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3 KiB
세 사람은 이전에 유성이 한 번 가 본 적 있는 주루로 향했다.
무림학관 후기지수들을 처음 만났던 곳.
중간에 유쾌하지 못한 시간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백호단주와 합석하여 즐긴 식사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음식도 맛있었고 골칫거리가 사라진 후 3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꽤 멋지게 느껴졌다.
차의원이 왜 그곳으로 가자고 했는지도 알았고.
그런데 일행이 세 사람인 이유는.
"아이고, 백의원님. 제가 선물을 너무 큰 걸 준비해서 어쩝니까? 제가 보관할 테니 저는 없는 셈 치고 두 분 편히 이야기 나누십시오!"
차의원이 유성에게 준 선물 보따리를 챙겨 들고 열심히 따라붙었기 때문.
"제가 들어도 됩니다. 오늘은 양의원님과 한잔하기로 해서요.
양의원이 따로 할 말이 있어서 청한 자리일 테니 차의원을 달고 가면 곤란해할 수 있다.
"나는 상관없네. 같이 가지."
"아, 그러시다면 같이 드시지요."
"아이고, 양의원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백의원님도 감사합니다!"
의각 시험에 합격한 사실을 알고 차의원이 존대를 써 유성을 불편하게 했다.
의원과 하인의 관계에서 하인이 존대하기는 했으나 차의원은 같은 낙양 의방 의원 사이다.
"그리고 존대는 하지 마시고 이전처럼 대해주십시오."
"어찌 제가 미래의 상관님께..."
"상관이라뇨,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그리고 제가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불편하시면 안 되지. 큼, 그럼 평소처럼 하겠네. 백의원, 다시 한번 축하하네! 그리고 모르는 일이라는 건 조금 섭섭—"
"올라가시죠."
유성이 말을 끊었다.
차의원은 3층으로 안내받아 점소이에게 호기롭게 외쳤다.
"오늘은 내가 살 테니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안주와 술을 내오게!"
그도 돈을 잘 버니 한 끼 얻어먹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
본인이 그렇게 사고 싶다는데.
양의원이 웃으며 물었다.
"백의원의 합격주인가, 아니면 내 위로주인가?"
"예? 그게..."
"농담일세. 잘 먹겠네."
평소 큰 표정 변화 없는 양의원이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스스럼없이 농담도 던졌다.
술이 몇 잔 돈 후, 유성이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아까 치료법을 알려주신다는 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양의원은 차의원을 바라보았다.
"차의원, 오늘 내가 하는 이야기는 웬만하면 다른 데 이야기하지 말아 주게. 자네를 위해서 그게 좋을 걸세."
"그럼요, 오늘 들은 이야기 모두 비밀로 하겠습니다."
차의원의 시원스런 대답 후 양의원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실 나는 오늘 출제된 시험의 답을 모두 알고 있었네."
유성이 깜짝 놀랐고.
"그게 무슨...! 그렇다면 양의원님이 합격자가 되었어야 하지 않습니까?"
차의원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뭐야,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되는 거지? 그럼 이의 제기하면 초대 의각주가 양의원님이 될 수 있다는 소린가? 내가 성급하게 줄을 잘못 선 건가? 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상황을 보아 양의원님께 다시 충성을 다하면...'
양의원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며칠 전 있었던 일이네."
처음 보는 환자에게 귀한 책자를 받은 일.
모르는 희소병이 많아 크게 기뻐한 일.
시험에서 거의 같은 문제가 출제되어 당황한 일.
그것이 고의로 자신을 밀어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번뇌에 빠진 일.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심각한 유성과 차의원에 비해 털어놓는 양의원의 표정은 너무 편안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책자를 받기 전 알고 있던 지식으로만 시험을 친거네. 그걸 받아들여 이긴다 한들 스승님의 이름에 오히려 먹칠만 하는 꼴이라고 생각했네. 어쩌면 스승님이 꿈에 나온 것도 그런 이유일 수 있지."
"그러셨군요. 유혹을 이기기 힘드셨을 텐데 대단하십니다."
