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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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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 대사가 빙그레 웃었다.

"짐작하겠지만 이번에 완성된 대환단이라오. 이걸 백 시주에게 드리고 싶소."

대환단은 무림인 누구나 섭취하기를 원하는 영약이다.

이할 개선된 효과가 아니더라도 무려 일갑자의 내공을 늘려주는 최고의 영약이며 심각한 내상에도 상당한 회복 효과를 발휘하는 요상단이기도 하다.

만약 강호에 한 알 풀리기라도 하면 피바람이 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귀한걸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을 지키기는 했으나 백 시주가 아니었다면 이번 대환단 연단은 결국 실패로 끝났을 것이오. 혜강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어 장로들을 설득할 수 있었소."

"혜강 스님이요?"

"고약한 것이 소승에게도 정확히 말하지 않아서 내막을 모르겠으나 대환단이 가장 뛰어난 요상단임을 꼭 강조해 달라 부탁하였소."

"..."

정해 대사도 눈치채지 못했으나 유성의 원래 경지를 알고 있는 혜강이다.

게다가 대환단 없이도 벽을 넘을 수 있는 깨달음을 준 유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혜강이 나선 것이다.

유성은 그 사실까지는 몰랐지만.

'다친 단전을 치료할 때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나보구나. 마음이 고맙다.'

산산조각이 난 단전을 대환단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하지만 먼 훗날 신성력으로 단전을 고치게 되면 순식간에 일갑자 이상의 내공을 쌓을 수 있기에 아주 요긴할 것이다.

물론 지금, 이걸 받아서는 안 된다.

지킬 힘이 없는 보물은 화가 될 뿐이다.

"혹시 이 대환단을 잠시 소림사에 맡겨두어도 되겠습니까? 곧바로 섭취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이오. 지금 섭취하지 않을 거라면 소림에 맡겨두는 편이 안전할 것이오. 언제든지 소림사를 찾아오시면 대환단을 내어드릴 테니 백 시주는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대신 10년 안에는 방문해 주셔야하오. 대환단의 보존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오."

10년.

그때까지 갈 생각은 없다.

기필코 그 전에 단전을 복구할 것이다.


살문의 살수 시절에는 덜 했으나 과거를 청산하고 십년간 자유인의 삶을 살아온 오자성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졌다.

미래를 약속한 여인도 생겼다.

세달간 그를 보살펴 주었던 조의원에게 한 약속이 아니었다면, 다시 살행을 나설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처음 조의원에게 유성의 암살을 위해 한 달의 시간을 약속했을 때 구할의 가능성을 매겼다.

'나머지 일할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채운다. 성공 확률이 십할에 가까울 때 살행에 나서는 거다.'

암살 뿐 아니라 무사히 도망치기까지 포함된 성공률이다.

살문 소속일 때는 목표물 조사가 수월한 편이었다.

개방이나 하오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살문 역시 쓸 만한 정보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지금, 오자성은 한 달이라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벌써 별다른 소득 없이 상당한 시일이 흘러버렸다.

백유성에 대한 조사가 닷새 정도면 충분하리라 여겼으나 구파일방 중 하나인 개방이 개입해 버렸으니까.

'고작 의원 하나를 위해 개방이 왜 저렇게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말인가.'

살문이 건재했다면 소운과 유성의 관계를 알아차렸을 수 있으나 오자성 혼자서는 거기까지 여력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미 개방이 자기 존재를 알아차리고 정체를 밝히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래서 더 신경 써서 변장하고, 감시 장소를 수차례 변경하고,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재빨리 자리를 피하는 방식으로 유성의 주위를 맴돌았다.

'빈틈은 반드시 생긴다.'

마침내 그 기회가 찾아왔다.

유성이 제갈영영에게 진법을 배우고 이레가 흘렀을 때였다.

"개방도들은 모두 모여라! 지원이 필요하다!"

개방의 고위층으로 보이는 자가 들이닥쳐 주변의 개방도들을 싸그리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들은 쑥덕이더니 황급히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 버렸다.

"..."

오자성은 신중하게 자리를 지켰다.

