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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실종 사건 조사]
[본 의뢰는 현재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관리국이 카르텔로 인계한 의뢰이며, 크루즈에 탑승한 승객들의 지속적인 실종 사건의 원인 조사 및 실종자들의 소재 파악, 그리고 구출이 목표입니다. 둘 중 하나만 완수해도 1차 적인 보수는 지급합니다. 양쪽 모두 달성하면 2차 보수까지 지급됩니다.]
[1차 보수: 2,000만 원]
[2차 보수: 6,000만 원]
[안내 사항: 본 의뢰는 관리국에서 인계받은 것이지만, 의뢰 수행자에 대한 정보가 관리국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크루즈 입장권 같은 경우 의뢰를 수락하는 순간 지급될 예정이니, 사비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본 의뢰는 선착순으로 이루어지는 의뢰입니다.]
[현재 수락한 인원]
[0/2]
다른 의뢰에 비해 훨씬 더 긴 내용의 안내문. 이안은 의뢰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본 후, 침음성을 흘리며 이서아의 문자에 답장했다.
[나: 이걸 하자고?]
[이서아: 응. 괜찮지 않아? 보수도 나름 좋고, 무료 크루즈 여행도 되고.]
[나: 나쁘지 않은 의뢰이기는 한데, 이거 2차 보수는 사실상 거의 못 받는 거 아닌가.]
사건의 원인 판별이야 그럭저럭 가능할지 모르겠다만, 실종자들의 위치나 상태를 파악하고 구출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들어가는 시간도 상당할 테고, 그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한들 구할 수 있을 거란 확신도 없었다.
괜히 2차 보수가 1차 보수보다 3배 높은 게 아니었다. 도서관을 탐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의뢰는 아니지만, 그래도 귀찮은 건 사실이다.
[나: 신비가 엮인 건 확실해?]
[이서아: 응. 실종자 영혼 하나 불러서 확인했는데, 뭐가 뭔지도 모르게 죽었다더라.]
……영혼이라니.
이미 진즉에 강령술로 확인을 마친 모양이었다. 이안은 코트를 벗어 대충 던져놓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나: 문자 말고 전화로 하자. 걸어봐.]
읽었다는 표시가 뜨자마자 전화가 걸려 왔다. 혹시 모르니까 번호를 한 번 더 확인한 후, 수락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랜만.]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휴대폰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이안은 픽 웃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럭저럭.]
“학교는.”
[방학이야. 그리고 어차피 올해 졸업이야. 2월에 학교는 딱히 안 갈 거고.]
“친구 없어?”
[…….]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안은 곧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영혼을 불렀다는 건 역시 강령술이지?”
[……응. 특정 대상을 부르는 게 어려운 편이라 재료를 좀 많이 쓰기는 했지만, 어쨌든 성공했어.]
다행히 이서아도 친구 관련해선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는지 곧바로 화답했다.
[나이는 35살. 가족이랑 같이 크루즈에 탑승했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어.]
“단순한 살인 사건일 가능성은?”
[없어. 크루즈의 방비가 그리 허술할 리도 없고, 이 남자가 지내던 방은 크루즈 내부에서도 제일 좋기로 유명한 방이거든. 당연히 보안도 상당한 편이고.]
“음…….”
[심지어 잠들었을 때랑 사망한 시점이 또 달라. 잠든 건 첫날 밤인데, 정작 죽은 건 셋째 날 낮이야.]
“……확실히 이상한 일이긴 하네.”
첫날에 잠들고, 셋째 날에 사망했다면 중간에 있을 둘째 날은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어째서 그때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가.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기면증이나 몽유병이 있다고 한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괴사건.
아무래도 신비가 개입한 건 확실한 모양이다.
이안은 침음성을 흘리며 다리를 까딱거렸다.
“다른 정보는 없어?”
[없어. 이것도 어렵게 얻어낸 거야. 다른 실종자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전부 미지수.]
“음…….”
[아무튼, 그래서 할 거야? 난 일단 수락할 생각인데.]
이서아의 물음에, 이안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깐 머리를 굴렸다.
솔직히 그렇게 어려운 의뢰는 아니다. 크루즈 내부에서 발생하는 단순한 실종 사건이라면 괴이보단 괴담일 가능성이 더욱 높을 테니, 공간형 신비에 비해선 난이도가 현저히 낮을 게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아예 쉬운 의뢰는 또 아니겠지만, 테마파크나 도서관, 종합병원보단 훨씬 나을 것이다. 그렇게 치면 보수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1차 보수만 먹어도 이득이야.’
