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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의 모든 사람이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의방을 찾는 환자들은 무림맹 의각 시험의 결과를 알고 있다.
모름지기 환자의 관심사는 얼마나 더 뛰어난 의원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지는지가 아니겠는가?
그를 위해 부유한 사람들은 기꺼이 더 비싼 진료비를 치르고 낙양 의방을 찾는 것이다.
지금 주욱 늘어선 줄이 현재 유성이 차지하는 위상을 말해주었다.
도저히 오늘 안에 처리가 불가능한 수준의 대기줄에, 유성은 그의 담당 하인 장칠의 도움을 받아 환자들 일부를 옆으로 보냈다.
"차의원님도 실력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다행히 가벼운 질병이니 차의원님이 치료해주실 겁니다."
"저는 백의원님께 받고 싶은데요."
간혹 고집을 부리는 환자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유성의 말을 따라주었다.
"아이고, 백의원. 항상 고맙네! 자네가 여길 떠나면 나 혼자 어찌 이곳을 헤쳐 나갈지 눈앞이 깜깜하네."
진료가 끝난 후 차의원이 달려와 어제 술값이라고 돈을 내밀며 한 말이다.
"돈은 됐습니다. 제가 합격해서 산 것으로 하시죠. 그래도 양의원님이 있지 않습니까?"
"에잉, 양의원님은 일 진료실이라 너무 멀어. 그리고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이제 난 자네 뿐이니 절대 그 사실을 잊지 말게."
의각 인원을 충원할 때 꼭 자기를 제일 먼저 떠올려 달라는 차의원.
솔직히 유성은 실력 면은 모르겠지만 이제 차의원의 얼굴이 제일 떠오를 것 같기는 하다.
워낙 질척거려서 말이다.
"저는 실력 없는 사람을 뽑을 생각은 없으니 그동안 의술에 더 정진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일세! 새로 들어올 의원들을 포함해 이곳에서 제일 뛰어난 실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네! 아, 물론 양의원님은 빼고."
제 이 진료실을 차지하던 조의원이 사라지고 유성도 곧 그만둘 예정으로, 낙양 의방의 시험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
아마 무림맹 의각 시험을 치른 의원들의 상당수가 이곳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은 마무리 정리하고 의방을 나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타시지요."
소옥이 의방 앞에 화려한 마차를 세워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약속된 일정이라 유성이 마차에 올라탔다.
"하인을 보내시지 않고 직접오셨습니까?"
낙양 의방 주인의 대리인이라면 이 여자도 꽤 대단한 위치일 거다.
"그 분이 모신 손님이니 당연히 제가 와야지요."
마차는 꽤 번화가라 할 수 있는 낙양 의방에서 큰길을 지나 고급스러운 저택들이 늘어선 곳으로 진입했다.
마차는 그중에서도 크고 화려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
"어서 오십시오."
문지기, 마당을 쓰는 하인들, 분주히 돌아다니는 하녀들.
'다들 자세가 꽤 잡혔어.'
소옥이 무공을 익힌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 저택 안에 조금이라도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과연 평범한 상인 집단은 아닌 듯했다.
소옥이 한 하인을 손짓해 불렀다.
"어르신은 어떠신가?"
"오늘 무척 좋으십니다."
휴우.
소옥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성은 꼭 그게 안도의 한숨처럼 들렸다.
"들어가시지요."
소옥의 안내받아 저택 깊숙한 곳으로 향한 곳에는, 약 육십 대 정도로 보이는 노파가 맑은 눈을 빛내며 앉아 있었다.
그녀가 실질적인 낙양 의방의 주인이다.
"어서 오세요. 내가 낙양 의방의 주인 정연이에요. 백의원님을 실제로 마주하는 건 처음이네요."
인사를 나눈 후 유성은 그녀가 그를 청한 이유를 들을수 있었다.
"사실 내가 백의원님의 실력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부탁할 일이 하나 있었어요. 그런데 무림맹으로 적을 옮기신다고 하니,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마련해 부탁할 수밖에요."
