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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림의 무위 수준은 초절정 고수.
그러나 그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은 무공이 아니라 정치질이다.
사릴 때는 사리고 상대의 약점을 발견하면 사정 없이 물어뜯을 수 있는 준비가 된 자였다.
하지만.
아무런 세력도 만들지 않고 오로지 무공에만 전념해 온 화경의 고수가 쏟아 내는 적의에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가, 갑자기 나를 이렇게 핍박하시는 이유가 뭐, 뭡니까?"
"모두가 내 병은 못 고친다고 했소. 하지만 백의원님만이 죽어 가던 나를 치료해주셨소. 이래도 그분의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시오?"
주위가 숙연해졌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그다.
모두 척마대주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헤아려보았고, 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최소한 그의 앞에서 백유성을 깎아내려서는 안됐던 것이다.
"미, 미안하오 척마대주. 내가 실언을 했소. 절대 백유성 의원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소."
모용림이 결국 사과하자 척마대주의 시선이 이번에는 제갈영영에게 향했다.
"총군사, 모용 장로가 말한 소문이 모두 사실이오?"
"절대 아니에요. 헛소문이에요. 제가 주기적으로 백의원님을 찾아가는 것은 치료 목적이었어요."
"그럼 됐소. 모용림 장로, 더 이상 헛소문을 입에 올리지 마시오. 이건 마지막 경고요."
"아, 알겠소."
원래 조용 하다가 꼭 필요할 때 한번 힘을 폭발시키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모용림은 순식간에 제갈영영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했던 무기 하나를 잃어 버렸다.
꼬리 내린 모용림을 보고 제갈영영은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생각했다.
'꼴 좋다. 어쩌면 오늘 푹 잘 수 있을지도?'
같은 시각.
소림사의 예비 약초밭 옆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던 유성은 귀를 후비며 구시렁거렸다.
"귀가 가렵구나. 누가 내 욕을 하나... 아무리 봐도 조의원이 유력해. 너무한 거 아닌가? 다 자업자득인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해코지하려고 하다니."
무공을 회복하고 말겠다는 사심이 섞였으나 유성은 억울했다.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있어 치료했고, 먼저 자기 환자라고 억지를 부린 조의원에게 좀 들이댔다고 앙심을 품다니.
물론 사람을 고용해 뒤를 캐고 있는 자가 조의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그도 썩 맘에 들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머무는 동안은 괜찮지만 밖에 나가면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겠구나. 만약 그자가 살수라면 마음 편히 화장실도 못 가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거야. 아니, 차라리 기회를 보아 함정을 파야 한다.'
선빵필승이라는 만고 불변의 진리도 있지 않은가.
속으로 무슨 생각하고 있더라도, 유성은 일정 시간이 흐를 때마다 기계적으로 화령초에 촉진 스킬을 사용했다.
하급 사제 시절, 신전의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수없이 반복했던 노가다였기에 익숙했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유성의 손이 황금빛으로 빛난 후.
스르르-
또다시 화령초가 자라났다.
추세로 보아 기한을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연단각주의 요청으로 소림사 방장과 장로들이 모인 회의가 소집되었다.
"무슨 일이오, 연단각주?"
정해 대사의 물음에 연단각주가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장님, 지금 연단중인 대환단의 약효 일부를 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오?"
보고는 정해 대사를 향했으나 옆의 장로가 놀라 질문한 것이 빨랐다.
소림사의 장로들은 모두 사형제 관계였고, 정해 대사가 권위적이지 않은 자였기에 가능한 회의 문화였다.
"대환단을 만들고 남은 미량의 재료로 실험을 끝마쳤으니 틀림없소."
"그럼 약효 일부라면 얼마나 되는 거요?"
"놀라지 마시오. 무려 삼할이오!"
연단각주가 자랑스럽게 손가락 세 개를 펴자 장로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삼할!"
"허! 어찌 그런 놀라운 성과가!"
"그럼 이십 년의 내공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니오?"
