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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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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의 금빛 눈동자가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대해의 길드원들을 훑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다시 메어리에게로 향했다.

“다른 분들은 조금 피곤해 보이시는데….”

진세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헌터님은 유독… 멀쩡해 보이시네요.”

메어리가 피식 웃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곧 보고서를 통해 아시게 되겠지만… 던전 내부는 여간 피곤한 곳이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네. 뭐.”

애초에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세아 또한 대충 넘겼다.

그 모습에 메어리의 눈썹이 희미하게 꿈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메어리는 그렇게 다시 대해의 길드 쪽으로 돌아갔다.

“… 거슬려.”

진세아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잊고 있던 소문이 떠올랐다.

아니지, 소문이라기보다는 공공연한 비밀에 가까웠다.

몇 년 전, 떠돌았던 해당 이야기에 의하면 원래, 선우는 대해 길드로 갈 뻔했다 들었다.

물밑에서, 당시 황금기수의 최고 유망주였던 메어리와, 1+1 계약으로 묶여서.

하지만, 그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 위재완이 재빠르게 유선우를 하이재킹했다.

대해가 노릴 정도의 이방인이라면,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을 것이라 그리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 유선우는 전투원으로서는 뛰어난 능력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결국 그 1+1 계약이 성사될 뻔했던 진짜 이유는 유선우의 숨겨진 실력과 퍼포먼스 때문이 아니라….

메어리의 ‘요구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해에게 자신이라는 특급 매물을 담보로 유선우를 데려가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진세아의 순도 100%의 추측이고.

세간에 퍼진 소문은 정확히 ‘유선우가 대해에 메어리와 1+1로 갈 뻔했다. 까지이다.

따라서 계속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제로 둘의 사이가 꽤 괜찮아 보이기도 했고.

이렇게 직접 자신에게 와서 선우의 안부를 묻는 행위 자체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이니까.

땅에 처박혔던 A급 헌터는 꿈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정신이 돌아온 듯,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며 자책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진세아는 그 모든 광경을 무심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분명.

뭔가 있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협회로 향했다.

일단은 그냥 간단하게, 던전에서 장기간 체류한 헌터들의 상담 기록을 보고 싶어서.

뭐, 아예 쓸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담소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것보다는 머릿속에 뭐라도 집어넣는 편이 나을 테니까.

“아! 상담사님 오셨어요?”

자료실의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다.

벌써 꽤나 얼굴을 익혔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자료 찾으러 왔어요.”

이미 아까 키오스크로 검색은 다 해놨다.

ZU- 1에서 ZU 21까지. 그 파트가 던전 PTSD에 관한 치료 사례에 대한 기록이더라.

“Zu-1에서 21까지 전부 뽑아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고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 덜컹!

그리고 곧.

그녀는 카트를 힘겹게 밀며 다시 나타났다.

카트 위에는 내 키보다 높게 산더미 같은 서류 뭉치가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

뭐야 이거…?

나는 그 양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는 당황스럽다는 듯 턱을 긁적였다.

“양이 좀 많네요…?”

나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서류의 산을 조용히 내 차로 옮겨 실었다.

그리고 향하는 곳은 집.

상담과 업무는 상담소에서.

그러나 자료 조사나 공부는 집에서.

그게 나만의 묘한 루틴이었다.

뭐가 다른가 싶지만, 그냥 서재에서 자료를 공부하는 게 머릿속에는 더 잘 들어오더라.

유난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나는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서류들을 서재 책상 위로 와르르 쏟아부었다.

커피도 진하게 한 잔 타고.

김이 피어오르는 잔을 들고 서재로 돌아왔다.

그리고 서류의 산 앞에 앉았다.

이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컴퓨터를 켜고, 실시간 뉴스 속보를 확인했다.

던전은 붕괴하였고, 마력 역풍 또한 지금쯤이면 잦아들었겠지만, 그 여파로 또 다른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화면 가장 위에는 방금 막 올라온 기사가 떠 있었다.

[대해(大海) 길드, S급 게이트 '사슬 지옥' 단독 공략 성공… 경상자 단 한 명에 그치는 기염 토해….]

