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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이번 가을은 카렘이 아이스랜드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가을.

그리고 작년에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혹독했다.

아직 초가을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행렬이 북쪽으로 나아가고 가도가 끊겨 흙길이 드러날 무렵.

하드리아누스 변경백령이 자리한 하이랜드 지방에 진입하자 기온이 확확 떨어지는 게 몸으로 체감되다 못해 하늘에서 눈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카렘은 챙겨놨던 가을옷을 꺼내 입었다.

콜던에선 이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 냉기가 비집고 들어왔다.

"추우면 더 껴입지 그러냐."

"하, 씨. 겨울옷은 짐 속에 있습니다. 설마 벌써 겨울인 건 아니죠?"

"아직 가을이다. 아이스랜드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추워진다지. 여긴 워낙 추워서 여름에도 물이 얼어붙는 날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나저나 보온 기능이 있을 텐데..."

캐서린은 마차 내부를 이리저리 살폈다.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우웅-

"여기 있었군."

공명음이 들려오는 것도 잠시.

카드 뒤집듯 마차 내부가 순식간에 훈훈해졌다.

"....하? 아니, 후우우."

비로소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생겼다.

그나저나 아까 그 말은...

여기서 위로 올라가면 더 춥다는 사실인가?

"그럼 여긴 가을부터 눈이 온다는 건가요?"

"가을이 뭐냐. 하드리아누스 변경백령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여름에도 자주 내린다."

캐서린은 약간 질린 기색으로 마차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칼바람과 함께 함박눈이 마차 안으로 휘몰아쳤다.

"라고 들었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눈이 올 줄은."

"히에에에엑! 냉기 들어와요! 창문! 창문!"

"어이쿠. 내가 추위를 안 타다 보니."

"연약하기 그지없는 전속 요리사를 생각해주세요!"

솔직히 카렘은 추위와 더위에 나름 자신 있었다.

그야 전생에 어지간히 박살 난 기후로 연교차가 50도 이상 차이 나며 거기서 더 극단적으로 변하는 곳에서 살았는데.

하지만 전생의 기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질 정도로 이북의 가을은 콜던에서의 겨울보다 더했다.

심지어 아직 겨울은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계약자. 내부가 식고 있습니다."

훌쩍. 이상할 정도로 윈터홈에서와 복장이 차이가 없는 메리가 코를 훌쩍였다.

"추워하는 사람도 있으니 얼른 창문을 닫아주십시오."

"그쪽은 창문이 문제가 아니라 옷을 껴입어야겠는데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건조해서 그런 겁니다."

"아니, 안 추워요?"

"집요정이란 어떤 환경과 조건이라도 계약자를 충실하게 보필해야 하며 그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 뭐, 마도구?"

딸칵-

캐서린이 창문을 닫으며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법이다. 마법."

"그냥 마법이 아닙니다. 폭우, 폭풍, 폭설, 한파 그 어떤 환경에서도 계약자를 수행하기 위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집요정의 마법입니다."

"그 많은 효과를 집요정 마법 하나로 퉁친다는게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집요정의 마법은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메리는 이것에 나름의 자부심이 있는지 콧대를 높였다. 그 모습에 캐서린은 입술을 우물거렸다.

"마음으로 느끼는 겁니다."

"신화시대의 선현들도 집요정의 마법을 이해하는 건 포기했지."

"어, 그때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는데. 그 정도입니까?"

"어디 보자."

고개를 까딱이며 턱을 쓰다듬으며 잠깐 고민하던 캐서린은 손가락을 튕겼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 세상에 밝혀졌고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마법과 마도구 및 재료는 사용에 따라 마법을 무효화할 뿐만 아니라 마력 자체를 차단하는 것들이 있지."

"오, 들어본 적이 없네요."

"넌 일반인이니까 당연히 본 적이 없겠지."

"그것도 그렇네요."

"아무튼."

흠흠 목을 가다듬은 캐서린은 설명을 이었다.

"결계, 포션, 저주, 외과적 시술 혹은 단순한 마도구를 통해 손짓 한번으로 군대를 멈추는 소드마스터와 현자를 무력화할 수 있다."

"어, 그게 가능하다고요?"

"물론 어마어마한 준비를 갖추고 무지막지한 피해를 감수해야겠지."

소드마스터는 단신으로 군대를 저지하는 전략 병기이고 현자급 대마법사는 준비만 충분하다면 무려 강력한 몬스터의 브레스를 정면에서 저지하고 맞받아칠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를 구속하는데 피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극히 일부 그런 환경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들이 있지."

