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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고양이 같은 것들이 해를 끼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물론 완벽하게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인에게 나쁜 짓거리를 할까,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따지자면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가 아닐까. 다만 그 기생충은 숙주가 꼭 있어야 하고, 숙주도 기생충에게 받는 게 있는 그런 공생 관계.
결국에는 광증이 문제다. 재창조의 손길처럼 광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 외의 것들은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이안은 마도서를 쓰다듬던 손을 치우고, 다시 커뮤니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걱정은 고마움. 근데 뭐 어쩌겠음. 이미 2개 얻은 거 적응해야지.]
[ㅇㅇ]
그보다 요즘 뭐 특별한 일은 없음? 도서관 의뢰 해결해서 돈은 충분한데.
[추천 0][비추천 0]
[댓글]
-아이 ㅅㅂ 도서관 그거 네가 먹었냐? 개꿀 의뢰라서 내가 하려고 했는데.
ㄴㅇㅇ: ㅎㅎ
ㄴ웃지마 정드니까.
ㄴㅇㅇ: ㅗㅗ
ㄴ?
-심해아귀: 특별한 일은 없어. 늘 그렇듯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이지.
ㄴ네귀에벌레: 마냥 그렇지도 않음. 최근에 흡혈귀 귀족 들어와서 곳곳에 새끼 까는 중임. 여기 지방인데 산에서 벌레 잡다가 구울이랑 흡혈귀 봤다.
ㄴ심해아귀: 진짜?
ㄴ네귀에벌레: ㅇㅇ 그리고 시발, 이 좆같은 엘프 새끼들 또 지랄임. 벌레 잡지 말라고 염병을 떠는데, ㅈ같아서 다 죽였다.
“엘프?”
댓글을 읽던 이안이 뜬금없이 등장한 종족의 이름에 미간을 찌푸렸다.
엘프. 흔히 판타지 세상에 존재하는 귀가 길고 아름다운 종족.
당연히 현실에는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ㄴ네귀에벌레: 이 새끼들은 진짜 그냥 다 죽여야 해. 일단 그 더럽게 생긴 면상부터 마음에 안 듦. 귀는 여섯 개에, 눈은 하나에 입은 정수리까지 찢어져 있고 ㅅㅂ 악취도 ㅈ같음.
다만 묘사하는 게 이안이 알고 있는 엘프와는 좀 달랐다. 그는 다 먹은 라면을 대충 치워두고 휴대폰 키보드를 두드렸다.
ㄴㅇㅇ: 엘프라는 게 있음?
ㄴ네귀에벌레: ㅇㅇ 산이나 숲 돌아다니다 보면 드물게 마주칠 수 있음. 되게 징그럽게 생겨서 처음에는 이게 내가 아는 그 엘프가 맞나 싶은데, 놀랍게도 맞음.
ㄴ네귀에벌레: 상대하는 건 쉬워. 싸우기 싫으면 그냥 나뭇잎에 입을 맞추면서 돌아가면 되고, 그게 아니면 물리적으로 죽이면 됨. 다만 그 새끼들이 쏘는 활에 맞으면 그대로 나무가 되니까 조심하셈.
“흐음…….”
이안은 댓글을 보며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숲이나 산으로 출몰 지역이 한정된 만큼 마주칠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알아둬서 나쁠 건 없었다. 혹시 모를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묘사를 보면, 요정이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종족이라기보단 원시인에 더욱 가까운 듯 보인다. 굳이 대화를 시도해 볼 필요는 없으리라.
이안은 댓글에 알려줘서 고맙다는 답을 남긴 뒤, 다른 글들도 슥슥 넘겨보았다.
딱히 영양가 있는 글은 없었다. 그는 재밌는 글 몇 개에 추천을 박아준 쥐,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고 오랜만에 게임을 켜서 한 판 가볍게 즐겼다.
그리고 개같이 패배했다.
