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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 무공의 뿌리는 어디일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달마 대사를 꼽는다.
달마 대사가 역근경과 세수경이라는 무공을 창안 했고, 그것이 중원 무공의 뿌리가 되었다는 설이다.
'천하공부 출소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소림사가 무림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그렇다면 당대에 소림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굴까?
당연히 소림사 방장 정해 대사다.
그다음이 대외 활동하는 몇몇 장로급 승려들이고 사대금강도 꽤 명성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소림사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승려들도 있기 마련이다.
연단각주가 그런 직위였다.
그의 스승은 어린 연단각주를 제자로 들이면서 말했다.
"너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은 것이니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대환단과 소환단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누군가는 연단각주의 직위를 맡아 자기 소임을 다 하는 것으로 크게 만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큰 업적을 세워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연단각주의 자리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잘하면 본전, 못 하면 큰 오점이 남는 일이니까.
지금의 연단각주가 그랬다.
그는 각주가 되어 배운 대로 대환단과 소환단을 연단해 나갔으나 자기 일에 전혀 자부심을 가지지 못했다.
'나도 이름을 남기고 싶다.'
무재가 없어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인 줄은 알고 있었다.
애초에 연단각으로 배정받은 것도 소림사에서 임의로 배정해준 것뿐이고.
그렇게 소림사의 이름 없는 승려로 평범한 생을 마감할 줄 알았는데.
"아니, 화령초를 구할 수가 없다니요?"
대환단 연단의 마지막 과정에서 큰 변수가 발생했다.
이름을 남기기는커녕 처음으로 대환단 연단에 실패한 머저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가 아닌가.
그는 필사적으로 화령초를 대체할 방법을 찾아다녔다.
소림사에서 보유중인 연단 서적 및 약초 서적을 뒤적거리며 연구하고.
거기서도 찾을 수 없자 외부에서 관련 서적을 구해와 다시 연구하고.
결국 화령초를 대체할 약초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부처님의 도움으로 연단에 실패한 대환단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천하에 쓸 만한 약초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지속된 지 오래다. 만약 다음에도 지금과 같은 일이 있다면 내가 찾아낸 실패한 대환단 활용법과 내 이름은 영원히 기억되지 않겠는가?'
이 정도면 만족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참석한 오후 회의.
연단각주는 정해 대사가 내린 결정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재고해 주십시오, 방장님.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하던 대로 연단에 힘쓰라니요? 오늘 안으로 제가 찾아낸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대환단 재료들의 약효가 순식간에 감소하여 보름 후에는 다 날리는 꼴이 되는 겁니다. 아니면 화령초를 구하기라도 하셨단 말입니까?"
"아직 아니오. 단지 소승은 부처님의 뜻에 따르기로 한 것이오."
"..."
정해 대사가 부처님의 뜻을 언급하자 연단각주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 부처님의 뜻을 부정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장로들도 모두 수군거렸으나 그들은 결국 정해 대사의 뜻에 따르기로 한 모양이었다.
축 늘어진 어깨로 회의실을 나서는 연단각주의 머리가 햇볓을 받아 뜨거워졌다.
소림사의 미래, 사대금강 중 일인 혜강은 연무장에서 홀로 권법을 수련중이었다.
한시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초조함을 감추기 힘들었던 탓이다.
자연히 태산이라도 꿰뚫을 듯 뻗어야 하는 권로에 약간의 어긋남이 발생했다.
심란하던 그때.
"혜강, 소식 들었나?"
동료가 다가와 앞뒤 없이 그렇게 물었다.
"무슨 소식 말인가?"
"연단각주님 제안이 거절됐다더군."
"뭐?"
연단각주는 자신이 개발해 낸 방법에 크게 심취한 나머지 오전에 친분이 깊은 사대금강을 찾아와 신이 나 떠들었다.
"아무 걱정 말거라. 너희는 우리 소림의 미래다. 비록 대환단 연단에는 실패했으나 내가 삼할의 약효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했으니 20년 공력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전 회의에서 말씀 드렸으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소림사 승려들 모두 간절하겠지만, 사대금강과 방장만큼 대환단의 성공이 간절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접 복용하는 대상자가 될 자들이니.
