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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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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비는 텃밭에서 호미질하던 손을 멈췄다.

흙 묻은 손을 대충 털면서.

‘……올 것이 왔군.

그는 속으로 긴장감을 삼켰다.

하필이면 연판장에 이름을 남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단순한 연회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조조라는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그의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은, 무엇일까.

유비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

.

.

연회라고 하기에 거창한 자리를 짐작했거늘.

유비는 속내를 숨긴 채 정자 한가운데, 홀로 앉아있는 조조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두 영웅의 시선이 마주쳤다.

조조의 눈은 분명 호의적인 웃음을 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예리한 칼날과도 같은 기운이 담겨 있었다.

유비는 최대한 몸을 낮추며 공손하게 읍했다.

“승상, 부르셨습니까.”

“좌장군, 오셨소이까. 마침 매실이 아주 잘 익어서 말이오.”

그의 말처럼.

자리에 앉아 공손하게 술잔을 들어 올린 유비의 잔에는 이내 조조가 친히 따라준 매실주의 청량한 향이 감돌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듯한 어둑어둑한 하늘 아래에서.

두 사람은 잔을 나누었다.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유비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아했을 때.

의대조가 발각당한 것은 아닐 터.

그렇다면 왜 갑작스럽게 자신을 불러냈을까.

그런 고민을 삼키던 와중.

“좌장군, 아니, 현덕. 용의 변화에 대해 알고 있나?”

화두를 먼저 던진 것은 조조였다.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유비의 비어있는 잔에 다시금 매실주를 채워주면서, 조조는 말을 이었다.

“용이란 놈은 커졌다가도 작아졌다가,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지. 작게는 바늘처럼 숨어버리고, 크게는 온 세상을 뒤덮는다네. 지금처럼 봄이 무르익으면 비로소 구름을 타고 하늘로 솟구치지. 마치 천하의 영웅처럼 말일세.”

자신의 잔에도 쪼르르, 따른 직후.

조조는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현덕이 보기엔, 지금 이 천하에 누가 영웅이라 불릴 만한가?”

유비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철렁 내려앉았다.

말 속에 담긴 가시가 자신을 콕콕 찌르는 듯한 중압감에, 그의 등줄기에는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한 줄기 또르르 흘러내렸다.

정답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답을 말할 수 없었다.

일단은 의중을 떠보는 것이 먼저.

“원술은 어떻습니까? 회남에서 옥새를 쥔 채 칭제를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조는 코웃음을 쳤다.

“허상뿐인 놈. 곧 뼛가루도 못 찾고 꿀물이나 찾으면서 말라비틀어져 죽어가겠지.”

“그럼…… 그의 형, 기주의 원소야말로 영웅이라 부를 수 있겠지요. 사세삼공에, 드넓은 영토를 자신의 아래에 두었으니 말입니다.”

“하! 그 허세만 가득한 욕심쟁이에다가 겁쟁이 말인가? 내 장담하지. 우유부단함이 이내 자기 목을 조를 걸세.”

“강동의 손책 또한 호랑이에 비견되는 무예와 통솔력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비의 후광을 등에 업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에 불과하지. 곧 제 성질머리를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게 틀림없네.”

이후로도 유비의 입에서는 여러 이름이 나왔다.

유표, 유장, 장수, 한수…….

거칠게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와 더불어, 유비가 읊조린 이름들은 하나하나 조조에 의해 논파 당했다.

정자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는 듯한 침묵이 잠시 이어졌다.

그 숨 막히는 침묵을 깨버린 것은, 조조.

그는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이내 그 손가락을, 천천히, 유비에게로 돌렸다.

그의 입가에서 의중을 알 수 없는 기이한 미소가 빛났다.

“지금, 하늘 아래에서 영웅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오직 유현덕, 자네와 이 조조밖에 없다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유비는 자신의 속내가 갈기갈기 찢긴 채 전시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껏 숨겨왔던 생각.

한 황실의 후예로서, 천하를 바로 세우겠다는 야망을.

눈앞의 사내는 전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이, 유비의 의지와 관계 없이 바닥으로 허망하게 떨어졌다.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이 정적을 무참히 깨어버림과 동시에.

쿠르릉, 쿠쿵……!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번개가 번쩍였다.

그 순간.

“흐아아아! 하늘이여!”

유비는 몸을 웅크리며 술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정말로, 고작해야 천둥소리 따위에 대경실색해 버린 겁쟁이처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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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유비의 의중을 모두 간파하고 추궁하는 듯한 조조의 압박을, 쫄보 코스프레로 빠르게 탈룰라를 시도하는 유비의 모습은 여러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하이 엘프가 한낱 번개가 치는 것 가지고 겁에 질릴 리가 없는 것이와요! ……흐꺅! 지금 뭐 하는 짓인 것이와요?!”

당장 엘프 최고존엄설을 밀던 클로에 또한 유비의 깐프 행동에 물음표를 띄웠으나, 김율의 기습적인 놀래키기에 함락당한 채 개허접같은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으응? 나, 바늘처럼 작아질 수 있었나?”

바늘로 폴리모프했다가, 바늘에는 발성 기관이 없다는 사실을 몸소 체득한 드래곤도 있었다.

물론 용언 마법은 굳이 입으로 영창을 외우지 않아도 시전할 수 있었으니, 그녀는 약 10분간의 사투 끝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 바보들을 제외하고서는.

