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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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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양의원이 의각 당직을 서는 날.

차의원은 요즘 인맥을 다지겠다며 백호단주 무리의 술자리에 기웃거린다.

태정헌 부군사의 초대로 한번 참여했다가 거기 사람들과 친분을 다질 필요가 있어 보이는지 자주 참석하는 모양이다.

술도 약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이다.

유성은 저녁에 무림학관으로 향했다.

몇 차례 고민했지만, 역시 직접 살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남궁유린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미 의각 경계 임무 기간이 끝났기에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그녀를 만나기 힘들다.

“의각주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중간에 유성을 알아본 무림학관 생도가 아는체를 해 왔다.

요즘 무림학관 생도들이 종종 다쳐 의각에 찾아오기에 친분이 생긴 자다.

점차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

“아, 남궁유린 소저를 찾고 있습니다. 혹시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남궁유린이라면 아까 저 안쪽 정자에 앉아 있는 걸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성은 생도가 알려 준 곳에서, 용이 수놓아진 푸른 무복을 입은 남궁유린을 발견했다.

그녀는 홀로 정자 한쪽에 걸터앉아 보름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고운 자태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돌아보았다.

눈에 놀라움이 깃든다.

“의각주님?”

“아, 남궁 소저. 말도 없이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남궁유린이 엉덩이를 움직여 옆자리를 내주었다.

정자에 앉혀두고 본론만 꺼내기도 애매해 사양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았다.

“...”

엉덩이 부분이 그녀가 남겨둔 체온으로 따뜻하다.

얼마 전 기녀들의 성병을 치료하고 와서 그런지,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려고 한다.

‘착한 생각, 착한 생각.

괜히 시선 둘 곳이 없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남궁유린도 자리를 권하기는 했지만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막상 유성이 옆에 앉자 괜히 민망하여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나란히 앉아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고 있는 남녀라니.

이상하게 보일 게 아닌가?

그런데 신기하게, 어색할지언정 지금 이 순간이 싫게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 간질간질 한 것 같기도 하고…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만약 팽지산이었다면…

‘정신 차려, 의각주님을 누구한테 비교하는 거야!

엉뚱한 생각하던 중.

“좋네요.”

“네, 넷? 뭐, 뭐가요?”

유성이 부드러운 목소리와 그 내용에 순간 남궁유린의 사고가 마비되어 멍청하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보름달이요. 왜 저걸 보고 계셨는지 이해되네요.”

“아, 그렇죠? 저도 그래서 자주 봐요. 달빛 아래 있으면 세상 모든 게 잠시 멈춘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도 잊고 괴로움도 잊을 수 있죠.”

그녀는 꽤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같았다.

어쨌든 유성이 남궁유린을 찾아온 이유가 방금도 그녀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괴로움.

그녀는 무언가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전에 대련을 지켜보는 게 괴롭다는 말도 했고.

유성이 오늘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다.

“오늘 제가 찾아온 이유는…”

꿀꺽.

옆에서 남궁유린이 침 삼키는 소리가 유성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풀벌레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조용한 정자라서 그런지 유독 크게 느껴진다.

“남궁 소저를—”

“의각주님!!”

유성의 말은 멀리서 그를 부르는 한 사람의 소리에 끊기고 말았다.

돌아 보니 이미 퇴근했던 장칠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다.

장칠은 처음 의각으로 뛰어갔다가, 유성이 무림학관 쪽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수소문 끝에 찾아온 것이다.

양의원은 당직을 서는 중이기도 하고, 유성에 비해 실력이 떨어져 이런 상황에서 유성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다.

그가 남궁유린과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유성이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저희 어머니가 위독하십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유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각 식구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데 한가하게 급하지도 않은 남궁유린의 진료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장칠의 행실과 관계없이 환자부터 치료해야 한다.

“어떤 상황입니까?”

“어머니가 누워계시다가 갑자기 피를 토하셨습니다!”

몇 가지 병이 의심되지만 직접 보지 않고는 확신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좋지 못한 징조라는 거다.

“어머니는 어디 계십니까?”

“저희 집에 계십니다! 바로 의각으로 가서 호위무사를 모셔오겠습니다!”

“그럴 틈이 없으니 빨리 출발합시다.”

유성이 호위도 없이 장칠을 따라 달려갈 기세로 보이자 남궁유린이 벌떡 일어났다.

“제가 호위 해드릴게요.”

검을 드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드는 건 훨씬 낫다.

여기는 무림맹 인근.

삼류 수준의 흑도 정도만 가끔 돌아다니는 이곳에서 유성도 자신을 지킬 힘이 있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빨리 갑시다.”

장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 곳은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그가 방문을 열고 뛰어들어갔다.

“어머니!”

마침 주위에 도움받을 사람이 없었는지 집 안에는 장칠의 어머니만 홀로 쓰러져 있었다.

피비린내가 풍겨 왔다.

“제가 보겠습니다!”

유성은 얼른 장칠의 어머니를 살폈다.

안색이 창백하지만 피를 한번 토한 후로 추가적인 토혈은 없는지 조금만 흘러나오고 있다.

