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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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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분의 은총이라.

그가 말하는 위대한 분이 누구인지는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안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그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반쯤 부서진 의자를 끌어와 앉고 연초 한 개비를 꺼내 들었다.

치이익.

익숙하게 불을 붙이자 매캐한 연기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선장이 그 모습을 보며 픽 웃었다.

“생각보다 태평하군. 다 잡은 물고기라 이건가?”

이안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몰골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안대를 쓰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애꾸인 듯싶었다. 팔꿈치를 꿰뚫고 나온 푸른 촉수 다발에는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으며, 어깨 위로는 타인의 머리가 말뚝처럼 박혀 있었다. 벌어진 그들의 입속에서 지렁이와 피가 들끓었다.

본래 인간이었으나 저런 모습이 된 건지, 아니면 태생부터 저랬는지 모르겠으나 솔직히 알 바는 아니었다.

뭐가 됐든 현재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이안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교단 소속인가?”

“영광스러운 나의 신앙이지. 기어다니는 혼돈,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분. 피범벅인 혓바닥의 신 등.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시지만 나에게는 그저 찬양해야 마땅한 절대 신일 뿐이다.”

선장이 파이프 담배 속으로 담뱃잎을 새로 넣으며 대답했다.

“그분은 우리에게 세상을 지배할 힘을 주신다. 너 같은 마법사나 세상의 규칙을 뒤틀어버리는 관리국, 그리고 거짓된 신을 믿는 바티칸. 그 전부를 뭉개버릴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시지.”

“…….”

“그러니, 어찌 내가 그분을 숭배하지 않을 수 있겠나.”

“이 크루즈를 점거한 이유는 뭐냐.”

이안은 굳이 그와 신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크루즈 전반에 깔린 신비와 교단의 연관성이었다.

선장도 배교자와 깊은 신앙 토론을 나눌 생각은 없었는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마 네가 짐작하고 있는 게 맞을 거다.”

“…….”

“거대한 제단이지. 크루즈에 탑승한 인원을 차례차례 죽여 공물 삼아 신을 부르는 의식을 치른다. 그리하여 세상에 광명을 불러오는 게 나의 사명이자, 내가 부여받은 임무지.”

“광신도군.”

“신실한 거다.”

선장이 픽 웃으며 허공에 연기를 내뿜었다. 이안이 상체를 살짝 숙였다.

“다만 이 공간까지는 아쉽게도 우리가 만들어낸 게 아니다. 이미 있는 신비를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아. 신비의 이름은 제공자가 이르길, ‘불법 복제 USB라고 하더군. 인간 수십 명을 제물로 바치면 원하는 공간을 게임처럼 바꾸는 게 가능한 놈이다.”

현실을 게임처럼 바꾼다라…….

아마 저 능력 때문에 상태창이 생겨나고 역할이라는 정신 지배가 강제로 걸린 것일 터.

게임의 장르는 러브크래프트 계열일 가능성이 높았다. 단순한 추리 게임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았으니까. 당장 선상을 뛰어다니는 촉수와 지렁이들도 그렇고, 바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무언가의 기척 또한 그렇다.

이안에게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적의 살기를 감지하고, 시선을 느끼는 능력 같은 건 없지만 마도서의 의지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심해견문록.

외해의 주인이 작성한 책이자 바다를 기원으로 삼고 있는 이 마도서는, 당장이라도 바닷속에 있는 무언가를 찢어발기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지독한 살의나, 증오심 같은 건 없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징그러운 벌레를 죽이고 싶어 하는 평범한 감정이 전부다.

재창조의 손길은 가만히 있는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심해견문록의 태도를 비웃지는 않았다. 그 또한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

지금까지의 경험상, 마도서들은 괴이나 신비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편이었다. 당장 병원에서만 하더라도 병원장이라는 제법 강한 괴이가 하나 있었지만, 마도서들은 놈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애초에 반응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응했다. 그게 뜻하는 하나였다.

바다 아래에 있는 존재가, 마도서들에게도 거슬릴 정도로 강대하다는 것.