"몇 달 일하지도 않고 떠나게 되어 저도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탁하실 일이라는 게 어떤겁니까?"
유성은 내심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무림맹과 낙양 의방이 아무 관계가 없다면 모를까, 엄연히 계약을 맺고 있는 곳이다.
실질적으로 낙양 의방에서 일한 시간이 짧았고 사전에 상의 없이 무림맹으로 자리를 옮기는 셈이 되어 약간 마음의 빚이 있었다.
간단한 부탁이라면 들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기루를 몇 개 운영하고 있어요. 데리고 있는 기녀들이 많은데, 원래 백의원님께 그 아이들의 병을 봐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었답니다."
"기녀들이요?"
상인이 웬 기녀란 말인가?
설마 여자 장사를 한다는 소리일까?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일 하는 사람보고 제갈영영이 존중을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게다가 기녀들이라고 의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낙양 의방은 무리더라도 다른 의원들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유성의 의아한 표정을 읽었는지 정연이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왜 낙양 의방을 세웠는지 아세요?"
"모릅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었습니까?"
"사실 낙양 의방을 세웠을 때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난 그저 뛰어난 의원들을 모아 내 아이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을 세우려 했을 뿐인데 내 생각보다 낙양 의방이 더 유명해졌어요.
부유한 자들 뿐만 아니라 높은 관리들까지 찾는 곳이 되어 버렸죠."
유성도 그런 환자들을 몇 명 받아보았다.
천민들과 말도 섞고 싶어 하지 않는 고위 관리들.
그들의 거만함은 가끔 유성조차 피해가지 못했다.
유성은 어렴풋이 정연이라는 노파가 이런 부탁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들은 천한 기녀들이 낙양 의방에서 진료 받는 걸 원치 않아요. 난 내가 세운 의방에 내 아이들을 보낼 수 없게 되었지요. 낙양 의방을 포기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졌거든요."
"그랬군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는 무림맹 소속이라 일반 환자를 마음 놓고 받지는 못합니다. 그들이 무림맹에 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물론 무림맹에 들어가기 전에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정연이 빙그레 웃었다.
눈가에 주름이 많았으나 사람이 선해 보인다.
"지금도 휴무일마다 빈민가의 사람들을 치료하는 좋은 일을 하신다지요?"
이미 소문이 많이 퍼져 있는 일이다.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백의원님은 무림맹에 들어가셔도 그 일을 계속하실 거예요. 맞나요?"
"그렇습니다."
무림맹에 긴급 환자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무림맹에도 분명 휴무일이 있고, 유성은 집에서 쉬면서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때도 신성력을 꽤 늘려주는 빈민가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보낼 생각이었는데, 정연이 그 일을 짚은 것이다.
"그 일을 도와 드릴게요. 멀리 가실 것도 없이 무림맹 인근에 치료 장소를 마련해주고 빈민가 사람들을 모아줄게요. 약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제공해주고. 그때 제 아이들도 함께 봐주시면 어떨까요? 제 아이들에 대한 치료비는 따로 지급할게요."
"그건..."
"다른 의원들은 제 아이들이 앓고 있는 괴질을 치료하지 못하더라구요. 꼭 부탁할게요."
"괴질이요?"
"부끄럽지만 남자를 상대하는 기녀들이 걸리는 병인데, 다른 의원들은 증상 완화를 시켜 줄 수 있으나 완치시켜 주지는 못했어요. 이번 휴무일부터 곧바로 가능해요."
잠깐 생각해봤지만 유성에게 전혀 손해되지 않는 일이다.
빈민가에는 흑도 무리들도 돌아다니기에 유성도 긴장해야 했다.
치료가 필요한 빈민들을 알아서 모아준다니, 정연의 제안은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기녀들이 앓는 괴질이라면 몇 가지 짚이는 것도 있다.
이 당시 불치병으로 분류되고는 했으니.
"거절할 수 없겠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유성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대로 순조롭게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줄 알았다.
"넌 누구지? 내 아들은 어딨어!"