나는 기사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렸다.

큰 부상자는 확실히 없다.

경상자가 끝이라고는 한다.

다행이다.

내 책상 위에 있는 서류 조사는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한 거고….

사실 문제가 없는 게 가장 좋은 법이니까.

그러나 정신과 관련된 질환은 바로 간단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그 내면은 이미 곪아 터지기 직전일 수도 있으니까.

따라서 나는 하는 것을 하면 된다.

나는 서류 더미의 첫 장을 펼쳤다.

  • 스르륵. 스르륵.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눈이 뻐근하고 허리가 아프다.

나는 그 안타까운 기록들을 읽고 또 읽었다.

상담사들의 노하우와 그들의 고통을 내 것으로 만들고 또 이해하려 했다.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으아….”

피로감이 슬슬 있지만….

아직도 절반도 읽지 못했다.

이게 맞나….

그만큼 던전 PTSD는 흔한 증상이라는 거겠지.

나는 남은 서류 더미를 한번 슥 훑어보았다.

  • 촤라라라락….

한 손에 넣어 넘기던 중.

  • 털썩.

중간에, 묵직하게 무언가가 걸렸다.

“…….”

손끝에 이질적인 감촉이 느껴졌다.

협회에서 막 출력한 새하얀 A4 용지들 사이로, 손때가 묻어 누렇게 변색하고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한 종이 한 장.

“으아!”

나는 나도 모르게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그 서류를 책상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또 누런 서류다.

나는 팔만 쭉 뻗어, 실눈으로 종이의 첫 장을 뒤집었다.

그리고 제목을 확인했다.

제발 아니기를.

[CASE 1: 던전 공략으로 인한 정신 오염에 관한 고찰.]

  • 철푸덕.

나는 다시 덮었다.

이 필체, 종이의 질감까지.

확실했다.

심지어 분류 번호조차 ZU 시리즈도 아니었다.

[M- 15]

이건 또 뭐야 진짜….

자꾸만, 신청하지도 않은 자료들이, 내 서류 더미에 섞여 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저번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논문 저자는 비공개.

나는 순간적으로 번쩍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야. 빨리.”

시스템을 호출했다.

[……….]

그러나 웬일인지 대답이 없다.

아니 뭐야?

“친구야??”

[… … 아, 네! 부르셨습니까?]

“너 혹시, 이 논문에 남은 흔적을 조사해서 대상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어?”

비대면 상담 프로그램의 방화벽을 뚫고 대상이 누군지 알아냈던 녀석이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음…….]

녀석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뒤적뒤적)]

[(;・`ω・´)]

시스템 창 위로 땀을 뻘뻘 흘리며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는 듯한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나는 그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 (ゝ。∂)]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녀석은 내 절박한 질문에, 윙크를 날리는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응… 그래….”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나.

결국 이번에도 논문의 저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이 논문의 정확도는 매우매우매우매우 높아 보입니다!]

[100%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기록일 가능성이 높으니 신뢰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나는 결국 고개를 저으며 양손으로 뺨을 툭툭 두들겼다.

보면 된다.

그래 읽으면 되는 것이다.

이게 저번에도 그렇고, 내용은 좀 극단적이기는 한데 내가 처한 상황을 아주 잘 반영하기는 했다.

어디까지나 좀 많이 극단적일 뿐.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첫 장을 펼쳤다.

[논문에 앞서, 모든 과정은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어 그래.

늘 그렇듯 실제 사례라고 강조 한 번 해주시고.

[사례 M-15: 던전으로 인한 감정 이상 현상, 그러나 정신 간섭의 계통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내담자 M(S급 여성 헌터)는,장기간의 던전 공략 끝에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를 앓고 있었음. 공략 대상이었던 던전은 내부 진입자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특성을 가졌으며 내담자는 그 치료를 위해 장기간의 상담을 받는 중이었음.]

“… 이거 혹시.”

사슬지옥이 정신 간섭이 존재했던 던전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추측은 있었으나, 직접 진입하여 공략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직 정신 간섭계 던전이었다는 공식적인 보고는 없었지만….