"물론 져 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네. 출제된 다섯 개의 희소병 중, 스승님께 배웠던 것도 두 개 포함되어 있었지.
전에 백의원 자네가 시중에서 구한 의서로 의술을 익혔다고 했기에 계산을 한걸세.
이런 희소병은 시중에 도는 의서로는 접하기 어려울 테니 내가 아는 대로만 적어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자네는 스스로 세 문제를 풀어냈으니 내 완벽한 패배일세."
유성은 감탄했다.
무림맹 의각에 꼭 합격하고 싶었던 상황.
그가 양의원과 같은 시험대에 올랐다면 어떤 선택했을지, 그 상황이 되어 보지 못해 알 수 없다.
"아이고, 양의원님은 정말 양심적이시고 대단하십니다. 의선께서도 이 사실을 알면 칭찬하실 겁니다. 자, 한잔 받으십시오."
차의원이 적절히 정적을 깼다.
이어서.
"그리고 더 대단하신 우리 백의원도 한잔 받게나.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치료법을 맞췄다는 소리가 아닌가? 자네는 정말 의술을 위해 태어난 사람일세. 초대 의각주는 당연히 자네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다시 술이 몇 차례 돌며 양의원이 문제로 출제되었던 치료법들을 공개했다.
"크, 오늘 제가 술을 산 보람이 있습니다. 귀한 처방을 몇 개 배웠습니다."
차의원의 너스레를 뒤로하고 유성이 양의원의 생각을 물었다.
"혹시 누가 그런 책자를 보냈을지 짐작해 보셨습니까?"
"나도 시험지를 받고 한참을 생각해 봤네. 그런데 나한테 그런 책자를 보낼 사람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더군. 분명 무림맹 내부 사람이 보냈을 게 아닌가? 시험 출제자와 관련이 있을 테니."
"틀림없겠지요."
"그래서 내 결론은 이거네. 아무래도 무림맹에 백의원 자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네. 오늘 시험장에서 기색을 보아하니 의심스러운 사람도 분명 있었고."
유성도 동의했다.
모용림 장로.
오늘 그가 보여 준 모습들이 제일 수상했다.
의원들의 여론이 돌아설 무렵 적절히 흐름을 끊은 것도, 시험관과 주고받던 손짓, 그리고 남들은 잘 보지 못했지만 합격자 발표가 난 후 시험관과 슬그머니 이야기 나누던 모습 등.
양의원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같은 생각인 듯했고.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천벌을 받을 놈이로군. 누군지 알게 되면 나한테도 꼭 알려주게. 혹시 날 찾아오면 몇 달간 고생할 만한 위치에 침을 놓아줄 테니."
그 자리에 없었던 차의원은 누군지도 모르면서 적의를 불태웠다.
잠시 후.
쿠울—
술이 약한 차의원이 금세 뻗어 버렸다.
백호단주와 함께 술을 마셨을 때도 위태위태 할 정도로 술이 약했다.
오늘은 축하주랍시고 한잔, 위로주랍시고 한 잔씩 권하더니 더 빨리 취한 듯했다.
커다란 보따리를 대신 들어 준다더니 보따리보다 더 큰 짐 덩어리가 생겨 버렸다.
"자네는 술이 정말 세군."
"아, 잘 취하지 않는 편입니다. 양의원님도 멀쩡하시군요."
"난 일부러 천천히 마셨네. 차의원이 술 약한 건 잘 알고 있었고 자네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었거든."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다.
유성이 귀 기울였다.
"내가 스승님과 자주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었나?"
"네. 들었습니다."
"그동안 자네 이야기를 몇 번 적었네. 자네가 알려 준 심장 압박에 대해서도 말씀 드렸고, 척마대주를 치료한 일도 알려드렸지."
"그러셨군요."
"그리고 이번엔 자네의 그 신기한 영술을 사용한 의술에 대해 적을까 하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는지 의아해하는 유성에게.
"어쩌면 스승님이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하실지도 모르네. 난 도움이 되지 못했으나 자네라면 스승님을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거든."
