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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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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성이 전작을 플레이할 때, 고아의 신분으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비슷할 거로 생각했지만, 뜻밖에 가족까지 있는 신분이라 신기하게 여겼다.

알고 보니 사생아였지만.

물론 사생아의 신분이라는 사실은 게임 속으로 빙의되었다는 걸 깨닫고 나자 사소한 일이 되었다.

현대인이 게임 속에 갇혀 버렸는데, 진짜 부모도 아닌 자들과의 관계가 어떻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며칠간 방황했으나 유성은 곧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만이 답임을 깨닫고 무공 수련에 열중하게 되었다.

어쨌든, 호남 백가장은 유성이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곳이고 백진성은 그곳의 적자다.

유성과는 이복 형제.

백진성은 유성을 귀찮게 굴었다.

당연히 가문을 물려받을 거로 생각했던 그의 처지에서는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유성이 눈엣가시 였을 거다.

유성이 무공을 잃고 쫓겨나듯 가문을 떠나던 날 비웃던 녀석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백가장이 그렇게 큰 곳은 아닌데 무림학관에 들어올 수 있나 보군요.”

제갈영영이 차분히 설명했다.

“맞아요. 원래 백가장 까지는 순서가 돌아가지 않았지만 이번에 무림학관 생도 중 일부가 정식으로 무림맹 소속이 될 거예요. 빈자리를 보충하려는데 마침 백가장도 적합한 대상이었어요.”

그 말을 하면서 제갈영영은 유성의 눈치를 살폈다.

‘날 배려한 거구나. 지난번 일로 백가장에서 쫓겨난 일이 널리 퍼졌으니.

고마웠다.

원칙상으로 백진성은 무림학관에 입관할 기준에 부합한다.

그런데 제갈영영은 유성을 위해 원칙을 깰 각오로 찾아온 거다.

유성이 원치 않으면 무림학관에 탈락시키려고.

‘별로 보고 싶은 얼굴은 아니긴 하지.

유성은 백진성이 무림학관에 들어오면 자신에게 어떤 해가 될지 생각해 보았다.

무림맹과 무림학관은 연관이 있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같은 소속은 아니다.

그리고 유성은 예전부터 백진성이 무림맹 입맹을 희망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작은 정도 문파가 세를 키우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무림맹 소속이 되는 거다.

흑도 문파와 시비가 걸려도 무림맹이 토벌 올 수 있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보면, 유성이 백진성을 만나 해가 될 점은….

‘…없는데?

오히려 백진성이 유성의 눈치를 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 유성의 위상이 그 정도는 된다.

무림맹 무사들이나 무림학관 생도 중 의각의 도움을 받은 자들도 많았고, 특히 친한 자들은 대부분 무림맹 고위직이다.

아무 위협도 되지 않는 백진성 때문에 굳이 무림맹 총군사가 원칙을 어기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저는 괜찮으니 그냥 받으셔도 됩니다. 총군사님이 저 때문에 무리하시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무리한다구요? 저 그 정도 힘은 있어요.”

제갈영영이 턱을 치켜세우며 자신만만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유성은 그녀가 두통으로 무너진 모습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전에 책 잡힐 일은 하면 안 된다고 하신 거 같은데….”

둘이 한잔 하며 그런 이야기도 나눈적 있다.

“그건 모용림 장로가 기세등등 했을 때 이야기죠. 의각주님도 아시잖아요. 요즘 모용림 장로 어떤지.”

한때 무림맹 내에서 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사마세가를 열심히 밀었던 죄로 그냥 평범한 무림맹 장로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사마세가가 무림맹에 못된 짓을 하다 걸렸으니 그들과 엮이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고.

그래도 유성은 제갈영영의 배려를 사양했다.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다른 정적이 나타나 꼬투리 잡으면 그녀가 곤란하지 않겠나?

그리고.

오히려 자신이 과거에 백진성에게 당했던 것들을 되갚아 줄 수도 있을 테고.

“알겠어요. 의각주님이 괜찮다니 뭐….”

“그럼 용건은 끝났나보군요. 살펴 가십시오.”

번뜩!

날카로운 제갈영영의 눈초리에 유성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그러나 착각이었다는 듯, 어느새 그녀의 눈매는 다시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차 한잔 주세요. 목이 타네요.”

“아, 그렇지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손님이 왔는데 차 한잔 대접하지 않고 보낼 뻔했다.

유성은 그녀가 주기적으로 선물해주는 차를 타서 내놓았다.

“마실동안 잠깐 이야기나 해요. 그 정도는 괜찮죠?”

“물론입니다.”

제갈영영과 별거 아닌 잡담을 나누었다.

오늘까지 해결해야 할 안건이 있다더니, 생각보다 바쁘지 않은가보다.

“요즘은 공부 잘되십니까?”

매일 아침마다 찾아와 치료받게 만드는 원인.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매일 두통을 호소할 정도니, 보통 수준의 공부는 아닐 테고.

“덕분이에요. 조금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거 같아요.”

가슴을 주욱 펴고 뿌듯해하는 모습이 귀엽다.

