허. 브리스킷의, 그것도 가장 질긴 부분이 고작, 아니. 얇게 했다고 이런? 하!"

보르고는 허탈한 나머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 기쁨과 감탄이 섞인 웃음이었다.

이를 느끼는 건 카렘 또한 마찬가지.

진한 여운과 기쁨을 담아 감탄했다.

"...크으으으."

비록 된장찌개는 실패했지만, 하나는 건진 기쁨.

전생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맛.

아니, 오히려 어느 부분에서는 전생에서 먹던 그 맛보다 더 뛰어난 부분이 있었다.

진한 육향과 고소함.

얇은데도 육즙이 풍부하고, 씹을 때 느껴지는 맛이 더 강렬했다.

그리고 질리지 않는 깔끔하고 진한 소기름의 풍미

그렇지만 역시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한우와 비교하면 기름기가 적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비록 추운 곳이라 지방이 토실토실하게 올랐다고 해도 사람 먹는 곡물을 먹이고 의도적으로 살을 찌게 키우는 소보다 어떻게 지방이 많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또 다른 단점은....

"하, 다 좋은데. 너무 얇고 적어서 감질나는군."

"해결법은 간단하죠. 왕창 구워서 한꺼번에 집어 먹죠?"

"말해 뭐하겠소!"

금방 해결할 수 있다.

자료첨부

-차돌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