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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이미 소림의 일로 문파를 도와주는 것이 큰 이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새로운 스킬이 열릴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30년간 공을 들인 대환단 연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대환단 한알을 얻고, 소림의 은인이 되어 상당한 신성력 상승도 경험했다.
‘정연 문주와 딱 한 번 대화해봤지만 하오문도들이 그녀를 좋아할 만 해.’
또 한 가지.
방혁은 소옥을 몰아붙이기 위해 유성의 명성에도 흠을 냈다.
유성과 소옥이 함께 하오문주를 만났는데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소옥을 몰아세운 것이다.
만약 이 일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지나간다면 나중에 세상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었을 때 유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질 거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다.
유성은 마부가 전해준 정보들로 상황을 가늠해 보았다.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아. 문주가 쓰러져 있고 방혁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소옥이 감금당해 있다면 며칠 안에 상황은 정리될 확률이 높아.’
상황 정리란 방혁이 하오문을 장악하고 정연과 소옥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걸 의미한다.
유성이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이다.
혼자 하오문으로 가서 하오문주를 치료하게 해 달라는 건 자살행위.
무림맹 소속이 될 유성이기에 해코지를 하지 않더라도 방혁이 쉽게 만나게 해 줄 리 없다.
아직 모든 장로들이 방혁 측에 붙지는 않았을 거다.
몸을 보호할 무력을 갖추고 방문하면 나머지 장로들의 도움으로 정연을 치료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도움을 받아야 해.”
유성은 그의 인맥을 떠올렸다.
무림맹 무인들, 철권개 아래의 개방도들, 그가 치료해 준 몇몇 낭인들.
친분이 생긴 낭인들은 실력이 부족하다.
개방은 무림맹과 발을 맞춘다.
무림맹 무인들은 말할 것도 없이 다른 문파의 내부 갈등에 끼어들지 않을 거다.
잠시 고민해 본 유성은 일단 제갈영영에게 조언을 구하러 무림맹으로 향했다.
지금껏 쌓아온 유대가 그 정도 사이는 된다.
척마대주 정립의 하루 일과는 무미건조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기조식을 하고 연무장에서 몸을 움직이며 무공을 수련한다.
점심 후 다시 무공수련.
저녁에는 운기조식과 명상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그의 부하들이 묻고는 했다.
“대주님은 그렇게 수련만 하고 사시면 삶이 심심하지 않으십니까?”
그럴 때면 정립은 자기 과거를 돌아보고는 했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일.
어린 시절 마교인들에게 가족을 잃은 일.
낭인 생활을 하다가 기연을 얻은 일.
무림맹에 입맹해 척마대에 지원한 일.
마침내 척마대주가 되어 화경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정립은 척마대주로서 훗날 마교와 싸울 때를 대비해 무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 왔다.
삶이 심심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언젠가 무림맹의 검이 되어 마교와의 전쟁에 선봉에 설 날만을 보고 살아왔는데.
“백의원님께서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정립은 연무장으로 이동중 무림맹 입구에서 문지기들과 이야기중인 유성을 발견했다.
“아, 대주님. 총군사님께 조언을 구할 일이 있어 찾아왔는데 마침 회의에 들어가셨다고 해서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유성은 살짝 고민했다.
제갈영영이 지금 막 회의에 들아갔으니 백호단주라도 찾아볼까 하던 참이다.
그는 치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언제든지 자기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잦은 술자리로 인맥도 넓으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정립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비밀로 하실 일이 아니면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유성은 그냥 솔직히 털어놓았다.
정립은 인맥이 넓어보이지는 않지만 선입견일 수 있다.
그 정도 되는 고수는 또 다른 고수를 알고 있을지 모른다.
“사실 무림맹 소속이 아닌 고수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환자 하나를 치료하고 싶은데 호위가 필요해서요.”
“중요한 일입니까?”
유성은 일단 정연의 노망 증상만 빼고 상황을 설명했다.
