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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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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는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제 신문 연재에서 첫 작품을 연재 중인 율리시스에게 그 정도 수준으로 극렬한 빠가 생기지는 않았고, 뱀심 수준의 까도 생기진 않았다.

게다가.

이미 신문 연재가 이루어진 내용으로부터 이어지는 것들이 소설로 출간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존 독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율리시스, 그리고 길포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속칭 ‘몰귀정 27연참판의 서두에, 지난 이야기와 더불어서 인기를 끌었던 명장면을 일부 발췌해서 삽입한 것.

그로 인해 앞부분의 이야기를 미처 신문으로 접하지 못한 사람들 또한, 한 권의 잡지만으로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곧 카이사르의 전쟁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주목받은 지점은.

순수한 인간의 이야기라는 것.

대부분 소설에서는 신적인 권능을 부여받은 용사나,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법사와 같은 비범한 인물이 주인공 역할을 맡는다.

조력자 또한 마찬가지.

유희를 나온 드래곤이든, 숲속에서 자라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해맑은 엘프든.

이 세계를 구성하는 여러 신화, 민담, 그리고 실제 목격담이 조화를 이루어서 이야기가 구성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은, 본질적인 측면에서 다른 이야기와 상궤를 달리했다.

여신이 내려준 권능도, 정령으로부터 비롯된 마법도.

세계수가 내려준 은총도, 대지에서 빚어진 손재주도 아닌.

오직.

인간에 의한, 인간만의 전쟁이 처절한 양상으로 숨 가쁘게 펼쳐져 있었다.

칼질 한 번에 태산을 베어가르는 검성도 없었다.

고위계 마법으로 전장의 판도를 지배하는 대마법사도 없었다.

소설 속에는 평범한 인간과 평범한 인간만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그 이야기는 오히려 다른 이야기보다 특별했다.

소문은 입에서 입을 타고, 손에서 손을 따라 퍼져 나간다.

주사위에 몸서리친 베르투스와 달리, 대부분의 기존 독자와 신규 독자들이 주목한 건 바로 알레시아 전투.

김율의 고향에서, 카이사르의 이름이 단순히 제정을 연 개혁가이자 독재자로만 남은 게 아니라, 역전의 지장智將으로서 남게 한 바로 그 전투였다.

======

“성을 포위하기 위해, 성을 쌓겠다.”

카이사르가 처음 작전을 입안했을 때, 백전노장의 부관들조차 순간 침묵에 빠져들었다.

“이미 포위선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라비에누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지만, 카이사르의 시선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갈리아 전역에서 구원군이 몰려오고 있다. 코미우스가 배신하고 아르베르니족과 손을 잡았어. 그들의 수는 족히 십만은 넘을 테지. 그들이 우리 등 뒤에 나타난다면, 우리는 대응할 수 있겠나?”

카이사르의 질문에, 아무도 선뜻 답변하지 못했다.

그들도 직감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후방에서 적군이 밀려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고.

알레시아 요새에 웅크린 상처 입은 야수, 베르킨게토릭스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서 이빨을 드러내리라.

얼핏 좌절감이 서려 있는 그 침묵을 깨트린 건, 역시 카이사르의 침착한 목소리였다.

“우리는 이 계곡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로마식 요새로 증축할 것이다. 안에 웅크린 쥐새끼들이 나오지 못하게, 그리고 밖의 늑대들이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

.

.

그날 이후.

5만 명의 로마 군단은 모두 공병대로 변했다.

망치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치고, 삽날이 파헤친 흙더미는 새로운 방벽이 되어 우뚝 섰다.

먼저 착공한 것은 내부 포위선.

참호를 두 줄로 파고, 흙으로 세워진 성벽에 흉벽과 목책을 덧대고, 일정한 간격으로 감시탑이 솟아올랐다.

거기에 덧대어.

“백합을 심어라!”

나무로 조각된 꽃이 구덩이 속에 선명히 피어났다.

그 앞에는 갈고리 모양의 쇠못이 흩뿌려졌고, 가장 전면에는 감히 이 사지에 발을 들일 불행한 자들을 위한 무덤이 세워졌다.

물론, 베르킨게토릭스는 그를 좌시하지만은 않았다.

“적습이다! 대비해라!”