며칠간 끈질기게 지켜본 바로, 현재 유성의 집 안에는 목표밖에 없다.

그런데 한 명도 빠짐없이 개방도들이 자리를 비운 것은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는 복면을 잘 쓰고 있는지 점검한 후, 슬쩍 은신을 풀었다.

무너진 담벼락의 그림자가 스르륵 움직이더니 사람의 형체로 변했다.

주위의 반응이 없다.

오자성은 칼을 빼 들고 백유성의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이래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 정말 철수했다는 말인가?'

다른 기척이 느껴지면 언제든지 몸을 빼낼 준비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개방도가 모두 철수했다고 확신한 그는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다행히 조의원에게 십년 전 진 빚을 갚을 수 있겠구나.'

이미 유성이 잠들어 있을 만한 시간이다.

퇴로로 생각해 둔 경로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간 오자성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군. 밖에서 볼 때는 집이 작아 보였는데 왜 이렇게 방이 크게 느껴지는 거지?'

가구 하나 없는 커다란 방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쨌든 방이 한 개 더 있다.

옆방의 문을 열자 아까와 똑같은 방이 하나 나왔다.

유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 방이 더 있을 만한 크기가 아님에도 똑같은 위치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오자성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가 방문을 연 곳에는 같은 방이 한 개 더 나왔다. 여전히 문도 달려 있다.

"..."

실제로 겪어본 적은 없으나 분명 과거에 교육받았던 현상이었다.

'내가 지금 진법에 갇혀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가 진법을 설치해 두었단 말인가?'

처음 들어왔던 출입문은 사라진 후였다.

교육받은 바에 의하면 진법을 설치하는 것은 파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고 특수한 기관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라면 사나흘 이상은 지속되지도 않는다.

그럼 도대체 누가 진법을 설치했고 자신을 가둔 것인지 오자성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감시 결과 며칠간 유성의 집을 드나든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목표를 제외하고는.

그때였다.

돌연 허공이 찢어지며 그곳에서 칼날이 하나 불쑥 튀어나왔다.

'헉!'

오자성은 가까스로 몸을 틀어 피해냈다.

칼날은 다시 허공을 격하고 사라져 버렸다.

방 안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고요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칼날이 또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상당한 수준의 진법이다. 진법 안에 가둬놓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휘두를 수 있다니, 필시 대단한 진법의 고수가 붙은 모양이다. 설마 제갈세가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이 집 안에 숨어서 나를 기다렸단 말인가?'

개방에게 꼬리를 잡힌 것이 문제가 된 모양. 그를 잡기 위한 함정에 보기 좋게 빠지고 말았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진법을 파훼하고 빠져나가겠지만 그를 노리는 칼날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그는 오랜 습관으로 살행에 나서면서 어금니에 매어둔 자결용 독단을 떠올렸다.

어쩌면 이것을 깨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삶의 의지가 강한 오자성이지만 독단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진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로잡히게 되면 어차피 죽은 목숨.

고문을 당하고 죽느냐 곧바로 죽느냐.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다.

바짝 긴장한 복면 살수를 보며 유성은 진법의 효과에 흡족했다.

'열심히 배워둔 보람이 있었어.'

미리 설치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진법은 정말 유용한 기술이었다.

새삼 제갈영영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디에서 칼이 날아올지 몰라 바짝 긴장한 살수의 근처를 맴돌며 기회를 노리다가 다시 칼을 휘둘렀다.

은둔진에 숨어 있다가 미로진 안으로 공격을 찔러 넣고, 다시 은둔진으로 몸을 숨겼다.

"컥!"

이번에는 공격이 유효타로 들어갔다. 살수의 팔에 깊은 검상이 남았다.

살수는 진법에 대한 기본 지식은 있는지 생문 쪽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유성의 공격에 피해가 누적되고 생문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 살수 때문에 얼마나 귀찮았는지.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겠구나.'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개방도를 한 명도 빠짐없이 물리지 않았다면 유성은 오늘도 살수를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방도가 펄쩍 뛰었으나 진법을 한번 체험시켜 주자 살수의 뒤를 잡을 테니 진법에 숨어 절대 나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작전에 협조해주었다.

