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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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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시민적 행보를 이어가는 김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제국은 꽤나 거대한 국가다.

특히 제국의 지배 구조와 가장 흡사한 국가를 지구 역사에서 찾는다면.

지구 사상 최악 최흉의 흉참한 나라, 잉글랜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전제군주정처럼 제국의 황제가 모든 것을 다 관장할 수는 없었다.

제국민들이 ‘통일 전쟁’이라고 부르는 지난한 역사 속에서, 백마 탄 황제가 나타나서 통일을 완수해낸 게 아니라 지루하고 음험한 정치적 합종연횡이 훨씬 더 많이 이루어졌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중앙집권보다는 귀족에 의한 지방자치에 가까운 형태에다가.

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상원과 더불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하원으로 나뉜 입헌군주정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황제는 자신의 권력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 그렇게 썩 달갑진 않았다.

그러니 심심할 때마다 하원을 부추겨서 귀족들에게 주어지는 특혜를 제한하고자 암중에서 수를 쓰곤 했었다.

지금은 비록 일가실각한 아스테릭 전 의원 또한, 황제가 따로 서신을 보내 그 공로를 치하하자마자 오렌지 병에서 완치되었다는 낭설이 떠돌 정도였다.

당연하게도, 한때는 황제의 심복이었던 베르투스 공작 또한 현재의 정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원이라니.

왜 형식적으로라도 시민들에게 권력의 일부를 이양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황제는 왜 자꾸 자신에게 지랄을 못 해서 안달이란 말인가?

그 와중에 엘프 놈들, 특히 위스페라우드 공작가는 은근슬쩍 즈그 나무좋아 너무좋아 나라의 사상을 전파하려 들기까지.

통일 이후 지금까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

이 나라가 다시 위대함을 되찾을 수 있도록, 원대한 계획이 필요했으며.

지금껏 베르투스 공작은 그 준비를 차근차근해왔다.

심지어 청신호도 있었다.

성국은 역사적으로 엘프들과 반목 관계에 있었으며, 그 성국에서의 암묵적 지지 혹은 묵인에 관한 교감이 괴물 성녀와 이루어졌다.

물론 성녀의 애인이 자꾸 ‘레볼루쑝! 외치면서 소설로 어그로를 끌어대는 것은 꽤 거슬리긴 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소설로 이미 암시를 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니, 대중들이 느끼는 충격 또한 조금 덜할 것이다.

그리고, 바야흐로 지금.

“밤의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성공적으로 밤이 끝난다면, 북부대공 또한 뜻을 함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수도 방위대장 또한 거사 일에 순찰 인력을 최소화하고, 회식 일정을 잡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처리해야 할 주요 요인들의 행적 및 명단, 모두 정리하였습니다.”

협조자들과의 공조 또한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물론.

“연락이 두절된 암살 길드가 있습니다.”

조금의 잡음이 존재하긴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에 어찌 완벽한 계획이 있을까.

시선을 최대한 분산하기 위해, 그리고 꼬리를 밟히지 않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서 여러 수작을 부려놨다.

그러니.

톱니바퀴 하나쯤 삐걱거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단검의 밤’이 무르익었다.

목표는 황제의 수족들.

그리고 정적들과 하원 폐지 반대파들.

그중 태반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 하리라.

그래.

마치 십상시들처럼.


[제목: 두 영웅: 악당이 야망을 숨김] [현재 38화 연재]

[역사적 고증: 부합함] [완성도 평가: 수작]

[세간의 평가: 대체적으로 긍정적] [일일 독자 수: 6,893명]

[다음 스킬 획득까지 앞으로 일일 독자 수 3,107명]

[21일(완화됨)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현재 20일)]

[예상 획득 스킬: [A급] 조■의 ■보■]

“흠.”

아무래도 동시 접속자 1만 명의 벽은 높았다.

사실 진리일보의 체급 문제도 조금 있었다.

나름대로 메이저한 신문사긴 했지만, 아무래도 제국 수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신문사다 보니까 다른 신문사들에 비해 판매량이 그리 높진 않다고는 했다.

친환경 재생 용지를 사용한 덕분에 출판 단가가 높은 지점도 진리일보의 대중화에 지장이 있었다고는 하나…….

뭐, 데일리 익스프레스나 뉴욕 월드처럼 하루에 몇십만 부씩 팔아치울 수 있는 신문사는 아직 이 판타지 랜드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래도 수도에 사는 사람 중 거의 7천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내 소설을 매일 읽어주는 것만 해도 어디야.

게다가, 내 가설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 또한 기분이 싱글벙글해지는 데 한몫했다.

원래 처음에는 획득 보상이 C급 스킬로부터 출발했지만.

보상 달성 시기보다 빠르게 일일 독자 수를 확보하니 자동으로 보상의 티어가 상승하였으며, 획득까지의 기한 또한 짧아졌다.

즉.

초반부터 빵빵 뜨는 히트작을 쓴다면, 초반부터 좋은 스킬을 먹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히힉.”

“제발 그렇게 좀 웃지 마십시오. 경박해 보입니다.”

“그 정둔가.”

“그 정돕니다. 작품 속 주인공이 그렇게 웃는다고 생각하면, 독자들이 적잖게 불만을 표할 것입니다.”

“…….”

흠…….

그래.

우리 깡통이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는 조금 더 근엄하게 웃어볼까.

“케헤헥.”

“……김율?”

“구구법구.”

일단 조금만 더 놀리고.

이게 바로 ‘싫은데 에베벱’ 정신이라는 것이다.

위대한 미국인들과 그보다 더 위대한 검은 머리 대원수님이 금과옥조로 삼은 마인드셋이지.

.

.

.

대망의 00시, 약 1분 전.

