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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범퍼카를 나오기 전, 부서진 잔해를 수습하는 중인 직원에게 슬쩍 물었다.
“혹시 테마파크 관리자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관리자님이요? 관리자님은 타워에 계세요!”
다행히 직원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와 책자를 펼쳤다.
“관리자 위치는 특정이 끝났고. 이제 하나만 더 클리어하면 탈출구도 개방이군.”
“그, 그러게…… 생각보다 빠르네…… 헤헤.”
벌써 놀이기구를 두 개나 클리어했다. 관리자의 위치도 알아냈으니, 이제 남은 하나를 클리어하고 심장만 뽑아서 도주하면 된다.
직원의 말을 무조건 신뢰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굳이 놈이 알려준 정보를 의심하고 피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은 가보고, 없으면 다른 곳을 둘러보면 될 일이다.
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담배를 근처 바닥에 던져버리고, 다음으로 찾아갈 곳을 살펴보았다.
“어라, 손님?”
그때, 두 사람의 옆을 지나가던 직원 한 명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다가왔다.
얼굴은 평범한 인간의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척추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가로등이 처박혀 있고, 두 눈에 전등을 박아 넣은 상태였다. 깜빡거리며 점등하는 그녀의 눈에 두 사람의 모습이 슬쩍 비친다.
“……!”
테마파크 안쪽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직원이 먼저 말을 거는 상황이다. 이안은 최대한 침착하려 애쓰며, 코트 속 리볼버를 꽉 쥐었다. 유나도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곧 퍼레이드가 시작하는데 여기서 이러시고 있으면 안 돼요. 어서 빨리 가면을 착용하시고, 광장으로 모이세요.”
직원이 마치 아이를 타이르는 것처럼, 입가를 호선으로 굽히며 말했다.
“……퍼레이드 말씀입니까?”
“네! 저희 테마파크의 자랑이거든요. 모든 손님과 직원들은, 반드시 퍼레이드에 참석할 의무가 있답니다!”
괴이의 말에 이안이 침음성을 흘리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본래 뻥 뚫려있던 테마파크의 거리 위로 직원들의 행렬에 길게 이어져 있다.
하나같이 정상적인 몰골은 아니었다. 기괴한 외형은 말할 것도 없었고, 표정은 퍼레이드가 기대되어 미치겠다는 듯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어디서 인간을 주워 먹기라도 한 건지, 입과 이빨에 살점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놈도 있었다.
정확히 어떤 퍼레이드가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이안은 어떻게든 빠져나오기 위해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조금 더 놀이기구를 즐기고 싶ㅡ”
“손님.”
“……!”
분위기가 달라졌다. 직원이 이안의 말은 끊은 순간, 움직이던 모든 테마파크 직원들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노려보았다.
“으아…….”
유나가 창백한 얼굴로 지팡이를 손에 꼭 쥔다. 이안은 빠르게 판단을 마치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언했군요. 퍼레이드, 참석하겠습니다.”
“…….”
“가면은 어디서 구하면 되겠습니까?”
직원은 이안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물끄러미 그를 응시하기만 했다.
다른 직원들 또한 눈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이안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일이 잘못됐을 때를 대비한 도주 루트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때, 직원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가면은 제가 직접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예. 기다리겠습니다.”
이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하하!”
“아하하!”
그제야 직원들이 다시 광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느껴지던 살기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가로등 직원이 어디선가 구해온 고양이 가면 두 개를 이안과 유나에게 건네주었다.
“착용하고 오세요! 그러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은 저희도 책임지지 않는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다리를 질질 끌며 광장으로 걸어갔다.
“…….”
이안은 그녀의 뒷모습이 더 이상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쯤, 벽에 몸을 기대 억눌린 숨을 토해냈다. 유나도 그의 옆에 서서 10년 감수했다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
“위, 위험했다…….”
“……그러게.”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법사라고 한들 괴이에게 무적인 건 아니다. 한두 마리 정도라면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수십 마리의 괴이가 눈을 부라리고 있으면 오금이 저릴 수밖에 없었다. 정면 돌파 같은 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도주 중이었다면 상황이 더 나았을 거다. 뒤에서 쫓아오는 놈들만 신경 쓰면 되니, 전투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면 몸을 내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방금처럼 눈앞에서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면 도망치는 것도 힘들다.
바로 앞에 괴이 한 마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뒤에서도 밀려오는데 도주는 무슨 도주인가.
계속 반항했으면 그 자리에서 관리국 요원처럼 전신이 뜯어져 나갔을 것이다.
‘직원의 말을 따르라는 규칙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사소한 명령도 거절할 수 없는 건가.’
쉽지 않은 곳이라는 건 예상했지만, 그보다 훨씬 힘든 곳이다. 뱀파이어 때려잡을 때가 참 그리웠다.
“……이번 일이 끝나면 새해가 밝을 때까지는 쉬어야겠다.”
이안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면을 내려다보았다.
딱히 특이한 점은 없는 평범한 가면이다. 생긴 게 좀 기괴하기는 했으나, 주술적인 처리나 저주가 걸려있지는 않았다. 쓴다고 해서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가자, 한유나.”
“으, 응…….”
이안이 가면을 착용하고. 유나도 지팡이를 기타 케이스에 넣은 뒤, 핑크색 가면을 쓰며 움직이는 행렬에 참가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광장에 도착했다.
퍼버벙!
분수에서 터진 핏빛 폭죽이 하늘로 올라가 광대 그림을 그린다.
