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3 KiB

버츄얼 판타지에서 유성은 정식 사제의 길을 걸었다.

성기사로 활약하지는 않았으나 성기사들이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마나 연공법을 익히지 않았기에 기사에 비해 신체 능력이 부족했고 오러도 다루지 못했다.

그런데도 성기사는 대부분의 기사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았고, 스스로 치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하면 더 우위로 치기도 했다.

더 높은 경지로 향하는 길은 기사에게 열려 있으나 저점 방어가 더 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나 연공법 없이 어떻게 그 차이를 메웠느냐.

바로 버프와 아이템이다.

성기사는 온몸에 버프를 둘러 기사들과 비슷한 신체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문제는 기사들의 전유물인 오러인데, 일반 검에 신성력을 불어 넣어도 오러와 비슷한 효과를 보여 줄 수 없었다.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오리하르콘이다.

성기사들의 검신은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졌고, 그곳에 신성력을 응축시키면 마치 기사의 오러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강력한 절삭력!

그 말인 즉, 내공이 없어도 유성은 성기사가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물론, 그러기에는 신성력의 절대량이 부족했고 이번에 얻은 오리하르콘의 양도 너무 소량이었다.

'앞으로 오리하르콘을 더 구할 수 있을까?'

제갈영영이 한 번에 천운석을 알아본 것을 보면 어딘가에 또 천운석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잘 찾아 모은다면 검 한 자루 쯤 만들 양은 충분할 것이다.

버츄얼 판타지에서도 귀한 편이긴 했으나 신전에서 보유한 오리하르콘은 적지 않았다.

당시에는 출처 따위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때도 운석에서 나오는 것들을 긁어 모은 게 아닌가 싶고, 그렇다면 이곳도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먼 미래 계획은 그렇고, 이제 당장 이걸 어떻게 활용하냐인데.'

짧은 단검을 만들기에도 너무 양이 적다.

다른 금속과 섞이지도 않으니 만년한철처럼 다른 철과 섞어 사용할 수도 없다.

떠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었으나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찾기 위해 진열대 사이를 거닐었다.

덜커덕-

허리춤에 매어둔 침통이 연신 덜커덕 거리는 느낌에, 유성은 결심을 굳혔다.

'그래. 지금은 침을 만드는 게 최선이다. 신성력의 절대량에는 차이가 없어도 침을 통해 신성력 증폭 효과를 사용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환자, 그리고 더 위중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거다. 지금은 열심히 신성력을 쌓아 나가는 게 최선이다.'

한 가지 고민이 해결되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런데 이거, 여기서는 누가 침으로 만들어 주지? 여기엔 드워프도 없는데...?'

오리하르콘은 가공이 무척 어렵다.

아마 제갈영영이 예쁘기만 하고 쓸모없는 금속이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골동품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갈림길에서 제갈영영이 유성의 집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혹시 저희 집까지 가시는 겁니까?"

"네, 집 앞까지 같이 가요. 데려다줄게요."

"전에는 남들이 보면 곤란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집 안까지 들어갔으니까 그렇죠. 이 정도는 괜찮아요. 정식으로 대가를 받고 골동품 감정에 도움을 드린 거니까요."

제갈영영이 손에 쥔 작은 노리개를 흔들어 보였다.

"별거 아닌데요, 그건."

골동품들 사이에 여자들이 쓸 법한, 상태 좋은 노란색 노리개가 하나 있었다.

잘못 섞여 있었나, 신기해서 보여주었더니 자기에게 보수로 달라길래 그러라고 했을 뿐이다.

"아, 참. 항상 집에는 진법 펼쳐두고 있는 거 맞죠?"

"물론입니다. 며칠에 한 번씩 미로진과 은둔진을 재설치 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걱정이 안 될 수 있나요. 항상 몸조심하세요."

"그럼요. 홀 몸도 아닌데요."

"뭐, 뭐라고요?! 호, 홀몸 아니셨어요?"

사이가 부쩍 가까워진 후, 유성은 제갈영영의 반응이 재미있어 종종 놀리고는 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팔딱팔딱 날뛰는 활어같은 반응을 보여 주었다.

