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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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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래가 나를 데려간 곳은 아까의 검사실보다 훨씬 작은 방이었다.

방 한가운데 놓인 작은 상자.

은미래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금속 파편 하나가 들어 있었다.

표면은 심하게 마모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알 수 없는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확실히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모양.

나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

“이게 그 유물이에요?”

“응. 탑 20층 후반에서 발견된 거야. 정확한 용도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

은미래는 한숨을 내쉬고서 말을 이었다.

“뭐, 원래는 드워프들이 만들었는지도 몰랐지만…. 네 덕분에 짐작이라도 하게 된 거지.”

“한번 확인해 볼게요.”

“그래.”

나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활성화했다.

눈앞에 두꺼운 책이 떠올랐다.

수백, 수천 가지의 설계도가 담긴 드워프의 책.

나는 비슷한 문양이 그려진 물건이 있는지 열심히 책을 뒤졌다.

다행히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마법 배터리]

[등급: 에픽]

[긴급상황! 캐스팅 시간이 느려도 상관없습니다!]

[저장된 마법을 즉시 발동!]

[마법 재능이 없어도 걱정X! 원터치로 즉시 발동!]

[저장할 마법의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문의: 비형네 불공방]

“무슨 광고도 있네….”

마법 배터리의 효과는 간단했다.

원하는 마법 하나를 저장할 수 있는 물건.

꽤 유용할 것 같았다.

미리 강력한 마법을 하나 저장해 두었다가, 위급한 상황에 비장의 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마법도 저장할 수 있다는 게 특히 마음에 들어….

나는 흔쾌히 복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찾았어요. 마법 배터리라는 물건이네요.”

“복원할 수 있겠어?”

“네. 그런데….”

나는 책의 설명을 다시 확인하며 말했다.

“제작 레벨이 딱 2 레벨 부족하네요.”

“흠….”

내 말에 은미래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럼 여기서 좀 올려.”

“네?”

“필요한 재료는 저쪽 창고에 전부 있으니까. 여기서 레벨 업하고 바로 복원 작업 시작하면 되겠네.”

은미래의 말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명쾌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제작 레벨을 올리려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마침 내게는 꼭 만들어야 할 물건이 하나 있었다.

“음… 그럼 이걸 만들어서 레벨을 올려도 될까요? 재료가 좀 들긴 하는데.”

나는 눈여겨보았던 설계도 중 하나를 떠올렸다.

흐르는 손.

사용자의 신체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마법 의수.

자꾸만 도망가곤 하는 내 손가락을 대체할 수 있는,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재료가 상당히 비싼 편이라 미뤄두고 있었는데.

은미래는 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물론이지. 재료는 마음껏 써.”

나는 책에 쓰인 아이템의 설명과 복원재료를 말했다.

은미래는 한번 듣고 전부 외운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방을 나간 은미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재료가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상자.

마치 거대한 마트의 창고를 통째로 옮겨온 것 같았다.

“와….”

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재료들을 시장에서 구하려면 수십억은 족히 들었을 것이다.

이게 국가 기관 연구소?

역시 스케일이 달랐다.

“어디 보자….”

나는 필요한 재료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제작 시스템을 활성화했다.

푸른 마력의 모루와 망치가 만들어졌다.

나는 재료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캉! 캉! 캉!

규칙적인 망치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은미래는 턱을 괸 채, 이 모든 광경을 아주 흥미롭다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내 손에서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은빛 의수가 완성되었다.

액체 금속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 손목에는 정교한 마력 회로가 새겨져 있었다.

[아이템 ‘흐르는 손’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제작 레벨이 2 상승했습니다!]

제작 한 번에 레벨이 2나 올랐다.

이제 마법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내가 막 다음 제작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조용히 지켜보던 은미래가 입을 열었다.

“그거, 샘플로 남겨놔야 하니까 내 것도 하나 더 만들어줘.”

그녀는 방금 내가 만든 ‘흐르는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두 개나 만들면 재료가 바닥날 텐데요?”