혜강은 사대금강으로 선출되는 시험에서 최후의 4인으로 뽑히고 뛸듯이 기뻐했다.
'나도 대환단을 수여받을 수 있겠구나!'
어릴 적 친하게 지낸 소림사 속가제자로부터 대환단의 대단함에 대해 귀에 딱지가 일 정도로 들어왔기 때문일까?
정식으로 승려가 된 혜강은 온통 대환단 생각뿐이었다.
그것은 집착에 가까웠다.
대환단만 받을 수 있다면, 몇 년간 정체된 벽을 뚫고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환단은 벽을 뚫으려는 무인들의 성공률을 올려주기에 누구나 탐내는 영약이므로.
그러나 최근 들어 그는 무공 수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환단 연단이 실패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연단의 진척 과정을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던 것이다.
덩달아 혜강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연단각주가 삼할의 효과라도 건질 수 있다는 말은 큰 위안이 되었다.
혜강은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모든 것을 날릴 뻔했는데 삼 할 만 해도 대단하지 않은가? 어쩌면 20년 공력만 얻어도 벽을 뚫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 새로운 희망이 솟아 난 것이 조금 전이건만.
"방장님이 모든 것을 부처님의 뜻에 따르자고 했다더군."
부처님의 뜻?
혜강은 비록 소림사에 소속되어 있으나 스스로 불심이 깊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근본인 소림사를 저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그는 무림의 태산북두 소림사에서 굳건한 기둥이 되고 싶을 뿐이다.
소림 칠십이종 절예들을 대성한 무림의 영웅!
그 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삼 할이 아니라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대금강은 장로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에 낄 권한이 없다.
그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부처님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마음이 복잡해진 혜강은 수련을 중단하고 바람을 쐬러 자리를 떠났다.
기분을 환기하기 위해 그의 발길은 평소 잘 다니지 않던 곳으로 향했다.
햇볕이 따사롭다.
소림사는 몹시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점심에는 맛있는 나물 밥도 얻어먹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으니 꼭 한량이 된 기분이다.
최근 바쁘게 살아온 유성은 낮 시간에 이 정도의 여유를 가져 본 기억이 없었다.
잠이 솔솔 몰려왔다.
어차피 다음 촉진을 사용하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조금 눈이라도 붙이려던 찰나였다.
저벅- 저벅-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시주는 여기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 이곳은 새 약초밭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입니다만."
유성이 돌아본 곳에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턱이 각진 승려 하나가 서 있었다.
무승인지 신체가 잘 단련되어 있었다.
"아, 저는 백유성이라고 합니다. 정해 대사님의 허락을 받고 머무르고 있습니다."
"방장님이 시주께 말씀이시오?"
눈빛에 의아함이 떠오르기도 잠시, 승려의 고개가 화령초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약초밭에 무언가 피어 있으니 절로 시선을 잡아 끈 것이다.
화령초는 참 특이한 약초다.
모양만 보면 흔한 풀과 다를 바 없는데, 흔한 풀과 구별되는 확실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들이라면 한눈에 화령초를 구분해낼 수 있다.
"푸른 잎사귀에 저 붉은 기운은... 저것은 화령초가 아니오? 설마...!"
승려가 황급히 약초밭으로 다가가 무릎 꿇고 앉아 화령초를 자세히 살폈다.
"맞습니다. 화령초지요. 저는 정해 대사님의 부탁으로 저것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방장님이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는 말이오? 설마 이것이 50년 이상 된 화령초란 말인가?"
유성은 정해 대사에게 신성력을 사용하는 과정을 들켰으나 더 이상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정해 대사도 흔쾌히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 자리에서는 대충 둘러대는 게 나아 보였다.
그러나.
"이상하군, 분명히 이것보다 좀 더 커야 하는데, 조금 모자라 보이는군."
"..."
"설마 방장님은 이게 하룻밤사이에 저절로 자라나기를 기대라도 하고 계시단 말인가?"
어찌 된 일인지 화령초가 50년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챈 듯했다.