"제 손길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는데 당연히 홀몸이 아니지요."

찌릿-

눈초리가 날카롭다.

"농담입니다."

"앞으로 그런 농담 금지예요."

"..."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유성은 궁금한 점을 물었다.

"혹시 이 천운석으로 침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장인을 알고 계십니까?"

"침이요? 천운석으로 침을 만든다구요?"

"보시다시피 양이 너무 적어서요. 제 직업상 가장 많이 쓰는 게 침이거든요."

"그건 그러네요. 생각해 보니 괜찮아 보이기는 해요. 천운석은 내구성이 아주 좋다고 들었거든요. 대신 그만큼 가공이 어려울 거예요."

맞다.

버츄얼 판타지에서는 신이 내린 대장장이 드워프들이 있어서 별생각 없었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 중에서도 천운석을 가공할 수 있을 만한 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곳의 평범한 대장장이들에게 물어봐야겠지만 실력 좋은 자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당장 떠오르는 건 사천당가예요. 더 뛰어난 대장장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가는 암기를 직접 조달하는 만큼 수준 높은 대장장이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아, 사천당가! 좋네요. 그런데 좀 멀긴 하군요."

"설마 거기까지 가시려고 했어요?"

직접 가지 않으면 이곳에서 의뢰라도 넣을 수 있다는 말일까?

유성은 잠시 고민해 보았다.

천운석을 남의 손에 맡겨 사천당가로 보내 가공을 부탁하는 것.

'무림맹을 통해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는데. 분실 위험은 내가 가져가는 것보다 더 적을지도 모르니까.'

"혹시 사천당가에서 무림맹 의뢰도 맡아줍니까?"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들은 자존심이 세거든요. 몇 번 물건 제작을 부탁한 적이 있지만 다 거절당했다고 들었어요."

"그럼 직접 가면 만들어 주나요?"

"음,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 수 있다면요. 사천당가는 은원이 확실한 곳이잖아요."

"은원이라..."

사천당가는 폐쇄적이다. 기술 유출을 막기위해 직계는 딸들도 출가시키지 않고 데릴사위를 들이는 자들이니까.

무림맹과 무림학관에도 사천당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과 엮일 일이 얼마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유성은 다른 대장장이들이 천운석을 다루지 못한다면 사천당가로 찾아갈 마음을 굳혔다.

"..."

옆에서 제갈영영이 유성의 결연한 표정을 보고 안절부절하는 것도 모르고.


낙양 무림맹 인근은 전국 곳곳에서 몰려온 의원들로 북적거렸다.

모두 인생 역전을 노리고 무림맹 의각 시험을 치르러 온 자들이다.

"허의원, 또 보는구만. 주름이 너무 늘어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

"마의원, 여전히 입이 거칠구만. 그런데 자네가 도전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쟁쟁하지 않겠나?"

"지는?"

"뭐?!"

"의선의 제자도 참가하고 요즘 유명세를 떨치는 백유성이라는 자도 지원했다는데 자네가 가당키나 하겠는가?"

"자네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 그리고 굳이 여기가 아니라도 낙양 의방 시험이라도 볼 생각이니 걱정하지 마시게!"

"흥."

앙숙 관계인 둘은 무림맹 의각 시험을 치르러 오기는 했지만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또 어떤 은거 기인이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이미 낙양 의방에서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자들이 참가했기에 의각 시험 합격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은 며칠 후 있을 낙양 의방 시험에서 다시 만나리라 직감했다.

그때 그들에게 슬그머니 다가온 사람이 하나 있었다.

코 옆에 큰 점이 박힌 자였는데, 그가 비밀스럽게 나무판 위에 종이를 얹어 내밀었다.

"어르신들, 혹시 내기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누가 의각에 합격할지를 두고 작은 판이 벌어졌지 뭡니까? 물론 어르신들의 이름을 적어도 됩니다."

"..."

그들이 본 곳에는 여러 의원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각자 돈이 걸려 있었다.

전에도 몇 번 이런 내기에 참여해 본 그들은 요주의 인물 양지헌과 백유성의 배당률을 훑었다.

