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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만독불침].
백독불침, 천독불침의 최상위 특성.
백독불침은 일 백가지 독에 면역.
천독불침은 일 천가지 독에 면역.
그렇다면 만독불침은?
‘일 만가지 독이 아니야. 처음 특성을 선택할 때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지.’
답은 ‘모든 독에 면역’이다.
독의 종류가 일만가지가 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그냥 으레 쓰여 온 용어라 그대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름은 만독불침이라고 붙여놓았지만 유성은 이론상 모든 독에 면역이라는 거다.
즉.
‘나는 독에 당하지 않는 몸. 파단독은 아니야. 의선이 잘못 짚었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의선은 유성이 만독불침이라는 사실을 모르니 사천당가를 의심한 듯하지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도 열어두겠습니다.”
“아니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
유성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무인이었던 사람이 단전을 치료할 수 없을 거라는 말.
그리고 오대 세가중 하나가 엮여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자연히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모두 유성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심지어 임연화마저도 입안에 든 간식을 씹지 못했다.
“분위기가 약간 이상해졌군요. 저는 정말 괜찮으니 이제 의선님이 부탁하려 하신 것이 무엇인지 들어 보고 싶습니다.”
크게 얻은 건 없지만 상대가 호의를 베풀었으니 유성도 갚아주어야 한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고맙네. 그럼 염치 불구하고 부탁하겠네. 혹시 연화를 살펴줄 수 있겠나? 병명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자네가 살펴보고 치료할 수 있는지 알려주면 좋겠네.”
올 것이 왔구나.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혹시 눈 쪽 문제라면 안대를 벗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살펴보겠습니다.”
듣기로 안구가 칼에 베인 남궁유현과 달리 임연화의 눈은 치유 스킬로 해결될 수준일 수도 있다.
직접 봐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연화의 눈은 아프지 않네. 다른 사정이 있어 가리고 있을 뿐이네.”
“아,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다른 사정이 뭔지 내심 궁금했으나 묻지 않았다.
단순히 유성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한 것이면 다른 방법도 있을 텐데.
유성은 임연화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간식거리를 살며시 내려놓고,
꿀꺽.
입에 든 것을 삼킨 채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앉았다.
“임 소저, 그럼 제가 좀 살펴보겠습니다.”
“…네.”
조심스럽게 내민 손목을 잡았다.
산속에서 의선과 살았다더니, 피부는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한 듯 하얗다.
맥을 짚어 보았으나 특이사항은 없다.
정상인과 다를 바 없다.
‘진맥으로는 특별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아. 신성력을 흘려 봐야겠다.’
조심스럽게 신성력을 흘려 넣었다.
의선이 원한 것도 영술이라고 둘러댄 신성력으로 임연화를 치료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렇지 않다면 의선이 굳이 부탁할 필요 없을 테니.
“….”
유성은 임연화의 몸 곳곳을 신중하게 살폈다.
분명 무슨 문제가 있어서 부탁한 것일 텐데 그녀의 몸은 큰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다.
남들 다 조금씩 가지고 있는 잔병 뿐이다.
이제 남은 곳은 머리.
신성력을 올려보냈다.
의선이 말한 대로 눈쪽은 아무 이상 없다.
조금 더 위로.
‘이건….’
뇌가 은은한 붉은 기운에 잠겨 있다.
언젠가 유성이 느껴본 적 있는 이 느낌은….
‘정신 오염?’
버츄얼 판타지 세계에서도 뇌가 붉은 기운에 잠긴, 정신이 오염된 개체들이 있었다.
인외의 존재에게 지배당해 특이한 행동을 하는 개체들.
그런 개체들에게 느껴지는 정신 오염 기운이 임연화의 뇌에서도 감지되다니.
유성이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신이 오염된 자들은 십중 팔구는 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치유 스킬을 발동시켜 보았으나.
'역시 꿈쩍도 하지 않는구나.'
지금은 해결할 수 없다.
손을 거둬들였다.
“후….”
진맥을 끝낸 유성에게 의선이 긴장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무슨 병인지 알겠나?”
버츄얼 판타지였다면 설명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만.”
의선이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정말 유성의 의술에 기대를 걸었나보다.
임연화 역시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무릎 꿇고 있던 그녀가 상심하자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유성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 정신에 작용하는 문제로 보입니다. 맞습니까?”
“마, 맞네! 그런 것도 알 수 있나? 치료는 가능하겠나?”
의선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급해 보인다.
유성은 물론 정신 오염을 해결해 본 경험이 있다.
미래에 얻게 될 스킬이 그 답이다.
