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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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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한 표정.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 고정된 채 떨어질 줄을 몰랐다.

“… 정말 현자님이시군요. 하지만 어떻게…?”

시모어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조금도 늙지 않으셨군요. 그때와 똑같은 모습이라니….”

나는 민망해져서 볼을 긁적였다.

15년이라는 세월. 평범한 인간이 중년에서 노년으로 바뀌기에는 충분한 시간.

하지만 내 외모는 시모어를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입장에서는 경악스럽겠지.

“설마 당신께서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존재이십니까?”

“그런 건 아니고요….”

시모어의 질문에 주변 기사들의 눈 역시 휘둥그레졌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그들의 감상을 끊어냈다.

“자자, 그런 이야기는 여기서 완벽하게 탈출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잖아요? 일단 움직이죠.”

내 현실적인 말에 시모어와 기사들은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일어섰다.

다행히 심각한 부상자는 없어 보였다.

“샌드웜?”

[샌드웜은 자신은 대중교통이 아니라고 항의합니다.]

[자격이 되지 않는 자를 태울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까탈스럽기는.”

나는 하는 수 없이, 여기에 들어온 방법 그대로 나가기로 했다.

“다들 준비하세요.”

나는 기사들에게 다가가 한 사람당 한 줌씩 모래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걸 온몸에 꼼꼼하게 바르세요.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갑옷 틈새나 옷 주름까지 빼놓지 말고요.”

기사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상식을 초월한 마법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이후니까.

군말 없이 내 지시에 따르는 기사들.

모두가 준비를 마치자, 나는 눈을 감고 마력에 집중했다.

신기루.

순간 머리가 아팠다.

열 명이 넘는 대상을 동시에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부담이었다.

주변의 공간이 희미하게 떨렸다.

나와 샤론처럼 완벽한 투명화는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움직일 때마다 주변 공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여름날의 아지랑이처럼.

‘젠장, 사람이 많으니까 확실히 부담이 가네.

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괜찮겠지. 밖은 어두우니까….

나는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반면, 기사들은 자신들의 몸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오오…! 사라졌다!”

“이게 그 전설의 현자님의 마법….”

곳곳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포로들은 투명해진 자신의 손을 신기한 듯 내려다보았다.

“자, 이제 출발하죠. 샤론, 길 안내 부탁해요.”

“네, 넷!”

샤론이 다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샤론이 미리 짜놓은 탈출 경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샤론의 계획은 훌륭했다.

너무나도 순조로운 탈출.

심지어 오크를 거의 마주치지도 않았다.

거기에 우리의 몸은 투명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어둠이 미세한 왜곡 정도는 충분히 가려주었다.

마침내 탈출 지점에 거의 가까워졌을 때였다.

뿌우우우우우우-!

날카로운 뿔피리 소리가 밤의 정적을 찢었다.

요새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

곳곳에서 횃불이 켜지고, 오크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모양.

“젠장!”

시모어가 낮게 욕설을 뱉었다.

기사들의 얼굴에도 초조함이 어렸다.

“모두 달려요!”

샤론이 외쳤다.

기사들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내서 출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도는 추격해 오는 오크들에 비하면 턱없이 느렸다.

투명화 마법이 걸려있다지만, 이대로라면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

“현자님, 어서…!”

샤론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자리에 멈춰 섰다.

투명화를 풀고, 내 모습을 드러냈다.

“나 혼자 남을 테니, 먼저 가세요.”

내 말에 샤론과 시모어가 놀라 나를 돌아보았다. 시모어가 외쳤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이건 명령이에요. 작전 지휘관은 나 아니었나? 아, 샤론인가? 아무튼, 어서 가요. 내가 시간을 벌어줄 테니.”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그들을 재촉했다.

시모어와 기사들은 잠시 망설였다.

은인을 사지에 홀로 남겨두고 도망친다는 것은 기사의 명예에 반하는 일.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알고 있었다.

이것이 모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결국 시모어는 고개를 숙였다.

“이 은혜…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는 짧게 말하고는, 다른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절벽으로! 전속력으로 뛰어라!”

기사들은 내게 경의를 표하며 돌아서기 시작했다.

샤론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현자님, 부디 무사하셔야 합니다!”

“걱정 말고 아버지나 잘 챙겨요.”

나는 씩 웃어 보였다.

샤론은 입술을 깨물고는 절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곧 그들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맞다. 초호기랑 깃발을 회수해야지….”

일행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잠시 주변을 살폈다.

은밀 행동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미리 탈출 지점에 대기시켜 두었던 초호기와 깃발.

과연 근처에서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웅크린 채 흙장난이나 하고 있던 초호기 역시 내 어깨 위로 잽싸게 올라탔다.

“이 퀘스트는 정확히 언제 끝나는 걸까.”

저들이 완벽하게 탈출하면?

아니면 이 협곡의 오크들을 전부 쓸어버리면?

어쨌든 30층은 스토리가 이어지는 층.

다음 층을 생각한다면, 한 마리라도 더 많이 잡아두는 편이 좋겠지.

“하려면 철저하게….”

나는 천천히 길목의 한 중간에 섰다.

양 옆은 거대한 협곡.

“신기루.”

나는 신기루 스킬을 다시 발동했다.

이번에는 내 모습을 감추기 위함이 아니었다.