진맥해 보았다.

‘맥이 약하지만 다행히 아직 버틸 수 있어.

입으로 피를 토했다는 건 몇 가지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고 한다.

의심되는 곳이 있다.

유성은 침통을 꺼냈다.

“의각주님! 저희 어머니 사, 살 수 있습니까?”

장칠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아무리 유성이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장칠이 보기에 어머니의 안색이 너무 창백하고 지금도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이러다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게 아닌지 두려웠다.

유성은 장침을 꺼내 장칠 어머니의 가슴에 찔러넣으며 대꾸했다.

“확인중이니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눈을 감고 신성력을 흘려 넣었다.

오면서 장칠에게 들은 바로,

기침하며 토한 게 아니고, 평소 그의 어머니는 쉽게 피로해하고 소화불량도 호소했다고 한다.

이는 간쪽의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제일 먼저 간을 살폈다.

‘역시.

부드럽고 탄력 있는 원래의 간과 달리 울퉁불퉁하고 단단해 보이는 간.

간경화 증상이다.

간이 굳어 피가 그쪽을 통과하지 못하니, 식도쪽으로 몰려 혈관이 터져 버린 거다.

평범한 의원은 외과적인 시술을 하기 어려우니 이대로 환자를 놓쳤겠지만, 유성에게는 치유 스킬이 있다.

‘일단 급한 혈관부터.

식도쪽을 타고 주욱 살펴보자 한 가닥 혈관이 터져 있다.

다행히 터진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물론 이대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사망하고 말겠지만,

장칠이 유성을 불러오는 동안 그의 어머니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혈관이 작게 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교하게 신성력을 컨트롤했다.

[치유]

혈관이 곧바로 아물며 새어 나오던 피가 멎는다.

“어? 의각주님! 어머님 입에서 피가 조금 덜 나는 거 같은데요? 제가 잘못 본겁니까?!”

장칠이 놀라 소리쳤다.

그가 눈치챌 만큼 효과는 즉각적이다.

더 이상 피가 새어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터질 수 있다.

유성은 대꾸하지 않고 이번에는 굳어 있는 간을 향해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질병과 상처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치유 스킬이 간에 퍼지자, 굳어 있던 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게임으로 접할 때는 자세히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아마 치유 스킬이 작용하는 건 세포나 그런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

병에 걸려 상태가 악화된 부위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주는 효과.

신기하게 노화에는 효과가 없었지만, 병에 걸린 부위의 정상화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게 아닐까, 유성은 생각했다.

머지않아 다시 말랑말랑하고 탄력 있는 간의 모습이 돌아왔다.

약초꾼 초산의 일로, 항상 신성력을 어느 정도 남겨두고 있어 다행이다.

유성은 그 후로도 정밀하게 몸 이곳저곳 살펴 안 좋은 장기를 치료 후, 장침을 뽑았다.

“어, 어떻습니까? 치료할 수 있을까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칠에게 씨익 웃어 주었다.

“치료 끝났습니다.”

“네에?”

“으음…”

마침 장칠의 어머니가 신음성을 흘리며 깨어났다.

“어머니!!”

장칠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와 부둥켜 안는다.

오늘도 사람을 살렸다.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서 소매로 눈가를 찍는 남궁유린이 보인다.

고개를 돌려보자 그녀가 민망한지 얼굴을 붉혔다.

“감동적이어서요.”

“...”

역시 남궁유린은 감수성이 풍부하다.

공감 능력이 좋거나.

잠시 후, 진정된 장칠이 넙죽 큰절을 올렸다.

“의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사과하는 이유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신성력이 차오르며 그의 진심이 전해진다.

“같은 식구끼리 도와야지요. 그런데 혹시 어머님 눈이…”

장칠 어머니는 눈에 제대로 초점이 잡히지 않았고, 잘 안 보이는지 옆을 더듬기도 했다.

고맙다며 무언가를 찾아 유성에게 건네주려는데 목표물을 한 번에 찾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눈동자 색도 탁하고, 아무래도 눈이 불편해 보인다.

“아, 몇 년 전에 양의원님이 봐주셨는데 노안이라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의선이나 양의원이라고 해도 현대에 알려진 질병까지 알 수는 없다.

이 시대에는 노인에게 나타나면 늙어서 그렇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정연의 치매도 그런 경우였고.

이번에는 장칠의 어머니에게 직접 물었다.

“어머님, 혹시 앞이 전혀 안 보이시는 겁니까?”

“아이고, 전혀는 아니예요.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긴 한데 앞에 뭐가 있다 정도는 대충 알 수 있어요.”

몇가지 질문 끝에, 그녀는 희미한 시력에 의지해 간신히 사물의 존재를 인지하는 수준이었다.

노안으로 시력이 나빠질 수는 있어도 앞이 거의 안 보이는 정도까지 가던가?

유성이 알기로 그렇지는 않다.

‘혹시 백내장 같은 거 아닐까?

백내장은 노화로 인한 노안과 달리 질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