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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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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건 인정하자.

신문사에서 적극적으로 내세운 유비 깐프설 프로파간다로 인해 반사이익을 많이 본 건 사실이다.

원래 작품의 성공은 작가의 글솜씨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당장 내가 살았던 현대에서만 해도, 압도적인 실력으로 모든 것을 다 씹어먹고 세계를 정벌할 정도의 작품이 종종 튀어나오긴 했으나.

그런 천외천의 작품 외에는 플랫폼에서 어떤 프로모션을 받느냐에 따라 성적이 천차만별로 갈린다.

나도 한때 대체역사 소설로 시장을 정복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꿔봐서 아주 잘 체감하고 있다.

제발 매니저 픽! 아니면 푸쉬 알림이라도!

흐아아! 누구는 메인 배너 걸리는데 왜 나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날개 달고 3단 부스터 로켓 달고 피슝 날아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니 이제 유비가 고귀한 혈통임을 앞세워서 당당하게 차기 황제로 추대받는 것이와요! 그러면 원소 입장에서도 충분하지 않겠사와요?”

솔직히 말하자.

나는 귀 큰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동족 살해자에 가까운 보법으로 역병처럼 형주 찍고 파촉 찍어서 결국 자기 땅으로 먹어버린 희대의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그러나…….

유비는 마지막 선을 지켰다.

조조 또한 찬합 파동으로 인해 선을 넘지 못했다.

정통성과 명분이 한 황실에서 나오고 있음을, 이 깐프는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리고.

내 두상은 동글동글하게 이쁘다.

갑자기 무슨 개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두상이 이쁘다는 건 어렸을 적부터 땡깡이 오지게 심해서 바닥에 누워있지 않고 맨날 어머니 품에 안겨있었다는 뜻이다.

즉, 다른 평평이들보다 뒤통수가 튀어나와 있다.

삼국지 스타일로 말하면.

반골의 상.

“그게 무슨 세계수가 시들시들하니 저기 복숭아 세계수 잘 키워서 제2의 세계수로 삼자는 소립니까?”

아, 몰라.

들이받아.

“그, 그게 무슨 소리인 것이와요?”

우리 깐프 영애님께서는 정의로운 청년 아돌프 군에게 총을 맞은 시클그루버 씨 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자고로 정통성을 잃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법이며……!”

그로부터 약 10분.

나는 한 황실을 세계수에 빗대어서 소설 전체의 구조 및 캐릭터성 정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장문의 웅변을 남겼다.

그렇다.

웅변이다.

물론 순수한 논리로 압살하는 게 아니라, 스킬에 일정 부분 의존하는 것은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솔직히 스킬 떼고 싸웠어도 내가 이기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주 앉은 깐프는.

“왓 더 엘프……!”

깐프 친화적이지 않은 내 세계수 모욕에, 유비의 귀에다가 관우의 얼굴색을 덧칠하시고야 말았다.

반박하고 싶어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빈약한 필력 주머니를 부들대는 꼴을 보고 있으니 조금의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았을까.

장문의 피드백을 적어 온 걸 보면 분명히 나 외의 다른 작가에게도 이런 종류의 쥐흔을 시도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 깐프 영애의 지적 중에서 분명히 옳은 것은 있었으나, 본질적으로 작품은 창작자의 의도가 최우선시되어야 하는 것.

……간혹 NTR 드리프트 등의 의도를 반영하는 사문난적이 존재하긴 하나, 뭐.

“성적으로 증명하겠습니다.”

나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서 크게 휘둘렀다.


“피폐 드리프트 전문가께서 그런 식으로 말싸움을 벌이시고 오셨다니,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 그럽니까?”

김율의 하소연을 경청한 히스토리에는 매우 냉철하고 정확한 지적을 남겼다.

“피폐 드리프트라니. 인간은 원래 덧없는 거야.”

“김율. 저는 당신에게서 아서 코난 도일 경의 그림자를 느끼고 있습니다.”

“…….”

살짝 일그러지는 김율의 얼굴을 보면서, 히스토리에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검지와 중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도발적인 제스처에.

