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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무사함을 확인한 제갈영영이 다시 급한 일을 처리하러 무림맹으로 복귀했다.
유성도 남궁유린과 헤어져 별 탈 없이 빈민가 봉사를 마쳤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소운과 만나 회포를 풀었다.
소운은 짧은 기간임에도 자세가 그럴듯해졌다. 열심히 무공 수련중임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간다고 생각한 것도 며칠.
개방도가 유성을 찾아왔다.
"백의원님, 죄송합니다만 저번에 잡은 살수가 절대 배후를 털어놓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자성객잔의 주인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답니다."
"무림맹 심문실의 악명이 자자하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의지가 굳은 자였습니까?"
"사실 심문실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고문하여 정보를 얻어낼 때,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는 편이 좋다.
물론, 살수 오자성의 처지에서는 편안한 죽음이 그 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문실에는 과거 살문의 살수들에게 가족을 잃은 고문 기술자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가 오자성에게 해서는 안 될 말들을 흘려 버린 것이다.
"난 너 같은 살수놈들을 아주 증오해. 네가 여기서 모든 것을 털어놓던지 그렇지 않던지 내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난 네게 최대한의 고통을 주는 것이 목표거든. 만약 네가 혹시 살문의 살수로 밝혀지면 네 연인도 죗값을 치르게 해주지."
광기에 가득 찬 고문 기술자가 털어놓은 말에 오자성은 꾹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고통스럽게 죽게 될 운명.
조의원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혹시 해가 갈까 봐 모든 것을 혼자 떠안기로 한 것이다.
살수 시절 고문에 대비한 훈련도 받았기에, 그는 필사적인 의지력을 발휘했다.
뒤늦게 고문 기술자의 단독 행동이 밝혀져 그는 임무에서 배제되었으나, 오자성은 10년 전의 약속마저 지킬 정도로 심지가 굳은 살수였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고문에도 꾹 입을 다문 끝에 죽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모진 고문은 평생 지속 할 수 없다.
언젠가는 몸이 한계를 호소하게 되고 그 한계에 도달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견디기 힘들어 모든 것을 털어놓을 뻔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으나 결국 난 이겨 냈다. 아마 길어야 하루 이틀안에 죽음을 맞이할 것 같구나.'
오자성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새끼, 웃어?"
고문 기술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그의 신체를 짓이겨도 그의 수고를 비웃어 줄 수 있는 여유마저 생겼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심문실의 문을 두드리자 고문 기술자가 바깥으로 나갔다.
'벌써 교대 시간이라도 된 건가? 이 고문 기술자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시간의 흐름마저 모르겠구나.'
곧 누군가 심문실로 들어왔다.
"...!"
오자성은 흐릿한 시야로도 그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이곳으로 끌려오기 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
서 있는 형태만 보아도 알아챌 수 있었다.
자신이 이 꼴이 된 것도 결국 그를 죽이려다 실패한 것이었다.
"이 꼴이 되고도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다지? 대단하네."
내 최후를 조롱하러 오셨소?
입을 열었으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듣기로 네 연인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도 받았다며? 그것 때문에 털어놓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
"..."
"뭐, 좋아.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그런데 난 네 자백이 필요해."
'많기는... 하루 이틀이면 난 죽을 텐데. 내 자백을 들으려면 지옥으로 찾아와야 할 거요.'
"네가 어떤 생각인지 짐작은 가. 조금만 버티면 될 거 같지? 아니야. 틀렸어. 내 조사를 해서 잘 알겠지만 난 의원이거든. 그런데 조금 특별해."
'어차피 내 몸 상태는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소.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지.'
"감각이 많이 둔해졌겠지만, 그래도 좀 따끔 할지도 몰라."
오자성은 심문실 등불에 반사되어 빛나는 것을 보고 백유성이 꺼낸 것이 기다란 침이라는 사실을 유추해냈다.
'고작 침 하나로 뭘 어쩌겠다고.'
그러나 잠시 후.
