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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끼익- 끼익-

레베리오와 지우스는 낡은 엘리베이터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야. 네가 여기는 일직선으로 된 통로이고 앞에 함정이나 장애물 같은 건 없다고 했잖아. 네가 그린 지도를 봐. 아무리봐도 뻥뻥 뚫려 있는데, 씨발, 이건 도대체 뭐냐…?"

지우스는 불쾌함을 드러냈다.

레베리오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따라온 사람으로선 짜증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리라.

"이럴 리가 없는데…."

레베리오는 억울했다.

그도 그럴게 탐지 마법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가 알고 있었음에도.

눈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마치 벽처럼 통로를 가로막고 있던 것이다.

그는 다시 한 번 마법 탐지를 시도하지만 결과는 아까와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장애물이야….'

탐지 마법에서는 분명 아무 것도 없는 공간처럼 보이는데 육안으로는 이렇게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씨발, 이럴 리가 없다고 말하지 말고, 무슨 변명이라도 해보라고."

"아이, 왜 이렇게 화를 내?"

"지금 화를 안 내게 생겼냐? 이제 밖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레베리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지우스를 달랬다.

"지우스 내가 말했잖아. 여기는 그냥 신생 던전일 뿐이야. 조금만 진정해봐. 어떤 신기한 재주를 부리든 태어난지 고작 반 년 밖에 안 된 던전 마스터라니까!? 헤이! 프렌드! 컴다운! 오케이!? 어차피 우리가 이기게 되어 있어. 던전 마스터는 우리 엘프, 아니 인간의 입장으로 비유하자면 갓난 아이일 뿐이야."

효과는 꽤 괜찮았다.

지우스는 이내 혀를 차며 엘리베이터를 노려보았으니까.

"저게 지금 통로를 막고 있는 거지?"

"일단은 그렇지."

그는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았다.

다른 엘프보다 우월한 신체능력과 전투센스를 보유한 지우스는.

저것을 충분히 베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흉악한 트롤마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으니.

바위마저 가를 수 있는 검격이 엘리베이터에게 쏟아졌다.

캉! 캉! 캉!

하지만.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단하네, 인챈트."

"오케이."

레베리오의 조력을 받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

엘리베이터는 파괴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 범위 내에서는 말이야.

"마법 함정은 아니라고 했지?"

"응. 마나 자체가 아예 느껴지지 않아."

"골치가 아프네. 하아."

"저번에 여자를 강간했는데 사우스 왕국의 귀족 영애였을 때보다?"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미안미안."

두 낙인 엘프는 팔짱을 꼈다.

레베리오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다른 길은 없었어. 애초에 여기는 일직선인 통로니까… 명백하게 이쪽이 통로란 말이지. 기본적으로 던전의 벽은 부술 수 없어. 하지만, 던전의 벽으로 던전의 통로를 막는다는 기상천외한 방식은 들어본 적도 없고, 역사서에 기록되지도 않았어. 그렇다면, 저 장치 자체가 던전 마스터가 마련한 함정이란 이야기인데."

물리적으로 닿을 수 있는 존재이지만.

인챈트 된 지우스의 검으로도 부술 수가 없다.

애초에 지우스는 그렇게 약한 검사가 아니다.

저게 무슨 그 유명한 오토마타 던전의 주인처럼 스타메탈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닐 터이고.

그렇게 레베리오가 고민하는 사이.

지우스는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로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버튼이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들어가지마.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사하니까 괜찮잖아."

레베리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들어가도….

『문이 닫힙니다.』

쾅!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레베리오는 눈을 깜빡였다.

"어이, 지우스! 지우스! 괜찮냐!?"

쾅쾅쾅쾅!!

레베리오는 닫힌 문을 언신 두들겼지만.

지우스의 말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씨발!"

지우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탐지 마법을 사용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낼 수는 없었다.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

갑작스럽게 공간 전이라도 일어난 걸까?

"아니야."

전이를 일으킨 게 탈출 스크롤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던전 어딘가에서는 지우스의 마나를 발견해야 했다.

지우스는 사라졌다.

마치, 저 기괴한 엘리베이터와 한 몸이 된 것처럼 말이다.