일단, 논문의 사례는 정신 간섭계의 던전이었던 듯했다.

나는 다음 장을 넘겼다.

[1회차]

내담자 M: 어떤 소음이 너무 시끄러우면, 그 근원을 부수고 싶다는 충동이 머리를 지배해요. 아주 사소한 짜증이, 순식간에 살의로 변하는 것 같아요.

상담사: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증폭… 이해했습니다.

상담사: 이곳은 안전한 공간입니다. 앞으로는 아주 사소한 감정이라도 느껴지는 즉시, 제게 알려주십시오. 억누르는 것보다, 즉시 방출하며 해소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겁니다.

밑에는 이번에도 빨간색 휘갈겨 쓴 첨언이 달려 있었다.

[내담자 M은 정신 오염계 던전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증폭되는 정신 간섭계의 현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 기본적으로 우수한 헌터들은 마나로 인해 감정 과잉이 심함. 따라서 그와 중첩되는 경우를 주의해야 할 것.]

[따라서, 상담사는 사소한 감정도 빠르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이를 유도했음.]

그런 느낌으로 진행했구나.

… 뭐 틀린 접근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이런 위험한 간섭 계통의 경우에는 헌터들을 협회에 격리시키고 간섭이 완전히 치료될 때까지 집중적인 상담을 진행할 테니.

사소한 감정이라도 빨리 털어놓게 하는 것은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였을 것이다.

나는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재빠르게 상담 회차를 넘겼다.

[6회차]

내담자 M: 부정적인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점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할까요? (웃음)

상담사: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혹시나 무슨 사소한 감정이 들어도 제게 알려주세요.

내담자 M: …… 네. 우선 알겠어요.

[기록: 상담사의 판단은 적합했고, 베테랑 상담사답게 내담자 M의 정신 질환은 날이 갈수록 호전되었음.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에 점점 집중하기 시작하는 경향을 보임. 이후, 지켜보며 몇 가지의 테스트만 통과하면 끝이라고 여김.]

나는 그냥 계속 읽어 내렸다.

여기까지는 좋다.

재빠른 질환에 대한 판단과 적합한 대처까지.

이번에는 혹시 문제가 없는 걸까?

[8회차]

내담자 M: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에는 그냥 너무 행복해요. 던전 공략도 우수했고… 하늘도 너무 맑고… 그냥 너무 기쁜 일뿐이랄까요.

상담사: 그렇군요. 내담자님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기분이 좋습니다.

상담사: 그래도 아직, 사소하게 드는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면 제게 알려 주세…

기록에 따르면, 내담자 M은 상담사의 말을 끊고 그를 불렀다고 했다.

내담자 M: 저, 상담사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상담사는 내담자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음. 그 모습을 본 내담자 M의 표정 또한, 상처 입은 듯 일그러짐.)

상담사: 그렇 군… 요.

내담자 M: 앗, 죄송해요. 조금 곤란하셨죠? 선생님께서 전부 말씀하라고 하셔서….

(그러나 이내 내담자 M은 표정을 풀며 먼저 양해를 구했고, 상담사 또한 안도하며 천천히 매뉴얼에 입각한 설명을 시작함.)

상담사: 마음은 너무 감사하지만, 내담자님과 상담사의 관계는….

그 이후의 설명은 너무 잘 아는 내용이었다.

매우 흔히 있는 일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해서 덜어내다 보니, 그 빈자리를 긍정적인 감정이 채우고 그 모든 감정이 상담사에게로 향하는, 전이 현상.

이는 상담을 끝마치거나, 혹은 격리를 끝마쳐 바깥세상으로 나가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문제라고 봐도 된다.

분명, 그럴 것이다.

[기록: 상담사는 내담자 M의 급작스러운 고백을 단도직입적으로 거절할 경우, 내담자의 부정적인 감정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고 여겨 순간적으로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음. 이는, 명백한 미흡함이었음을 본인 또한 인정함]

[기록: 그러나 내담자 M의 치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녀가 먼저 상황을 이해하고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기에 상담사는 원칙적인 설명을 통해, 그녀를 회유하기로 결정함.]