공병대가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갈리아족의 정예 기병대가 몇 번이고 그들을 방해하기 위해 몰아닥쳤다.

그때마다 한 손에는 삽을, 한 손에는 투창을 든 채 싸워야 했다.

한쪽에서 피를 흘리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묵묵히 땀을 흘리며 묵묵히 참호를 파고 목책을 세웠다.

마치 거대한 개미 군단처럼, 그들은 카이사르라는 절대적 믿음과 신앙을 공유한 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마침내 내부 포위선이 완성되자.

그들은 곧바로 돌아서서 바깥을 향해 똑같은 작업을 한 번 더 반복했다.

똑같은 규모의 참호.

똑같은 높이의 성벽.

그리고 똑같이 인간의 진득한 악의를 담아낸 함정.

…….

…….

그리고, 마침내.

“온다! 그들이 온다!”

감시탑 꼭대기에서 봉화가 오름과 동시에, 그들은 지평선 너머로 새까맣게 몰려오는 갈리아의 대군을 맞이했다.

동시에, 알레시아 요새에서 숨죽이고 있던 베르킨게토릭스 또한 움츠렸던 몸을 펴고 거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마쳤다.

“오, 신들이시여……. 갈리아가 우리를 삼키러 왔다.”

그 광경을 지켜본 백인대장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고야 말았다.

거대한 함성, 천지를 뒤흔드는 뿔 나팔 소리와 함께.

이제 로마 군단은.

세상의 안과 밖, 두 개의 세상과 싸워야 했다.

======

단 5만 명의 정예 로마 군단병으로.

알레시아 요새 내의 8만 명, 그리고 후방에서부터 진격한 지원군 25만 명을 상대로 한 전투.

물론 승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주인공이니까.

하지만,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재밌다, 재밌다, 재밌다! 하면서 읽는 에스테아와 같은 누렁이 독자도 있는 반면.

“흠…… 이게 말이 되나?”

아무리 정예한 군단이라고 한들, 인간의 힘만으로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16km에 달하는 내부 포위선, 그리고 21km에 달하는 외부 포위선을 증축하는 게 가능한 것인가.

아무리 공병대를 겸한 정예 군단이라고 한들, 현실성이 있는가?

그런 의문을 가진 독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독자들은 당연하게도 살롱에 모여들었다.

율리시스──

김율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자기 소설 떡밥이 도는 세계’의 완성이었다.

논쟁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그걸 왜 못하나? 드워프들이라면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데.”

“하루라니, 아무리 드워프라도 그건 불가능하지!”

“내기하겠나? 한 달 동안 맥주를 걸고?”

맥주를 건 드워프는 천하무적.

수도에서 건축공으로 일하고 있었던 드워프 볼린 블랙락이, 단 하루 만에 소설에 묘사된 것을 재현하여 200m 길이의 방벽을 외곽에 세워 보임으로써 논란이 종식되었다.

이론적으로 100명의 드워프만 있다면, 20km의 방책을 하루 만에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며.

비록 흙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은 드워프에 비할 순 없었지만, 인간 또한 우수한 공병으로 활약한다면 한 달 안에 아슬아슬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드워프 볼린 씨의 환히 웃는 사진과, 그가 열심히 재현한 ‘카이사르 방벽’은.

“자, 여기 보십쇼!”

“끄흐윽, 맥주 맛 쥑이는구만!”

날카롭게 화제를 캐치한 진리일보 사의 취재를 통해 신문에도 실림으로써, 유명세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지금껏 진리일보 구독자들, 그리고 정치소설 매니아들에게 국한되어 알음알음 알려지던 율리시스라는 필명이, 점차 제국 수도 내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열렬한 반응 속에서.

“그래, 완벽히 이해했다.”

베르투스 공작은 또다시 자기 합리화를 시전했다.

“소설의 백미는, 아무리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에서라도 결국 주인공이 최후의 순간에 승리를 거머쥐는 것. 비록 내전을 암시하고는 있지만…… 로마에 도사린 적폐를 청산하고, 카이사르는 진정한 영웅이 되겠지. 이를 암시하고 있을 터.”

김율이 들었다면 바로 ‘휘둘러라, 이미 네 안에 있다’를 속삭일 법한 완벽한 해석이었다.