“네, 지금은 힘들지만 제 실력이 더 좋아지면 치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의선도, 임연화도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만큼 놀랐다는 의미다.
“네, 그러니 조금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물론일세. 정말 고맙네! 고마워!”
의선이 거듭 감사를 표했다.
사정상 주변에 사람도 쓰지 못하고 몸이 축날 정도로 손녀를 돌보고 있었지만, 그는 미래가 없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치료할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지헌이의 말을 들어 보아도 백의원이 허튼소리를 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도 알아차렸고 분명 무언가 가능성을 본 거다. 정말 이런 인재가 나타나 천만다행이다.’
강호인들을 상대로 의술을 베푸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일이다.
은원이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강호인들의 관계.
그들 중 누군가를 치료해 은혜를 입히는 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매사 신중했던 의선과 달리 의선의 아들 부부는 강호의 은원을 너무 쉽게 생각했고 누군가를 치료해준 일로 목숨을 잃었다.
손녀 임연화만 세상에 남기고.
그런 불쌍한 손녀가 천형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그리고.
“가, 감사해요, 백의원님….”
당사자인 임연화가 느끼는 감사함은 더 컸다.
자신이 가진 천형 때문에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왔다.
의선문의 제자들도 모두 세상으로 내보내 간신히 문파의 명맥만 끊기지 않게 유지했다.
연화는 남들의 시선을 피해야 했고, 매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료를 받아도 완치가 되지 않고 잠시 증세를 늦출 뿐.
언젠가는 예정된 파멸이 다가오는 삶은 그녀를 견디기 힘들게 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말만으로도 그녀는 버틸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몰라 할아버지와 나도 점점 지쳐갔는데…. 이제 나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세상으로 나가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싶었고,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인적 드문 산속에서 날로 수척해져 가는 할아버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할아버지와 백의원이 이야기를 나눈다.
“길어도 일 년. 그 안에 도와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일 년, 꼭 기억하겠네. 내가 사정이 있어 다시 거처로 돌아가야 하니 연락은 지헌이를 통하면 되겠나?”
“네,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임연화는 안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유성이 의선과 이야기 나누는 틈을 타 안대를 아주 살짝 내렸다.
이야기중인 백유성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저분이 백의원님이구나. 나를 치료해주실 분…!’
그녀는 백유성의 얼굴을 꼭 담아두었다.
‘만약 몸이 치료된다면….’
임연화는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양의원과 함께 돌아가는 길.
단촐했던 유성의 작은 보따리가 크게 부풀어 오르고 묵직해졌다.
의선이 전해준 의서들 때문이다.
-영술을 사용하는 자네에게 필요한 물건은 아닐 수 있지만 의술도 열심히 익혔다고 들었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처방들을 모아둔 것이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
-제가 이 귀한 것들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아직 손녀분을 치료해드리지도 못했는데요.
-모든 것을 전한 것도 아니니 괜찮네. 그리고 어차피 난 더 이상 사람들을 치료할 여력이 없으니 자네가 좋은 곳에 써 주게.
당연히 유성에게 큰 도움이 된다.
낙양 의방에서도 신성력이 필요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대한 처방이 달랐다.
신성력이 부족하기에 꼭 필요한 환자들이 아니면 평범한 의술에 의존했다.
그런 상황에서, 의선문의 비법들은 유성도 알차게 써먹을 수 있을 거다.
의선문의 정식 제자 양의원이 질투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그는 역시 대인배였다.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한다.
“정말 고맙네, 백의원.”
“아직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는데요.”
“아닐세. 나는 스승님이 저렇게 기뻐하시는 건 처음 본다네. 그것만으로도 자네에게 참 고마워. 게다가 자네가 헛소리를 할 사람도 아니니 분명 스승님의 문제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 믿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스승님께 연락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말하게.”
“알겠습니다. 참, 혹시 의각에 의원들을 추가로 뽑는다고 하면 양의원님도 생각있으시지요?”
양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전에 자네에게 진 후로 세상을 떠돌며 더 공부할까 고민했었네. 그런데 이제는 자네 옆에 붙어 있는 게 스승님께 도움이 될 것 같네.”
기꺼이 스승과 유성의 연락책이 될 생각인가 보다.
그가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이 정말 커 보인다.
유성은 모든 정신 오염을 치료할 수 있는 스킬 ‘정화’를 떠올렸다.
‘지금 추세면 1년 안에 얻을 수 있을 거다. 의선도 그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했고. 물론 더 시간이 단축되면 좋겠지만.’
낙양 의방 생활보다 훨씬 많은 신성력을 얻을 수 있는, 무림맹 의각 생활이 기대된다.
그날 해시 무렵.
유성은 다음 스킬을 각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