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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새 여동생의 성벽이 뒤틀려 있다는 의심이 들었을 때의 올바른 대처법을 고르시오.
1)패배 야스가 좋은 거니? 아니면 근친 야스가 좋은 거니?
2)아하? 패배 근친 야스가 좋은 거구나?
……어느 쪽을 골라도 정답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카렌은 유리아가 약간 성격이 급할 뿐, 기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웃음기라도 참는 것처럼 어색하게 틀어진 입가, 기대와 열망으로 반짝이는 동공, 그리고 아까부터 단 한 순간도 내게서 떨어뜨리지 않는 시선까지.
“이런 씹.”
카렌카렌아. 나를 속인 거니??
괜히 카렌을 노려보았지만, 내 시선을 무어라 해석한 걸까.
태연스레 나선 카렌이 지금 이순간에도 유리아를 말리고 싶지만, 내 눈치를 보며 차마 나서지 못하는 아카데미 학생들과 교관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조금 떨어져 주십시오. 가주님과 유리아 아가씨와의 대련의 여파가 미칠지도 모릅니다.”
“그으……안 말려도 되는 겁니까?”
델빈이라고 했던가. 아카데미에서 온 교관 중 대표 격으로 보이는 이가 조심스런 어조로 되물었으나, 카렌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자하브이고, 가주님께선 뜻을 정하셨습니다.”
누가 들으면 거창한 결정인 줄 알겠잖아. 그냥 적당히 궁디팡팡이나 하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아, 혹시 책임소재가 걱정이라면 안심하시길. 가주님께서 나선 이상 이는 가주님의 일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예. 오히려 행운이군요. 다른 누구도 아닌 4대 대공가의 일원인 가주님께서 직접 대련을 보여주시는 것이니.”
“어……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묘하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뒤로 물리는 교관들.
그 모습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카렌 또한 자하브의 가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하브는 근친 명가라는 멸칭이 붙을 정도로 미친 집안이라는 것을……!
카렌 입장에서는 내가 제벨라와 결혼하건, 유리아와 결혼하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겠지.
어찌됐든 다음 세대의 자하브는 피가 다시 짙어질 테니까……!
이게 그 상식 개변 세상인가 뭔가인가.
머리는 어질어질 했으나, 판은 깔려있고 해야 할 일 또한 명확했다.
일단 유리아를 쓰러뜨린다. 그리고 바로 학부모 면담……아, 둘다 없어서 굳이 말하자면 내가 보호자인가.
아무튼 1대1 면담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공개 구혼 대련을 했는지 알아야 할 것 같으니까.
알현실의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단차 위에 올려진 의자에서 일어나, 짧은 계단을 내려가 바닥 위에 선다.
키 차이는 있어도 딛고 있는 바닥은 같아진 나와 유리아.
제벨라를 닮은 연보랏빛 눈동자를 향해 히죽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 오라비가 삼초식을 양보하마 유리아.”
“삼초식이 뭐야?”
“아”
괜히 폼 잡고 싶어서 전생의 무협지에서 봤던 대사를 따라 해 보았으나, 이곳은 판타지 대륙이라 그런지 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3번까지 공격을 받아주기만 하겠다고. 그러니까 전력으로 와봐. 하늘 같은 오라비와의 격차라는 걸 알게 해줄 테니.”
“흥! 하늘은 무슨. 애초에 밖에서 굴러들어 온 주제에.”
누가 들으면 아무리 가주라도 사생아 출신을 무시하는 콧대 높은 귀족으로 여기겠으나…….
나는 보았다. 어째서인지 군침을 츄릅 삼키는 모습을.
……진짜 정신 나갈 것 같네.
내가 한숨을 푹푹 내쉬건 말건 땅에 박아 넣은 대검을 뽑아 올리는 유리아.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자신의 몸뚱이만큼이나 거대한 대검을 어깨에 비스듬히 걸친다.
동시에 변화하는 기세.
분명 조금 전까지만해도 은연중에 흘러나오던 건들거림이나, 열망 비스무리한 것이 사라지고 순수한 투지만이 남는다.
흉포한 짐승을 작은 인간의 형태로 구겨 넣은 듯한 사나움. 노골적으로 급소를 훑어보는 시선에는 은은한 위압이 담겨있었다.
자하브의 혈계능력을 발현시키지 못했음에도 이 정도인가.
확실히 자하브라는 혈통이 대공가에 어울리는 사기 혈통이긴 한가 보다.
……그런 자하브의 혈통으로 착각 받는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지만.
들키면 안 되는 입장이니 고맙긴 한데, 왜 아무도 의심 안 하냐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한 순간. 이를 귀신같이 눈치챈 유리아가 달려들었다.
퉁.
큼직한 대검을 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벼운 몸놀림. 두어 번의 발놀림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유리아의 몸이 빙글 회전한다.
자신의 몸 만큼이나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기 위해 팔 뿐만 아니라 전신을 사용하는 것처럼.
희미하지만 일렁이는 오러를 머금은 대검이 내 상체를 짓이길 듯이 쏘아졌지만.
“흠.”
오러를 살짝 끌어 올리며 한쪽 손에 집중한다.
회로를 연상시키는 기이한 문양이 심장에서부터 팔까지 뻗어나가더니,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텁.
날아들던 대검이 내 손에 잡혀 그대로 정지한다.
“……에.”
어벙한 소리를 내는 유리아.
그녀의 대검 위에서 일렁이던 오러는 내 손에 잡히며 사그라들었고, 걸리는 건 뭐든 찢어발길 듯한 기세로 휘둘러진 대검은 미동조차 않는다.
검을 빼내기 위해 끙끙대는 유리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확실히 재능은 있네. 하지만 순수한 힘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해.”