아마 평범한 신비는 아닐 것이다. ‘불법 복제 USB라고 하는 신비로부터 파생된 존재라고 한들, 그 강함 자체는 병원장을 가볍게 웃돌 수준일 터.

뭐가 됐든 죽여야 할 대상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선장을 죽였음에도 상황이 종식되지 않는다면, 결국 놈도 처리해야만 한다.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소유한 마도서 중 하나가 수중 환경에 특화되어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바닷속에 숨죽이고 있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심해견문록에 적힌 소환수보단 약할 가능성이 높았다. 죽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선장에게만 집중해야 할 때다.

이안은 다 피운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그를 향해 튕겼다. 담뱃재를 흩뿌리며 날아간 꽁초가 선장의 수염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이런.”

모욕적인 행동이었지만, 선장은 불쾌감 하나 없이 웃으며 떨어진 꽁초를 주워 입으로 가져다 댔다.

으지직!

살점이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 틈새 사이로 핏물이 흘러나왔다. 비릿한 혈향이 후욱 번져오고, 이안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리볼버를 겨누었다. 선장은 허허 웃으면서 양손을 들어 올렸다.

“미안하군. 내가 혀가 좀 많아서 말이다. 이렇게 무언가를 씹으면 어쩔 수 없이 혀도 씹히더군.”

“……그걸 왜 주워 먹어?”

“다른 위대한 자의 은총을 받는 존재는 어떤 담배를 피울까 궁금했을 뿐이다.”

“……뭐?”

“농담이다. 별다른 뜻은 없었어. 그저, 무언가를 보기만 하면 먹고 싶은 충동이 들어서 말이지.”

선장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이안은 그의 다리가 3개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붉은색으로 물든 평범한 다리 2개와 꼬리뼈를 뚫고 나온 살아 움직이는 다리. 그 끝에 달린 아가리 속에서 기다란 혓바닥이 피와 기어 나와 마치 창처럼 이안을 겨냥했다.

“…….”

이안은 잠깐 선장과 눈을 맞추다가, 몸을 일으키며 부서진 의자를 재창조. 그대로 단검처럼 쥐며 손에 묻어있던 핏물을 털어냈다.

“토해내야 할 정보가 많을 거다.”

탕! 타앙!

이안이 조타실 내부에 있는 창문을 총으로 쏴 깨부쉈다. 유리 조각들이 비산하고, 싸울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넓어진다. 고여있던 바닷물의 양이 조금 더 많아진다.

“네게 그 신비를 제공한 제공자의 이름. 그리고 교단의 체계까지 다 뱉어줘야겠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쩌저적.

선장의 팔이 세로로 쪼개지며 그 속에서 시뻘건 혓바닥이 뻗어 나온다. 벌어진 그의 입에서 붉은 살점이 기어 나와 구더기처럼 꿈틀거린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침과 피가 묻은 혓바닥으로 뒤덮인다.

“시간은 충분히 끌어주었다. 그러니 나도 제안 하나만 하지.”

그가 자신의 목덜미를 찢어 딱딱하게 굳은 혀를 끄집어내며 말했다.

“우리 교단에 합류할 생각은 없나?”

“…….”

“너 같은 인재는 언제나 환영이다. 위대한 분들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우리의 기적을 받는 것도 수월하게 해낼 터. 어쩌면 사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말을 통해 상대를 현혹하고, 목소리만으로 죽이는 게 가능한 무형의 칼을 얻게 되는 거지. 너라면 해낼 수 있다. 추천서까지 써줄 수 있어.”

“……음.”

“어떻게 생각하지?”

선장이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이안이 잠깐 고민하는 척 침묵하다가, 씨익 웃었다.

“좆까.”

“그럴 줄 알았다.”

선장이 마주 웃으며 바닥을 강하게 지르밟았다.

콰아아앙!!!