.

.

.

.

.

잠시 후.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레베리오는 자리에서 그만 주저 앉고 말았다.

"허, 허억…."

엘리베이터에서 흐르는 피가 복도를 잠식시킨다.

그 중심에는 지우스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온 몸에 있는 체액이 다 빨린 사람처럼.

미라처럼 거무튀튀하고 말라비틀어진 모습이었다.

눈 앞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괴현상.

끼익, 끼익.

낡은 엘리베이터가 불쾌한 소리를 냈다.


레베리오는 물을 들이켰다.

머리를 차갑게 식히기 위해서였다.

"씨발, 씨발…."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지우스가 그냥 눈 앞에서 죽은 거라면 몰라도.

저 정체 모를 기계장치에 끌려간 후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시체로 제 앞에 나타났으니.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걸 두려워한다.

낙인 엘프인 레베리오도 마찬가지였다.

눈 앞에서 일어난 현상을 감히 어떤 걸로 규명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마법적 지식을 더 쌓고 온다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마법이 아니라면 불가능한데.

현장에 있는 자신의 감과 지식은 이 현상이 마법 따위가 아니라고 격렬하게 주장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은 열려 있었다.

내부는 깔끔했는데 중간에 죽지 않는 슬라임이 나타나 지우스와 혈액들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유유히 떠났기 때문이다.

레베리오의 발 아래에는 쪽지가 놓여져 있었다.

슬라임이 남기고 간 쪽지인데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봐 아직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레베리오는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집고 그것을 펼쳤다.

-ㅋㅋ

레베리오는.

이빨을 꽈득 깨물었다.

"야이 던전 마스터 개새끼야!"

자신은 이 던전의 주인에게.

완전히 농락당하고 있다.

두려워하고 벌벌 떨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녀석은 분명 비웃고 있었으리라.

그것이 레베리오를 날카롭게 긁었다.

"개좆같은 새끼야! 씨발 새끼야! 지금 당장 내 앞으로 튀어나와!"

감히 나에게 이런 모욕을 줘?

이런 음침한 장소의 주인다웠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기분을 더럽게 할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내 앞에서는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주제에! 이딴 음침하고 수상한 함정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주제에, 씨발!"

레베리오는 분노를 쏟았다.

속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토해내자.

그제서야 떨림이 멎었다.

"기필코 죽여주마!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주마! 네가 소중히 여기는 마석도 가져가주지!"

레베리오는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자신은 생명의 숲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 재능을 가진 자다.

비록 지금은 범죄자지만 장차 암흑가의 대부가 되어 이름을 떨칠 레베리오가 이딴 음침한 장소에서 죽을 수는 없지 않는가?

반드시 던전 마스터를 죽이고 마석을 탈취하겠다.

그는 그리 각오했다.

『문이 닫힙니다.』

쾅!

.

.

.

레베리오는 닫힌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각했다.

엘리베이터에는 버튼이 있다.

열림과 닫힘, 그리고, 일부터 열까지 존재하는 숫자 버튼.

"후우…."

지우스는 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죽었다.

"그 새끼는 조심성이 없으니까, 딱봐도 아무거나 누르다가 죽었겠지."

열림 버튼을 누르자 작동이 안 됐다.

닫힘은 의미가 없고, 남은 건 숫자 버튼.

엘리베이터 전광판에는 1이라는 숫자가 표시됐다.

지금 있는 장소가 1이라는 이야기인가.

"숨겨져 있는 버튼은 없는 모양이고… 주어진 조건 내에서 해결한다면 이 버튼이 수수께끼의 열쇠인 모양인데."

일단 순서대로 눌러보도록 하자.

현재로서는 단서가 너무 적다.

레베리오는 언제든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긴장한 상태로 버튼 2를 눌렀다.

덜컥, 쿠웅-

엘리베이터가 잠시 흔들렸다.

부우웅-

그 순간 위로 올라가는 듯한 부유감이 들었다.

레베리오는 눈을 깜빡였다.

탐지 마법을 사용한 결과 이 던전은 그렇게 높지 않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분명 올라가고 있었다.

