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차가우면서도 지적인 눈빛, 단정한 학사복.

젊은 나이에 무림맹 최고위 요직을 차지하는 능력녀.

그리고 눈이 즐거운 미녀.

무림맹 총군사 제갈영영이 다녀간 후.

낙양 의방 예진실의 종학진은 동료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까 총군사님이 조금 비틀거리시지 않았나?"

"엇, 자네도? 난 내가 잘못 본줄 알았는데 정말 그랬나보군. 백 의원님이 휴가 가셨다는 말이 그렇게 충격이었나?"

번뜩 종학진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시일이 흘러 흐지부지 되었으나, 한때 하인들 사이에서 황당한 소문이 돈 적이 있었다.

"음... 혹시 장칠이 했던 말이 사실이 아닐까?"

"장칠이 누구더라?"

"자네는 사람 이름좀 외우게. 아무리 업무가 다르다지만 백의원님 하인 이름을 아직도 모르나?"

"아, 떠벌이! 그놈은 별명밖에 몰랐네. 그런데 무슨 말 말인가?"

종학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 왜. 총군사님이 백 의원님을 짝사랑 하는 것 같다고..."

"설마!"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 상심하신단 말인가?"

헛소문이 다시 몸집을 키우려던 순간 새로운 사람이 예진실로 들어섰다.

종학진과 동료는 얼른 대화를 멈추었다.

'미녀다! 게다가 총군사님보다 몇 살은 어려 보이는 것이 몹시 싱그럽구나!'

수상한 여자 취향을 가진 종학진이 과도하게 친절을 발휘했다.

"어서 오십시오. 혹시 낙양 의방은 처음 방문하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제가 각 의원님들에 대해 한분 한분 설명을..."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가 쓸데없이 길어지는 말을 끊었다.

"감사합니다만 찾는 분이 있어서요. 아, 저는 남궁유린이라고 해요. 백유성 의원님께 진료받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공과 사의 경계를 허물던 종학진의 표정이 재빨리 바뀌었다.

완벽히 공적인 표정으로.

남궁세가라는 대단한 배경.

그리고 검왕의 손녀라는 무시무시한 가족관계를 가진 그녀에게 절대 헛수작을 부려서는 안 되니까.

"검왕님의 손녀셨군요. 백의원님은 오늘 휴가신데 혹시 차의원님은 어떻습니까? 그분도 훌륭하신 의술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 죄송해요. 그럼 다음에 다시 올게요."

"앗, 저기...!"

남궁유린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자 종학진은 아쉬워했다.

'부수입은 실패로구나!'

차의원이 환자를 밀어주는 대가로 찔러 주는 부수입은 다른 환자에게 기대해 봐야 할듯하다.


제갈영영은 두통이 너무 심해 처음으로 휴가를 써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무림맹주가 직접 전체 회의를 소집해서 그런 마음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지. 내일은 오늘보다 통증이 덜할 거야. 오늘만 잘 버텨보자.'

무림맹 대회의실.

습관적으로 맹주의 표정을 살핀 제갈영영은 그의 표정이 무척 밝은 것을 보고 안심했다.

나쁜 안건으로 모인 것은 아닌 모양이다.

곧 장로들이 하나, 둘 들어섰는데, 그녀는 그중 한 노인과 눈이 마주치자 기분이 상했다.

그는 백발이 성성하고 뱀처럼 찢어진 눈에 입가에는 기분 나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여전히 기분 나쁜 눈빛이야, 모용림 장로.'

모용림은 모용세가 사람으로, 제갈영영에게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장로다.

사적으로는 제갈영영과 무림맹 총군사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사마세가의 사마천, 그의 장인이 되는 자다.

'하... 제발 공과 사는 구분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자가 내게 실력으로 밀린 걸 어쩌란 말이야.'

자신이 무림맹 총군사라는 높은 자리에 있지만 경력으로 보면 길지 않다.

모용림은 무림맹 장로로 헌신해 온 기간이 길어 기 싸움이 성립되지 않았다.

백유성에게 치료받기 전에 그녀의 두통을 악화시키던 사람 중 하나를, 두통이 심각할 때 다시 마주하자 더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다.