어쨌거나 살수는 일류 무인급의 경지에도 유성의 칼날에 점차 피해가 누적되어 제압당하고 말았다.

일방적인 공격이 이렇게 무섭다.

살수의 회피에 맞춰 점차 발전시켜 나간 검법도 도움이 되었고.

마침내 팔다리에 깊은 검상을 입고 쓰러진 살수에게 유성이 몸을 드러냈다.

살수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숨을 헐떡이며 유성을 노려보았다.

"그동안 주위를 맴돌아서 귀찮아 죽는 줄 알았다. 누가 보낸 거냐? 내가 죽을 만큼 원한을 산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대답은 없었다.

대신 살수의 입에서 은빛이 번쩍였다.

스르륵-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던 유성의 몸이 물 흐르듯 미끄러지며 옆으로 이동했다.

가슴을 노리고 쏘아진 은침을 가볍게 피해냈다.

"..."

말은 없었으나 살수의 눈빛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아 마지막 노림수였던 듯하다.

"발악은 거기까지다. 순순히 네 정체와 배후를 밝혀라."

오자성은 앞으로 자신이 자성객잔의 주인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로잡혀 고문받게 되면 결국에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죽거나, 버티다가 죽을 테니까.

어쩌면 살문의 잔당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날지도 모른다.

'결국 이렇게 삶을 마무리하는가.'

마지막 살행 실패로 그는 결국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실행했다.

으적-

독단을 깨무는 것.

살수가 퇴로를 확보할 수 없을 때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독단에서 흘러나온 독액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과거 장복했던 독과 반응하므로 오자성이 먹는다면 치명적인 극독으로 변한다.

당장 해독제를 먹지 않는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

'이제 끝이다. 내가 자성객잔의 주인이라는 정체는 밝혀지겠지만 의심 받을지언정 조의원이 배후로 지목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벌써 독이 피로 스며들었는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가슴 통증이 심해지며 시야가 흐려진다.

'이제 안녕이다.'

세상과, 그리고 미래를 약속했던 연인에게 작별을 고한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촤아악-

'뭐, 뭐야?'

잘 자다가 갑자기 얼굴에 물벼락을 맞은 오자성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팔다리가 단단하게 결박되어 있다.

그가 고개만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두컴컴한 밀실.

잔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

날카로운 칼, 송곳, 집게, 망치 등 벽에 걸린 여러 고문 도구들.

처음 와보는 장소임에도 오자성은 이곳이 어딘지 유추할 수 있었다.

'심문실!'

독단을 깨물면서까지 피하고 싶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난 분명 독을 먹었는데 왜 살아 있는 거지?'

마지막에 느껴졌던 가슴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저기 난 검상을 제외하면 그는 독에 전혀 중독되지 않은 멀쩡한 몸 상태인 것이다.

"자, 깼으면 이제 시작해볼까? 가볍게 이거부터 가 보자고."

벽에 걸린 도구를 집어 드는 남자를 보는 오자성의 눈빛이 사정없이 떨렸다.


"대단하십니다, 백의원님. 정말 혼자 살수를 잡으실 줄이야. 진법으로 시간만 끌어 주시면 저희가 해결해 드릴 수 있었는데요."

"여태 호위까지 해주셨는데 거기까지 수고를 끼칠 수는 없지요. 개방에서 그동안 저를 지켜 주신 덕분에 살수를 잡을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분타주님께 감사하다고 꼭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 그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무림맹에 의뢰 했으니 아마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조리 토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겁니다. 무림맹 심문실의 악명은 대단하거든요."

"부디 배후를 밝혀주십시오."

"걱정 하지 마십시오. 악독한 마두들도 심문실에 들어가면 버티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배후를 잡지 못하면 다른 살수가 찾아올 수 있다. 이번에 기필코 배후를 밝혀내야 한다.

'그런 게 있다고는 들었는데 정말 독단을 깨물 줄은 몰랐다. 마침 해독 스킬을 배운 상태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