나는 상자 안에 얼마 남지 않은 재료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은미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 어차피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 너뿐이야.”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하나 만드는 데 재료가 정확히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는 사람은 세상에 너랑 나밖에 없다는 이야기지.”

나는 순간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몇 초 후, 그 의미를 깨닫고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횡령 아닌가요?”

내 말에 은미래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내게 다가와, 칭찬이라도 하듯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려운 말도 아네. 대단한걸.”

쓰담쓰담.

어린애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지만, 왠지 그녀의 손길이 싫지는 않았다.

은미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밀을 알려주듯 속삭였다.

“좋은 거 하나 알려줄게.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훌륭한 연구원의 자질 중 하나란다.”

나는 그녀의 궤변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어… 그, 그렇군요.”

결국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왕 연구 자원을 확보하는 김에, 이 과정 자체도 완벽한 데이터로 남겨야지.”

은미래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 동영상을 찍는 건가요?”

“당연하지. 이건 인류 역사에 남을 순간이니까.”

“… 그 정도인가요?”

“내가 그렇다고 정했으면 그런 거야. 뭐, 꼭 그게 아니더라도 실험 과정 데이터는 남겨둬야 해. 그래야 결재를 받을 수 있거든.”

자료 보존용이라는 그럴듯한 명목.

나는 덕분에 공짜 재료로 레벨을 올리게 되었으니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자, 우선은 인사와 자기소개부터.”

“아, 안녕하세요.”

나는 그녀가 내미는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망치질.

깡! 깡! 깡!

완벽하게 똑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으아…. 끝났다.”

두 번째 ‘흐르는 손’이 완성되었을 때,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못이나 고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처음.

단순히 마력 소모를 넘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는 속도가 상당했다.

특히 손과 팔이 욱신거리며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아우, 손이야….”

“고생했어.”

은미래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그녀는 빨갛게 변한 내 팔과 손을 보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내 손목을 잡았다.

“냉찜질이 효과적일 거야. 있어봐.”

“아얏….”

은미래는 차가운 손으로 내 팔과 손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A급 마법사의 훌륭한 냉찜질 마사지.

차가운 손이 내 손가락 마디마디를 꼼꼼하게 식혀주었다.

화끈거리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고, 시원한 감각이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았다.

“아, 맞아. 영상 저도 보고 싶은데 괜찮아요?”

“물론이지.”

은미래는 순순히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나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는 마력의 망치를 들고 아이템을 제작하는 내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어라?”

그런데 영상의 구도가 영 이상했다.

분명 아이템 제작 과정을 찍는다고 했는데.

화면은 완성되어 가는 의수보다 내 얼굴을 비추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집중하느라 살짝 찡그린 미간, 이마에 맺힌 땀방울 같은 것들만 잔뜩 찍혀 있었다.

“저기… 이거 괜찮은 거예요? 아이템은 거의 안 나오는데요.”

내 지적에 은미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아, 그건 다 편집할 거니까 걱정 마.”

“편집이요?”

“응. 다른 사람이 네 얼굴을 볼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약속할게.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뭐…. 그래요.”

나는 적당히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내 얼굴이 팔려나가는 게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우리는 잠시 쉬면서 잡담을 나눴다.

“대전에서 산다고? 그럼 거기서부터 김수호가 데려다 준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중간까진 마법 쓰면서 왔어요.”

“대전이라…. 나도 예전에 살았었는데.”

“어? 고향이 대전이세요?”

나는 왠지 모를 반가움에 고개를 확 들었다.

은미래가 내 모습을 보고 작게 웃더니, 은근한 자랑이 묻어 나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대학교를 거기서 다녔거든.”

“아, 혹시 그…”

나는 왠지 모르게 느낄 수 있었다.

은미래가 자신의 출신 대학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 이름을 정확히 맞혀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괜히 짓궂은 마음이 들었다.

“아! 대전대 나오셨구나! 와, 동문이네요.”

“…이 녀석이.”

은미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녀는 내가 일부러 틀렸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 알고 그러는 거지?”

딱!

가벼운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가락이 내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어라? 갑자기 꿀밤을 맞는 빈도가 늘어난 것 같은데?