나는 깃발의 환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크기를 키우고, 또 키웠다.

아주 크게, 협곡의 입구를 가득 메울 만큼 크게.

황금빛 모래시계 문양이 빛났다.

마치 커다란 등대처럼 어둠을 밝히는 깃발.

“대전의 적법한 지배자, 모래 먹는 자….”

나는 깃발의 확성기 기능도 전력으로 켰다.

뭐, 그래 봐야 반경 10미터에만 들리는 소리였지만.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마침내 오크 추격대의 선두가 협곡 입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깃발을 보고 잠시 주춤하는 오크들.

그러나 이내 그 아래에 서 있는 것이 고작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워어어!”

선두에 선 오크 대장이 포효하며 나를 밀치려 했다.

나는 차갑게 웃으며 지팡이를 땅에 내리꽂았다.

협곡 전체가 울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궁-!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굉음.

협곡 전체가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깎아지를 듯 솟아 있던 양옆의 절벽이 거대한 파도처럼 안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오크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흙더미들.

“크… 크워어어어억?!”

비명은 짧았다.

대자연의 분노. 그 앞에서 저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크들은 거대한 산사태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백의 오크 군단이 단 한순간에 생매장당했다.

나는 그 광경을 만족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응?”

그때, 내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흙더미 사이에서 한 오크가 필사적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운 좋게도 가장자리에 있다가 파도에 휩쓸려 살아남은 모양.

녀석은 눈앞에서 벌어진 대재앙을 보며 넋이 나간 표정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깃발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똑똑히 봐라. 그리고 모두에게 전해.”

오크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와 깃발을 번갈아 보았다.

“앞으로 이 깃발을 보는 오크는 모두 죽게 될 거라고.”

오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도망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유일한 생존자.

그때, 시스템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포로 구출’을 완료했습니다.]

[탑 33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칭호: [오크의 재앙]을 획득했습니다.]

[NPC ‘시모어’와의 관계가 [생명의 은인]으로 변경됩니다.]

[NPC ‘샤론’과의 관계가 [절대적인 신뢰]로 변경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손에 들린 깃발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이템 ‘시작의 깃발’이 ‘지배자의 깃발’로 진화했습니다.]


탑에서 나오자마자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컴퓨터를 켜는 것.

세상에 내 위업을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은 없으니.

나는 익숙하게 마법사 갤러리를 열었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 새 글 작성 버튼을 눌렀다.

의수를 장착해 손가락 10개가 되니, 다시 전성기의 타자 속도를 회복했다.

“다음엔 NPC 사진도 좀 찍어놔야지.”

[제목: 샤론이라는 NPC 좀 이쁘던데]

[작성자: ㅇㅇ(7F7.7Y7)]

[시모어 구하는 작전 짜주는 샤론이라는 레인저 있잖슴.

얼굴도 이쁘고 가슴도 커서 호감 가더라….

이번에 호감도 확실하게 쌓은 것 같은데. 얘 계속 나오나?]

ㄴp깟쮸: 가슴 크다고 좋다는 건 뭐냐에요??

ㄴ냉장고: (쉽지 않구나 콘)

딱 내가 예상한 대로의 반응.

그러나 그때 이상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

ㄴ마법은화력: 샤론? 그게 누구임?

ㄴ마법은화력: 30 층대 퀘스트에 그런 이름의 NPC가 있었나? 시모어는 기억나는데.

“응?”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ㄴㅇㅇ(7F7.7Y7): 시모어 딸이라던데?

ㄴ마법은화력: 아, 기억난다. 근데 걔는 중간에 이미 사망한 상태로 나오는 NPC인데?

ㄴ풍뎅이: 그렇게 말하니 누군지 알겠네. 시모어랑 호감도 쌓으면 나중에 이야기를 풀어주더라고.

뭐라고?

중간 지점에서 이미 죽어있는 캐릭터?

내가 겪은 전개와는 전혀 다른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왠지 NPC 리스트에서 본 기억이 없더니만….”

나는 그제야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30 층대에 진입하기 전, 분명 NPC 정보를 찾아봤었다.

거기에서 샤론이라는 이름의 조력자 NPC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었다.

ㄴ풍뎅이: 그럼 지금 샤론이 살아있는 세계선으로 간 건가?

ㄴ냉장고: 그것보단 샤론이 아직 죽기 전 시점에 들어갔다고 봐야겠지.

ㄴ냉장고: 우리 기준에선 진행하다 보면 어느샌가 죽어있던 NPC지만…. 넌 그 사이에 있었던 일에 개입하게 된 거 아닐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냉장고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그러자 곧장 드는 의문.

“그럼 내가 샤론을 살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샤론이 언제 죽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바로 다음 층에선 이미 죽은 채로 등장할 수도 있고.

하지만 만약 또다시 만나게 된다면?

내 선택에 따라 샤론을 살릴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변하는 걸까?

복잡한 생각에 머리가 아파올 때쯤.

냉장고가 새로운 댓글을 달았다.

ㄴ냉장고: 그리고 이번 학회에서 재밌는 정보 두개를 알아왔어.

ㄴ냉장고: 하나는 마법 배터리 안에 들어있던 마법의 정체고.

ㄴ냉장고: 두번째는 탑에 변화가 생겼다는 거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0층 대와 20층 대에서, 엘프와 드워프가 나타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