“……오늘 저녁은 수프와 빵이다.”

“손나!”

김율은 요리 금수 조치로 강력히 대응했다.

태생이 깡통 출신인지라 요리력이 0레벨에 달하는 히스토리에는 그제야 김율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

.

.

기분이 조금 풀린 김율이 실력을 발휘해서 만든 리조또를 함께 나눠 먹으며.

“그래서, 글은 좀 써지던가?”

“불후의 명작을 완성했습니다.”

히스토리에는 그녀의 흉부 지방을 여지없이 과시하며 당당하게 읊조렸다.

그녀의 말이 마치 선언처럼 울려 퍼졌다.

“그래? 볼까?”

김율의 리액션을 기다렸다는 듯, 히스토리에는 미리 출력해 둔 결과물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새로운 지평을 열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그녀의 세기의 역작 중 서막에 불과한 내용이 김율의 고막을 한동안 장식했다.

그리고.

이어진 김율의 말은 단순한 평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직관이자 핵심을 꿰뚫는 통찰이었다.

“잘 엮어낸 세계 문학 전집이군.”

히스토리에는 오늘 ‘삐침’이라는 감정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


그 후로 한 달.

“크읏…… 분하지만, 인정하는 것이와요……! 본녀가 너무 김율 작가를 과소평가한 것이와요……!”

클로에가 이를 아드득 갈 정도로 김율의 작품은 여전히 승승장구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작품의 인기가 어느새 역전했다는 것.

그야 당연했다.

비록 일신의 무력은 피치 브라더스에 비해 떨어질지언정.

조조는 동군을 근거로 하여 온갖 도적놈들을 다 때려잡았을 뿐만 아니라 연주에 본격적으로 거점을 두고 성장세를 거듭했으며.

유비는 아직 자신의 세력을 일구지 못한 채 공손찬에게 의탁해서 청춘 활극이나 찍고 있었으니.

원래 김율의 독자층이 정치극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음을 놓고 보면, 다시 인기 역전 세계가 도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율, 차라리 묘사하지 않고 넘기는 게 어떻습니까?”

“……이 또한, 역사의 일부니까…….”

지금, 김율은 심각한 갈등에 빠져 있었다.

지금껏 그는 작품을 집필하면서 역사로는 루즈한 파트가 나올 때, 1년 후’와 같이 시간을 뛰어넘는 식으로 잘 무마해 왔다.

실제로도 반동탁 연합이 해체된 이후의 행적을 그런 식으로 넘겼기도 하고.

그렇지만 세상에는 대충 뛰어넘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 또한 존재하는 법.

서주 대효도라는 빅 이벤트를 목전에 둔 김율은 고뇌에 잠겼다.

서주 대효도가 무엇이냐.

아버지 조숭이 서주 인근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조조가 눈깔이 빡 돌아간 채 부하들의 충언을 모조리 씹고 병력을 일으켜 쳐들어간 사건이다.

정사에 의하면 아버지 조숭뿐만 아니라 친동생 조덕 등 거의 조씨 일가 전체가 한 큐에 날아갔다고 하니, 그 분노를 어찌 참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분노를 흉수에게 푼 게 아니라, 인근의 민간인을 마치 절멸시킬 것처럼 싸그리 잡아 죽이고 묻어 죽이고 강에 던져 죽이고 아주 그냥 초토화한 것이 문제다.

사수라는 강에 강물이 흐르지도 않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을 모조리 휩쓸었다고 하니, 과연 망탁조의 라인업은 든든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김율의 계획으로는, 보통 창작물에서 많이 써먹는 설정인 ‘제갈량이 서주 난민 출신이다!’라는 설정으로 조위에 대한 증오를 강하게 부여해 줄 생각이었기에.

대효도를 묘사하지 않으면 조조의 캐릭터성이 죽는다.

대효도를 묘사하지 않으면 유비 파트가 애매해진다.

“하지만 묘사해버리면, 조조는 천하의 개쓰레기가 될 텐데요.”

“제목값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니, 효도잖아, 효도.”

“모친 한 번, 부친 한 번 효도하면 나라 전체를 불태우겠군요.”

