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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하인의 헛소문 유포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람이 엮였기에 모두 조심하여 별다른 문제로 불거지지는 않았다.
다만 제갈영영이 자주 찾는 의원이라는 명성 덕에 무림맹 무사들이 백유성을 지목하여 진료받는 일이 잦아졌다.
많은 사람들은 무림인들은 병에도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내공 심법을 수련하고 몸을 움직여 무술을 수련하는 무림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면역력이 뛰어나 더 건강할 뿐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증상도 덜하고 회복도 빠르기에 착각하는 것일 뿐, 제갈영영의 두통만 봐도 한계를 넘어서는 혹사에는 몸이 이상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무림맹 무사들은 크고 작은 질병으로 낙양 의방을 찾는 일이 많았는데, 양의원에 이어 실력도 좋고 적당히 기분 좋게 치켜세워 주는 방법을 아는 조의원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분명 그랬는데, 최근에 상황이 변했다.
"어서 오십시오. 백호단주님이 아니십니까?"
백호단주는 하얀 무복을 입고 얼굴이 붉은 50대 남성이었다. 그가 유성을 찾아온 것이다.
"반갑소. 부하들이 백의원이 실력이 좋다고 추천하기에 찾아오게 되었소."
"그러시군요. 안 그래도 최근에 백호단원들이 몇 분 다녀가셨지요.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음식을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소. 치료를 받아도 그때 뿐이라 속는 셈 치고 와본 것이오. 부담갖지 말고 살펴보시오."
유성은 백호단주의 정보를 떠올렸다.
'술과 고기를 좋아하고 오랜 기간 소화불량을 호소했다. 이는 위 또는 췌장이나 간, 담낭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진맥 결과 간과 담낭쪽 문제로 판단되었다.
간과 담낭은 나이가 들수록 해독과 대사 기능이 떨어지기에 식습관에 따라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과 담낭의 문제군요."
"역시 조의원과 같은 소리를 하는군. 혹시 약을 지어 주려는 것이오?"
백호단주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다른 원인을 찾아낼까 기대했으나 같은 진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약은 꾸준히 먹고 있지만 약간의 효과는 있어도 그의 병을 완치시켜 주지 못했다.
부하들의 추천에 백유성을 찾아왔지만 그는 너무 젊은 얼굴을 보고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 후회하고 있었다.
가벼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억지로 이번 진료만 받고 다음부터 조의원에게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닙니다. 시침만 할 겁니다."
대뜸 시침만 한다는 게 아닌가?
침이 장기를 보하는 효과가 있어 그도 여러 차례 맞았으나 약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말에 백호단주는 고민에 빠졌다.
유성은 이런 환자들을 많이 보았기에 장담했다.
"믿고 맞아보시지요. 여러 백호단원분들도 크게 만족하셨습니다."
"음..."
여전히 고민하는 그를 보고 유성은 필살기를 시전했다. 당사자가 먼저 그래도 좋다고 허락해주었다.
"총군사님께서도 제 침술이 뛰어나다고 칭찬이 자자하셨습니다. 믿어보시지요."
백호단주는 솔깃했다.
머리가 아파 자주 이마를 찌푸리던 제갈영영이 최근 들어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자신만만한 유성의 태도도 어느 정도 신뢰감을 주었다.
'낙양 의방의 시험이 무척 어렵다고 들었다. 최소한 돌팔이는 아니겠지.'
백호단주가 결정을 내린 후에는 일사천리였다.
미리 설명을 들었음에도 기다란 침이 깊숙이 찔러 들어올 때는 긴장되어 칼자루를 찾았으나, 곧 백호단주는 더부룩한 속이 사르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찔끔 새어 나온 피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루면 아물 것이다.
그는 신기한 듯 가슴과 배를 쓸어보았다.
'마치 이십 대로 돌아간 것만 같구나. 보아하니 하루 이틀 사이에 다시 악화할 것 같지도 않다.'
백호단주가 감탄해 입을 열었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인지 모르겠소. 어차피 해결할 수 없다 여겼기에 치료받는 중에도 술과 고기를 줄이지 않았소. 그런데 이런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줄여볼 용의가 있소. 술과 고기를 얼마까지 줄여야 하겠소?"
편안하지만, 어딘가 심각해 보이는 백호단주.
일반적인 의원이라면 모르겠지만, 유성의 목적은 신성력을 열심히 쌓는 것.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억지로 참아 마음의 병이 쌓이면 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제가 있으니 적당히 즐기셔도 좋습니다. 속이 안 좋아진다면 저를 다시 찾아오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말끔하게 치료해드리겠습니다."
백호단주는 유성의 뒤로 서광이 어리는 듯했다. 그는 크게 감격했다.
무재가 있어 상당한 경지를 이루었고, 무림맹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여 높은 급여를 받는 그는 술과 고기를 먹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었다.
다른 의원들은 항상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건만, 유일하게 백유성은 그에게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해 준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중히 포권지례를 올렸다.
"내가 명의를 몰라뵀소.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시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겠소."
유성은 상당한 양의 신성력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즐거워했다.
백호단주가 얼마나 오랜 기간 소화불량으로 고생해 왔으며, 유성에게 감사함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평소 무림맹의 영웅분들이 무림의 안녕을 위하여 얼마나 고생하고 계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단주님 주위에 지병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저에게 소개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하하! 내가 두루두루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여 발이 넓으니 나만 믿으시오!"