캐서린은 검지를 휙 움직여 옆에 앉은 메리를 가리켰다.

"여기 이 집요정이 대표적인 그 예시다."

"어, 메리가요?"

"그래."

카렘은 제법 놀랐다는 눈빛으로 메리를 쳐다봤다.

하긴, 생각해보면 당장 마법사의 탑의 그 어마어마한 일거리를 메리는 오로지 혼자서 모두 다 해치우고 있었다.

아니, 그 이전에 난데없이 뿅뿅 사라지고 나타나는 텔레포트 마법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후후후. 카렘 후배. 제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입니다."

"아니 그거야 맨날 보는 뿅뿅만 봐도 알겠는데요."

"네, 에? 뿅뿅?"

"왜, 그 있잖아요. 텔레포트."

"일반적인 마법사는 시도조차 못 하는 텔레포트를 뿅뿅?"

"아니, 뭐. 맨날 눈앞에서 뿅하고 사라지고 뿅하고 나타나는데 뿅뿅이지 뭡니까. 게다가 마법사의 탑 밖에서는 하지도 못하는 거 아닙니까?"

"하! 성급한 일반화로군요. 쓸 수 있습니다!"

"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박. 카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말에 캐서린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래. 쓸 수 있지."

"어, 진짜로요?"

"물론 계약자를 수행하고, 보호하는 것에 한해서 말이다. 그것도 어느정도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기 아닙니까."

"일단 뿅뿅과 저런 복장도 집요정 마법의 일환이다."

순간 카렘은 종족과 재능의 불공평함에 치를 떨었다.

캐서린은 피식 웃다가 고개를 까딱 기울였다.

"그래서, 이젠 좀 괜찮으냐?

"네. 후우. 좀 살 것 같네요. 솔직히 더운 것보단 추운 게 더 좋긴 한데. 이건 좀 너무 심합니다."

"그나저나 이상한데."

캐서린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생각해보니 더 이상해."

"듣는 사람 기분 이상해지게 계속 이상하다고 하시면-"

"아니, 그 성물을 들고 있는데도 춥다는 게 이상하다는 거다. 저번엔 그걸로 냉기를 막지 않았던가?"

"아."

그 말에 카렘은 무심코 가슴팍을 내려다봤다.

툭 튀어나온 빵빵한 털옷 밖에 안 보였지만, 그 안쪽에는 동그란 성물의 감촉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렇죠. 로빈 공자님 때문에 다 얼어붙었을 때 저는 멀쩡했는데. 지금은 또 다르네요? 자연 현상은 방지 못 하는 걸까요?"

"흐음, 나중에 한 번 시험해봐야겠구나."

"음, 그냥 모르는 채로 있겠습니다."

"응? 대체 왜?"

"있겠습니다!"

캐서린은 어리둥절했지만, 카렘은 단호했다.

시험해본다고는 했지만, 어떻게 진행될지는 뻔하니까.

저번처럼 허수아비처럼 척 서서 멍이나 때려야 하겠지.

아니, 오히려 이건 마도구가 아니라 성물이라 단순 마력을 쏘아 보내는 게 아니라 진짜로 냅다 마법을 갈길 지도 몰랐다. 아니, 갈길 것이다.

캐서린이라면 분명 그럴 거라고 카렘은 확신했다.

그다음엔 어디까지 방어하는지 보자며 점점 그 강도를 높여가겠지.

"뭐, 너무 더우면 말해라. 보온 마법 대신에 방한 포션도 있으니."

"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있었죠. 무슨 맛인가요?"

"기본적인 맛은 네가 선보였던 핫소스랑 크게-"

덜컹! 히히힝! 꾸우우우욱!!!

돌연 마차가 정지했다.

"우엇!"

"엇차. 조심하십시오."

"넘어질 뻔했네."

툭! 메리는 손을 뻗어 급정차에 엎어질 뻔한 카렘을 받쳤다.

카렘이 메리에게 눈인사하는 사이, 벽면을 붙잡고 지탱한 캐서린이 신경질적으로 마차 벽을 두드렸다.

"용병놈! 운전 똑바로 안 하냐!"

"마법사님! 나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뭐?"

"아니, 진짜로."

마부석의 옆에 앉아 호위하고 있을 고든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어리둥절한 채 마차의 문을 열자 세찬 냉기가 느껴졌다.

흐릿한 하늘 아래로 눈이 조금씩 쌓이는 두 비탈의 사이.

갑자기 불어닥친 세찬 바람에 눈살을 찌푸린 카렘은 바람이 잦아들고 시선을 돌렸다.