뭐가 문제라는 거지?

대응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10회차]

상담사: 축하드립니다 M님. 아마 오늘이 마지막 상담이 될 것 같네요. 다른 길드원분들 또한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내담자 M: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상담사: 네 그렇습….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내담자 M이 상담사에게 달려 들음.)

내담자 M: 하아…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 제가 계속, 밤마다, 미친 듯이 생각을 해봤거든요? 근데. 근데 진짜 이해를 못 하겠어요.

내담자 M: 대체!!! 왜!! 나를 거절하는 거죠!!!

(그녀는 상담사 위에 올라타 압도적인 힘으로 그를 짓누르며 상담사의 옷과 자신의 옷을 염동력으로 벗겨내기 시작함.)

(헌터 협회의 대응팀이 즉각 출동했으나 내담자 M의 고유 능력 ‘트릭룸’으로 인해, 상담실이 이 세계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되었음.)

내담자 M: 하… 하아… 선생님은 틀렸어요.

내담자 M: 요즘 제가 행복하다 했었죠. 선생님도 같이 기분 좋아져요. 알았죠?? 대답. 네????

(이후, 내담자 M은 비명을 지르려는 상담사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틀어막아버림. 상담사의 모든 저항은 무위로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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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록은, 붉은색 블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검열이다.

내담자 M: 흐읏… 흐…?

(도중, 카메라에 내담자 M의 시선이 향함.)

(그녀는 피식 웃으며, 상담실의 기록용 카메라를 들어 자신의 모습과 그 아래에 깔린 상담사의 모습을 과시하듯 찍기 시작했음.)

■■■■■■■■■■■■■■■■■■■■■■

내담자 M: 빨리 대답!!!

상담사: 알겠… 어요….

내담자 M: 그래요… 잘했어요.

(내담자 M은 상담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입을 맞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박수를 두 번 치더니, 이후 둘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짐.)

여기까지가, 기록의 끝.

이제 첨언이었다.

[기록: 결론적으로, 모든 것의 대전제였던 ‘부정적인 감정 증폭’에 대한 진단은 완전히 틀렸던 것으로 파악됨. 던전 공략 이후, 심신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을 뿐. 이들이 겪은 진짜 질환은, ‘모든 감정의 증폭’이었음.]

[기록: 상담사는 내담자의 부정적인 감정은 서서히 제거했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은 오히려 증폭되도록 장려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음. 따라서 그 증폭되고 촉진된, ‘상담사에 대한 애정’이라는 감정이 거절당하는 순간. 질환은 더 이상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림.]

[사후 결과: 상담사와 내담자 M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음. 몇 년 후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두 사람이 아이를 안고 아주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무근.]

그러니까….

상담사가 처음에 판단했던 것과 달리, 내담자의 질환은 부정적인 감정의 증폭이 아니라. 모든 감정의 증폭이었고.

그 증폭된 감정이 거절당한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아니… 그래도 이건….”

상담사가 잘못 판단했다.

이것까지는 이해하겠다.

그런데, 나였어도 그와 똑같이 했을 것이다.

물론, 능력이 없다는 가정하에.

이걸 그의 과실이라 보기에는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이걸로 기록은 끝이었다.

나는 논문을 덮었다.

이걸로 얻은 교훈은 단순하다.

절대, 내 짐작으로 질환을 판단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

경계하고, 또 거리를 둔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던 바로 그때였다.

  • 띠리리리링….

고요한 서재의 정적을 깨고, 내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 상담사님!!

“네.”

수화기 너머로 협회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대해 길드원 단체 정신 오염이라고 합니다….

“…….”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 상담사님…?

나는 핸드폰을 든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펼쳐진 누렇게 변색된 논문을 바라보았다.

[CASE 1: 던전 공략으로 인한 정신 오염에 관한 고찰.]

제목에는 이를 예견이라도 한 듯 그렇게 적혀 있었다.

정신적 PTSD를 예상하여 자료를 가져오긴 했으나….

이 논문 기록과 현 상황은 기묘할 정도로 닮았다.

대체, 뭐지?

나는 떨쳐낼 수 없는 기시감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