기다란 침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을 때, 오자성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
피가 들어찼는지 숨 쉬기 불편했던 것이 몹시 편안해졌고, 원인 모를 삐걱거림으로 머지 않아 죽게 될 거라 여겼던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유성은 가슴 외에도 복부, 팔, 다리, 심지어 머리에도 침을 꽂았다.
"대체 무, 무슨 짓을...!"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번에 또 내 얼굴을 보고 싶으면 계속 버텨. 어쩌면 평생 보게 될 얼굴일지도 모르니까 다음에는 반갑게 인사라도 하자고."
탁-
유성이 심문실을 빠져나간 후, 심문실 안에서는 괴성이 터져 나왔다.
"안 돼!!!!!"
유성은 먼저 나서서 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명백한 적에게는 가차 없는 사람이었다.
고문 기술자들은 겉보기엔는 여전히 처참했으나 어느새 팔팔해진 오자성을 보고 의문을 가졌으나,
당분간 쉽게 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절치부심했다.
큰 위기를 넘겨 깨달음을 얻은 고문 기술자들의 기술이 더 발전했다.
깨달음 제조기 백유성은 오늘도 한 건 했다.
그로부터 채 사흘이 지나지 않아, 유성은 다시 개방도의 방문을 받았다.
그의 표정이 미묘했다.
전에 오자성이 배후를 밝히지 않았을 때는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오늘은 뭔가 주저하고 있었다.
"백의원님, 배후가 밝혀졌습니다."
"...!"
오자성이 모든 것을 털어놓은 것이다.
버티면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그는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조의원이었습니다. 그가 살수에게 백의원님을 죽여달라고 사주했습니다."
무림맹의 여러 사람들이 알게 되었기에 백유성을 노린 살수가 있었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 상태다.
최근 들어 조의원의 표정이 시커멓게 죽어 있어 안 그래도 그를 의심하는 중이었다.
이제 그가 배후임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확실한 거겠지요?"
"물론입니다. 심문실에서 여러 방법으로 심문하여 모든 정황이 일치함을 확인했습니다."
"...조의원을 감시하고 있다고 하셨으니 잘 아시겠지요. 그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어쩌면 오랜만에 살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조금 전에 척마대가 나서서 조의원을 잡아갔습니다."
"네? 척마대가 왜요? 거긴 마두와 관련 있을 때만 나서던 곳이 아닙니까?"
"척마대주님이 조의원이 그동안 마교와 내통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잡아갔습니다."
"..."
"아 참, 살수도 척마대에서 데려갔습니다."
"..."
그 이후로 유성은 척마대에 몇 번 참고인 조사 목적으로 불려갔다.
그곳에서 유성은 처참한 몰골의 조의원을 만날 수 있었다.
조의원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유성을 보고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몸으로 기어서 유성의 앞까지 기어 온 것이다.
"배, 백의원. 내가, 내가 미안했네! 제, 제발 나 좀 살려주게. 자네가 저, 저분들에게 한마디만 해주게. 자네 말이라면 척마대주님이 나를 살려주실 게 아닌가? 제발 부탁하네...!"
온 몸의 피부가 얇게 저며져 피칠갑한 그를 보고 유성은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가만 있는다고 만만하게 봤나보지? 우리 조의원님, 몸이 많이 상했네. 다음에 또 올 테니까 몸 관리 잘 하고 있으라고."
[치유]
겉은 놔두고 목숨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로 내부만 신경 써서 치료해 주었다.
"다음에 또 오시겠습니까?"
"네, 당분간은 자주 오겠습니다."
척마대주의 물음에 그렇게 답한 유성이 떠났다.
그 이후로, 척마대와 유성을 제외하고 조의원과 오자성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동안 낙양 의방이 시끌시끌 했다.
조 의원이 백유성을 죽이기 위해 살수를 불렀다는 소식을 들은 모두가 대경실색했다.
"조의원, 아니 그자가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같은 의방의 의원을 시기하여 살수에게 의뢰까지 하다니..."
"그놈은 환자 욕심이 너무 과했어. 전에도 내가 실수로 자기 환자 한번 끌여 들였다고 나에게 삿대질까지 하지 뭔가? 하마터면 멱살 잡고 싸울뻔한 적도 있네."