게다가 승려의 상태가 이상했다.
"이것만 없으면 방장님도 미련을 버리실 게 아닌가? 이대로는 어차피 써먹지도 못 하는 것. 이것만 없으면... 어쩌면 연단각주님의 방법을 채택하실지도 모르지. 아니, 틀림없이 그럴 테지."
그는 유성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도 잊었는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손을 서서히 화령초 쪽으로 향했다.
기색을 보아하니 화령초를 꺾기라도 할 듯했다.
'이자가 무슨 짓을!'
유성은 깜짝 놀랐다.
초산이 남긴 화령초와 자신이 그동안 쏟아부은 신성력이 모두 헛수고로 돌아갈 상황.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스님! 멈추십시오!"
유성의 큰 소리에 승려, 혜강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무슨 짓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내가 어찌 방장님의 뜻을 거스른단 말이냐? 잠시 심마에 들었나보구나.'
대환단에 대한 집착으로 한순간 심마에 들어 잘못된 선택할 뻔했다.
작은 심마는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심마는 큰 심마로 바뀔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마침 시기 적절하게 들려온 외침에 혜강은 심마 초기에서 곧바로 벗어날 수 있었다.
혼자 있었다면 큰일 날 뻔한 것이다.
'그래. 대환단에 의지하지 말고 차곡차곡 쌓아가자. 대환단을 먹지 못한다고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내가 벌써 몇 개나 먹은 소환단조차 구경하지 못하는 무림인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작은 깨달음도 얻었다.
그때.
안도의 한숨을 내쉰 혜강의 뒤로 서슬 퍼런 유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스님이라도 화령초를 건드린다면 참지 않겠습니다!"
"..."
돌아본 곳에는, 권법의 기수식은 훌륭하지만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 시주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도 손을 뻗고 있으니 여전히 자신이 화령초를 꺾으려 한다고 오해한 듯했다.
"시주, 오해요. 비록 소승이 심마에 빠져 화령초에 손을 대려 한 것은 맞으나 지금은 괜찮소. 시주가 적절하게 외쳐 말려 준 덕분에 심마에서 벗어난 상태라오."
"...그것이 정말입니까?"
"물론이오."
유성이 미심쩍은 눈으로 눈앞의 승려를 살폈다.
그는 아예 화령초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졌는데, 눈빛에 맑은 것이 헛소리는 아닌 듯했다.
"좋습니다. 믿겠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승려가 꾸물대면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혹시 제게 볼일이 남으셨습니까?"
"시주,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시주의 경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데 물어도 되겠소?"
"...말씀하십시오."
"아까 기수식을 취할 때 보니 시주는 언뜻 보면 절정의 경지에 이른 듯싶지만, 한편으로는 내공이 느껴지지 않소. 어찌 된 연유인지 신기하여 물을 수밖에 없었소."
유성이 씁쓸하게 웃었다.
평소에는 무공을 익혔던 흔적을 들키기 싫어 자세나 걸음걸이를 일부러 흩트렸으나, 기수식을 취한 모습 때문에 경지를 들킨 것이다.
"저는 단전을 다쳐 내공을 잃었습니다."
"...소승이 괜한 것을 물었소. 용서하시오. 아미타불."
"이미 지난 일이니 별수 없지요. 그런데 스님은 누구십니까?"
"이런, 내 소개도 하지 않았구려. 소승은 혜강이라 하오."
유성은 곧바로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사대금강의 혜강 스님이셨군요."
그는 바로 절정의 후기에 도달했다고 알려진 사대금강의 수좌였다.
"그렇소. 다시 한번 소승을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소. 혹시 소승의 힘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시오."
유성은 최근 그를 노리는 자에게 생각이 미쳤다.
'최악의 경우 밖에서 살수가 나를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개방도들이 없을 때 살수가 나를 노린다면 현재 내 몸 상태로 감당할 수 있을까?'
유성은 현재 자기 수준을 정확히 점검할 필요를 느꼈다.
정확히 점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상대가 필요한 법이다.
"정 고마우시면 저와 대련 한번 해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