당장 내일이면 화령초가 투입되어야 하건만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몇 달간 찾지 못했던 화령초가 갑자기 땅에서 솟아오를 확률은 극히 낮은 것이다.
이즈음 장로들은 모두 직감하고 있었다.
이번 대환단 연단은 실패로 끝나리라는 사실을.
그런 와중, 실패한 대환단을 폐기할 필요 없이 약효의 일부나마 건질 수 있다는 말에 모든 장로들이 흥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30년간 들인 공을 무로 되돌리지 않아도 된다!
연단각주가 가슴을 주욱 폈다.
"그동안 대환단 제조가 실패한 역사가 없었기에 아무도 떠올리지 못한 방법을 소승이 찾아냈을 뿐 별거 아니오."
거드름을 피우는 듯 아닌 듯한 화법에도 장로들은 연단각주의 성과를 칭찬했다.
정해 대사가 입을 열었다.
"실로 뛰어난 성과요. 연단각주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오. 그런데 일부의 약효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오?"
"그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오늘 안에 대환단의 연단을 중단하고 제가 찾은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허락해주십시오, 방장님."
이번에도 장로들이 앞다투어 끼어들었다.
"그럼 당장 중단해야지요. 당연한 것 아니겠소? 화령초를 구하는 건 늦었소. 요즘 다른 약초들도 씨가 말라 화령초를 구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하지 않소."
"맞소. 소승의 수양이 부족한지 한번 밑바닥에 내동댕이 당해 보니 삼할도 정말 감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소. 이 또한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기 위한 시련이 아니었겠소?"
이제 모두의 시선이 정해 대사에게 향했다.
소림사는 다수결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정해 대사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정말 그게 가능한 것이란 말인가? 나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아미타불...'
그가 고뇌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과거 정해 대사는 자만했다.
이번 대환단 연단도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사실 항상 같은 방식으로 대환단을 제조해 왔기에 소림사 모두가 자만한 것이지만 자신은 당대의 방장이 아닌가?
책임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실패에 낙담만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
당대가 아니면 어떤가? 후대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어제 새로 조성중인 약초밭을 직접 점검하러 갔다.
화령초를 비롯한 대환단 연단에 필요한 약초들을 직접 재배하기 위한 장소로 아직은 흙만 잘 준비해 둔 상태.
험준한 산에서 자연히 피어난 약초들에 비해 약효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제때 약초가 구해지지 않는다면 대체품 정도로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해 대사는 그곳에서 무언가 하는 유성을 발견했다.
'저자는 백 시주가 아닌가? 뭘 하고 있단 말인가?'
먼발치였으나 초절정 고수에게는 지근거리나 다름없었고, 정해 대사는 약초밭 한가운데 홀로 심겨 있는 화령초를 발견했다.
'받아 간 화령초를 밭에 심어두고 초산의 넋을 기리기 위함인가? 독특한 사람이군.'
나름 초산과 친분이 있어 보였으니 그만의 추모 방법이 있겠다 싶었다.
딱히 나쁜 짓도 저지르지 않은 듯하여 몸을 돌리려는 순간.
유성의 손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이 아닌가?
정해 대사는 깜짝 놀랐다.
'아무런 낌새도 없었거늘 백 시주가 내 눈을 속일 정도의 무공을 익혔었단 말인가? 게다가 저건 수기!'
절정 고수는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검기.
그리고 그것을 검 없이 맨손으로 펼쳐 내는 수기.
백유성의 젊은 나이를 고려해 볼 때 놀라운 수준이다.
하지만.
정해 대사는 곧 백유성의 손에서 펼쳐지는 황금빛에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공은 아닌 듯한데 신기한 일이구나. 혹시 백 의원이 그곳 출신인가?'
순식간에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힌 정해 대사는 다음에 벌어진 현상 때문에 이번에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아마 초절정 고수가 아니었더라면 균형을 잃고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놀라운 광경이었다.