조타실의 바닥에서 살아 움직이는 촉수 다발들이 창처럼 솟아 이안의 신체를 두드렸다. 그대로 코트를 찌르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이안이 반응하기도 전에 돌진한 선장이 그의 몸을 들이받았다.

쿠우웅!

요란하게 날아간 이안의 몸뚱이가 벽에 처박힌다. 굉음이 터져 나오고, 먼지와 해무가 자욱하게 번진다. 선장은 그가 날아간 곳을 응시하며 히죽 웃었다.

콘트리트 벽 정도는 가볍게 무너뜨릴 정도의 위력이다. 아무리 마법사라고 한들, 방금 공격을 받고 무사할 수는 없다. 죽이지는 못했더라도 빈사 정도는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게 왜 마법사가 전면에 서나.”

선장이 웃으며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걱정하지 마라. 죽더라도 혀는 뽑아서 제물로 바칠 테니까. 아, 네가 지닌 마도서들도 챙겨가마. 귀물들이니, 바치면 그분도 좋아하실 거다.”

“…….”

“대답이 없군. 죽었나?”

선장이 머리를 긁적이며 먼지를 대충 손으로 저으면서 박살 난 벽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아래 축 늘어진 이안의 머리를 보고 혀를 쯧 찼다.

“뒤졌군. 가오는 더럽게 잡더니, 실상은 버러지였나.”

그가 혼자 중얼거리며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그리고 이안의 혀를 뽑기 위해 그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빠르게 처리하고, 다른 마법사도 붙잡아서 교단의 산제물로 쓰면 최적의ㅡ”

“소환.”

뚝.

선장의 혼잣말이 이안의 목소리가 끊겨 사라진다. 그의 눈동자가 부릅 뜨이고,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뜬 이안이 선장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싱긋 웃었다.

“새롭게 태어나라.”

우드득!!

어느새 그의 손에 안착한 재창조의 손길이 발광하며 마법이 발동된다. 마치 풍선처럼 부푼 선장의 어깨가 펑 터지고, 피와 진액, 살점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순식간에 피를 뒤집어쓰게 된 이안이지만, 그는 놀라지 않고 근처에 내려둔 리볼버를 파지. 그대로 놈의 머리와 심장이 총탄을 퍼부었다.

타다다당!!

빠르게 연사 된 매그넘 탄환. 선장은 총을 피하는 대신, 어깨에서 시작된 폭발이 상반신으로 번지기 전에 이를 악물고 자신의 어깨를 잘라냈다. 분리된 팔이 허공에서 풍선처럼 터지고, 그가 포효하며 이안의 머리를 향해 혀를 창처럼 내질렀다.

“크윽!”

가까스로 피했다. 뺨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그 통증이 오히려 정신을 각성시킨다.

이안은 벽에 꽂힌 혀를 무시한 채 어느새 재생된 그의 머리 아래턱에 기다란 식칼을 처박았다.

푸욱!

끔찍한 파육의 감촉이 그의 손아귀를 타고 전달되었다.

하지만 이미 영장류의 범위를 벗어난 건지, 선장은 칼에 꽂혔다고 해서 죽지 않았다.

예상한 결과. 이안은 미련 없이 자리를 벗어나 바닥을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선장이 벽에 꽂힌 혀를 회수하는 대신 잘라내며 이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흐으으으……!”

“……후우.”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충격을 흡수하는 마법이 발동하여 물처럼 일렁이던 코트가 다시 멀쩡하게 돌아오고. 코트 안주머니에 넣어둔 으깨진 담뱃갑을 근처에 던지며 씩 웃었다.

“인간형과 싸우는 건 처음이니, 쉽게 죽지는 마라. 경험치는 쌓아야 할 거 아니야.”

뺨을 타고 흐르는 핏물이 턱 끝에 맺혔다가 툭 떨어진다. 바닥에 고인 바닷물에 파문이 일고, 선장이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달려온다.

이전과 같은 패턴.

이안이 마도서를 교체하면서 리볼버를 투척했다.

사아아아……!

그의 발치에 고인 바닷물이 포식자를 만난 것처럼 요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