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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와 치유의 여신 가이아.
그녀를 모시는 신전의 주 수입원은 몇 가지가 있다.
신실한 신자들에게 헌금을 받거나.
여신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자들에게 치료 또는 축복을 내려주거나.
모험가들에게 신성력이 깃든 물품을 판매한다.
판매하는 대표적인 물품으로는 성수가 있다.
성수는 마법사들이 트롤의 피를 이용해 제조하는 포션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상처 치유시 고통 등 부작용도 없어 인기가 많다.
유성은 한때 신전의 공헌도를 올리기 위해 성수 제작에 몰두한 적이 있다.
수 없이 만들어 봤기에 질릴 만도 하지만 지금은 이 스킬이 너무 반갑다.
[성수 제작]
비록 하급 성수지만 앞으로 유성의 행보에 도움이 될 만한 물품이다.
“신성력이 남을 때마다 성수를 만들어 놔야 해.”
신성력은 서서히 회복된다.
의방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 소모하지 못하면 괜히 손해 본 기분이었는데 적절한 신성력 소모처가 생겼다.
조금씩 성수를 만들어 비축한다면 신성력이 다 떨어졌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무림맹을 비웠을 때도 도움이 되고.
“일단 만들어 보자.”
먼저 물을 준비했다.
순수하고 깨끗한 물이면 가장 효과가 좋겠지만 여기서 그 정도를 바라는 건 무리다.
길러둔 물에 해독 스킬을 사용하고 몇차례 걸러낸 후, 소주잔만 한 작은 용기에 담았다.
물 위로 손을 가져다 댄 후.
[성수 제작]
신성력이 주욱 빠져나간다.
투명한 물이 서서히 노랗게 물들더니 마침내 은은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됐다.”
평범하게 치유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보다 효율이 훨씬 나쁘다.
치유 스킬을 열 번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만들어 낸 것이 고작 이렇게 적은 양의 성수니까.
그런데도 신전에서는 성수 제작에 열을 올렸다.
모험가들이 항상 사제들을 대동하고 다닐 수 없으니 비싸게 팔린다.
여벌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다.
유성은 거처를 완전히 무림맹으로 옮겼다.
새 거처에는 작은 마당도 딸려 있어 유성이 아침에 수련하는데 지장도 없는 곳이다.
무림맹 부지가 매우 넓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존 거처는 하오문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기로 했고.
“어서 오십시오, 백의원님. 하인들을 포함하여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안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전에 시험을 치른 적 있는 의각.
건물만 올라가 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었다.
환자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내부에 약재 보관 장소도 있다.
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한 공간도 있고, 지금은 한 곳만 열려 있으나 추후에 의원들이 추가되었을 때를 대비한 진료실도 여러 개 마련되어 있다.
의각 운영 담당자가 새로 뽑은 하인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들과 하나 하나 눈을 마주치던 중.
“응…?”
아는 얼굴들을 발견했다.
“또 뵙습니다, 백의원님. 저 예진실에 있던 종학진입니다.”
“저도 다시 백의원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장칠입니다.”
낙양 의방의 예진실에서 일하던 종학진, 그리고 제 십일 진료실 담당 하인 장칠이다.
“두 분도 의각에 지원하신 줄 몰랐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경쟁자가 많았는데 낙양 의방에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예진실에서 오래 일한 종학진은 환자 분류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믿을 만하다.
장칠도 그동안 함께 손을 맞췄기에 유성도 업무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딱 한 가지, 입이 좀 싸다는 단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 외에도 여러 하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의각의 시설들에 대해 익힌 후.
“오늘부터 바로 시작해도 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저희야 하루라도 빨리 의각이 활성화되면 좋지요. 말씀해주시면 맹 내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무림맹 총군사실.
“총군사님, 오늘부터 의각이 운영된다고 합니다.”
순조롭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제갈영영이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벌써요? 원래 내일부터잖아요?”
“새로 오신 의각주님이 일 욕심이 많으신가봅니다. 오늘부터 진료 보시겠답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부하가 나간 후.
그녀는 다시 보고서로 시선을 돌렸다.
천문진법총해는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니지만 일부러 오늘은 공부하지 않았다.
두통도 없어서 굳이 의각에 찾아갈 이유는 없지만.
탁.
책상을 짚고 일어났다.
‘그래도 첫날인데 예의는 차려야겠지?’
한쪽 장 안에서 고급스러운 보자기를 하나 꺼냈다.
서역 먼 곳에서 온 상인에게 미리 구해 둔 차다.
두 상자 사서 마셔봤는데 향이 좋아 의각 업무를 시작하면 전해주려고 준비해 두었다.
“설마 안 아픈데 찾아왔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러면 서운 할 것 같지만.
그녀는 의각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볍다.
잠시 후.
의각 앞에 도착한 제갈영영은 이미 길게 늘어선 줄에 당황했다.
