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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사고가 나지 않는 마법.
직설적인 이름의 마법이지만, 그 효과만큼은 이안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무심코 감탄사를 흘리며 자판을 두드렸다.
ㄴㅇㅇ: 그런 마법도 있음?
ㄴ★대모: 네. 원래는 낙마하지 않는 마법인데, 악마의 도움을 받아서 개량을 좀 거쳤어요. 마도서도 현대에 맞는 마법이라며 좋아하더라고요.
마법의 개량이라…….
누구나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건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었다. 현실의 마법은 소설이나 게임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수학이 가미된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신비한 힘을 다루는 능력인 만큼, 이미 완성된 마법진을 토대로 발동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고려할 사항이 여러 가지 있기는 하다. 마법을 창조하는 것에 공식도 있는 편이고.
다만 그것과 개량은 영역이 조금 달랐다. 쉽게 말해 창조는 집에서 모니터 하나를 직접 만드는 작업이었고, 개량은 그 모니터를 개조하여 휴대폰 스크린이나 거대한 전광판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어느 쪽이 더 어려운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솔직히 양쪽 다 난이도는 괴랄하기 짝이 없었다.
이안에겐 시도해 볼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마법은 모두 외신으로부터 파생한 것들이라, 잘못 건드리면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다른 마법을 배우면 또 모르겠지만, 당장 평범한 마도서를 펼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상황에선 굳이 고려할 필요 없었다. 가지고 있는 금쪽이 마도서들이 다른 마법을 배우는 걸 허락해 주지도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안 그래도 바이크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던 상황에서 굳이 대모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법사들을 데리고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걸 보면 최소한 악인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보는 게 옳은 일이다.
ㄴㅇㅇ: 갑자기 도와주는 이유는 뭐임?
세상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타인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만, 마법사들이 이유 없는 호의를 베풀 리가 없다. 사소한 계기라도 있어야 믿을 수 있다.
ㄴ★대모: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레메게톤이 당장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악마랑 계약할 때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요. 그래서 적당히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당신 글이 올라왔거든요.
ㄴㅇㅇ: 아.
ㄴ★대모: 평소에도 바이크를 자주 타고 관심도 많은 편이라 기왕 만나는 거 도움이라도 드리려고요. 그리고…… 음, 개인적인 궁금증도 있고요.
ㄴㅇㅇ: 무슨 궁금증?
ㄴ★대모: 비밀이에요. 나쁜 건 아니에요.
이안은 대모의 답글에 침음성을 흘렸다.
‘계기가 레메게톤이었나. 커뮤니티에 처음 들어올 때 솔로몬의 작은 열쇠 어쩌고 하는 건 괜히 그런 게 아니었군.’
마도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솔로몬의 작은 열쇠, 통칭 레메게톤이다.
레메게톤에는 솔로몬이 생전 창조하고 사용한 마법들은 물론이고, 직접 다스렸던 72악마에 대한 묘사와 특징, 약점, 소환법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마법적인 가치와 종교적인 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마도서이기도 하다.
레메게톤은 지금까지 주인을 그리 많이 만들지는 않았다. 현재 소유주가 대모라고 쳤을 때, 창조주인 솔로몬까지 포함하면 전대 주인은 총 3명이 전부였다. 급이 높은 마도서들이 주인을 찾는 기준이 매우 높다고 해도 다소 낮은 숫자였다.
당장 이안이 직접 터트려버렸던 모세 제8의 서만 하더라도 고대부터 지금까지 주인을 7명 가까이 거친 마도서였다.
이젠 그게 그의 생전 하이 커리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제6의 서, 7의 서가 남아있으니까 된 거 아닐까.’
이안은 그리 생각하며 잡념을 밀어냈다.
모세의 서나 레메게톤, 교황 호노리우스의 오의서, 천사 라지엘의 서 등. 가톨릭 계열이나 종교와 관련된 마도서는 절대 악인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것들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검증된 마법사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마법사는 마법사지만, 어쨌든 만난다고 해서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생긴다고 한들, 대처할 수단은 충분히 많았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키보드 자판을 두드렸다.
