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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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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기특하다.

사실 '기특하다'는 감정이 뜻하는 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만약 정의가 ‘착하고 대견하며 칭찬받을 만하다'라면 정확히 부합할 것이다.

딱 어울리는 말이다.

기특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정도.

뭐, 그러나 당연히 실제로 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설유월은 무림맹주라는 자신의 잃어버렸던 꿈을, 협회라는 새로운 선택지에 완벽하게 녹여냈다.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강한 내담자가 보일 수 있는 최상의 발전이었다.

처음에는 의원인 내가 협회 소속이라 단순히 따라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염려했지만,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협회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설유월은 내게 맑은 눈을 하고 질문했다.

어떻게 보면 협회의 관계자인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설유월이 협회에 입단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서류 제출? 면접? 테스트?

간단하다, 그냥.

‘들어갈게요.

하면 된다.

아마 협회장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그녀를 맞이할 것이다.

협회에는 기본적으로 S급 헌터라는 인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

과거, 전이와 게이트의 발생 빈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을 때는 협회에도 S급 헌터들이 소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몬스터들의 위협이 일상이 되고, S급 헌터 한 명의 가치가 국가의 안보를 좌우하게 되면서 그들의 수요는 증가했고,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협회는 그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거대 기업을 뒷배로 둔 10대 길드들이 제시하는 천문학적인 계약금과 특혜들을, 국가 기관인 협회가 맞춰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협회 소속의 S급 헌터들은 모두 길드로 떠나갔고, 협회는 그 공백을 다수의 A급 헌터를 고용하여 양으로 메우는 선택지를 골랐고.

뭐…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금액을 못 맞춰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길드들이 제시하는 다른 혜택들이… 이미 제공 가능한 복지의 범위가 아니었으니까.

진세아부터 길드의 지분을 제시받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검증된 인재인 설유월이 협회로 간다고 하면….

안 받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나는 있는 사실을, 그녀가 이해하기 쉽게 그대로 말해주려 했다.

“그냥, 협회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만 하면 될 겁니다.”

“…? 정말요…?

“네.”

진짜로.

누가 마다하겠는가.

설유월은 내 대답을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저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글쎄.

얘네가 S급 헌터를 소속으로 두었던 게 언제인지도 까마득해서….

준비는 해놨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뭘 할지 잘 모르겠네.

물론 한 가지 확실하다. 협회는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설유월이 원하는 무엇이든 하게 해줄 가능성이 크다.

“아마 입단 과정에서, 협회와 유월 씨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정하게 될 겁니다. 유월 씨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요.”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며 부드럽게 덧붙였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과정에는 저도 함께할 겁니다.”

나는 객관적인 관점으로 그녀의 편에 서서, 부당한 계약을 맺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내 약속에, 설유월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뭘요.”

“그런데, 혹시… 어머님께도 이 이야기를 전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아직 연락을 드릴 수가 없어서.”

아.

이서령.

그녀는 당연히, 자신의 딸인 설유월이 창천맹에 들어올 것이라 믿고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어도,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으니까.

“대신 전해주신다면….”

설유월은 간절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렵지 않았다.

“물론입니다. 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메세지를 보냈다.


나는 설유월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통제실로 돌아왔다.

설유월과의 오랜만의 만남은 잘 마무리되었다.

그녀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이다.

나는 그 사실에 만족하며, 내 역할에 대한 보람을 느꼈다.

통제실로 돌아오자, 팀장이 내게 다가와 협회의 남은 일정을 간략하게 보고했다.

머지않아 이번 기수 이방인들의 기초 교육도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인원이 많지 않아서 금방 끝날 것 같다고.

“아, 그리고. 창천맹주님에게도 요청하신 대로 말씀드려 놨습니다. 지금 바로 이쪽으로 오시고 계시다고…”

“전화로 해도 될 것 같았는데….”

“네, 저도 그렇게 말씀은 드렸는데, 직접 오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나의 퇴근은 아직 멀었던 모양이다.

내가 이서령이나 창천맹에 대한 직접적인 연락처를 갖고 있지는 않다 보니 팀장을 통할 수밖에 없었다.

“아… 지금 오셨다고 하네요. 면회실을 열어둘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짧게 답변하고 다시 방을 나왔다.

그리고 카페로 향했다.

이서령이 뭘 좋아하더라.

차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국적인 차를 마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캐모마일 티와 내가 마실 커피를 한 잔 들고 약속된 면회실로 향했다.

