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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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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기운…?

내가 의문을 가지던 그때, 인이어에서 지휘 본부의 거의 비명에 가까운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 야! 저거 누구야!!

  • 상담사님! 옆에 천마신교 소속의 이방인 자화연님이…!

“아, 네.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입니다.”

나는 인이어로 들려오는 그 호들갑에 침착히 대응했다.

내 그 한마디에 당황한 담당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아는 사이요? 잠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나 자화연은 그 어설픈 대응을 기다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일 처리가 참으로 답답하구나.”

자화연은 뒤를 돌아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리고는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주변으로 아주 희미하게, 검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자, 이제 됐을 것이니라.”

뭐가.

내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고민하던 중.

내 인이어에서 방금 전과는 다른 담당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 알겠습니다. 상담사님. 역장이 펼쳐진 이상 원칙적으로 외부인의 왕래는 불가능합니다만….

직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 방금, 자화연님께서 지휘 본부 전체에 ‘직접 본좌의 의원을 돕기 위함.’이라는 뜻을 전음으로 전해오셨습니다. 따라서… 현장 판단하에, 자화연 님의 동행을 임시로 허가하겠습니다….

“아… 그랬군요.”

  • 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원도 당황스럽겠지.

그 당황스러운 마음 이해한다.

나도 많이 당황스러웠거든.

나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셋이 되었고, 별 문제없이 중심지로 더욱 걸어들어갔다.

그러나 그때.

  • 지지지지지직… 저적!

기괴한 소음과 함께, 저 너머 푸른빛으로 일렁이던 전이의 중심부가 격렬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부터 공간 자체를 잡아먹을 듯한 검푸른 역장이, 파도처럼 우리를 향해 덮쳐왔다.

  • 꽈악.

그것을 본 엘리스가 반사적인 움직임으로, 내 몸을 자신의 품 안으로 꽉, 껴안아 감쌌다.

“흥.”

그러나 내 옆에 서 있던 자화연은 코웃음을 치며 손을 한번 휙, 펼쳤다.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난 검은 역장이, 우리를 감싸며 덮쳐오던 모든 공간의 뒤틀림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지워버렸다.

그리고 풍경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숲의 푸른 잔디가 메마른 바위들로 변하고, 주변의 빌딩 숲은 기괴한 형태의 산맥으로 변해 갔다.

“선생님! 괜찮아여?!”

“아… 네. 그런데 무슨 일이….”

나는 엘리스의 품에 껴안겨 허리가 활처럼 꺾인 채로 간신히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 보호를 받은 기분보다는 강력한 레슬링 기술에 당한 느낌이었다.

엘리스는 여전히 나를 풀어주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쫑긋했던 귀가 축 처져 있었다.

“아무래도… 전이 침식 같아여….”

전이 침식.

전이가 발생한 지역에, 이방인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그 세계의 주변 환경까지 전이된 현상을 뜻한다.

일시적인 현상이라 이방인과 다르게 곧 사라지기는 하나….

이방인의 강함이 수준 이상일 때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고 있다.

즉, 이번 이방인은 A급 보다는, S급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게 되었다.

그때였다.

우리의 곁에 서 있던 자화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

그녀는 나를 꽉 껴안고 있는 엘리스를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남녀가 유별한 법인데. 좀 떨어지지 그러느냐?”

그 말에 엘리스가 후닥닥 속박을 풀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한결 자유로워진 몸으로 자화연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어찌 되었든 방금 전의 그 파동에서 우리를 무사히 지켜준 것은, 그녀의 검은 역장이었으니까.

“별것 아니다.”

그러나 대답과는 다르게 내 감사에 자화연의 입꼬리가 씰룩씰룩 거렸다.

  • 지지직….

내 귀의 인이어에서 날카로운 잡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전이 침식 공간 내부로 들어왔기에, 지휘 본부와의 모든 통신이 완전히 끊겨버린 듯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암석과 씁쓸한 향을 풍기는 풀들로 가득했다.

탁 트인 풍경을 보아하니, 아주 높은 바위 산맥의 고산지대였다.

서울은 무슨.

​아무래도 중원의 땅 어디인듯한데….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는 이질적인 공간 속에서 나는 잠시 길을 잃었다.

“어디로….”

그러나 그건 나뿐이었다.

  • 킁킁.

엘리스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쫑긋한 잿빛 귀가 파르르 떨리더니, 눈을 다시 떴다.

엘리스의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자화연 또한 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가리켰다.

두 손가락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에여.”

“이쪽이다.”

자화연은 그런 엘리스를 힐끗, 곁눈질로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 몸이 아는 장소다. 본좌의 예상이 맞은 듯 하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는 만족감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다.

자화연이 이곳에 온 게 다행스럽게 작용했다.

“오 그래여? 여기가 어딘데여?”

엘리스가 호기심과 함께 물었다.

제국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곳은 그녀에게도 낯선 풍경이 아닐까.

자화연은 저 멀리 안개에 잠긴 산맥의 정상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곤륜산(崑崙山)의 한 자락이다.”

그녀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위선자들이 도(道)를 논하며 하늘을 참칭하는, 역겨운 곳이지.”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우리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

“따라오거라. 이 몸이, 직접 길을 알려주겠다.”