[ㅁㄷㅊㅇ]
[ㅈ!ㄹ하네 ㅅl발ㄹㅕㄴ아]
[조오까]
게임이 끝나자마자 싸우는 팀원들을 뒤로하고 이안이 기지개를 쭉 켰다.
오랜만에 들어왔음에도 자신을 반겨주는 이 정겹고 구수한 똥 냄새가 참으로 역겨웠다. 괜히 접은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나 정도면 잘했지.’
이안은 점수표에 적힌 자신의 3킬 15데스 12어시라는 킬뎃을 보고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팀을 위해 희생한 정글의 모범적인 킬뎃이 아닐 수 없었다. 봐라, 그 증거로 자신을 탓하는 팀원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ㅅㄱㅇ]
이안은 아직도 거칠게 싸우는 팀원들을 향해 한 마디를 던져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도 간단하게 먹었고, 게임도 즐겼다. 슬슬 카드가 완성될 시간이니 근처 카페에서 마실 걸 사고 움직이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카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린다.
이안은 PC방을 나오기 전에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잠깐 거리를 걸어 카페 내부로 들어간다. 그러곤 늘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다가, 문득 한유나가 떠올라서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주문했다.
‘얼마나 맛있는지 한번 보자.’
잠시 후, 음료가 완성되었다. 받아서 한 모금 마셔보니 달콤하면서도 약간 신맛이 느껴졌다.
“어으, 너무 다네.”
객관적으로는 그리 나쁜 맛이 아니지만, 이안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는 한유나에게 메시지로 딸요스 별로 맛없다는 말을 남기고, 빨대를 쪽쪽 빨면서 동물병원으로 걸어갔다.
한창 영업을 시작한 동물병원 내부에는 반려동물과 그 주인으로 가득했다. 개와 고양이, 심지어 햄스터나 새도 몇몇 보인다.
아무래도 정문으로 들어가는 건 힘들 것 같았다. 그는 가방을 고쳐 매고, 후문 앞에 서서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꺼내서 확인해 보니 카드 발급이 끝났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안은 곧바로 후문을 열어 동물병원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처음에 봤던 간호사가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 오셨군요. 바로 위에 계셨던 겁니까?”
“그래. 그보다 카드는?”
“여기 있습니다.”
간호사가 이안을 향해 검은색 카드를 슥 내밀었다.
외형은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유효 기간이 좀 많이 길다는 것만 빼면 생긴 건 평범했다.
“카드는 어디서든 사용하셔도 문제없습니다. 여기 통장과 도장도 있습니다. 따로 작은 케이스에 넣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효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하면 되지?”
“저희 지점을 다시 방문하셔도 갱신하거나, 아니면 인뎀니스 직원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쪽은 여러 방면에서 전문가만 뽑는 부서라서요. 뭐든 부탁하면 해줄 겁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통장과 도장이 든 케이스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그럼 이걸로 끝인가? 더 뭔갈 할 필요는 없겠지?”
“예. 통장에 들어간 돈은 직접 카르텔 어플을 통해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좋아. 고생했다.”
“아닙니다. 살펴 가십시오.”
이안은 허리를 꾸벅 숙이는 간호사를 뒤로하고 동물병원 밖으로 나왔다.
어플을 실행하고 통장과 계정을 연결한다. 확인해보니 잔고에 1억 5천이라는 거금이 찍혀 있었다.
이걸로 당분간 생활비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다. 천천히 더 모아서 이것저것 구매하거나 이사를 준비하면 될 것 같았다.
1억이 넘는 돈을 처음 만져보는 탓인지, 생각보다 기분이 좋거나 현실감이 넘치지는 않았다. 아마 사용해도 돈이 계속 남는 걸 보면 그때 가서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뭐가 됐든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안은 흐릿하게 웃으면서 주차장에 있는 흡연장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이제 마지막 남은 돛대였다.
“후우…….”