정연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조금 전의 맑은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눈에 노기를 띠고 유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약간 탁해 보이기도 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유성이 물었으나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던 소옥이 얼른 소리쳤다.
"어르신이 발작하신다! 다들 들어오게!"
하인들과 하녀들이 우루르 들어와 정연을 감쌌고, 소옥이 유성을 잡아끌었다.
"잠깐 어르신의 상태가 안 좋으시니 이만 가시지요. 조금 전 말씀하신 것은 틀림없이 이루어질 거예요."
유성은 망연한 표정의 소옥을 따라 나가면서 의심이 들었다.
소옥이 처음에 하인에게 정연의 상태를 물은 것도 지금 보면 이상했고, 갑자기 돌변한 정연의 모습에서 의심 가는 점이 있었다.
"어르신은 언제부터 저러셨습니까?"
"...이미 보셨으니 할 수 없지요. 백의원님을 믿고 말씀드릴 테니 다른 곳에 가서 말하지 말아 주세요. 사회적 지위가 있으셔서 수치스러워하실 거예요."
제갈영영이 말한, 한동안 활동이 없었다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러겠습니다."
"어르신이 노망이 난 건 2년 전쯤이에요."
"노망이요?"
"네. 원래 이 나잇대쯤 되면 가끔 나타나잖아요."
소옥은 노망이라고 표현했으나 유성은 다른 질병을 의심했다.
유성은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정연의 상태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증상이 나타나면 자꾸 깜빡하는 것은 예사로, 잠시 전 나눈 대화도 금세 잊어버린다.
모두가 잠든 밤에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하인이 제지했다고 하고.
가끔은 가장 아끼는 소옥도 몰라보고 예전에 죽은 아들만 찾는다고 한다.
방금 유성의 앞에서 보인 모습처럼 말이다.
'이거 치매 증상이잖아? 하긴, 이 시대에서 밝혀진 병은 아니지.'
노망, 노환의 일종으로 분류되다가 치매가 질병으로 정립된 것은 현대의 일이다.
유성이 이것저것 캐묻자 소옥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꼭 진단을 하시는 것처럼 그러시네요. 혹시 병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다른 의원분들도 여럿 다녀가셨지만 그냥 노망이라고 하셨는데요."
모르는 것을 보고 병이라고 선뜻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은 아마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대로 노망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정연의 나이도 적지 않고.
사실, 다른 의원들은 알아도 고칠 방법도 없는 게 사실이다. 현대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병이니까.
하지만 유성에게는 아니다.
"저는 정연 어르신이 병을 앓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가 한번 살펴봐도 될까요?"
"그게 정말인가요? 노환이나 노망이 아니라요?"
"노망이 아니라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병일 가능성이 큽니다. 치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해 봐야지 않겠습니까?"
소옥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그녀가 소속된 집단의 장이 아니더라도 정연은 소옥에게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다.
아들을 잃고 소옥을 거의 양녀처럼 대해준 고마운 분이 노망으로 이곳에 틀어박혔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극히 줄어들었다.
노망이 난 것을 들켜 사회적 지위가 손상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다만 노망 증상이 나타나는 주기가 있어서 오늘 아무 일이 없을 거라 여겨 잠시 유성과 만남을 가진 것인데.
'백의원을 신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그의 실력은 믿을 만하다. 차라리 오늘 들킨 일이 잘 됐다.'
소옥은 유성을 향해 크게 허리 숙였다.
"만약 정말 어르신을 치료해주신다면 저는, 아니, 저희는 백의원님께 커다란 은혜를 입게 됩니다. 부디 어르신을 살펴주세요."
하인 전원이 조금씩이라도 무공을 익힌 상인 집단.
그들에게 은혜를 입힐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유성은 치유 스킬이 과연 치매에 효과를 발휘할지 알 수 없지만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꼭 지금은 안 되더라도 언젠가는 치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다시 어르신께 안내해주십시오."
그러나 소옥이 다시 유성을 정연에게 안내할 때, 십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온 남자가 막아섰다.
"사매, 지금 무슨 짓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