2천만 원은 절대 푼돈이 아니다. 도서관 의뢰로 2억 넘게 벌기는 했으나, 그건 그 의뢰가 비이상적일 정도로 보수가 높았던 거다. 아무런 규칙도 발견되지 않은 공간형 신비 속으로 내던진 거니 당연한 일이다. 이안도 지식 먹는 종이가 없었다면 애를 좀 먹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준의 난이도와 기본 보수 2천에 6천이라는 추가 보수가 붙을 수도 있는 의뢰를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슬슬 예전처럼 본격적인 의뢰를 받을 계획이었으니, 일단 이걸로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한 이안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 어디서 볼래?”
[……이히히.]
대답과 함께 스피커 너머로 음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의뢰를 수락한 다음 날, 이안의 집 앞으로 크루즈 티켓 한 장이 도착했다.
유람선의 이름과 서비스 안내문, 그리고 객실의 호수가 적힌 고급스러운 티켓. 이안은 집을 나와서, 미리 올 줄 알고 있었던 티켓을 줍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부우웅.
바이크의 시동을 걸고 예열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면서 손에 쥔 티켓의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
“…….”
어딘가 특별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테마파크처럼 티켓 자체가 신비의 트리거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아마 안쪽에서 무언가 원인이 되는 일을 해내면 신비가 모습을 드러내는 구조일 터.
가능하면 단순 무식한 괴이이기를 바랐다. 물리적으로 죽일 수 있는 대상이면 이야기가 빠를 테니까. 괜히 특정 기믹을 해결해야 하거나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보단 그게 훨씬 나았다.
뭐,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신비가 언제부터 인간에게 그리 우호적이었다고.
언제나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게 좋은 일이었다. 이안은 그리 생각하며 바이크가 예열되는 동안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컨디션은…… 제법 괜찮다. 잠을 푹 잔 덕분인지 정신은 멀쩡하고, 몸 상태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최근까지 계속 운동을 한 덕분이지 체력도 조금 붙어서, 격한 움직임을 한다고 한들 쉽게 나가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장비도 잊은 것 하나 없이 전부 챙겼다.
코트 안쪽에 넣어둔 리볼버와 크루즈 안에서 얼마나 지내야 할지 모르기에 챙겨온 예비 탄환들.
가방에는 연금술 물품들을 가득 담았고, 완성품들도 많이 넣어두었다. 혹시 몰라서 피도 좀 담아왔다.
‘마법을 쓸 때마다 상처를 내는 것보단 미리 담아놓는 게 훨씬 낫겠지.’
큰 상처를 내지 않는 이상 흘러나오는 피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그걸로 마법진을 새길 바에야 차라리 병에 담아서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게 낫다.
‘죽어가는 눈알의 양도 충분하고, 칼은 3자루에 라이터는 2개, 지식 먹는 종이는 1개뿐이지만, 그래도 거울을 챙겼으니 문제는 없어.’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한 셈이다. 이안은 클라바를 착용하고, 헬멧을 푹 눌러써 바이저를 닫았다.
살짝 검은색으로 변한 시야.
장갑을 착용하고, 바이크 위로 올라가 사이드 스탠드를 걷어낸다. 뜨끈한 열기가 엔진통 위로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만하면 예열은 충분히 됐다. 이안은 이서아에게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곧장 스로틀을 감아 출발했다.
크루즈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동남아와 일본을 차례차례 방문할 예정이다.
이서아는 어제 인천으로 올라온 상태니, 굳이 그녀를 기다릴 필요는 없으리라.
부우우웅!
엔진이 맹렬하게 돌아가며 배기통 너머로 연기를 내뿜는다.
평일 점심이라서 그런지 도로는 제법 한산했다. 이안은 바이저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닦아내며 핸들을 돌렸다.
굳이 세밀한 조종을 하지 않아도 바이크는 알아서 최적의 루트를 찾아 속도와 경로를 조정하며 움직였다. 대모의 마법과는 별개로, 바이크의 자체 인공지능 성능 덕분이었다.
‘돈값 하는군.’
이안은 픽 웃으며 스로틀을 더욱 강하게 감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기분 좋았다.
다행히 항구 주변에는 크루즈 기간 동안 무료로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이 하나 존재했다. 이안은 거기에 바이크를 대고, 가방을 챙겨 선착장으로 향했다.
따로 챙겨온 캐리어 같은 건 없어서 짐을 등록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가볍게 물품 검사를 한 뒤, 대기실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리볼버나 연금술 물품들은 딱히 금속 탐지기에 걸리지 않았다.