모여있는 직원들은 모두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안과 유나처럼 동물 가면도 몇몇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인피면구를 괴상하게 잘라낸 가면을 착용한 상태였다.
“……지, 진짜 사람 가죽이네.”
“…….”
두 사람은 모여있는 괴이들로부터 살짝 떨어진 곳에서 광장을 노려보았다.
곧, 광장의 중심에서 형형색색의 안개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아하하! 하하하하하하!!!”
고작 연기만 흘러나왔을 뿐인데 모여있던 직원들이 환호성과 웃음을 터트린다.
웃음 가스라도 되는 건가 싶었으나, 풍겨오는 냄새는 굉장히 평범했다. 따로 웃음이 나오지도 않았다.
이안은 괜히 품에 넣어둔 리볼버를 만지작거리며 가만히 퍼레이드를 관람했다.
즈즈즉.
퍼진 연기 안쪽에서 광대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어린아이가 인체를 마음대로 조립한 것 같은 외형의 광대들.
하나 같이 웃음기를 머금은 놈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그 우스꽝스러운 춤사위에 맞춰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직까지는 특별할 게 없군. 끝까지 이렇게 가면 좋겠는데.’
생각하는 순간, 광대가 허공에 손가락을 탁 튕겼다. 그와 동시에 가느다란 꼬챙이가 그의 손에 잡혔다.
꼬챙이의 끝에는 인간이 꽂혀있었다.
기괴하게 뒤틀린 인간이 아니라, 순수한 인간 그 자체.
다만 숨통은 이미 끊어진 건지, 꿰뚫린 몸뚱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피만 꼬챙이를 타고 흐를 뿐이다.
“교화에 성공한 우리의 특별한 손님입니다! 저희 테마파크의 서비스에 감격한 손님은, 특별히 자신을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광대가 말했다. 놈은 꼬챙이의 길이를 점점 줄여 시체와 눈을 맞추더니, 돌연 시체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날렸다.
놈의 입술에 닿은 시체는 부글부글 끓다가, 전신에서 미소 짓는 얼굴을 꽃봉오리처럼 피워 올렸다.
수십 개의 눈과 수십 개의 입이 강제로 생겨난 시체가 눈을 부릅떴다. 그러곤 모든 입을 쩍 벌리더니. 그 속에서 장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자!”
광대가 떨어진 창자를 손에 들며 즐겁다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우리의 손님이 만들어준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사용하여 테마파크를 더욱 위대하게 만듭시다!”
내뱉음과 동시에 직원들이 떨어진 장기를 향해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광대가 그 게걸스러운 모습에 낄낄 웃으며 꼬챙이를 수십 개 더 꺼냈다. 당연하다는 듯, 그 위에도 시체들이 걸려있었다.
“……정신에 해로운 곳이군.”
“그러게…….”
이안과 유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분해되는 시체와 피로 샤워하는 직원, 그리고 뜯어져 나가는 장기를 응시했다. 다행히 살점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괴이는 없었다.
“오늘의 퍼레이드를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모두의 광대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퍼레이드가 끝났다. 광대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퇴장하고, 직원들이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이안은 잠깐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걸치고 있던 가면을 벗으며 유나를 돌아보았다.
“우리도 가자.”
“자, 잠시만.”
유나가 가면을 벗지 않고, 광장으로 들어오는 계단을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저, 저기서 뭐가 올라오는데……?”
“……뭐?”
“아, 관리국이다!”
유나의 말에 이안이 황급히 가면을 다시 착용했다.
본능적으로 마도서를 근처 풀숲에 던졌다.
고개를 돌리자,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정장 차림의 남녀가 보였다. 그중에는 이안이 편의점에서 보았던 요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 같이 긴장한 기색이 가득한 모습이다.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여자는 그나마 상황이 나아 보이지만, 나머지는 긴장감을 숨기지 못한 상태였다. 표정에서 다 드러났다.
‘관리국 요원이라고 한들, 이런 공간은 꺼림칙한 건가.’
아무래도 관리국에서조차 이곳을 굉장히 까다로운 괴현상이라고 인식한 모양이었다.
하긴, 규모가 말도 안 되게 넓은데 입장 조건까지 걸려있어서 탐사에는 제약이 걸리고, 생존자마저 찾기 힘드니 까다롭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공략 방법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그들 차원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안에겐 딱히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관리국 요원도 아니었고, 그들과 협력하는 관계도 아니었으니.
그들의 사정을 유추하는 건 가능하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이유는 없었다.
중요한 건 그들의 존재가 의뢰 해결에 도움이 되는가, 였다.
“…….”
이미 서로의 존재는 인지를 끝낸 상태다. 관리국 요원들은 가면을 쓴 이안과 유나를 응시하는 중이었고, 두 마법사도 관리국 요원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작정 도주하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대놓고 나 마법사요 홍보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은 적당히 연기를 해야 할 때였다. 안 그래도 어려운 공간 속에서 괴이는 물론 관리국과도 대립하게 된다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게 뻔했다.
그러니 괴현상에 휘말린 일반인처럼, 가면은 벗어지지 않는다는 컨셉으로 그들을 속이는 게 좋을 터.
이안은 생각을 정리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유나를 슬쩍 돌아보았다.
“……한유나.”
“으, 응. 나도 같은 생각한 것 같아…….”
그녀가 말끝을 흐리고 흠흠 헛기침을 내뱉었다.
이안은 그녀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지는 걸 확인한 즉시, 관리국 요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사,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