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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5 KiB

  1. 간혹 엘리베이터에 벌레처럼 생긴 사람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무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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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사 4일차

율리우스의 탐사대는 드림랜드에 입장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나흘째가 되는 날이었다.

티르의 탐사대보다 인선도 훌륭했고.

율리우스 자체의 리더쉽도 뛰어나, 탐색은 분명 수월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끼익, 끼익.

그들 또한 레베리오와 지우스, 티르의 탐험대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로막혔다.

"……."

12명이서 던전에 들어왔지만.

남은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 겨우 4명.

엘리베이터 앞에는 말라비틀어진 시체들과 육편들이 가득 쌓여 있다.

호기롭게 나아가려고 했던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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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일행들의 죽음을 통해 알아낸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기계장치에 두 명 이상 탑승할 경우, 안에서 죽는다.

  2. 기계장치의 숫자 버튼을 누르면 부유감과 함께 층이 바뀐다.

  3. 최대 세 번까지 층을 바꿀 수 있으며 이후 1층으로 복귀하고 문이 열린다.

  4. 1층부터 10층까지 전부 조명이 없는 어두운 복도다. (우리가 지금 있는 복도도 1층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1층을 누르면 어두운 복도로 향한다.)

  5. 조명이 없는 복도는 기계장치와 마찬가지로 마법으로 탐지할 수 없는 영역이다.

  6. 만약 조명이 없는 복도가 보임에도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간다면 체액이 빨려서 죽는다.

  7. 가끔씩 층을 이동하면 엘리베이터에 벌레 인간이 탑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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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로 신생 던전인가….'

율리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던전이라는 건 하수인을 죽이고 함정들을 때려부수면서 나아가는 게 아니었나?

눈 앞에 펼쳐진 장소는 그의 상식을 부정하는 곳이었다.

도대체 이 해괴한 던전은 뭘까.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저 함정은 공간이동 장치로 추정되는데.

특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침입자들을 바로 살해시키는 흉악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박살나지도 않고.

끼익끼익 불길한 소리를 뱉고 자빠졌으니.

'티르가 실패한 이유가 있었어.'

이 드림랜드는.

낙인 엘프들의 마법과 체술이 아예 의미가 없는 곳이었다.

"엙."

저 너머에서 가만히 우리들을 구경하고 있는 슬라임처럼.

통로를 막고 있는 기계장치는 파괴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는 앞선 두 탐사에서 던전 마스터의 손실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마치 까마득한 높이의 산을 올려다보는 것만 같다.

낙인 엘프의 수는 많지 않다.

레베리오와 지우스, 티르의 탐사대.

그리고 지금 자신과 함께 던전에 들어온 낙인 엘프.

벌써 22명이나 죽었다.

던전에 입장한 건 낙인 엘프들 중에서도 실력 있는 자들이었으니.

물론, 마석을 얻는다는 가정하에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희생이지만.

아직도 입구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꼴이었으니, 손실이 굉장히 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알 수 없는 규칙을 지킨다는 가정하에 일행들은 죽지 않는다는 것.

기괴한 현상이지만.

적어도 깜깜한 복도에 있는 괴물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 일행들을 몰살시키지는 않았다.

'목숨을 건 퍼즐 풀이인가.'

아예 답이 없다면 깔끔하게 손을 털겠지만.

글쎄다.

분명 출구는 존재했다.

'다음 입장에는 노예들을 데리고 와야겠어.'

낙인 엘프들의 전투력이 쓸모가 없다는 건.

다른 말로는 전투를 할 수 없는 녀석 또한 이 던전에서는 장기말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노예를 이용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솔도 낙인 엘프들보다 훨씬 쉬운 편이고, 시간이 좀 걸리지만 보급하기도 편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칼날을 자신한테 들이민다고 하더라도 쉽게 제압할 수 있기도 하고.

'일단은.'

미래의 일은 나중에.

어디까지나 베스트는 이번 탐사에서 최대한 정보를 많이 얻는 것.

율리우스는 사기가 꺾인 낙인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아으으어…."

"속이 안 좋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입구에서 나아갈 수 있는 거지. 조명이 없는 복도로 나가면 안 되는데 어떤 버튼을 눌러도 조명이 없는 복도만 보일 뿐이고… 도무지 감이 안 잡혀."