"자네는 운이 좋았군."
"운이 좋다니?"
"진짜 멱살이라도 잡았어봐. 조의원이 살수에게 자네 목이라도 따달라고 했을지 누가 알겠나?"
한 의원이 새파랗게 질려 자기 목을 매만졌다.
"듣고 보니 자네 말이 맞네. 역시 똥은 더러워서라도 피해야 하는 법이지."
"백의원은 인맥이 정말 대단하군. 조의원도 무림맹 내에 인맥으로는 한 가닥 하는 자인데, 듣자 하니 개방과 총군사님, 척마대주님까지 백의원을 도왔다더군."
"백의원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지 않은가. 난 그 나이때 뭐 하고 있었나 모르겠군."
"나도 마찬가지네. 그나저나 무림맹 의각의 의원은 누가 되려나? 양의원님과 백의원 둘 다 신청했다더군."
"양의원님이 그렇게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은 처음 봤네. 시험이 아주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가 있어. 난 양의원님이 이길 것 같네."
한편, 유성을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그녀는 상당한 기품을 갖춘 중년 여인이었다.
"저는 청강문의 문주 서완정이라고 합니다. 무림맹에 문의하여 들은바로, 살문의 마지막 살수를 잡아주신 분이 백유성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저 혼자 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10년 전, 제 지아비를 죽인 살수가 바로 이번에 백유성님이 잡아주신 자입니다."
"...!"
무림맹 심문실에서 오자성의 과거를 낱낱이 밝혀냈다.
오자성이 과거 한 절정 고수를 죽이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조의원이 그를 치료해주었다는 사실까지도.
서완정은 그녀가 그때 죽은 절정 고수의 아내이자 청강문의 현 문주임을 밝혔다.
"그랬군요. 부군의 일은 유감입니다."
"아닙니다. 진짜 흉수는 찾지 못했으나 그 살수라도 꼭 잡고 싶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백의원님 덕분에 원한의 일부나마 갚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찾아온 것은 약속한 현상금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현상금이요?"
"네, 저는 10년 전, 그 살수의 몸에 큰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이번에 백유성님이 그 살수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저는 부군의 원한 일부도 갚지 못하고 고향으로 내려가야 했을 겁니다."
서완정은 그녀가 곧 청강문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지아비를 잃고 문파 사정이 많이 어려워 져서 그때 약속드린 현상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제 남편이 모아 놓은 골동품이 많으니 한번 청강문에 들러 주시기를 청하려고 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아닙니다. 부군이 모아 놓은 유품인지라 손대지 않아 저도 다 파악하지 못했으나, 귀한 골동품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골동품 쪽으로 조예가 있으신 분을 모셔오셔도 되니 오셔서 적절한 보상을 얻어가시면 제 마음이 편안 할 것 같습니다."
유성도 돈을 좋아한다.
상당한 급여를 받고 있으나 그는 휴무일마다 무료로 빈민가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신성력을 아끼기 위해 돈을 나눠 주고 약재를 사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므로 그다지 넉넉한 형편은 아닌 것이다.
마침 고생해서 오자성을 잡은 일도 있으니 현상금 명목으로 골동품 몇 점 챙기는 것은 괜찮은 기회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시간 내어 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성은 서완정이 돌아간 후 그의 인맥을 따져 보았다.
골동품에 조예가 있으려면 적당히 나이가 있는 편이 좋아 보였다.
차의원, 백호단주, 그 외 몇 명의 인맥들.
"그런 쪽은 전혀 모르겠소. 차라리 전문 감정사를 찾아가는 게 어떻겠소?"
조언을 받아 그래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의외의 사람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골동품이요? 제 할아버지가 골동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셔서 제가 좀 볼 줄 알아요. 같이 가드려요?"
"아닙니다. 무림맹 일로 여러모로 바쁘실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날은 하나도 안 바빠요. 같이 갈 수 있어요."
유성은 아직 정확한 날짜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