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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심했나?
누렁이 말고, 적당히 로젤린 정도의 위력으로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실전에서도 활용해 보니 확실해졌다.
헥토르의 용기.
이건 자신을 스스로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진짜 사기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1:1로 한정해서, 상대방과 동격의 스펙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준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앞에 있는 공작의 아들놈을 사람이 아니라 그냥 NPC, 먼지, 진드기 같은 느낌으로 자기 최면을 걸었고.
누렁이에게 부탁해서 나를 아르릉 위협해달라고 했다.
……웃음기 쫙 빼고, 오줌 지릴 뻔했다.
드래곤의 진심 패기란 패왕색이다. 메모.
그 결과.
일순간 누렁이에 버금가는 신체 스펙을 지니게 된 나는 말 그대로 공작 아들을 날려버렸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승리에서 주는 고양감을 만끽하고, 경외의 시선을 수집해서 자존감을 채운 건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으나.
“아윽, 으윽.”
“누가 보면 흠씬 두들겨 맞고 온 줄 알겠군요, 김율.”
집에 들어서는 순간.
기어 세컨드를 발동해서 빠따빠따 JET 바주카를 날린 것처럼 극심한 후폭풍이 근육통이라는 형태로 휘몰아쳤다.
트립 전, 폐렴과 독감이 겹쳐서 열이 40도까지 치솟아 올랐을 때 느꼈던 통증과 흡사했다.
그때 응급실에 실려 가서 한 2주 정도 고생했었지.
대들지 않아야 하는 건 나였던 것인가…….
.
.
.
“이래서 원고는 쓸 수 있겠습니까. 미련한 김율 같으니라고.”
입으로는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히스토리에는 꽤 헌신적으로 날 간호해 주었다.
바닥에 축 늘어져서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는 나를 주워다가 리클라이너 위에 눕혀주고, 더럽혀진 옷을 벗겨주고.
그리고 손바닥에 멘소래담을 찹찹 발라서 특히 통증이 심각한 팔뚝을 마사지해 주기까지.
가끔 지배의 악마 같은 관념을 상상해서 피그말리온 스킬로 빚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나쁜 생각을 한 나를 참회의 길로 인도해 주는──
“아악!”
“엄살은 해롭습니다. 김율.”
“진짜, 진짜 아프다고──!”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깡통이라 그런가, 힘 조절이 좀 잘 안됐다…….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하신 겁니까? 공작과 척을 져서 좋을 건 없을 텐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인생은 애초에 투쟁으로 굴곡져 있었다.
재벌 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낸 게 아니라.
가끔 돌발 이벤트로 집에 빨간딱지 좀 붙어주고, 집 주변 세계관은 아카데미물보다는 남깡여창물에 가까운 느낌이었으니까.
그 마계 속에서 자라나면서 느낀 게 있다면.
“누군가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차라리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게 속 편할 때가 있지.”
물론 역사상으로도 그런 시도를 한 사람들은 많았다.
당장 ‘흥! 내가 존나 쎄게 선빵 갈기면 기름도 팔아주고 내 말도 잘 들어주겠지?’라는 마인드로, 진주만에 불꽃 싸다구를 갈긴 대본영이 그 대표.
그리고 내가 보았을 때.
베르투스 공작은 귀축영미만큼 복수에 눈 돌아간 귀신은 아니라, 오히려 이 무력시위에 머리가 더욱 복잡해질 사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은 나를 성녀의 기둥서방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꼴 받잖아.”
밥도 주고 돈도 줬다지만.
나는 진짜 글 쓰는 거 말고 딱히 아무런 짓도 한 적 없다.
게다가 대뜸 암살자를 보내서 모가지를 루팅하려 들다니?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아마 그러진 않을 거야.”
결투장까지 성녀를 대동해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었고, 깐프를 이용해서 이미 정중한 항의를 담은 서한을 보내두었으니까.