솔직히 말하면 매우 감사한 이야기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우리의 대열은 자연스럽게 자화연이 선두에 서고, 나와 엘리스가 그 뒤를 따르는 형태로 완성되었다.

뒤를 따르던 중 엘리스가 내 귀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였다.

‘근데… 저 사람은 대체 누구에여?

나도, 그녀의 귀에 똑같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제 내담자분이었습니다.

‘그렇군여, 근데··· 캐릭터가 좀 웃기네여.

나도 모르게 그 말에 동의할 뻔했지만.

눈앞의 자화연의 귀가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 다 듣고 있네.

나는 엘리스를 향해 다급하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이전보다 살짝 커진 목소리로 다시 속삭였다.

‘그래도··· 아주 대단하신 분입니다.

엘리스는 앞을 슬쩍 보더니, 모든 것을 파악한 듯했다.

그녀는 쿡쿡 웃으며 내 장단에 맞춰줬다.

‘그러게여~ 엄청 멋있으시네여~

그러자 자화연의 어깨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뭐, 굳이 길잡이를 자처하는 사람을 놀릴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몇십 분을 더 걸었다.

“하…….”

나는 터져 나오려는 거친 숨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안 그래도 공기가 희박한 고산지대인데 경사까지 가팔라지니 폐가 타들어가는 듯 숨이 계속 모자랐다.

“선생님, 제가 업어드릴 수도 있는데여?”

엘리스는 그런 나를 놀리듯 등과 엉덩이를 톡톡 치며 웃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평지를 산책하는 것처럼 가볍고 경쾌했다.

괜히 산토끼, 산토끼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괜찮… 습니다.”

되게, 매우 폭신해 보이긴 했으나 차마 상담사로서의 마지막 존엄성 때문에 그녀의 등에 업히지는 못했다.

대체 언제쯤 도착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턱 끝까지 차오른 바로 그때.

“이곳이다.”

선두에서 걷던 자화연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내 눈앞에는 거대한 절벽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엘리스 또한 눈치 챘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있긴 하네여.”

“뭔가가 아니라, 진법(陣法)이다.”

자화연이 엘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가 허공을 향해 손짓하자.

  • 우우우웅….

눈앞의 공간이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바위 절벽의 풍경이 물감이 번지듯 서서히… 희미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 너머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한 동굴의 입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들어가기 싫게 생겼네.”

마치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동굴의 입구를 종유석들이 장식하고 있었다.

크기도 거대하고, 그 끝도 보이지를 않는 느낌.

그런데 분위기상 어차피 여기로 들어갈 것만 같아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화연이 망설임 없이 그 입속으로 나아갔다.

그래, 가야지.

어쩌겠어.

나는 첫 임무부터 굉장히 피로함을 느꼈다.

그러나 동굴의 내부는 의외로 쾌적했다.

내부의 넓이는 보통 입구의 크기에 비례한다던데 그 말이 사실인 듯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긴 하지만 습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닥의 물들이 고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게 우리는 어둠 속으로, 더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도대체 얼마나 걸었을까.

길고 어두웠던 동굴의 끝에서, 마침내 푸른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동굴이라 보기는 어렵다.

천장에는 수많은 광석들이 박혀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다.

그리고 벽면에 가득 피어난 이끼들이 그 빛을 받아, 발하며 이 거대한 공간을 비춘다.

그리고, 그 얕은 호수의 한 가운데.

그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마치, 신선처럼.

아니지… 마치, 선녀처럼.

새하얀 무복을 입은 여인이.

호수에 중앙에 선 채, 눈을 감고 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칠흑 같은 검은색이지만 반은 눈처럼 새하얀 백색으로 바래, 등 뒤로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내가 잠시 넋을 잃은 사이, 옆에 서 있던 자화연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 네년이 맞았구나.”

그때, 저 멀리 서 있던 선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색 눈동자가 나와 정확히 마주쳤다.

그녀의 시선을 받으며 상담사로서의 본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능력을 활성화한, 바로 그 순간.

[???]

[메인 스탠스]

[자신의 폐관 수련동에, 무단으로 출입한 마인들이 눈앞에 보입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100%]

[피하세요!!!!!!!!!!! 빨리!!!!!!!!!!!]

내 시스템이 비명에 가까운 경고를 미친 듯이 띄웠다.

뭘 피하….

  • 챙!!!!!

내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눈을 잠시 감았다 뜨니.

내 눈앞에는 어느새 엘리스의 뾰족한 구두 굽과, 자화연의 손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강기가 검을 막아선 채 서로 뒤엉켜 있었다.

중요한 건, '검을 막아선 채' 라는 것.

두 명의 헌터가 동시에, 나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변한 건 머리색일뿐. 어찌 그 표독한 성정은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자화연이 비웃으며 선녀의 검을 가볍게, 쳐냈다.

나는 그 모든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내 손가락이 협회에서 지급한 비상 신호기의 버튼으로 향했다.

일단 ‘주의’를 알리는 버튼이라도 눌러야….

찾았다.

  • 딸깍, 딸깍, 딸깍.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아.

통신 끊겼지.

나는 결국 기능이 없는 플라스틱 덩어리를 마구 누른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