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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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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관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사건이 터지고, 내담자가 생긴다.

나는 그 내담자의 상담을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기 위해 논문과 자료들을 준비한다.

그리고, 노란 논문은… 그 자료 속에 늘 끼어있다.

상황이 일어난 게 먼저고, 자료 조사가 그 이후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던전 PTSD를 대비하기 위해 겸사겸사 공부한 것은 맞지만….

이렇게 단체 정신 오염에 사태에 대비한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런데 논문은 그것마저 예측했다는 듯 내게 예시를 보여줬다.

나는 수화기 너머의 팀장에게 물었다.

“지금 바로 가야 할까요?”

  • 네… 정말 죄송하지만….

팀장의 목소리 상태가 좋지 않다.

보통, 던전에서 발생한 모든 상해는, 해당 길드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다.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오든 길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야 당연한 것이 던전은 입찰에서부터 경쟁이다. 내부의 보상을 보고 진입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게 맞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던전, 사슬지옥은 명백한 S급 던전.

등급이 S급으로 올라가는 순간 던전은 황금이 아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버린다.

던전 브레이크로 인한 위험도와, 던전 공략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감에 반해 그 보상은 A급 던전과 차이가 없는 경우가 지금까지는 대부분이었으니까.

따라서 길드들 또한 굳이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하지만 위험도는 최상.

누군가는 그 위험을 감당해야만 했다.

협회는 이런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일종의 연대 책임 제도를 만들었다.

S급 던전 같은 기피 던전의 공략에 성공한 길드에게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책임을 협회가 함께 나누어지는 것.

그리고 지금, 그 만약의 사태가 터진 것이다.

나는 자연스레 헌터 협회의 소속 상담사이니 이 일의 책임자가 되는 것이고,

“일단, 간단한 증상이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나 언행.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나는 간략히 현재의 상태를 물었다.

  • 그게… 저희도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는 이어서 덧붙였다.

  • 우선, 순간적으로, 아주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료를 향해 위해를 가하려 한다거나, 의미 없는 파괴 행위를 반복하는 등….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차량으로 이동하면 금방 ….”

  • 아닙니다. 상담사님. 저희가 이미 차량을 보냈습니다. 아마… 지금쯤 댁 앞에 도착했을 겁니다.

빠르기도 하지.

… 전화하기도 전에 보낸 것 같다.

나는 추가적인 정보를 묻지 않았다.

어차피, 가면 다 알게 될 일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가죠.”

그리고 하얀색 가운을 걸쳤다.


차량을 타고 협회에 도착했다.

들어가자마자 내부가 바쁘게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 타다닥.

수십 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서류를 옮기고 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한 팀장이 거의 달려오다시피 했다.

“상담사님!”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는 벌써 얼굴이 핼쑥해져 있었다.

“상황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현 상황을 물었다.

“우선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는 나를 이끌고 통제실 쪽으로 향했다.

복도에서 팀장은 내게 간략한 설명을 이었다.

“현재 사슬지옥 공략에 투입되었던 대해 길드, 공략 팀 전원이 저희 협회에 있는 상태입니다.”

“총 몇 명인가요?”

“인원은 경상자 한 명을 제외하고 총 스물네 명입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육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부 길드장인 해왕의 긴급 보고가 있었고, 저희 감식팀의 결과도 똑같았습니다.”

“전원… 정신 오염입니다.”

나는 그 순간 누군가의 얼굴이 머리에 떠올랐다.

내 동기, 메어리.

그녀도 현재 오염에 노출되어있다는 소리였다.

던전의 정신 오염이라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애초에 마력에 의한 상태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마나를 통한 치료는 불가능하다.

A급 힐러의 치유 마법도, S급의 포션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S급 힐러의 개념 자체를 치유하는 권능이라면 다르겠지만….

일종의 저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치료법은 시간이 약이라는 무책임한 기다릴 뿐이다.

모든 증상을 억누르며, 최대한 외부의 노출을 차단하고.

증상을 억누르는 케어를 하는 것.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스물 네명을 전부 수용하려면 내 생각에는 그곳밖에 없다.

‘이방인 격리소.

아마 거기로 옮겨지지 않을까.

여기서 가깝기도 하고, 애초에 설계 자체도 단체 전이를 염두에 두고 엄청 크게 해놨기 때문에 현재 공실이 매우 많다고 들었다.

“전 인원 즉시 이방인 격리소로 이송되었습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이러면 당분간 나도 거기서 살아야 할 것 같다.

겸사겸사 유월 씨도 케어하고 좋네.

그래, 좋게 생각하자.

협회의 건물과 이방인의 격리소는 이어져 있다.