꼭 도와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립이 안으로 들어갔다.
유성은 정립이 괜찮은 고수라도 소개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됐습니다. 가시면서 이야기드리겠습니다.”
꽤 시간이 흐른 후 정립이 나와 한 소리다.
유성은 정립이 앞장서자 그를 따라가며 물었다.
“혹시 다른 고수분께 안내해주시는 겁니까? 소개장만 주시면 제가 찾아가도 됩니다. 근무 중이실 텐데.”
“제가 직접 갈 생각입니다. 백의원님의 신변은 확실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
이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아무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유성은 다시 한번 설명했다.
“대주님은 안 됩니다. 무림맹 소속이 아닌 분이 필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무림맹에서 명분 없이 다른 문파를 힘으로 핍박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정립이 고개를 저었다.
“걱정 하지 마십시오. 방금 무림맹을 그만두고 나오는 길입니다.”
“그렇군요… 네?!”
깜짝 놀라는 유성에게 정립이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개인적인 일로 맹주님께 그만둔다고 말씀드렸으니 저는 이제 무소속입니다. 저를 낭인으로 고용해주시면 명분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간단하게 말했지만 정립이 퇴맹하게 된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다.
그는 심각한 논의중의던 회의장에 들이닥쳐 다짜고짜 퇴맹 의사를 밝혔고,
무림맹주를 포함한 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이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기세로 말렸다.
화경의 고수가 그만두겠다는데 순순히 그러라고 할 사람은 없다.
유성도 그 부분에서 크게 놀랐다.
“아니, 그래도 척마대주 자리에 계신 분이 그렇게 쉽게 그만두시면 어떡합니까? 아깝지도 않으십니까?”
정립은 무림맹 척마대주의 자리를 명예롭게 여겼으나 마교도를 척살하는데 꼭 무림맹에 소속될 필요는 없다.
“생명의 은인을 돕는 일인데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맹주님께서 제 말을 들으시고 임시로 퇴맹하라고 하셨으니까요.
일을 보고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복귀하게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휴가 갖는 셈 치면 됩니다.”
유성은 그제야 안도했다.
정립의 돌발행동에 당황했으나 그는 유성의 인맥중 무력으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이 정도로 막무가내로 행동할 줄은 정말 몰랐다.
호위가 필요한 사정을 설명하기는 했으나 척마대주가 무림맹을 그만두고 낭인 신분으로 호위하겠다고 나선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못할 거다.
“화경의 고수시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맹주님이 안 받아주셨으면 어쩔뻔하셨습니까?”
“그럼 그냥 낭인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저 원래 낭인출신입니다. 아마 저 정도면 사람들이 고용하고 싶어서 돈을 싸 들고 달려들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 정립.
평소 보여 주지 않던 미소다.
“설마 지금 농담하신 겁니까?”
“안 웃겼습니까?”
정립이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
유성은 농담에는 별로 소질이 없는 낭인을 한 명 고용했다.
그는 유성이 아는 낭인들 중 최고의 고수다.
방혁은 어린 시절에 비해 인생이 매우 잘풀린 편이다.
미래 없는 소매치기로 생활하던 중, 우연히 하오문주 정연의 눈에 들어 제자가 되었다.
당시에는 왜 자기 같은 놈을 제자로 삼았는지 영문을 몰랐으나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죽은 아들을 많이 닮았다지? 하지만 난 사부의 아들이 아니야. 잘 됐다. 이대로 사부 비위나 맞춰주고 하오문을 물려받자. 소매치기 출신이 하오문주가 된다면 성공한 인생이지.’
그는 천성이 선한 사람이 아니었다.
적당히 맞춰주고 하오문을 꿀꺽하고 싶은 욕심을 가졌으나.
산전수전 다 겪은 정연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방혁의 성정이 그리 선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점차 애정을 줄였다.
“인사해라. 앞으로 네 사매가 될 아이다.”
어느새 방혁은 하오문주의 유일한 제자에서 두 제자 중 하나의 신분으로 격하되었다.