그때, 복도 저편에서 면회실로 들어서는 이서령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칠흑같이 검은 장포로 몸을 꽁꽁 싸맨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평소 입던 옷이 아니어서 살짝 놀랐다.

‘날이… 춥긴 하지.

쌀쌀한 날씨긴 했다.

나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녀를 뒤따라 면회실의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커피를 입에 문 채, 손으로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 똑똑.

“유선우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문고리를 돌려 안으로 들어섰다.

  • 스르륵….

그리고 문을 닫은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검은색 장포는 벗어진 채 의자에 걸려 있다.

그러나, 이서령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는 몸의 곡선이 전부 드러나는 하얀색의 비단 드레스를 입은 상태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의원님.”

그녀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했다.

나 또한 얼떨떨한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장포를 왜 입었나 했더니….

입긴, 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녀가 평소에 입는 옷과는 조금 괴리감이 있었다.

아마 헌터 갤러리 유저들이 눈에 불을 켤만한 옷이 아닐까 한다.

이서령은 내 당황한 시선을 의식한 듯, 부끄러운 표정으로 변명하듯 말했다.

“제가 아끼는 아이가… 꼭 한번 입어보라며 준 옷인데… 제게는 너무… 남사스럽고 과한 것 같아 가렸습니다.”

“차마 갈아입을 생각도 못 한 채 급히 달려오느라….”

설유월의 소식을 듣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바로 달려왔다는 이야기였다.

이해한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충분히 잘 어울리십니다. 물론, 약간… 만 가리신다면….”

내 어설픈 칭찬에, 이서령이 긴 소매로 입을 가리며 작게 웃었다.

그녀는 예를 갖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말씀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듯합니다.”

이서령은 내가 서 있는 쪽으로 슥, 하고 다가오더니. 내 앞에 놓인 의자를 조심스럽게 뒤로 빼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느낌이 의자를 빼준 모양새였기에,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가끔 이서령의 극진한 대접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녀는 내가 앉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의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나는 그녀에게, 미리 준비해 온 따뜻한 차를 내밀었다.

“캐모마일 티 입니다. 혹여나 입맛에 맞지 않으신다면….”

이서령은 차를 받고 잠시 향을 음미했다.

그리고 한 모금 들이켰다.

감은 눈을 뜬 이서령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침…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차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싱긋 웃었다.

그 미소에 나는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다행입니다.”

나는 바로 설유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가 어디를 가고 싶어 할지에 대한 나의 걱정이 있었지만.

그녀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신의 옛꿈이었던 무림맹을 협회에 덧대어 보았다는 사실.

그리고 마침내, 그녀 스스로 협회로 가고 싶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까지.

나는 모든 설명을 마치고, 이어질 이서령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서령은 설유월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길드의 수장이다.

S급 헌터를 놓치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혹여나 또다시,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으니까.

이서령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는 차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녀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 아이가…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정했단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자신의 옛꿈을… 무림 맹주라고 했다고….”

그랬다.

이서령은 컵을 든 채, 그저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제가… 평생을 강요했던 길이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월이의 의사와는 관련 없이, 제 욕심으로만 떠밀었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스스로의 꿈이라고 생각해주니….”

이서령은 고개를 들어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미는, 그저 기쁠 뿐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의원님은 제가 하지 못했던, 아니, 할 줄 몰랐던 유월이의 부모 역할을 대신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비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닙니다.”

높게 평가해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나는 휴지를 건네고 그녀의 눈물이 멎기를 기다렸다.

이후에도 약간의 대화를 더 나누었지만….

결론적으로 이서령은, 설유월의 선택을 완벽히 존중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감사까지.

그것으로 오늘 할 이야기는 끝이었다.

우리는 훗날 설유월의 협회 계약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다시 보기로 약속하고, 헤어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

내가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려던 그때였다.

“의원님.”

  • 포옥….

이서령이 내 몸을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품에서는 따뜻한 차의 향이 났다.

“감사… 합니다….”

이서령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채, 한 걸음 물러서 고개를 숙였다.

“이것은… 감사를 표하는, 저희 중원의 인사…입니다….”

이서령은 귀까지 새빨갛게 변한 채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지금까지는… 차마 인사를 드리기에도 너무 미흡하여….”

오늘 또 하나 알아간다. 중원에서는 감사의 의미로 포옹을 하는구나.

나 또한 중원의 예법에 맞춰주기로 했다.

나는 다시 한번, 팔을 크게 벌려 그녀의 몸에 닿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리고 등을 가볍게, 툭툭 두드려주었다.

“유월 소저의 뜻을 존중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맹주님.”

진심이 담긴 미소로, 나 또한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