다 피운 담배는 재떨이에 비벼 꺼트리고 버린다.
밖으로 나와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이제 막 오후를 지나는 시점.
당장 큰 일정은 없는 상황이라, 돌아가도 할 일은 딱히 없었다. 해봐야 마도서 탐독이나 커뮤니티 정독, 괴담 문서 찾아보기가 끝 아닐까 싶었다.
하기는 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굳이 지금부터 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일정 하나를 해결하고 움직여도 늦지 않는 것들이다.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으니, 적당히 할 일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뭘 하는 게 괜찮으려나.’
이안은 잠깐 거리를 걸으면서 고민하다가, 횟집 수조에 갇힌 물고기들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심해견문록 마법이나 시험해 봐야겠다.’
마법사가 되자마자 재창조의 손길 연금술을 사용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두 번째 마도서의 능력을 한번 테스트해 볼 때였다.
심해견문록의 주요 마법은 소환. 그것도 외신이 직접 창조한 생물을 소환하고 휘두르는 마법이다. 재창조의 손길처럼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범용성과 효용성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죽이고 살해하는 것에는 특화되어 있을 터.
‘처음부터 강한 소환수를 소환할 수는 없어. 신비의 내장 기관도 없고, 피도 미리 담아둔 게 없으니까.’
소환의 대가로 소모되는 건 괴이의 살점, 그리고 소환자의 피였다. 강한 소환수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재료 모두 대량으로 준비해야만 한다. 하지만 당장 이안에겐 양쪽 모두 미리 챙겨놓은 게 없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제일 약한 놈부터 소환해 보는 수밖에.
그래도 뭐 나쁘지는 않다.
‘최저점을 확인해 보면 다른 생물들의 체급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겠지. 괜히 처음부터 체급 깡패를 소환했다가 위험에 처할 바에야 이게 더 낫다.’
강한 소환수라는 게 얼마나 강한지는 이안도 잘 모른다. 그러나 외신이 직접 창조한 생물인 이상, 절대 평범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굳이 지금 시험해 보겠답시고 도박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약한 것부터 시험할 때였다.
생각을 정리한 이안이 근처 벤치에 주차장으로 들어가 카르텔 어플을 실행. 그대로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의뢰를 찾아 나섰다.
다행히 괜찮은 의뢰가 몇 가지 존재했다. 보수는 낮지만, 당장의 이안에겐 큰 문제 없는 것들.
그중 하나를 클릭해서 살펴본다.
[구울 3마리 처치.]
[위치는 뒷산의 작은 동굴입니다. 본래 인간이었으나,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고 변한 등산객 구울들이죠. 처리하고 그 피를 담아와 주시면 되겠습니다.]
[보수: 300만 원.]
구울 3마리.
어지간한 인간은 통째로 찢어버리는 게 가능한 존재들이지만, 이안도 역으로 그들을 찢어버리는 게 가능하다. 이안이 손을 대고 반으로 갈라져서 죽으라고 하면 그들은 그렇게 죽여야만 한다.
아무튼.
간단한 기초 소환 마법을 시험하기에는 충분한 상대들이었다. 낮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구울들이라 동굴 속에 가만히 갇혀 있을 테니 찾는 것도 쉬울 거고.
무엇보다 마법이 부여된 코트가 있는 이상, 이성이 거세되어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구울은 이안을 눈으로 보지도 못한다. 후각과 청각에만 의존해서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그 잠깐의 시간만으로도 대응은 충분히 가능하다.
“좋아, 가볼까.”
결정한 이상 망설일 틈은 없었다. 이안은 남들 모르게 조용히 마도서를 소환해서 코트 안쪽에 만든 마도서 전용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검은색 표지를 지닌 심해견문록이 기분 좋다는 듯 진동하며 그의 품에 찰싹 안겼다.
[……우웅.]
가방에 들어있는 다른 마도서가 불만을 토했으나, 이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