ㄴㅇㅇ: 일단 ㅇㅋ 그럼 바이크 사고, 이것저것 다 한 뒤에 연락함.
ㄴ★대모: 카르텔 쪽 서비스를 쓰면 하루 만에 다 등록이 될 거예요. 돈을 좀 줘야 하지만, 큰 금액은 아니랍니다.
ㄴㅇㅇ: 카르텔에서 그런 것도 해주나. 별걸 다 하네.
ㄴ★대모: 거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니까요.
알고는 있던 내용이지만 이렇게 들으니 새삼스러웠다.
하긴, 돈에 미치지 않았으면 신비로 사업을 한다는 발상 자체를 어떻게 꺼내겠는가.
이안은 따끔한 목구멍에 찬물을 흘려 넣어 식히고, 외투만 걸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ㄴㅇㅇ: 그럼 그냥 오늘 안에 다 끝내고 찾아감. 어디로 가면 되는데?
ㄴ★대모: 쪽지로 주소 보낼게요. 제 집은 아니고,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뒷산이에요. 마법을 쓰기엔 적절한 장소죠. 기다리고 있을게요.
ㄴ테이밍마스터: 뒷산? ㅈㄴ 무섭다. 뉴비 이 새끼 묻히는 거 아니냐?
ㄴ★대모: 전 그런 짓 안 해요.
ㄴ테이밍마스터: (갤 규정 어긴 마법사를 사람이랑 악마 풀어서 추적하고 죽이며)
ㄴ★대모: 거기서 먼저 우리 커뮤니티 마법사를 건드렸잖아요. 자꾸 트집 잡으면 일주일 차단 할 거예요?
ㄴ테이밍마스터: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ㄴ강삭제발: 우리…… 라고 했다.
그는 이어지는 만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픽 웃으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 끄트머리에 불을 붙이자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잿빛 연기는 아침을 맞아 떠오른 태양을 향해 올라가다가 이내 흩어졌다. 이안은 잠깐 그 연기를 바라보다가 다시 휴대폰을 꺼내서 카르텔 어플을 실행했다.
‘하루 만에 차량 등록이랑 이것저것 다 해주는 곳이라면 바이크도 팔고 있을 텐데…….’
익숙한 카르텔 로고가 떠오르고,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카테고리와 이런저런 할인을 알려주는 안내창을 넘겨 서비스 항목을 둘러본다.
다행히 대모가 말했던 내용은 금방 찾아냈다.
차량 등록과 번호판, 보험 등. 필요한 서류와 행정 절차를 1분 만에 처리해 주는 서비스. 그 비용으로 요구하는 건 약 200만 원 정도.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합리적인 비용도 아니었다. 그 정도야 충분히 낼 수 있다.
서비스 이용은 구매자의 바로 앞에서 이루어지고, 바이크를 카르텔에서 구매하면 10퍼센트 할인이 들어간다는 추가 안내 사항이 아래에 적혀 있었다. 이안은 안내문을 꼼꼼히 읽고, 며칠 전에 구매했던 휴대용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어내며 상점 품목을 둘러보았다.
[이동 수단]
[카테고리] - [차][바이크][비행기][헬기][요트][자전거]…….
생각보다 취급하는 이동 수단의 종류가 많았다. 이안은 담배 연기를 후우 뱉어내며 곧바로 바이크 항목을 클릭했다.
그러자 주르륵 나타난 다양한 형태의 바이크들.
그는 시간을 들여 대모가 추천했던 바이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조하고, 긴 시간 고민한 끝에 하나를 구매했다.
레플리카 형태의 리터급 바이크.
입문용으로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 물건이지만,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굳이 이보다 아랫급의 바이크를 구매할 필요는 없었다. 카르텔에서 취급하는 바이크라서 그런지 자동 운행 기능도 탑재되어 있고, 배기음과 무게도 줄인 놈이라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이안은 생각했다.