“아주 패드립이 자연스러운 깡통이구나.”

“저는 객관적인 사실만을 말했을 뿐입니다만.”

돌과 깡통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며 논검을 펼쳤지만, 결론은 쉬이 나지 않았다.

.

.

.

결국.

김율은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불꽃 효도를 아낌없이 전개하여 강을 핏빛으로 물들여 버린 버전.

또, 최대한 효도 행위를 자연스럽게 몇 줄로 퉁쳐서, ‘고증에 부합하지 않음’과 사투를 벌여 최대한 타협한 버전.

그 직후.

나름대로 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의견을 물어보았다.

“으음…… 난 둘 다 좋아! 근데 첫 번째 게 더 분량이 많은 것 같아서 더 좋아!”

어느새 청룡언월도를 포기한 상산의 에스테아=자룡께서는, 글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불꽃 효도에 한 표.

“그래서 초선은 어떻게 됐나요? 여포랑 함께 탈출했나요? 요즘 분량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따로 초선 외전 써주시나요?”

인간애에 충실하실 것 같았지만, 그깟 조조의 악행 따위보다는 유비 파트에서 몇 번 나오다 말아버린 초선에 더 집중한 로젤린은 기권.

“흐으음. 조조라는 인간이 그토록 부모를 아꼈다면야, 차라리 팍팍! 팍팍 학살해 버리는 것이 더 임팩트가 있지 않겠사와요? 어차피 창작물인 것이와요?”

인성 주머니가 빈약한 탓인지, 깐프적 사고를 여실히 드러내 버린 클로에는 대효도에 한 표를 던졌다.

그렇게.

대효도 두 표.

기권 한 표.

김율 또한 대효도를 날 것 그대로 던지고 싶다는 역사적 사명감이 넘쳐흘렀기에 내심 마음이 대효도 쪽으로 기울었으나.

찌지직── 쫘아악──!

“……절대 이 버전은 안 됩니다. 차라리 절 죽이십시오.”

유일하게 인간의 마음과 양심을 간직한 편집자.

길포드만이 그 패도를 가로막았다.

김율은 헥토르를 오버소울해서 데려오는 대신.

결정을 번복했을 때 주사위를 한 달 동안 쓰지 못한다는 페널티를 감수하고, 마지막 순간에 카이사르의 주사위를 던졌다.

그리고.

“…….”

주사위에 새겨진 숫자를 보고서, 이번에는 편집자의 감을 겸허히 존중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

.

.

결과적으로.

김율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에게 내려진 동아줄을 붙잡는 데 완벽히 성공했다.

“아무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이라지만, 조금 과하지 않은가……?”

“확실히 조조가 악당은 악당이군!”

“시체로 강을 메웠다라…… 그만큼 많은 사람이 전란에 휩쓸렸다는 비유적 표현이겠지. 전쟁이란 참 두려운 일이야.”

“이제야 왜 작가가 조조와 유비를 대조시켰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겠군. 확실히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대척적인 성향이 드러나는구먼.”

“잔인해…… 끔찍해…….”

서주 대효도가 지면에 실린 날.

김율은 자신이 마지막에 주사위에게 물어본 질문, ‘편집자의 말을 들을 것인가?’를 되새기며.

길포드의 손을 꼭 부여잡고 감사 인사를 올렸다.

무릇 인연이란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도 있으며, 잘못된 판단을 올바른 길로 되돌릴 수도 있으니.

편집자를 잘 만난 것 또한 일종의 기연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항상 인연으로만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악연으로 맺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준비는?”

“곧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베르투스 공작은 더욱 조심하여 대계를 수립했다.

지금의 그는 일인지하 만인지상.

하지만…….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족히 몇 년 내로는 아무도 그를 내려볼 수 없는 존귀한 위치에 도달시켜 주리라.

대부분의 변수는 이미 그의 통제 아래에 놓였다.

남은 게 있다면…….

“교외의 별장 중 남는 곳이 있지.”

“예.”

“저번에 내가 초대했던 작가, 기억하고 있나?”

“그렇습니다.”

“정중히 모시게. 일이 끝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