의각 내부에도 대기 공간이 있고 외부에도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외부 공간까지 사람들이 서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의각을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 약간, 그리고 다른 생각이 든다.
‘괜히 찾아왔나? 아프지도 않은데…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나?’
왠지 아쉬운 마음에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을 때.
하인 하나가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새로 줄을 선 무사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저 사람은...?'
하인의 얼굴이 무척 낯익다.
“무사님은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나는 그냥…”
질문을 받은 무사가 우물쭈물했다.
종학진은 벌써 이런 사람을 수십 명이나 상대해 봤기에 능숙하게 대처했다.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으나 한번 진료를 받아보고 싶으신 겁니까?”
“큼, 그렇지. 용하시다는 소문을 들어서… 혹시 나도 모르는 뭔가 발견될 수도 있고.”
“그럼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환자분들 상태에 따라 경중이 있어서 순위가 조금은 뒤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이네.”
종학진은 그 무사의 경중을 표기하는 곳에 ‘무’라고 표기한 후 뒤로 시선을 돌렸다.
“어?”
종학진과 제갈영영의 눈이 마주쳤다.
“총군사님도 오셨군요. 항상 같은 이유 맞으십니까?”
“아… 네, 네. 맞아요.”
그녀는 얼떨결에 그렇다고 대답하며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아침마다 낙양 의방을 찾을 때 지끈거리는 두통 때문에 살짝 인상을 쓰는 편이다.
“이런, 힘드시겠군요. 앞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중하신 분들이 거의 없어서요.”
“그래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이게 제 일인걸요. 따라오십시오.”
얼떨결에 제갈영영은 거짓말로 여러 무사들을 새치기 해 버렸다.
‘죄송합니다…’
거의 스무명을 제끼고 앞에 세 명 정도를 남겨두게 되었을 때 종학진은 그녀를 그곳에 세웠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그럼 가 보겠습니다.”
그녀는 주변 무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어색하게 인상 쓰는 상태를 유지했다.
바로 뒤에 기다리는 무사가 답답한지 가슴을 두드리고 있어 양심의 가책이 더 커졌다.
‘정말 죄송해요. 오늘만 실례할게요… 여기까지 왔으니 이것만 전해주고 갈게요…’
그녀의 앞에 서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입원실로 향했고 누군가는 후련한 표정으로 나섰다.
곧 자기 차례가 다가온다.
억지로 인상을 쓰는 것도 편한 일이 아니라 서서히 이마를 피려는 순간.
또 아는 얼굴을 마주했다.
하인 하나가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한다.
‘낙양 의방 때 백의원님 진료실 하인이네. 여기도 따라오셨구나.’
문득 유성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의방 내에 소문이 빨리 퍼지더군요. 입 싼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사람, 장칠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제갈영영의 이마가 더 찌푸려졌다.
낙양 의방 시절, 유성은 의원들 중 막내였다.
나이도 제일 어리고 경력도 짧다.
할당받은 진료실마저 마지막인 제 십일 진료실.
시간이 지나며 실력을 인정 받았음에도 약간씩 손해를 보는 구석이 있었다.
유성의 환자를 입원시킬 때 입원실에 자리가 없어 다른 빈방을 알아봐야 한다거나.
거래하는 상인의 사정으로 비품 공급이 늦어지면 유성이 조금 더 적게 분배받거나.
그러나 무림맹 의각에서는 자신이 서열 일 위다.
유일한 의원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임시’라는 단어를 떼고 의각주가 될 확률도 가장 높다.
현재 모든 하인들이 자신만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럽다.
그리고.
신성력.
‘확실히 낙양 의방보다 효율이 좋다.’
제일 먼저 다녀간 사람이 간단한 잔병을 치료하고 갔음에도 그렇다.
중상 환자는 말할 것도 없다.
신이 나 치료에 열중하고 있을 때, 제갈영영이 찾아왔다.
매일 아침 보는 익숙한 표정이다.
“총군사님? 오늘은 공부 안하신다고 하셨으면서… 두통이 있으십니까?”
“그게… 사실 공부 안 했어요. 이걸 전해드리고 싶어서 왔는데 얼떨결에 아프다고 해 버렸어요. 죄송해요.”
준비해 온 고급 차 상자를 전해주었다.
"이게 뭡니까?"
"서역에서 구한 차예요. 향이 좋아요."
바쁜 와중에 거짓으로 찾아왔다고 하면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으나, 제갈영영은 차마 유성에게 까지 거짓말하지 못했다.
‘날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괜히 왔나?’
잠깐 그런 후회를 했으나.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그리고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이걸 실, 아니, 드리고 싶었는데.”
유성이 작은 호리병 하나를 내밀었다.
“공부하면 두통이 발생한다고 하셨는데, 그때 이걸 사용해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