그녀의 상태가 어떻든, 무림맹주의 주관으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본 맹주가 회의를 소집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소. 몇 가지 안건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소식부터 전하겠소. 먼저, 어제 맹에 큰 경사가 있었소."

"그게 무엇입니까, 맹주님?"

"직접 보는 게 좋을 거요. 척마대주, 들어오시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척마대주님은 전에 다시 폐관에 들어 회의에 안 나온 지 한참 되지 않았나? 설마...?"

척마대주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폐관 수련에 실패했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하다가 낙양 의방에서 소란을 피웠다.

그런데 돌연 실마리를 얻었다고 다시 폐관에 들었다.

여기까지가 그들이 아는 바였는데, 척마대주가 다시 나왔다는 말은...

저벅- 저벅-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립을 보고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자들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기도가 변했구나!'

초절정의 끝자락에 위치해 원래 자신들보다 높았던 무위였으나 지금은 척마대주를 볼 때 마치 무림맹주와 마주할 때 느껴지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는 명백히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킨다.

무림맹주가 양팔을 활짝 벌렸다.

"보시는 바와 같이, 맹에 새로운 화경의 고수가 탄생했소."

"오오! 정파 무림의 홍복이오! 축하드리오, 척마대주님!"

"실로 놀라운 성과요! 이 좋은 소식을 왜 오늘에서야 밝히신거요? 어제라도 알려주셨다면 밤늦게라도 달려왔을 것을!"

"대공을 축하드리오!"

척마대주 정립은 앞다투어 달려와 친근한 태도를 취하는 자들에게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만 내뱉었다.

"고맙소."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열렬한 축하 인사에 대한 반응으로는.

"큼. 역시 척마대주님은 한결같으시오, 하하..."

"역시 사람이 진중하오. 그러니 그런 대단한 성취를 이루신 것이 아니겠소?"

정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그들의 반응에 냉소했다.

'지금 내게 친한 척하는 자들 중에는 죽어 가던 시절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 자들도 있구나. 이것도 정치의 일종인 것인가? 어렵구나.'

얼마 전 얻은 실마리를 끊임없이 붙잡고 참오한 끝에, 정립은 어제 꿈에 그리던 환골탈태를 이루었다.

신체가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그에게 마지막을 준비하게 만들기도 했던 병이 씻은 듯이 치료된 것은 당연하다.

화경의 경지에 이르러 무의 경지가 한 단계 올랐고 수명도 늘었다.

정립은 백유성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모두가 포기한 자기 생명을 구해주고 무인이라면 꿈에 그리던 경지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백유성.

그에게 이루 표현하기 어려운 고마운 마음을 품었으나 실제로 만나 전하지 못했다.

물론, 정립의 마음이 신성력으로 변하여 유성에게 전해졌으나 아직 아무도 그 상황을 알 수는 없었다.

유성은 소림사에서 열심히 촉진 스킬을 사용하며 화령초를 키우는 중이었으니.

어쨌든, 정립이 하루 정도 환골탈태한 몸에 적응을 마친 후 직속상관 무림맹주에게 보고하자마자 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정립은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안건들로 넘어간 회의에 관심을 거두고 자리만 지켰다.

무슨 대소사를 논하든, 그의 관심을 끌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들 평온한 모습인데 반해 한 사람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보여 그의 시선을 잠시 끌었다.

'총군사의 몸이 많이 좋지 않은가보군. 백 의원님께 치료라도 받아보시면 좋을 텐데.'

정립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은 없었다.

그가 그런 생각을 떠올릴 만큼 제갈영영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무림맹주가 회의 중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길 청했을 정도였다.

제갈영영은 곧바로 거절했다.

'잠깐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차라리 회의가 끝나면 좀 나을 거야.'

갑자기 잡힌 회의였으나 한 번 모인 이상 쌓인 안건들을 처리해야 한다.

자기 개인 사정으로 안건들을 뒤로 미룬다면 어떤 꼬투리를 잡힐지 모른다.

물론, 꼬투리를 잡을 인간은 지금도 매 안건마다 꼬투리를 잡는 중이었지만.

한 안건에 대해 제갈영영이 의견을 내자 모용림 장로가 곧바로 딴지를 걸었다.