카르텔에서 제작한 리볼버가 그리 허술하게 걸릴 리가 있겠는가. 연금술 물품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대기실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어지간한 공항 홀처럼 넓은 공간이라 사람들에게 치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답답하기는 했다.
이안은 인파를 헤치며 나아가다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발끝을 돌렸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쪽쪽 빨고 있던 이서아가 그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 왔구나.”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까지 자다가 왔어. 조금 피곤하네.”
서아가 자리를 살짝 비켜주며 말했다. 이안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챙겨온 짐은? 가방이 다야?”
“며칠 동안 입을 옷만 있으면 충분하지. 너는…… 무슨 캐리어까지 아주 제대로 싸고 왔군.”
이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의 앞에 놓인 검은색 캐리어를 응시했다. 이서아가 코웃음 쳤다.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지. 필요한 거 다 챙겼어.”
“누가 보면 여행이라도 가는 줄 알겠네.”
“이왕 하는 거 즐기는 게 좋잖아.”
“……그건 맞는 말이군.”
이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가방을 품에 안았다. 본능적으로 그의 품을 알아챈 마도서 2권이 가방 속에서 꿈틀거렸다.
“계획은?”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마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물었다. 이서아도 휴대폰을 두드리며 평범하게 대답했다.
“일단 탐사. 같이 움직여.”
“강령술은, 쓸 건가?”
“써야지. 들어가서 짐부터 풀고, 각자 필요한 거 챙겨서 방문 앞에서 만나. 어차피 옆방이니까.”
“그래. 단, 너무 짐을 많이 챙기지는 말자. 전투보단 탐사가 우선이야.”
“응.”
이서아는 대답하곤, 흐릿하게 웃으며 이안을 슬쩍 돌아보았다.
“이제 제법 베테랑 티가 나네?”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픽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에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크루즈 탑승 시간까지 기다렸다.
“크루즈에 탑승하시는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되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내원을 따라 움직였다.
카르텔에서 제공해 준 티켓을 안내원에게 보여주고, 별다른 트러블 없이 배에 탑승한다.
크루즈에 탑승하는 건 이안도 처음이라 내심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별거 없어서 금방 맥이 탁 풀렸다. 서아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크루즈에 탑승한 후, 지도를 보고 발걸음을 옮겨서 각자 배정받은 방문 앞에 섰다.
“있다가 봐.”
“그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이안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크루즈의 스위트룸은 어지간한 호텔 방만큼이나 좋았다. 넓은 침대와 확 트인 테라스. 회의를 위한 원탁도 방 하나를 통째로 채우고 있었고, 와인 진열장과 화려한 욕탕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카르텔에서 방을 대충 잡은 건 아닌 모양이다.
이안은 감탄을 터트리며 방을 구석구석 확인한 뒤, 가지고 온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 필요한 것들만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마도서는 재창조의 손길 하나만 꺼내서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다.
[우웅!]
심해견문록이 왜 자기는 데려가지 않느냐는 듯 투정을 부렸지만, 이안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런 제한된 공간에 소환수를 풀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나.
벽이나 천장이 존재하고, 다양한 물건들이 넘쳐나는 이곳에선 심해견문록보단 역시 재창조의 손길이 훨씬 사용하기 좋았다.
공간형 신비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니까.
이안은 테이블 위에서 투정 부리는 심해견문록의 표지를 쓰다듬으며 쓰게 웃었다.
“잠시만 여기 있어. 둘러보고 다시 올 테니까.”
[우우웅…….]
“금방 올 거야. 너무 싫어하지는 말고.”
[우웅……!]
고개를 젓듯 좌우로 펄럭이는 심해견문록을 뒤로하고 이안이 방을 나왔다.
재창조의 손길이 꼴 좋다는 듯 진동하고 심해견문록이 발끈하는 것처럼 몸을 벌떡 일으켰지만, 문을 닫은 탓에 두 마도서가 충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안은 방의 열쇠나 다름없는 키카드를 뽑아 주머니 넣고, 얼굴을 한 차례 쓸어내렸다.
그러고 있자, 옆방 문이 달칵 열리며 서아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후드집업의 지퍼를 잡아 올리면서 씩 웃었다.
“가볼까?”
“그래.”
이안과 서아가 나란히 크루즈의 복도를 걸으며 탐사에 나섰다.
그렇게 6시간이 지나고.
“…….”
“…….”
아무것도 찾지 못한 두 사람이 크루즈 쉼터에 축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