자기 이름을 적어 넣겠다는 만용을 부리지는 않았다.

"음, 배당률이 별로 좋지는 않군."

"아, 양의원님과 백의원님을 보고 계신가 보군요. 그래도 두분 중 마음이 가시는 분께 거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난 양의원님께 걸겠네."

허의원이 선수를 치자 마의원이라고 불린 자가 슬그머니 고민하다가 백유성 쪽에 적은 돈을 걸었다.

따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 싸움이었다.

허의원이 마의원을 비웃었다.

"흥, 여전히 안목이 형편없군. 그래서 자네가 안 된다는 걸세. 의선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한 양의원님은 이런 시험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말일세."


"자, 백의원, 이거 저기 앞에서 산 떡이네. 이걸 먹으면 시험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더군. 그럼 자네만 믿네."

유성은 차의원이 쥐어 준 작은 꾸러미를 받아들였다.

찹쌀로 만든 떡이 몇알 들어 있었다.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정성이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꾸러미는 뭡니까?"

차의원의 소맷자락 안으로 자신이 받은 것와 비슷한 색의 꾸러미가 살짝 보였다.

"아, 이, 이거? 맛있어 보여서 나도 하나 샀네. 아무튼, 나는 바빠서 이만 가 보겠네!"

오늘은 무림맹 의각 시험이 있어서 낙양 의방 의원들 절반이 쉬는 날이다.

차의원도 쉬는 절반의 인원에 속해 있다.

그런데도 그는 뭐가 바쁘다는 건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유성은 무림맹으로 들어가 시험장으로 향했다.

'의각'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전각 앞 넓은 공터로, 만약 이 시험에 합격한다면 유성이 일하게 될 곳이다.

이미 의각에 지원한 수많은 의원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유성도 부여받은 번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차의원이 건네준 떡을 하나 빼먹었다.

쫄깃하고 맛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필기는 불리하다. 최대한 비슷한 점수를 맞추고 실기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몇 가지 활동을 한 것 외에는 꾸준히 서점에 가서 새로운 의서도 찾아보았으나 큰 성과가 없었다.

절대평가면 모를까 단 한 명만 뽑는 상대평가에서는 결국 상대가 중요했고, 의선의 제자 양지헌은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다.

유성은 의선에 대해서도 조금 알아봤다.

그는 예전부터 존재해 온 의선문의 현 문주로, 그동안 쌓인 수많은 치료 비법들을 전수받아 활약하여 강호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자다.

요즘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의 은거하다시피 한 상태지만 과거 인연이 있던 자들과는 편지를 주고받는단다.

그가 거둔 여러 제자가 있는데, 그중 양의원이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자다.

즉, 의선의 진전을 이은 양의원은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대라는 소리다.

잠시 후.

비어 있던 유성의 옆자리에 누군가 조용히 앉았다.

그가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있던 유성에게 말을 걸었다.

"백의원, 내 옆자리였군."

돌아본 곳에는 양의원이 앉아 슬쩍 웃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그렇군요. 임의로 주어진 자리라 양의원님 옆자리일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표정이 좋아 보이십니다."

"간밤에 꿈에서 스승님을 뵈었지. 좋은 징조가 아니겠나?"

"그러시군요. 좋은 승부 부탁드립니다."

"나도 언젠가 자네와 한번 제대로 실력을 겨뤄보고 싶었네. 아침 식사는 했나?"

"간단히 먹었습니다."

양의원이 소매에서 작은 꾸러미를 하나 꺼냈다.

유성이 아주 잘 아는 모양새였다.

아니나 다를까, 꾸러미 안에서는 찹쌀떡이 몇알 나왔다.

"차의원이 챙겨 준 걸세. 나이도 나보다 몇 살 어린 친구가 이런 걸 참 잘한다네. 자네도 하나 들지."

"...감사합니다. 쫄깃해 보이는군요."

하는 행동이 박쥐 같기는 한데 나름대로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하니 밉살스럽기는 하나 이해는 됐다.

"그럼 시험을 시작하겠소!!"

잠시 후, 시험관의 외침과 함께 무림맹 의각 시험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