여기서는 두 살 연상이긴 하지만 현실 세계의 유성에 비하면 훨씬 어리다.

제갈영영이 돌아간 후, 유성은 다시 집에 딸린 작은 마당으로 나갔다.

오늘 차의원과 당직을 바꾸면서 해 보고 싶었던 일을 이어서 해야 한다.

새로 얻은 스킬 시험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얻은 스킬은 버프 계열.

버프 스킬은 자신 또는 타인에게 걸어 줄 수 있다.

당장은 활용도가 높은 스킬은 아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미리 성능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신속]

유성의 몸이 순간 금빛으로 번뜩이며 신형이 미끄러졌다.


무림학관의 한 연무장.

연무장은 넓지 않지만, 높은 담벼락이 주변의 이목을 차단해 주고 있다.

검왕이 손녀에게 가문의 비기 제왕검형을 전수하기에 적합하다.

엄숙한 표정의 검왕이 의욕 없어 보이는 손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약속이니 최선을 다해 배워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가문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

손녀의 얼굴에 약간의 의지가 서린다.

지금 당장 돌아가는 건 무척 싫은 모양.

‘언젠가 극복하리라 믿지만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가문을 이끄는 사람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고 검왕은 제왕검형 전수를 시작했다.

“제왕검형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전반부는 신묘한 무리들을 품고 있어, 전반부를 대성하면 이 할애비처럼 화경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제왕검형은 남궁세가의 자부심이다.

남궁세가가 오대세가의 수좌 자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핏줄과 제왕검형을 통해 대대로 검왕을 배출해 냈기 때문.

신묘한 무리를 품고 있는 제왕검형의 전반부를 이해하면, 다른 무공을 익히는 것에 비해 손쉽게 경지를 올릴 수 있다.

다만, 품고 있는 무리가 어려운 만큼 제왕검형을 익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최소한 검왕의 상식으로는 그랬다.

“…!”

구결을 불러 주고 초식 시범을 한번 보여 준 검왕은, 약간 부족하지만 손녀가 자신이 펼쳐 보인 제왕검형의 전반부를 그럭 저럭 따라 하자 놀라고 말았다.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단 한 번 보고 따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완성도가 높았던 것이다.

‘유현이보다 배우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구나.

창궁무애검법을 전수할 무렵 남궁유린은 무공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었다.

시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남궁유린은 유성 덕분에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 풀렸고, 가문으로 끌려갈 수 없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마음 가짐이 다르니 익히는 속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비록 창궁무애검법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아 똑같이 따라 하기는 어려웠으나,

제왕검형 역시 남궁세가의 무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검왕의 기준으로, 남궁유린은 솜이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제왕검형을 익혀나갔다.

의무감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차 손녀를 가르치는데 푹 빠져들었다.

며칠에 걸쳐 전반부를 봐 준 후.

그는 더 이상 전반부를 봐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여태 손자가 최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뛰어난 검재를 가진 아이는 손녀였다니,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검왕은 계획을 변경했다.

“배우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구나. 나머지는 스스로 참오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대신 후반부도 미리 전수해 주마.”

“후반부도요? 어차피 지금 익혀봤자 써먹지 못 하는 거 아닌가요?”

제왕검형의 후반부는 화경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이전에 그렇게 설명 들었기에 남궁유린은 의문을 가졌으나, 검왕이 고개를 저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너도 후반부 초식들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화경의 경지에 올라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하면 신체가 버티지 못해 무너지고 만단다. 그렇기에 펼치지 말라고 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네게 미리 전수하는 건 네 배움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니, 틈 날 때마다 후반부 초식들이 지닌 무리들을 참오하여 화경의 경지에 도달하면 더 빠르게 나아가길 원한 것이다.”

“…네.”

검왕은 전반부 초식들을 펼칠 때처럼 손녀와 거리를 두고 섰다.

“잘 봐라. 이게 네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진정한 제왕검형은 후반부 부터라고 할 수 있다.”

검왕은 검을 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단전에서 진기가 일어나 승천하는 용과 같은 강맹한 흐름을 만들어 낸다.

환골탈태한 몸이 아니었다면 혈맥과 근육이 찢어졌을지도 모르는 파괴적인 기운과 함께, 검왕의 온몸에 푸른 기가 넘실거렸다.

이어.

퍼엉—!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제왕검형의 후반부 초식들이 펼쳐진다.

“…!”

남궁유린이 홀린 듯 검왕이 수놓는 검로를 쫓았다.

검에서 푸른 뇌전이 넘실거린다.

그녀는 몰랐지만, 마치 어렸을 때 창궁무애검법을 처음 보고 느꼈던 충격이 뇌리를 강타했다.

‘저게 진정한 제왕검형!

남궁유린의 몸 안에 내재된 검재가 꿈틀거렸다.

그 순간만큼은 시녀의 일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언젠가 할아버지처럼 저렇게 자유자재로 제왕검형의 후반부를 펼칠 수 있을까?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졌다.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하면 신체가 버티지 못한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