일행은 포위당했다.

냉기를 막기 위해 털가죽을 잔뜩 둘러 입고 창, 녹슨 칼, 몽둥이 등등 온갖 무기로 무장하고 마차를 향해 활을 겨눈.

"와, 도적이다!"

"아이스랜드도 사람 사는 동네인데. 당연히 도적이 있겠지."

"전 도적을 처음 봅니다."

"뭐? 도적을 처음 본다고? 대체 어느 깡촌. 아아."

캐서린은 알만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향이 도적은커녕 몬스터도 보기 힘든 깡촌이라고 했지. 비록 마지막엔 습격당하기는 했지만.

그러는 사이 비탈의 바위틈과 자갈, 눈밭 밑에서 속속히 더 많은 도적이 모습을 드러내 포위에 합류하고 있었다.

그리고 행렬의 정면.

짝짝짝짝!

허름하지만, 날이 선 늑대 머리 투구를 뒤집어쓴 도적이 나와 가볍게 손뼉을 치고는 양팔을 넓게 벌리며 비아냥거렸다.

"하이랜드를 여행하는 고귀하신 아이스랜드의 귀족 여러분! 추운 날씨에 노고들이 많으십니다. 저는 이 거지들을 이끄는 램버트라고 합니다."

그대로 한쪽 팔을 접고 광대처럼 익살맞게 허리를 숙였다가 일어났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불쌍한 빈민들에게 얌전히 통행료를 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면 얌전하게 보내드리도록 하지요."

물론 이건 거짓말.

도적단의 두목. 램버트는 마음에도 없는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였다.

목표 대상은 중무장한 호위병과 마법사인 듯 지팡이를 든 소녀와 기사가 하나.

마차와 수레를 끄는 스노우러너와 말.

그 외엔 시종과 하녀가 전부.

하나같이 비싸 보이는 마차와 고급스러운 복식.

추정하건대 그들이 귀하신 분들인 것은 뻔했다.

그리고 귀하신 분들은 언제나 돈이 되는 법.

물론 얼마 전이었더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귀족을 건드는 미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램버트의 뒤에 서 있던 그의 부하가 슬쩍 속삭였다.

"두목.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을까?"

"입 닥쳐. 방심시키는 중이잖아."

"아니, 그래도 너무 태연해 보이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귀족님과 따까리들이신 거겠지. 게다가 우리 숫자를 생각해봐."

얼마 전에 도적단의 수는 백을 넘겼다.

'모름지기 남자라면 야망을 품어야 하는 법!'

무기를 쥐고 휘두를 수 있는 건장한 사내가 백 이상이면 기사가 군림하는 장원이나 작은 영지라면 휩쓸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이다.

게다가 탈영병에 전직 모험가에 용병 출신도 끼어있던 터라 토벌대가 작정하고 오는 게 아닌 이상 무서울 건 없었다.

하지만, 일단 이만한 수의 병력이 모였으니 여러모로 연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때마침 그들 앞에 연습 삼아 해치우기 딱 좋은 대상들이 있었다.

시간은 충분히 끌었다.

램버트가 고개를 들어 마차 행렬이 완전히 포위당한 것을 확인했다.

"끕. 끄으으..."

"꼬마. 웃어도 된다."

"켁, 콜록! 하하하하하하하하!"

으응? 램버트는 당황했다.

난데없이 웃음을? 두려워서 실성했나?

푸,푸흐흐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그들은 실성한 게 아니었다.

카렘을 시작으로 고든과 캐서린을 따라서 온 마법사들과 시종과 하녀, 마부에 호위병들까지 모두 웃음을 참거나 터트리고, 찢어질 것 같은 자기 배를 붙잡거나 마차 벽에 매달려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캐서린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만 웃고 정신 차려라."

"하하아. 제발! 마법사님. 웃겨 죽겠는데. 잠깐, 숨, 숨. 후우."

"시간은 얼마나 필요하지?"

"시간 말입니까?"

하아. 간신히 숨을 고른 고든은 위장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배를 쓰다듬고 다른 손을 폼멜에 얹어 두드리며 잠시 입을 우물거렸다.

"뭐,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고든. 화살은 어쩌죠?"

"뭐 화살?"

고든은 푸하고 가볍게 숨을 뱉었다.

"야. 네 고용주가 누구신데 화살 걱정을 하는 거야?"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뭐, 안에 들어가서 낮잠이라도 자던가."

고든은 뒤를 향해 대충 손을 흔들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소드마스터가 칼을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