"우리가 어떻게든 괴물을 이겨야하는 거 아니야? 녀석이 길을 막고 있는 걸지도 모르잖아."

"원로님 다음으로 강한 호르드가 당했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이겨. 둘 이상 타면 엘리베이터에서 죽고, 씨발… 원로님이 한 번 나서주시면 안 되나요?"

시체가 내뿜는 참을 수 없는 악취.

나갈 수도 없고 나아갈 수도 없는 현 상황.

기괴한 소리를 내는 엘리베이터의 입구.

일행들의 인내심은 거의 한계에 달했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방법은 지랄! 애들이 지금 어떤 꼴을 당하면서 죽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께서 그런 망발을 지껄입니까! 이제까지 뒤에서 구경 잘 하셨으면 좀 나서시라구요!"

"잠깐만… 원로님 혹시 탈출 스크롤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이야기에.

살아남은 이들의 눈이 사나워졌다.

율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당연히 가지고 있다."

"역시나!"

성질 급한 한 낙인 엘프가 검을 뽑았다.

율리우스에게 기세 좋게 휘두르지만, 순식간에 손목이 붙잡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크흑!"

"이 스크롤은 너희들의 생각대로 도저히 답이 없을 때 내가 사용할 것이다. 그건 부정하지 않겠다."

그는 손목을 털었다.

그리고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만약 너희들이 협심해서 기적적으로 나에게서 탈출 스크롤을 가져간다고 한들, 내가 가지고 있는 탈출 스크롤은 하나 뿐이다. 그 이후에도 너희들끼리 서로 죽고 죽일 생각인가? 운이 좋게 최후의 한 명이 된다고 한들 팔다리 없는 병신으로 살아가야할 텐데?"

율리우스의 말대로다.

그는 강자다.

셋이서 덤벼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그리고 탈출 스크롤이 하나인 이상.

남은 녀석들과도 경쟁해야 하기에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낙인 엘프들의 살의가 사라진다.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지금까지 동료들의 희생으로 얻은 정보들을 봐라. 이 입구에서 멈춰 있는 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확실히 나아가고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원이 줄어서 식량과 식수도 충분한데 뭐가 그렇게 두렵지?"

율리우스는 엘프들을 다독였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무책임한 희망을 심어주었다.

"……."

"이 엘리베이터에는 분명 규칙이 있다. 확실하다. 규칙을 알아낸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던전 마스터는 신이 아니야. 극복할 수 있는 시련에 불과하다."

탐사가 속행된다.

율리우스는 제 자신에게 칼을 겨누었던 낙인 엘프를 엘리베이터에 보냈다.

녀석은 고민하다가 결국 명령에 따른다.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거부한다면 율리우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존자들에게도 밉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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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없었습니다. 2층 3층 4층을 순서대로 눌렀음에도 조명이 없는 복도 뿐이었습니다."

탐사를 마친 엘프가 입구에서 그리 보고했다.

율리우스는 턱을 쓰다듬었다.

통신 마법을 통해서 대략적인 상황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암흑 학파의 흑마법이라도 배워둘 걸 그랬나.

아무리 상세하게 이야기해도 입에서 전해 듣는 정보보다는.

육안으로 확인한 정보가 질이 훨씬 좋았으니까.

"벌레 인간은?"

"아직까지 벌레 인간은 보지 못했습니다."

벌레 인간.

가끔씩 조명이 없는 복도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괴물이다.

그 괴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승사자라고 해야 할까.

죽은 낙인 엘프들의 단말마로서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어떤 물리적인 공격도 통하지 않으며, 생김새 또한 끔찍하고.

침입자를 확인하는 즉시 죽여버린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말만 들으면 답이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지만.

아마도 이 벌레 인간 또한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겠지.

엘리베이터는 내부에 있는 침입자를 그대로 육편으로 만들 수 있는 살상력을 가졌지만.

혼자 탔을 경우에는 어떠한 해를 가하지도 않았으니까.

순간.

율리우스의 뇌에서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간다.

"만약 벌레 인간과 조우하면 공격하지마. 최대한 우호적으로 대하도록."

"우호적으로요…?"

"그래."

예를 들어 가위바위보에서 상대가 계속해서 빠를 내는데 묵을 내면 그 사람은 바보지 않는가.

이제까지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했던 게 소용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다.

"확인했습니다…."