물론…….

“……맞겠지? 여기서 성국이랑 척질 수는 없으니. 후우, 정치적 수사를 덜어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고 싶군.”

마음속에 내재한 불안감을 완전히 지워내진 못했다.


“흐흐흐, 흐히힉.”

“밥맛 떨어지게 쪼개지 마십시오, 김율. 실성한 겁니까?”

히스토리에가 뭐라고 꿍얼대건 말건, 나는 이 순간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기로 결심했다.

완벽한 대전략.

완벽한 대성공.

나는 신이고 이십칠연참은 무적이다……!

원래라면 일일 연재 시장에서 분명한 무리수로 평가받을 만한 만행을 저지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제목: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현재 68화 연재]

[역사적 고증: 부합함] [완성도 평가: 수작]

[세간의 평가: 매우 긍정적] [일일 독자 수: 2,714명]

[다음 스킬 획득까지 앞으로 일일 독자 수 1,286명]

[1달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현재 0일)]

[예상 획득 스킬: [A급] 키■로의 웅■]

그리스·로마 신화 때의 예를 보았을 때, 한 가지 이야기 테마에서 획득할 수 있는 스킬의 개수는 아마도 4개.

굳이 그걸 다 채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카이사르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감으로써 불필요한 스킬이라도 합성을 위해 얻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독자 수는 요구치에 턱없이 못 미쳤으니, 다소 내 손목을 갈아 넣어서라도 어그로를 더 끌 필요가 있었다.

연참분을 별개의 소설책으로 편찬한 것 또한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제목: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갈리아 연대기]

[역사적 고증: 부합함] [완성도 평가: 평작]

[세간의 평가: 매우 긍정적] [판매량: 1,067권]

[(55일 남음) 다음 스킬 획득까지 앞으로 판매량 933권 필요]

[예상 획득 스킬 : [C급] 베■킨게■■■의 의■]

은근슬쩍 이런 형태로 출판 소설을 곁들인다면.

본편의 인기를 고스란히 흡수함과 더불어서, 비록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손해를 본다고 할지언정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아니, 왜 사서 안 보고 다른 사람 거 빌려 보는 거야……!”

“당신 같으면 앞의 이야기를 온전히 모르는데, 굳이 사서 보겠습니까?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 김율.”

“그것도 그래…….”

확실히,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큼 순간적으로 일일 독자 수를 펌핑할 수 있었으니, 장기적으로 본다면 충분히 갈음할 수 있으리라.

“원고 제출하고 올게.”

“올 때 초코빵 사 오십시오.”

가벼운 마음으로, 의욕 넘치게 밤새워서 써 내려간 원고를 들고서 집을 나섰다.

.

.

.

“그 소식 들었어?”

“결국, 수도에도 균열이…….”

“엘프 놈들이 또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는군.”

“걔들은 자기들 좋아하는 세계수나 껴안고 죽을 것이지.”

원래라면 활발함이 넘쳐야 하는 거리의 분위기는, 오늘따라 영 뒤숭숭했다.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뇌에 담으면서, 출판사가 위치한 수도의 동쪽 광장에 도달한 순간.

“와우.”

나는 감탄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광장의 한쪽 구석.

어제까지 구수한 빵 냄새를 풍기고 있었던 베이커리가 있던 곳에는.

“가까이 오시면 안 됩니다!”

“통행에 주의해 주십시오! 보이지 않아도 마기에 침식될 수 있습니다!”

허공에, 누가 봐도 불길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잿빛 균열이, 마치 공간을 찢고 튀어나온 것처럼 새겨져 있었다.

저게 그 말로만 듣던 마경과 연결되는 통로인가.

세상 참 흉흉하여라.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해 주세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로젤린이 그 근처에서 통제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저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성녀긴 성녀구나.

먼발치에서 그녀의 백은발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걸 잠시 바라보다가, 출판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환경 파괴를 멈춰라!”

“청야전술은 범죄다!”

“진리일보는 각성하라!”

“드워프는 당장 자연 훼손 행위를 중단하라!”

“……여긴 또 왜 이래?”

우리 출판사 앞에서도, 엘프 여럿이 팻말을 들고 한바탕 난리를 벌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