“불륜 사건의 증인과 당사자의 증언을 확보해 두었으니, 기사화하기 전에 그만 지랄하십쇼, 가 정중한 항의라고 해석되진 않습니다만.”
“그 정도면 정중했지?”
배때기에 칼빵 대신 빠따를 꽂아주면서.
누구든 작은 김율을 건드리면 좆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을 뿐이다.
김율은 자유에요.
외압 없이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답니다.
짜아악!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
베르투스 공작의 거대한 분노가 레기오스를 덮쳤다.
그 기세에.
레기오스는 차마 항변조차 못 하며 입술을 그저 꾹 깨물었다.
오히려 그 꼴이 베르투스 공작의 화를 더 돋우었으니, 이윽고 뺨에서 울리는 청량한 소리가 두어 번 더 울렸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의자를 한 번 걷어찬 후.
“때로는 참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야. 왜 그깟 글이 나돌아다니는 데도 이 아비가 아무것도 안 했는지, 네 형들이 가만히 있는지 몰라서 그래?”
물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일을 키우기보다, 개인의 일탈인 척 은근슬쩍 압력을 넣어서 해결할 생각이었던 레기오스였다.
물론 압력을 넣으려다가 본인이 짜부가 되긴 했지만.
조금은 베르투스 공작이 평온함을 되찾는 것 같아 보이자.
“그놈……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레기오스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을, 자신의 검을 단 일격에 무너트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도 모른다. 그래서 문제야. 빌어먹을, 어쩐지 그 머저리 같은 킬링필드 놈이 반병신이 됐더라니.”
“킬링필드라면…… 클라펜 말입니까?”
“그래.”
분명히 가문의 사냥개들을 이끄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반병신이 됐다니?
“성녀한테 당한 것도 아냐. 그놈한테 당했다고. 분명 정중하게 모시라는 내 의사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겠지. 사냥개 주제에 건방지게.”
“…….”
“그래, 물어보자. 그놈이 그렇게 강했나?”
그 질문에.
레기오스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자신을 상대로조차 보지 않는 그 오만한 눈빛.
갑작스럽게 뒤에서부터 밀어닥친 거대한 살기.
여리여리한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힘.
그리고.
너무나도 완벽한, 마주한 자신의 검마저도 초라하게 만들 정도의 깔끔한 무의 궤적.
전혀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아마, 제국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일 겁니다.”
굳이 약자를 상대하는데 마나를 끌어올릴 필요도 없다는 뜻이 아닐까.
게다가 그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뇌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 이젠…. 대들지 마라….
아주 나지막하고 묵직한 속삭임을 떠올린 순간, 레기오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떨었다.
“아이고…….”
베르투스 공작은 그대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대륙급 강자를 한 명도 아니라 두 명이나 제국에 던져놓은 성국의 태도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정도의 무력으로, 왜 그 새끼는 제국까지 기어 와서 글을 쓰고 있는 건가.
심지어, 재수 없게도.
글도 잘 썼다!
긁히는 부분만 떼고 보면 내용도 재밌다!
단검의 밤이 처참한 실패로 돌아간 것은 아무래도 관계없었다.
목표를 다 암살하는 데 성공했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그래도 제국 수도에 불온한 기운을 풍기는 데에는 성공했으니.
한 번의 실패로 무너져 버릴 탑을 세울 만큼 그는 멍청하지 않았으니, 또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계획이 뒤이어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자꾸 자신에게 이빨을 들이밀고 으르렁거리는 일만큼은 막아야 했다.
“당분간 자숙해. 어디 나가서 얼쩡거릴 생각 하지 말고. 그리고, 상처가 낫는 대로 적당히 네놈이 뒤로 꿍쳐놓은 재산 좀 들고 가서 정중히 사죄하고 와라.”
“…….”
레기오스의 눈에 숨길 수 없는 불만이 아른거린 순간.
공작은 그의 못난 자식의 얼굴에 곧장 술잔을 던졌다.