그날 저녁, 백호단주는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 왔던 지병의 완치 기념으로 그의 인맥들을 초대해 성대한 술판을 벌였다.
불러 모은 지인들의 숫자는 거의 50여명에 달했다.
술에 잔뜩 취해 유성의 대단함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 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의원이 그의 담당 하인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요?"
"방금 창호단주도 백의원에게 다녀갔다지?"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직 조의원님을 찾는 무림맹 분들도 많지 않습니까요?"
하인도 조의원이 왜 심기가 불편한지 알고 있었다.
조의원은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꽉 잡고 있다고 생각했던 무림맹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백유성 쪽으로 옮겨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둑에 균열이 생기면 처음에는 물이 조금씩 새어 나가다가 조금만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갈 것이다.
'내 실수다. 총군사님 한 명으로 끝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저쪽으로 옮겨갈 줄은 몰랐구나.'
사실 제갈영영을 통한 유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얼마 전 다녀간 백호단주가 매일 같이 술자리를 가지며 유성을 찬양한 효과였으나 조의원이 그 사실까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는 벌써 다음달 수입이 걱정되었다.
새로 들인 애첩이 꽤 사치스러웠음에도 아무 걱정 말라고 큰 소리를 쳐 놨는데 이제 와서 지원을 줄이겠다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놈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긴 한 모양이야. 몇몇 사람들은 그놈이 양의원보다 더 뛰어날 거라고 떠들기도 하는 것을 보니.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해.'
머리를 쥐어 싸매고 고민하고 있을 무렵, 그를 찾는 환자가 있었다.
"아이고! 척마대주님, 도대체 이게 얼마만이십니까? 어서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진료실로 들어서는 진중한 눈빛의 사내를 보고 조의원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백유성 그놈은 진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 한 번의 실패도 겪어보지 못했다. 흠결 없는 지금의 성과가 그놈을 더 대단해 보이도록 하고 있지. 하지만 실패를 겪어본다면 뭔가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음흉한 속내와는 다르게 조의원은 척마대주를 깍듯하게 모셨다.
무림맹에 가장 강한 무력부대를 꼽는다면 사람들은 주저 없이 무림맹주 직속인 척마대를 꼽는다.
오직 마를 척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대외 활동도 삼가하고 자기 무위를 높이는데 열중하는 대원들.
척마대는 개개인이 절정 고수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들의 대주 정립은 초절정의 고수였다.
초절정 고수라고 모두가 같은 경지에 이르러 있는 것은 아니다.
오 년 전, 이미 초절정의 끝자락에 이르러 이 넓은 무림에서도 몇 없는 화경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여겨지는 사내가 바로 정립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주셨군요, 대주님. 폐관을 끝내신 것입니까?"
정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오늘 막 끝냈소. 조의원도 정정하시군."
조의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심스럽습니다만, 진료의 일부이니 묻지 않을 수 없군요. 폐관 수련의 성취는 있으셨습니까?"
정립음 침음성을 흘렸다.
"아니오. 깨달음을 얻지 못했소."
"이런...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림의 영웅께서..."
"됐소. 다 내가 부족한 탓이지. 더 버티기 힘들어 온 것이니 전에 말해주신 강력한 진통제를 부탁드리겠소."
온몸의 장기에 악성 종양이 퍼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립은 끝없이 화경의 경지에 도전해 왔다.
깨달음을 얻어 화경에 이르면 환골탈태를 이룰 수 있고 온몸이 회복됨은 물론 수명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끝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약간의 통증과 함께 모든 장기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 이르러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 그의 수련까지 방해하는 것이다.
'깨달음은 조급한 상황에서 끝내 찾아오지 않는구나. 바른 몸과 정신으로 끝없이 정진해도 얻을까 말까 한 것을 이런 악조건에서 얻을 수 있을 거라 여긴 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지.'
정립은 몇 년 전, 낙양의방을 찾아와 악성 종양이 온몸의 장기에 퍼졌다는 진단을 받고 마지막 도전으로 폐관 수련에 들었다.
그러나 결국 보기 좋게 실패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강력한 진통제를 얻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강력한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감각이 교란되어 깨달음을 얻는데는 오히려 방해된다. 그러나 나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적절한 후임 척마대주를 선임하고 뒤를 부탁하는 것이 내 마지막 소임이다.'
조의원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그에게 영웅의 기세를 보았으나, 결국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데리고 있어도 도움받을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백유성에게 보내서 진통제를 처방하든 다른 치료를 시도하게 하든 해야겠다. 자기가 맡은 환자가 죽으면 뭔가 약점을 노출할지도 모르지.'
계산을 끝낸 조의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수십 년 동안 의원의 길을 걸어온 자로서 직접 대주님을 치료할 수 없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러나 미약한 희망이 있어 감히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희망... 말이오?"
"그렇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얼마 전 들어온 의원 한 명이 심장이 멈춘 사람을 살려낸 일이 있었습니다."
"...!"
"신의라 불러 마땅한 솜씨였지요. 나이는 어려도 그자는 저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나니 뭔가 다른 방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도대체 누구요?"
"백유성이라는 의원으로 이 의방의 제 십 일 진료실에 있습니다. 다만 실력이 부족해 제 환자를 다른 의원에게 권해야 하는 심정이 참담하니 제 이야기는 백의원에게 하지 말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