“이거 놔……!”
“그래.”
대검을 놔주자, 힘을 주던 반동 탓에 스스로 뒤로 튕겨진 유리아.
하지만 묘한 스텝을 밟더니, 이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삼아 처음보다 더욱 강렬하게 대검을 휘둘러온다.
물론, 내겐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일격이었다.
텁.
방금과 똑같은 자세로 재차 대검을 잡힌 유리아. 당황하는 대신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입꼬리는 히죽이고 있었지만.
이를 애써 무시하며 유리아의 검을 평가했다.
“대충 알겠네. 어차피 신체 능력이 아니라 오러를 이용해 더 큰 힘을 내는 것이니, 차라리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별다른 방어구 없이 대검 하나만 든 건가.”
“겨우 두 번 만에 알아차린 거야?”
“워낙 특이한 방식이니까.”
“그럼 이것도 한번 막아보던가!”
다시금 거리를 벌린 유리아가 이번에는 대놓고 동작이 큰 자세를 취했다.
자신의 몸이 아닌, 대검에 무게 중심을 두는 기이한 자세. 비틀거리듯이 달려든 유리아가 한보 반 거리 앞에서 땅을 박차고 공중에 뜬다.
전신과 대검의 표면에만 머물던 오러가 돌연, 유리아의 몸을 휘감기 시작한다.
허공에서 흩날리는 밝은 금발. 지금 이순간. 유리아의 대검은 무기가 아닌 하나의 송곳니였다.
“하아앗!”
내 정수리를 정확히 노리고 떨어져내리는 투박한 대검.
회전하는 오러에 감싸인 탓인지 이전과는 비교조차 안 될 광채를 뿜어낸다.
방어도, 회피도, 심지어는 탈진마저도 고려하지 않은 묵직한 한방.
이쯤 되면 아무리 나라도 약간 진심을 내야 할 터.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오른쪽 주먹을 한계치까지 뒤로 당긴다.
마치 투창이라도 하는 듯한, 혹은 화살이라도 쏘아낼 법한 자세.
본래라면 취하지 않았을 자세다. 실전에서는 너무도 비효율적이니까. 차라리 지금의 유리아처럼 전신을 비틀어 모든 힘을 주먹에 집중시키는 편이 훨씬 나을 터.
하지만 굳이 이런 자세를 취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효율적인 자세를 찾고, 육신을 단련하고, 그렇게 조금 더 강하게 힘을 주는 것이 전부였던 이전과 달리.
조금이나마 오러를……체내의 마나를 의도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 지금은 약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됐으니까.
“흐읍!”
흑마법사와의 실전을 통해 익숙해진 오러의 감각이 심장을 떠나 팔 전체를 뒤덮는다.
붉게 물든 문양에서 느껴지던 열감이 단숨에 그 기세를 부풀린다.
화르륵.
문양 위로 피어오르는 불길. 정확히는 집중된 오러가 문양을 타고 흐르다가 밖으로 삐져나온 것이다.
물론, 이는 엄밀히 말해서 기사들이 사용하는 유형화된 오러로 육신을 코팅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저 과할 정도의 오러를 집중시켜, 넘쳐 흘렀을 뿐인 현상이니까.
하지만 나는 항상 이렇게 싸워왔다.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마력을, 개조당해 얻은 것이라 제대로 세밀한 조정이 불가능한 근력을.
그저 있는 힘껏 때려 박아 눈앞의 상대를 분쇄하는 식으로 말이다.
투박하고, 단순할지 몰라도 내겐 가장 익숙한 방법.
오러의 제대로 된 사용법 같은 건 나중에 배우면 그만이지.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움켜쥔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넘쳐흐르는 오러가 격발 되며 폭발에 가까운 굉음을 낸다.
그리고 불길을 휘감은 주먹이 그대로 유리아의 대검 옆면을 후려쳤다.
콰직!
“꺄아아악!”
“아.”
흥이 올라 너무 힘을 줬던 탓일까. 부서진 대검과 함께 무방비한 자세로 옆으로 날아가는 유리아.
이대로라면 벽을 부수고 처박힐 것이다. 그리고 모든 오러를 대검에 집중한 유리아는 이만한 충격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을 터.
이대로면 중상이라는 생각에 혀를 차며, 잽싸게 땅을 박찼다.
파앙!
바닥에 얕은 거미줄 모양 금을 내며 쏘아지는 몸뚱이. 공중에서 허우적대는 유리아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등쪽으로 벽에 충돌하며 충격을 대신 흡수해 주었다.
콰앙!
등짝을 내달리는 찌릿한 감각. 좀 아프긴 한데 이 정도면 참을만한 수준이다.
“어, 어째서……?”
내 품에 안겨 눈을 휘둥그레 뜨는 유리아를 향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야 이 오라비가 준비한 사랑의 매는 따로 있거든.”
“사랑?!”
“그쪽에 집중하지 말라고…….”
유리아를 빙글 뒤집어, 내 무릎 위에 엎드린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팡! 팡! 팡!
“아팟! 진짜 아파! 설마 이런 취향이야?! 언니는 몸이 약해서 안 되는데!”
“제벨라 누님을 내가 왜 때려……? 너처럼 맞을 짓한 녀석이나 맞는 거지.”
“흐읏?!”
어째서인지 얼굴을 붉히는 유리아.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다시 한번 때렸다.
파앙!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탄력 있는 감각과 온기.
이후. 메챠쿠챠 설교했다.
……여기에 자하브의 기사들은 물론, 아카데미 사람들도 있다는 걸 깜빡 잊고서.
엉덩이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고통에 유리아는 생각했다.
‘와! 공개 수치플!’
아카데미에서 엄한 것만 배워온 유리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