솔직히 개인적인 욕심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남자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한 번쯤은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망상을 하는 법. 그걸 안전하게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자본까지 있으니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좋아.”
그는 다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꽁초를 안에 넣어 뚜껑을 닫았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확인해 보니 카르텔 측에서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미코: 안녕하세요, 고객님! 저희 카르텔의 오토바이를 구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확인해 보니까 차량 이용 서비스까지 신청하셨던데, 이런 경우 신차를 직접 끌고 가서 물건을 보여주고 서비스까지 같이 해드리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괜찮은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 ˒˒]
지금까지 만났던 카르텔 직원 중에서 유난히 발랄한 분위기의 메시지였다. 디어나 까마귀나, 둘 다 진지하고 진중한 모습이었는데. 이 미코라는 직원은 글자부터 통통 튀었다.
이안은 혹시 메시지가 잘못 왔나 확인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답장을 보냈다.
[나: 가능하면 지금 바로 봤으면 좋겠는데. 주소는 너희가 정해. 서울 근처로.]
[미코: 빠른 답장 감사드립니당! 그러면 장소는 후에 안내해 드릴 테니, 미리 준비해 주세요! 챙길 건 따로 없으십니다!]
이안은 알겠다 대답한 뒤,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핏물이 완벽하게 빠진 코트에 다시 역방향 조준기를 장착하고, 걸어둔 마법이 마모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후 둘러 입는다. 챙길 물품들도 전부 챙겨서 가방이랑 코트 안쪽에 넣어둔다.
그러고 있으니 테이블에 잠깐 놓아둔 휴대폰이 진동했다.
[미코: 장소 준비 끝났어요! 주소는 여기 첨부해 둘게요! 잠시 후에 만나요!]
[미코: (주소와 장소 사진)]
[미코: (ง ´▽` )ว]
미코가 알려준 장소는 이안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폐쇄된 물류센터였다. 최근에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들었는데, 카르텔에서 그 부지를 사들인 모양이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이안은 리볼버에 총알을 넣어주고, 마도서들을 한 차례 쓰다듬은 뒤 집을 나왔다.
김이서와 박민아가 그의 집 문을 두드린 건 그로부터 20분 후였다.
물류센터에 도착한 건 집을 나오고 1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이안은 택시비를 지불하고, 재창조의 손길을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폐물류센터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닫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가, 딱히 폐병원이나 폐교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단순히 낮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귀신은 없네.’
동네 뒷산이나 화재가 났던 주택가와 달리, 이곳에서는 그 흔한 잡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카르텔 측에서 먼저 손을 좀 쓴 모양이다. 아쉽게 되었다.
이안은 휴대폰에 적힌 장소를 따라 물류센터 내부를 거닐었다.
주차장을 넘어 안쪽까지 들어가니 택배 상자들을 보관하는 제법 넓은 창고가 나타났다. 당연히 택배는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이안을 맞이할 뿐이었다.
‘어디 있지.’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이곳에서 미코가 기다리고 있을 터.
이안은 창고를 걸으며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그때, 그의 시야에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흐흐흥…….”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녹색 머리카락의 발랄한 인상. 한쪽 팔은 예전에 잘린 건지 의수를 장착한 상태였고, 짧은 테니스 치마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살랑거리며 흔들렸다. 그녀의 곁에는 천이 덮인 바이크 한 대가 고이 주차되어 있었다.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안은 마도서를 손에 쥐고, 소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앉아 다리를 휘젓고 있던 그녀가 이안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홱 들어 올렸다.
그녀의 시선이 이안의 얼굴로 한번, 그의 손에 들린 마도서로 한번 이동했다. 그러고는 활짝 웃었다.
“아, 고객님! 안녕하세요!”
제법 하이톤의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미코는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를 양손 끝으로 잡고 살짝 들어 올렸다.
“저는 카르텔 한국 지부의 직원! 미코라고 해요! 이름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일본 무녀 출신이랍니당!”
그녀의 분홍색 눈동자가 호선으로 굽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