"혹시 의선께서 은거하신 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네."
제자도 모르는 일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의선의 상황도 복잡한 듯했다.
"저도 기회가 되면 의선을 만나뵙고 싶군요."
술자리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제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았다.
탁자 위에 엎드려 뻗어 있는 커다란 짐.
'이제 저 짐 덩어리는 어쩐다?'
아무리 그가 밥을 산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술 먹고 뻗어 버린 사람 전낭으로 계산하기도 그렇고.
의각 시험에 합격했다고 곧바로 그곳에서 근무하지는 못한다.
의각의 개조도 끝나지 않았고 하인을 구하고 약초를 납품 받들 약초상도 결정해야 하는 등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유성은 곧 낙양 의방을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의외의 요청을 받았다.
"오늘 저녁에 낙양 의방의 주인께서 저를 보고 싶다고 하셨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눈앞에는 화려하게 치장한 삼십 대 초반의 여인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본판도 미인인데 그 누구보다 잘 꾸며 화사하다.
소옥이라는 이 여인은 처음 유성이 낙양 의방 시험을 합격하고 들어왔을 때 얼굴을 본 적 있다.
'낙양 의방 주인의 대리인.'
처음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대리인을 보냈던 의방 주인이 유성을 보자는 연락한 거다.
'그만둔다고 말을 전달하자 마자 보자니, 설마 날 회유할 속셈은 아니겠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다른 의원들에게 듣기로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어도 유성이 이 의방에 들어온 후로 매출이 이할은 더 늘었다고 한다.
유명한 의원이 곧 의방의 수입으로 직결되니 의방의 주인이 나서서 무림맹에 가지 말라고 말리려는 게 아닌가 우려되었다.
"혹시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붙잡으려는 의도는 아니니 안심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의방의 주인께서는 어떤 분이십니까?"
간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물었다.
"상인이세요."
용무를 마친 소옥이 돌아간 후, 두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무림맹 소속이라는 특권으로 거의 첫 번째를 놓치지 않는 그녀는.
"어제 양의원님과 자리는 즐거우셨어요?"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 제갈영영이다.
"어서 오십시오. 덕분에 즐겁게 마셨습니다. 아, 두통은 좀 어떻습니까? 어제 치료를 못 해드린 것 같아 좀 신경이 쓰였습니다."
제갈영영이 머리를 만졌다.
유성의 시선이 그녀의 정수리 부근으로 향했다.
빨리 찌르고 싶다.
다시 한번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욕망이 스르륵 올라왔으나.
"어머, 걱정해주신 거예요? 어제는 일부러 공부를 쉬어서 괜찮아요. 오늘은 아프긴 하지만 저번 만큼 최악은 아니에요."
"아, 뭔가 공부한 날만 머리가 아픈 겁니까?"
"네. 이제 백의원님이 무림맹 소속이 되실 테니 진료 일정만 정확히 알려주시면 저번과 같이 추한 모습은 보여드릴 일 없을 거예요."
추하지 않았습니다.
가능하면 영상으로 찍어놓고 평생 소장하고 싶었어요.
애써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두통을 치료해주자 제갈영영이 물었다.
"오늘 저녁에는 뭐 하세요? 별일 없으시면 저녁 식사 하면서 축하 자리라도 가져요."
"어쩌죠? 오늘도 약속이 있어서요. 내일 드시죠."
"그래요? 항상 바쁘시네요. 오늘은 또 누구랑요?"
유성은 솔직하게 오늘 낙양 의방의 주인에게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상인이라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상인이 의방을 운영하고 있을 줄이야."
"그렇게 소개하셨군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총군사님은 주인분이 누군지 아시나보군요. 저는 이 전까지 대리인만 봐서 전혀 모릅니다."
제갈영영이 미묘한 말을 남겼다.
"알긴 하지만 초대받으셨다니 직접 만나 보시는 편이 낫겠어요. 한동안 누굴 만나신 적 없는 것 같은데 신기하네요."
아무래도 평범한 상인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