깡통이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활자를 조합하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서, 나는 리클라이너에 누운 채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조■의 ■보■.

도대체 무슨 능력일까.

솔직히 전혀 가늠되질 않았다.

서양 인물들이야 이름에서 몇 글자 가려져 있더라도 유추할 수 있었고, 인물 이름만 나온다면 능력 또한 대략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씨 성이 한두 명인가?

게다가 어중간하게 보는 뭐야, 보는?

참고로 우리 히스토리에의 답변은.

  • 조조의 몸보신 아닙니까?

유부녀 킬러라는 편견에 입각한, 아주 파렴치한 색드립이었다.

옷 입은 꼴부터 알아봤다.

“당신이 설정한 아바타잖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

동양풍 의상이 취향인 걸 어떡해.

이럴 줄 알았으면 치파오로 입혀놓을걸.

그리고, 째깍, 째깍.

마침내 00시 00분이 도래했다.

섀도우 타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A급] [조식의 칠보재七步才]

[조식은 조조의 아들로, 문학적 재능과 더불어 군사 지식 또한 탁월한 문무겸비의 인재다. 후계 싸움에서 살아남은 것 또한 그의 역량이니. 그처럼, 너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곱 걸음을 걸을 때만은 위기에 부닥치지 않으리라.]

“……?”

예상치 못한 스킬이 튀어나왔다.


“때가 왔다.”

새벽 두 시.

베르투스 공작이 장장 1년 넘게 준비했던 계획이 마침내 불꽃을 피워올렸다.

이날을 위해 공작이 길러왔던 사냥개들이 일제히 거리로 흩어졌다.

그들의 목표는 간명했다.

외주를 맡길 수 없는 인물들을 직접 처리하는 것.

그리고 일부러 흔적을 위장해서, 다른 사람의 소행으로 덮어씌우는 것.

또.

새벽이 밝아오기 전에, 암살과 연루된 인물들을 모두 처리하는 것.

절대 꼬리를 밟히지 않겠다는 베르투스 공작의 노회한 설계였다.

실제로 요인 중 호위가 유능하다면 암살에 실패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암살자들이 실패하고 붙들린다고 한들, 절대 베르투스 공작까지는 그 연결선이 닿지 않도록 치밀하게 설계해두었다.

“출발하자.”

그들, 사냥개들만 실패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 무거운 중압감을 느끼면서.

베르투스 공작이 갈아놓은 가장 날카로운 단검.

클라펜 또한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에 나섰다.

그가 지정받은 첫 번째 목표는 작가 율리시스.

호위를 대동했을 다른 요직의 인물들이 아니라 그를 맡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괴물 성녀, 로젤린.

제국의 그 어떤 호위 기사들보다 까다로운 존재.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굳이 신병을 확보하는 데 자신까지 투입했다는 건…….

“둘 다 죽이라는 뜻이겠지.”

자신은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규격 외의 괴물이라고 한들, 자신 또한 괴물의 혈통을 타고났으니.

.

.

.

동료들과 흩어진 후.

클라펜은 곧장 확보한 율리시스의 거주지로 향했다.

거리에는 약속대로 순찰도 거의 없었고, 애초에 가난한 이들이나 사는 다세대 주택촌에 거주하고 있었던 그였던 지라.

가는 길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옥상에서 밧줄을 늘인 후, 열려 있는 창문으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디딜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

집이 가구조차 없이 텅 비어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았던 흔적조차 없었던 것을 제외한다면.

율리시스를 줄곧 감시했었던 것은 클라펜 자신이었다.

몇 번이고 신문사와 집을 오가기도 했고.

때로는 적발의 여인과 함께 들락거리기도 했고, 웬 귀여운 금발의 소녀를 목말 태우는 모습도 본 적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성 편력이 화려하고 취향이 굉장한 놈이군, 하는 정도의 가벼운 감상이었지만.

그게 다 허상이라도 된단 말인가?

클라펜은 주머니에서 해주 스크롤을 꺼내 찢었지만, 그의 정신은 멀쩡했다.

다른 집이랑 착각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괴물 성녀가 벌써 그를 빼돌린 것인가.

혼란함을 느끼길 잠시.

“……?”

다시 옥상으로 되돌아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아무런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에, 어느샌가 율리시스는 마치 차원이라도 찢고 나타난 것처럼 등장해서, 웬 방망이를 하나 든 채 건물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다른 집이었나?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도 바뀌는 건 없다.

오히려 나타나 줘서 감사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주변에 괴물 성녀의 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으니.

목표를 깔끔하게 배제할 수 있는 적기.

잠시 후.

클라펜은 율리시스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암살을 시도할 때 자신의 모습을 정면에서 드러내는 것은 금기 중 하나였지만.

클라펜은 암살명가 킬링필드 가문의 적법한 계승자.

그리고 그의 가문에는, 그도 유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아이사츠’라는 전통이 오래도록 내려오고 있었다.

그 또한 선대처럼 전통에 회의를 느낀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상대방을 살해한다는 것은 압도적인 격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원래 암살이란.

목격자가 없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도-모. 율리시스=상. 킬링필드입니다.”

‘아이사츠’를 성공적으로 성사함과 동시에.

클라펜은 그대로 앞으로 달려들어 율리시스의 목에 선명하게 보이는 ‘선’을 긋기 위해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

율리시스는 오히려 자신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 정확하게 목을 노린 검격을 간단히 흘려냈다.

클라펜은 눈을 부릅떴다.

분명히 아무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일개 한량 글쟁이에 불과하다고 공작께서 말씀하셨다.

그런데 어찌 피해낼 수 있단 말인가.

두 사내의 눈동자가 일순간 마주쳤다.

그 불길한 검은색 동공 속에서.

클라펜은 끝없는 심연을 엿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