“그래서, 조조는 유비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눈치를 챈 건가……?”

“글쎄. 눈치챘다면 애초에 이렇게 떠볼 게 아니라, 바로 죽여버려도 되지 않나?”

“근데 지금까지 조조의 행적을 보면, 유비를 아주 알뜰살뜰하게 잘 부려 먹고 싶다는 느낌이란 말이지. 그래서 간접적으로 경고를 준 게 아닌가?”

“흠……. 그것도 일리가 있군.”

소설의 내용과 장면의 여운을 곱씹는 사람들.

“과연 번개가 친 게 우연일까? 하이엘프라면 마법에도 통달했을 터. 일부러 번개를 내리치게 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게 틀림없어!”

“그래도 쫄보처럼 술상 밑에 들어가서 벌벌 떠는 건 추하다고 생각해요…….”

“이 새끼, 너 드워프 쁘락치지?”

“드워프였다면 그 자리에서 매실주 원샷 때렸죠……. 왜 술을 찔끔찔끔 잔에 부어서 마십니까……?”

하이엘프 만능론이 한층 진화하여, 소드마스터에 이어 대마도사의 반열에 올라버린 유비 음모론.

“조조가…… 너무 무섭다. 만약 내 상관이었으면…….”

“일부러 현덕이라는 예명을 불러가면서 사적인 관계로 끌어들이고, 하나씩 하나씩 확인 사살해 가면서 조여들어 가는 것이 마치 서스펜스를 보는 느낌이군.”

“자고로 황실의 후예가 품위를 잃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말로 아니라고 백날 풀어내는 것보다, 저렇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확실히 유비가 정치를 잘해.”

정치극으로서의 ‘두 영웅’을 곱씹는 사람들.

“이건…… 흑마법을 암시하는 게 틀림없다! 원술은 썩어 문드러질 좀비…… 원소는 속은 텅 빈 스켈레톤…… 손책은 금방 재가 될 구울……. 조조는 리치가 되고 싶은 거야!”

“저 새끼 끌어내.”

“크아악!”

자신도 모르게 흑밍아웃을 해버린 머저리.

“아무리 봐도, 용은…… 그걸 묘사한 것 같은데?”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구름을 타고 솟구친다는 것은 역시 그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유비가 책상 밑에 들어간 것은, 어쩌면, 조조의 우람한 것을 보기 위해……?”

그냥 미친 사람들까지.

그리고, 이 장면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소설의 제목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영웅.

진짜 두 명의 영웅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였음.

황족이 혈통을 숨김.

안 숨기면 조조한테 벌써 모가지 잘렸음.

악당이 야망을 숨김.

안 숨기면 지금처럼 계속 반란이 일어남.

논영회 장면을 통해, 비로소 소설의 주제 의식과 제목이 정합성을 가지고 완벽해진 것이었다!

물론 그런 견해를 전해 들은 작가, 김율은.

“그건 또 뭔 소리람?”

귀를 한 번 후볐다.

무릇 출제자의 의도를 묻는 4점짜리 문제 또한, 실제 출제자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는 법이었다.


삼국지를 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당시.

나는 이야기의 흐름을 크게 세 파트로 나누었다.

1부. 황건적의 난부터 군웅할거── 딱 지금의 논영회까지.

그나마 조조와 유비가 최대한 접점을 많이 가지는 초반부 파트라고 할 수 있었다.

2부. 관도대전부터 적벽대전까지.

조조 파트야 워낙 쓸 게 많으니 제외하고.

유비 파트가 문제였다.

  • 삼국지 어디까지 읽으셨어요?

  • 유비가 도망치는 데까지 봤어요!

  • 하, 씨. 어디지?

역돌격의 제왕, 해병깐프 유비 님님의 무한한 도망 전설 중 굵직한 것이 나올만한 시기라.

아무리 생각해도 고구마 소리를 잔뜩 들을 것 같았다.

물론 장판파와 같이 뽕맛 넘치는 에피소드가 중간중간 튀어나오긴 하나.

장판파의 주인공은 유비가 아니다.

조운과 장비지.

유비가 거기서 한 짓?

아들놈 필요 없다고 바닥에 던져버린 덕분에, 스턴과 PTSD가 몸에 남은 유선의 능력치가 수직으로 하강하지 않았는가.

당장 조운 나데나데하려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 던진 꼴이었다.

그러니…….

“슬슬 주인공을 교체할 준비를 해야겠군.”

“사람들이 받아들이겠습니까?”

“밑밥을 미리미리 깔아둬야지.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꽤 관대하더라.”

아무래도 판타지 두뇌가 기본 탑재되어 있어서 그런지, 독자들은 스케일 큰 걸 좋아한다.

지금 제국일보에 연재되는 1등 작품인 ‘죽었다 깨어도 수련’을 보았는데, 과연, 1등은 1등인 이유가 있었다.

굉장히 치밀하고 방대한 짜임새와 더불어, 아버지가 쌓은 수련치가 대를 타고 아들에게 누적되는 시스템에서 천재의 편린을 느꼈다.

모 평론가는 ‘인류는 이 소설을 보기 위해 탄생했으리라 여겨진다’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으니까.

그러니, 나도 부담 없이 세대를 교체할 수 있다.

시기는 관도대전 직후.

카드팩 출시와 동시에, 주인공을 바꾼다.

작품명.

역대급 천재가 충성심을 안 숨김.

벌써 동남풍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