-
그럴 수가! 이건, 이건 사설로 실어야만 하는 내용인데!
-
황제께서도 이 일이 더 커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것이와요? 그러니까, 조용히 묻어버리는 데스와?
-
크윽……! 폐하의 명이라면……!
에스트리야스 가문과 위스페라우드 가문 사이에 모종의 야합이 이뤄진 결과.
아스테릭에게는 애석한 일이었지만, 그가 기획한 ‘B 공작의 여인들’ 특집은 더 이상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
또한, 에스트리야스 공작가의 삼남이 일개 작가가 휘두른 배트에 담장을 넘어갔다는 추태 또한.
목격자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이 되었다.
-
이거, 이거! 나 주면 안 돼?
-
안 됩니다. 제 보물이에요.
-
이이익!
탐욕스러운 드래곤의 눈동자가 이대호 사인 배트의 가치를 알아봤다는 비극 외에는, 아무튼 평화로운 마무리였다.
그런 외적 풍랑에도 불구하고.
김율의 본업.
소설 ‘두 영웅’ 시리즈는 파멸적이면서도 묘하게 현실성 있는 전개와, 고구마와 사이다를 목구멍에 축차 투입하는 듯한 완급 조절로 계속 호평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유부녀와 전위, 그리고 아들과 조카를 덱에서 뽑아서 묘지에 보낸 후.
0코 3드로우 카드를 써서 분노, 헌제, 청주병을 뽑아 들고서.
조조는 무차별적으로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파멸적인 상승세!
하지만 그에 마치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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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량미가 그리 부족한가?”
조조의 말에, 군량미를 담당하는 관원이 머리를 부복했다.
“송구합니다만, 이대로 가면…… 회군해야 할 듯합니다.”
가짜 황제, 원술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수춘을 점령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이렇게 놓칠 수는 없었으니.
조조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눈치를 본 관원이, 주춤주춤하다가.
“그…… 한 가지 방책이 있사온데.”
“말해 보아라.”
“곡물을 계량하는 그릇의 크기를 줄이면, 군인들의 시선을 속여 배급량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허어.”
묘안이었다.
…….
…….
-
주공이 우리를 속였다!
-
이렇게 먹고 어떻게 싸울 수 있다는 거냐!
군영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묘책이었으나, 결국 임시방편이었을 뿐이군.”
“그, 그래도, 족히 한 달 치 군량을 아낄 수 있었나이다. 불만만 잠재울 수는 있다면──”
관원의 말을 중간에 끊은 채, 조조는 한숨을 쉬었다.
“애석하지만, 그대의 목을 베어 군사들을 진정시켜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 수 없겠어.”
“예, 예?”
순간적으로 망연해진 관원이 고개를 치들었으나.
어느새 뽑혀 나온 조조의 검날이 이내 그의 목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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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군량미를 관리하던 관원이 감히 작은 곡斛을 써서 관곡을 도적질했으니, 그 죄를 중히 물어 참수했노라! 이 조맹덕이 너희에게 약속할 것이니, 이제 모든 것이 정상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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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니, 진짜 이건 악당이잖아…….”
“인성 수준 실화냐?”
“자신이 주도해 놓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물리다니!”
간악무도한 작가 율리시스는 또다시 주인공을 개쓰레기로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런 사소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본다면.
승승장구.
수춘도 점령하고, 사사건건 뒤에서 협잡질하는 장수와 유표 트리오에게도 죽빵을 한 대 꽂아 넣었다.
비록 주인공의 인성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그래도 전형적인 사이다 전개라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아니, 결국 여포에게 모든 것을 다 뺏겼다고?”
“미 부인이 아까워요……! 그래도 모든 것을 잃었어도 남편을 사랑하는 순애! 좋아요!”
“사람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어찌 저 상황에서 허허 웃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동안 낭만 치사량을 잘 먹여주었던 귀 큰 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