"허허, 총군사의 말도 일리가 있으나 만약 이런 경우라면 어떻겠소? 정파 무인들의 목숨이 우리 손에 달렸으니 항상 여러 가능성을 따져 보아야 할 것이오."

그 딴지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교묘해서 쉽게 무시할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억지로 아픈 머리를 쥐어 짜내 논쟁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고, 또 논쟁하고. 그렇게 반복하기를 얼마 후.

제갈영영은 애써 표정 관리에 힘 썼으나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두통에 괴로워했다.

그럴수록 새로운 안건을 올려야 한다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안 되겠어. 이 안건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해.'

이 안건은 그녀에게, 그리고 정파 무림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드디어 마지막 안건까지 논의가 끝난 후.

제갈영영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안건을 하나 올리겠어요."

"그것이 무엇이오, 총군사?"

"본 맹에 실력 좋은 의원분을 모셔야 해요. 낙양 의방이 있지만 아무래도 직속 기관이 아니라 한계가 있어요. 맹에서 실력 좋은 의원분을 직접 모시고 있다면 무사들에게 질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거예요. 무사들도 더 용감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지요."

물론 쉽게 통과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용림 장로가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건 낭비가 아니오? 어차피 낙양 의방 시험을 통과한 의원들의 실력은 다 최고인데 그런 자들이 열 명이 넘게 모여 있는 낙양 의방을 활용하는 편이 낫지 않겠소?"

"낙양 의방의 의원이라고 다 실력이 같지는 않아요. 분명 그들 사이에서도 실력 차이가 있고 특히 일부는 꼭 맹에서 영입해야 하는 놀라운 실력을 갖추고 있답니다."

모용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의선의 제자이신 양지헌 의원님 같은 분도 있지. 총 군사도 그분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다면 생각해 볼 만 하겠소."

처음에는 습관적으로 딴지를 걸었던 모양인지 모용림 장로의 목소리가 살짝 누그러졌다.

제갈영영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하나.

'모용림 장로가 강호행 때 의선에게 목숨을 구함받은 적이 있다지?'

양의원에게 호의적이라면 일이 쉬워지겠다 싶었다.

"그 분도 실력이 좋지요. 저는 양지헌 의원님과 백유성 의원님 두 분을 고려하고 있었어요. 두 분의 실력이 정말 뛰어나거든요."

항상 옆에 두고 두통을 치료하고 싶은 욕심에 백유성을 떠올리며 만든 안건이었다.

그가 빠져서는 절대 안 된다.

모용림의 태도를 보아 양의원을 같이 끼워 넣는다면 이 안건이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는 모용림이 얼마나 치졸한 밑바닥을 가진 자인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제갈영영의 오산이었다.

모용림은 사위 사마천과 경쟁하여 총군사 자리를 뺏어간 제갈영영이 몹시 미웠다.

사마천이 전대 총군사 사마병의 자리를 잇는 모양새이니 쉽게 총군사가 될 것이고, 모용세가에 여러 이득을 챙겨 주리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하게 물을 먹은 모용림은 제갈영영의 흠을 잡기 위해 여러 조사를 했고, 쥐고 있던 한 가지 무기를 지금 사용하기로 했다.

"백유성 의원이라... 그 어리고 잘생긴 신입 의원 말이군. 총군사가 매일 찾아갈 정도로 그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설마 그게 사실이었단 말이오?"

제갈영영은 처음 듣는 소리에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나도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그게 무슨...! 헛소문이에요!"

유성이 잘생기기는 했으나 절대 다른 감정을 품은 적은 없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허! 언제 무림맹이 실력도 없는 자가 입맹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단 말이오! 그자를 총군사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입맹시킨다면 무림맹은 모든 강호인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거요!"

모용림의 헛소리에 분노가 치솟는 와중에도 제갈영영이 머릿속으로 차분히 반박 논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입을 열려는 순간.

모두의 귓가로 쏙쏙 박히는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모용림 장로, 백유성 의원님의 실력은 내가 아는 의원들 중 최고요. 내 이름도 걸 수 있소. 그분을 모욕한 것을 당장 사과하시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나와 생사결을 벌여야 할 거요."

회의 중에 절대 끼어들지 않기로 유명했던 화경의 고수가, 백유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