정연은 놀랍도록 그녀의 성정을 닮은 소옥에게 점차 힘을 실어 주었다.
“...”
이대로는 아무 실권 없는 하오문주의 사형으로 남게 될 판이다.
뒤늦게 말 잘 듣는 척을 해도 이미 소옥에게 마음이 기울어 버린 정연의 눈에 들 수 없었다.
다행인 점은 그동안 방혁에게 정을 주었던 정연이 여전히 제자의 신분으로 그를 놔두었다는 것.
방혁은 기회를 노렸다.
어린 시절, 목표가 방심하기를 기다려 소매치기를 성공 시켰던 것처럼.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노망입니다.”
사부가 나이를 먹더니 노망 증상을 보인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모두 같은 증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사부는 헛소리를 해대고 기억력도 나빠졌다.
그때부터 방혁은 사부와 다른 주장을 펼치던 장로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사부가 소옥과 함께 있을 때 노망 증상을 보이자 미리 심어둔 하인을 통해 함정을 발동시켰다.
‘됐다. 이제 며칠 후면 사부와 소옥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럼 자연스럽게 하오문은 내 것이다. 내 손을 들어 준 장로들을 챙겨줘야겠지만 그런 건 사소하다.’
다음으로 방혁이 제일 신경을 쓴 사람은 백유성이다.
인근에서 가장 명성 높은 의원인 그는 유일하게 사부를 치료할 가능성이 있는 자.
마침 소옥을 함정에 빠뜨린 날 함께 있던 자가 백유성이다.
그 역시 소옥과 공범일 가능성을 제기하면 피 흘리지 않고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확실히 처리하는 게 좋다.
“소옥의 심복이 백유성과 만났다고? 무조건 막아라. 며칠간 먼 곳에 떨어뜨려놔도 좋다. 대신 무림맹과 척을 져서는 안 되니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라.”
방혁은 그의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어차피 그의 인맥이라고 해봤자 뻔하다. 대부분 무림맹 인맥이고 나머지는 별 볼일 없다. 무림맹은 나서지 않을 테니 무력이라도 써서 막으면 된다. 절정 고수 한둘로는 절대 사부에게 도달할 수 없을 거다.’
백유성에 대한 신경을 끈 방혁은 나머지 장로들을 포섭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날 저녁.
“방혁님, 백유성이 찾아왔습니다. 장로님들과 만남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
“...내가 보낸 자들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지? 분명 절대 여기로 오지 못하게 막으라고 했을 텐데?”
“죽립을 써 누군지 알 수 없으나 백유성이 대단한 고수를 데려왔습니다. 모두 백유성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제압당했습니다. 조력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야 이 새끼야! 백유성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정체를 파악해? 장로들은 뭐라더냐?”
“한번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고 합니다.”
유성은 하오문으로 향하는 길에 정립의 신위를 직관하고 경외심을 품었다.
‘대단하다. 이게 화경이구나. 절정 고수는 상대가 안 돼. 나 역시 몸 상태가 멀쩡했어도 당시 경지로는 아무 반항조차 하지 못했을 거야.’
하오문도들로 추정되는 절정 고수들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마혈이 제압되어 쓰러졌다.
그 움직임이 얼마나 신묘한지 죽립을 깊게 눌러 쓴 정립의 정체를 알아차린 자조차 없다.
유성은 덕분에 안전하게 하오문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제가 분에 넘치게 정립님을 낭인으로 고용하는 날이 오는군요.”
“그런 소리 마십시오. 다음에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한번 그만둬보니 두 번, 세 번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정립이 다시 한번 미소 지었다.
이번 농담은 듣기만 해도 즐거웠다.
잠시 후.
장로들과 방혁이 백유성을 만나기 위해 모인 자리.
유성은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저와 소옥님이 문주님을 만난 후, 문주님이 쓰러지셨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가 치료해볼 테니 문주님과 만나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