이는 착각이 아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2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눈 앞에는 어두컴컴한 복도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조명이 꺼진 통로의 모습과 흡사했다.

레베리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문이 닫힙니다.』

쾅!

레베리오는 그 순간.

무언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아."

이런 멍청한 새끼!

레베리오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했다.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하느라 너무 긴장했다.

그는 서둘러서 탐지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타다다다다다다다다─!

그 순간 무시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명을 비추자 레베리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고.

바지에서는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저게 도대체 뭘까?

레베리오에겐 후회도, 호기심도, 심지어 투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저 눈 앞에서 이족 보행을 하며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저것이.

너무나도 공포스러워 다른 생각을 전혀할 수가 없었으니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

스윽.

그것은 시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다가갔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내려갑니다.』

.

.

.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에는.

말라비틀어진 시체만이 존재했다.


오렌지★ : 진짜 뉴비 던전 존나 악랄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마법히어로 : 저저저저 주딱님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 처음봐요...

ㄴ던전마스터는실망했다 : 그럴만도 한 게 이제까지 쌓아온 검술이든 마법이든 존나 소용이 없잖아 ㅋㅋㅋㅋ

ㄴ나는광대야 : 엘프든 고블린이든 트롤이든 모두가 평등할 수 있는 던전... 이게 진짜 드림랜드지 ㅇㅇ

콩콩 : 왜 갑자기 풀발이죠?

ㄴDIP : 지가 지 친구랑 멋대로 들어와놓고 개지랄이네

ㄴ소대가리 : 님 왜 이렇게 오랜만임?

ㄴ콩콩 : 축복자한테 찍혀서 막느라 바빴어요...

나만부하없어 : 이래서 낙인 엘프 새끼들은 안 돼.

나만부하없어 : 방금 전에 대화 꼬라지도 그렇고 참 저급하다.

ㄴ킹짱악령 : 뉴비야 잘했다이 에라이 잘 뒤졌다 쓰레기 새끼들... 카악 퉤!

ㄴ3M햄스터 : 속이 뻥!!! 괴현상은 진짜 살엘이다 ㅇㅇ...

ㄴ티비대가리 : 그냥 참교육 ㅆㅅㅌㅊ예요.

개미여왕 : (뉴비님을 따먹으며) 솔직히 쟤들은 죽어야해요 제가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면 저 새끼들부터 죽였음 ㅇㅇ...

ㄴ고래고래그래 : 인정. 근데 이 새끼 괄호 뭔가 이상한데요?

ㄴ골렘왕 : 지들 분수는 잘 알아서 우리 던전에 안 들어오는 게 참 아쉽단 말이야.

정신병원수석환자 :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님 ㅇㅇ

정신병원수석환자 : 지성체를 상대로도 뉴비 던전이 빡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ㄴ익명의도살자 : 솔직히 조금 긴장됐는데,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네.

.

.

.

【웨이브 방어에 성공합니다.】

【난이도에 따라서 보상을 정산합니다.】

-…….

나는 감시카메라로 싸늘해진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고인물들이 특히 극혐하는 낙인 엘프.

조만간 말랑이가 먹어치워 사라질 녀석.

말랑이를 시켜 싸구려 도발로 속을 긁으니.

너무나도 쉽게 이성을 잃었다.

뭐, 어차피 살려둘 생각은 없었지만.

기왕이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데이터는 모으면 모을수록 좋았으니까.

"싸이코패스 엘프라."

물론.

본격적인 침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딸랑 두 명에서 왔잖아.

아마도 호기심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입구에서 죽은 걸 보고 방심하면 안 되겠지.

씹간사랑개 : 뉴 비 얌!

ㄴ뉴비 : 응

ㄴ씹간사랑개 : 혹시 화났어 ㅠㅠ?

ㄴ뉴비 : 딱히 화나지는 않았는데...

ㄴ씹간사랑개 : (본인 뉴비 심리학, 뉴비 존재학 박사)

ㄴ뉴비 : ㅋㅋㅋㅋㅋㅋ...

"……."

하여간 들어올 거면 빨리 들어와라.

아직 진짜 괴현상은 시작도 안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