화령초가 갑자기 자라나다니!
'설마 저것 때문에 화령초를 달라고 한 것인가?'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할 겸, 유성을 방해하지 않기로 한 정해 대사는 자리를 떠났고 이튿날 연단각주의 요청으로 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의 고민은 두 개였다.
유성이 정말 대환단 연단을 위해, 화령초를 키울 생각으로 사흘간 내어달라 요청한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유성이 신비한 방법으로 키운 화령초가 대환단을 만드는데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인지.
'혼자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구나.'
눈을 뜨자 모든 장로들이 자기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소승에게 시간을 주시오. 오후에 다시 회의를 열겠소."
유성은 신성을 깨우친 후, 계속 치유 스킬을 사용해 왔다.
그와 동시에, 아직 스스로 몸을 지킬 힘이 부족한 유성은 최대한 신성력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 했다.
기적과 같은 치료 효과로 신성력을 쌓아 나가면서 정체는 감추어야 하는 딜레마.
다행히 의술에 무지한 자들을 속여 넘기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굳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싶은 자들도 없었고.
외상 환자에게 내부는 다 치유 스킬로 치료하고 겉 상처만 남기는 것, 실시간으로 치유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해 시선을 돌리고 치유 스킬을 사용하는 것.
모두 이런 고민 끝에 얻게 된 잡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성은 지금 상황이 몹시 당혹스러웠다.
"백 시주, 중요한 일이니 솔직히 말해주시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화령초를 자라나게 한 것이오? 손에서 황금빛이 나오던데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오? 그리고 그걸로 키운 화령초가 약효도 멀쩡한지 궁금하다오."
유성의 시선이 약초밭 한가운데 심겨 있는 화령초로 향했다.
정해 대사에게 받아왔을 때보다 눈에 띄게 자라 있는 모습.
목함을 열어 보았던 정해 대사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문제는 목표만큼 다 키우기도 전에 그걸 들켜 버린 것이고.
다 키운 후에 둘러대려고 했던 여러 핑계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곤란한데. 중간에 걸려 버리다니.'
그의 표정을 본 정해 대사가 황급히 사과했다.
"아, 미안하오. 사실 어제 약초밭을 찾아왔다가 우연히 백 시주의 모습을 보고 말았소.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떴으나 사정이 생겨 묻지 않을 수 없었소."
정해 대사는 연단각주에게 들은 방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상대의 자발적인 협조를 구하려면 솔직해야 한다.
내막을 다 들은 유성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역시 무공을 잃으니 여러 가지로 불편하구나. 그렇게 주위를 경계했으나 경지에 오른 무림인이 지켜보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니.'
다행인 점은 정해 대사가 무척 호의적이라는 점이다.
만약 나쁜 마음을 품은 자에게 들켰다면 이런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다.
신성력을 사용할 때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 유성이 말했다.
"키우는 방법은 저만의 비법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해하오. 그럼 몇 가지만 묻겠소. 혹시 시주는 신비문파인 모산파와 어떤 연관이 있으시오?"
정해 대사는 아마 황금빛이 나오며 화령초가 자라는 광경을 보고 모산파의 영술로 추측한 듯했다.
거짓말하지 않고도 둘러대기가 편해졌다.
"저는 모산파와 인연이 있습니다."
"역시!"
그의 얼굴에 서린 흡족한 표정을 보아하니 스스로 속아넘어간 듯하다.
이제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들려주면 된다.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내일까지 화령초를 키우기 위해 이곳에 남은 것입니다. 약효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버츄얼 판타지 리얼모드의 경험이 다른 결과를 가져온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신성력으로 키운 약초를 사용해 단약을 만들어 본 적은 처음이지만 어쩌면 더 좋은 성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정해 대사가 유성의 손을 잡았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신성력이 차올랐다.
벌써 이럴진대 정말 화령초를 키워내는 데 성공하여 대환단 연단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더 많은 신성력이 들어올까?
'기대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