낙인 엘프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일단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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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시도는 실패했다.

율리우스는 혀를 찼다.


던전 탐사 5일차.

"……."

이제 남은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서 세 명.

율리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탈출 스크롤을 탈취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 던전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

이것을 일행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으니 말이다.

물론 무방비한 사이에 급습당할 가능성도 있었기에.

어젯밤 율리우스는 남은 두 명과 거리를 상당히 벌린 채로 휴식을 취했으니.

변수는 없었다.

"마들렌."

"네, 원로님…."

"네가 가라."

"제, 제가요?"

율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마라. 마치 그 벌레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태연하게 행동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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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마들렌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분노했다.

벽을 걷어차고, 문을 때리고,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다.

당연히 엘리베이터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씨발, 내가 어쩌다가 이딴 좆같은 장소에 끌려와서… 씨발, 씨발, 씨발!"

원로의 명령은.

마들렌에게 자살하라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었다.

"애미 없는 새끼. 애미가 두 명인 개새끼. 창자와 내장을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씹새끼!"

-설마 나를 보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던전 마스터에게 하는 욕이었습니다."

어쩌겠냐.

방법이 없었다.

원로에게 덤벼도 자살, 기계장치에 타는 것도 자살이라면.

적어도 살 수 있는 확률이 0.1% 라도 있는 이 기계장치에 배팅하는 편이 그의 삶의 철학과 어울렸다.

마들렌은 한숨을 쉬며 버튼을 눌렀다.

『올라갑니다.』

『문이 열립니다.』

『2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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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갑니다.』

『문이 열립니다.』

『3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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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갑니다.』

『문이 열립니다.』

『4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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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보이는 건 오직 조명이 없는 복도 뿐이었다.

밖으로 나가면 기계장치의 문이 닫히고 죽는다고 했었지.

마들렌은 상황을 보고하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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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갑니다.』

『문이 열립니다.』

『1층입니다.』

그리고 쿠웅- 소리와 함께 1층으로 돌아오면.

다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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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갑니다.』

『9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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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없는 복도.

마들렌은 지루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본다.

-벌레 인간은?

"보이지 않습니다."

-확인했다.

처음에는 긴장이 맴돌았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이 빠른 편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심장이 조용해졌다.

『문이 닫힙니다.』

마들렌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켰다.

이대로 무사히 출구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응?'

원래 이렇게 문이 천천히 닫혔나?

쾅! 소리가 들릴 정도로 원래라면 빠르게 닫혔는데.

그 순간.

마들렌의 표정이 굳었다.

좁혀지는 틈새 사이로 누군가가 보인다.

그것의 피부는 촉촉하게 젖은 막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코가 있어야할 자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길고 검은 침이었다.

금속처럼 반짝이는 그 끝에는 굳은 피가 말라붙어 있다.

윙… 윙….

숨을 쉴 때마다 모기의 날갯짓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붉고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겹눈을 바라본 순간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것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문이 열립니다.』

벌레 인간은 옆에 서있다.

그리고 물끄러미 마들렌을 바라보았다.

"허억, 허억…."

마들렌은 필사적으로 심호흡을 했다.

당장이라도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지금 이 순간이 빠르게 지나가길 간절히 기도했다.

동료들은 벌레 인간과 조우하자 죽었다.

한 놈은 시비를 걸었고, 한 놈은 대화를 걸었지만.

모두 무의미했다.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율리우스 원로의 말대로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이다.

-마들렌? 마들렌?

벌레 인간의 더듬이가 마들렌을 탐색한다.

발끝부터 시작해서 머리까지 꼼꼼하게.

끔찍할 정도로 부드러운 촉감이 얼굴을 전체적으로 훑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호흡이 가파르다.

혹시라도 들킬까봐 눈을 감지도 못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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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이 닫힙니다.』

잠시 후.

벌레 인간은 기계장치에서 떠났다.

마들렌은 그대로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사, 살았나?"

무사한 건 다행이지만.

바지가 축축하다.

"씨발, 내가 이 나이먹고 지릴 줄이야…."

마들렌은 한숨을 내쉬며 1층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들을 일행들에게 알린다.

율리우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엘리베이터의 수수께끼를 거의 다 푼 기분이다.

이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입구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그들을 지켜보던 무색무취의 슬라임이 사라져 있었지만.

알아차린 녀석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