조금만 가면 된다.

“우선 부길드장인 해왕… 아, 강민호 헌터부터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순간 이름을 까먹었었다.

그가 아무래도 총책임자다 보니, 그와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 보였다.

“네. 그렇게 하시죠.”

팀장은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상황실에 도착했다.

여기서 저번 설유월처럼 강민호가 격리되어있는 상담실로 향하면 그의 숙소와 연결된 면회실이 나올 것이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네. 음… 314호로 가시면 됩니다.”

나는 그의 안내를 받아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314호실 앞에 멈춰 섰다.

나는 짧게 심호흡을 했다.

정신 오염은 원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알 수가 없다.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잘 부탁해.”

나는 허공을 보며 살짝 중얼거렸다.

[( •̀ ω •́ )✧]

[저만 믿어주세요! 사용자님!]

나는 그 자신감 넘치는 답을 보고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어두웠다.

유일한 광원은 두꺼운 유리 벽 너머로 보이는 방의 전등뿐이었다.

그리고 그 침대 위에는, 한 중년의 남성이 쭈그리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머리조차 무릎에 박아둔 상태다.

“…….”

내 인기척을 느꼈을 텐데, 그는 일어나지도 않고 있었다.

“강민호 헌터님. 괜찮으신가요?”

나는 일단 먼저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강민호의 상태를 확인했다.

[강민호]

[메인 스탠스]

[나는 실패했습니다. 길드원들의 정신 오염은 전부 제 책임이며, 죄책감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역시 저는 리더가 되는 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따뜻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심각하다.

일단 두서없이 주르륵 나열되어있는 그의 상태로 보건대….

부정적인 감정이 한없이 증폭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유리벽으로 천천히 더 다가갔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강민호 헌터님. 이제 괜찮습니다.”

중년의 남성은 내 말에 무릎에서 고개를 살짝 들며 눈을 마주쳤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공허한 눈동자가 보인다.

“… 누구시오.”

그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처럼 거칠었다.

“저는 헌터님을 도와드리러 온 상담사 유선우….”

“… 할 말 없소.”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갈 의지가 없다는 거절의 표시였다.

나는 다시 그에게 말을 걸려 했다.

[삐빅!]

[위험합니다….]

[(。•́︿•̀。)]

[다음 질문 시, 대상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확률: 96%]

이런.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계속 죽치고 앉아 있기에는 한시가 급했다.

다른 스물세 명의 환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나는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X 표시를 취했다.

지금은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신호다.

그냥, 다음 사람을 찾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나는 아무런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잇는 면회실을 나와 다시 통제실로 향했다.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내 말에 팀장의 얼굴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아… 그렇군요….”

“다음 순서의 책임자가 누구인가요?”

“음… 아마 메어리 헌터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으로 하죠.”

그래.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바로 팀장이 안내하는 상담실로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강민호의 방과는 달리 그녀의 방은 아주 밝았다.

그리고 침대 중앙에는 보랏빛의 여성이 앉아 있다.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신비로운 빛의 머리카락.

그녀는 옷 또한 갈아입었는지, 상당히 편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우와.”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침대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의사 선생님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나 또한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동시에,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쥴리아 메어리]

[메인 스탠스]

[오랜만에 보는 ‘‘‘‘동기’’’’ 입니다. 그의 의사 가운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90%]

[오랜만이네.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어?]

메인 스탠스만 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오랜만이네.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어?”

따라서 나는 대화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웅. 없는데?”

그녀는 아픈 곳이 없다는 듯 양팔을 들더니.

내게 몸을 보여주기 위해, 그대로 빙글- 돌았다.

“그렇구나... 다행이네.”

나는 다음 말을 고민했다.

‘네가 정신 오염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내가 전해야 하는 말은 그거였다. 나는 그 말을 최대한 정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메어리는 내 고민을 알아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왜 왔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오랜만에 만났는데… 뭔가 되게 속상한 장소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메어리는 천천히 덧붙였다.

“정신 오염… 나도, 많이 놀랐어. 왜냐면… 나는 아닌 줄 알았거든.”

“다른 팀원들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던전 안에서부터 진작에 알고 있었어. 행동 자체가 이상했으니까.”

“그런데 나는 아니었어. 그래서 오염의 대상이 아닌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도 오염에 노출됐다나 봐?”

메어리는 나와 그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강화유리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 유리 위로 자신의 몸을 기대었다.

  • 꾸욱….

“근데 선우야. 네가 보기에는 어떤데?”

그녀의 신체가 유리벽에 꾸욱 하고 눌렸다.

메어리는 그 자세 그대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정말로 오염된 것 같아?”

그녀는 그 말과 함께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