물론 이번에도 아프지는 않았다.

은미래가 황당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과 내 이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휴, 뭐야. 왜 이렇게 단단해?”

“제가 좀 단단해요.”

“진짜 신기한 체질이라니깐….”

짧은 휴식이 끝나고, 나는 다시 아이템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드워프의 유물을 되살리는 작업.

실패 시, 다시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니만큼 평소보다도 집중해야 했다.

나는 다시 마력의 모루와 망치를 만들었다.

모루의 중심에 파편을 두고, 그 주위로 필요한 재료들을 배치했다.

망치를 높게 들었다.

깡!

첫 타격이 가해지자, 주변의 새 재료들이 녹아내리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내 역할은 길잡이.

망치에 원래의 형상에 대한 정보를 담아 내리친다.

불꽃이 튀고, 마력의 파도가 일렁였다.

파편이 새로운 금속과 연결되며 서서히 본래의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깡!

마지막 망치질과 함께,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빛이 가라앉자 그 위에는 매끄러운 은색의 벨트가 놓여 있었다.

‘요즘 벨트를 자주 만지는 것 같네….

너무나도 익숙한 모양새.

습관처럼 허리에 착용하고 변신을 외칠 뻔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시선을 느끼고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냈다.

“잘했어. 완벽하게 성공했네.”

복원에 성공한 아이템을 보고 은미래가 다가왔다.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는 은미래.

“연구만 끝내고 아이템은 네게 줄게.”

“진짜로요?”

“약속이었으니까. 게다가 뭐, 나는 탑을 오르는 것도 아니고…. 아이템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은미래가 벨트를 옆에 있는 분석 장비에 올려놓았다.

모니터에는 복잡한 데이터가 떠올랐다.

그것을 본 은미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건….”

“왜 그래요? 뭐 잘못됐어요?”

“아니, 복원은 완벽해…. 문제가 있다면, 이 배터리가 비어있지를 않다는 거야.

“네?”

“이미 여기에 마법이 하나 담겨 있어. 복원되면서 함께 되살아난 모양인데….”

“어떤 마법인데요?”

“몰라. 그게 문제야.”

은미래의 말에 나도 심각해졌다.

나는 벨트를 받아 들고 살펴보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아이템일 뿐이었다.

“랜덤박스네. 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벨트를 바라보고 있자, 은미래가 덧붙였다.

“하지만, 이 마법이 착용자에게 해가 될 가능성은 낮아. 이런 아이템을 자폭용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그건…. 다행이네요.”

“그렇다고 함부로 사용하지는 마.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니까. 정말 위급한 상황에 도박수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봉인해 두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벨트를 받아 들었다.

손안에 들린 벨트가 왠지 모르게 묵직하게 느껴졌다.

은미래는 다시 모니터 앞으로 돌아가, 데이터들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일단 데이터는 전부 받아놨으니까, 시간을 들여서 분석해 볼게.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은미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어쩌면… 이번에 내가 해외 학회에 나가는데, 그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전 세계의 마법 학자들이 모이는 곳이니 누군가는 알아볼 수 있을 지도.”

“해외 학회?”

“응. 전 세계의 마법 학자들이 모여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교류하는 거야. 나도 매년 참석하고 있고.”

전 세계의 마법사들이 모이는 학회.

나는 그 말에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은미래는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툭 던지듯 물었다.

“너, 해외에 나가본 적 있어?”

“국내 여행도 제대로 다녀본 적 없는걸요.”

내 대답에 은미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이내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말했다.

“그럼 나중에 견학 목적으로 한번 데려가 줄 수도 있는데, 어때?”

은미래의 제안은 꽤나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요.”

은미래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볼일이 끝났다.

은미래는 연구소 로비까지 나를 배웅해 주었다.

헤어지기 직전, 은미래가 마지막으로 내게 말했다.

“다음에 또 와도 되니까. 편할 때 연락해.”

은미래의 목소리에 왠지 모를 희미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연구소를 나섰다.

얼마 안 가 주변에 아무도 없어졌을 때, 나는 다시 샌드웜을 불러냈다.


그리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