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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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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과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저녁도 맛있게 먹고.

간만의 휴식을 조금 즐겼다.

그렇게 저녁, 자기 전이 되었고.

나는 서재의 책상 앞으로 가 앉았다.

혹시나 내일 상담소에 대한 예약이 있을 수도 있었기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켰다.

  • 스륵. 스륵.

역시, 아무도 없었다.

따로 닫지는 않았기 때문에 예약 신청은 계속 열려 있었지만….

신청한 사람은 없었다.

이거 혹시 예약 기능을 잘못 만든 건가?

딱히 신청하는 사람이 없네.

루나 이후로는 신청하는 사람을 못 봤다.

홍보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가끔 상담소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많아 상담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내담자들을 볼 때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약을 했으면 그럴 일이 없었을 터였다.

무언가 다른 방법을 만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텅 빈 예약 창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조금 전 협회에서 연락이 왔었다.

내일, 나를 좀 보고 싶다고.

상담소를 열어야 한다고 하니, 차까지 보내줄 테니 제발 와달라고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아마 상담소로 출근하지 말고 쉬라는 뜻이겠지.

협회의 호출이 아니었으면 나는 내일도 상담소로 출근하려 했을 테니까.

피해에 대한 보상과 정식으로 사과의 말을 드리고 싶다고 하더라.

이런 말 하는 게 조금 그렇기는 한데, 사실 납치를 당한 게 처음이라···.

나 또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지금은… 여러모로 괜찮다.

나름대로 정신 상담사로서 PTSD의 초기 증상을 경계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문제는 없었다.

악몽을 꾸지도 않았고, 갑작스럽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플래시백 현상도 없다.

정말로 괜찮은 걸까.

어쩌면 상담사는 자기 자신을 진단할 수 없는 직업일지도 모른다.

의사가 자신의 배를 가를 수 없는 것처럼.

“…….”

나는 그 생각의 꼬리를 잘라냈다.

원래 밤 9시 이후에 떠오르는 생각은 믿지 말라는 소리가 있다.

텅 빈 침대 위로 몸을 뉘었다.

그런데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나는 수면을 좀 미루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상담사가 된 이후 너무 바빠서 이렇게 누워서 핸드폰을 하는 게 얼마 만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일에만 치여 살았다는 생각은 한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우연히 익숙한 이름의 링크를 눌렀다.

그곳은 여전히 시끄럽고 활발했다.

나는 재밌는 글들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 엘리스 수영복 화보 B컷 공개 [121]

작성자: 완장 | 조회: 86,995 | 추천: 1012 | 댓글: 121


(사진)

(사진)


추천 수가 매우 높은 글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별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들어갔다.

사진을 본 후기는….

“예쁘네.”

잘 어울린다.

솔직히 말해서, 다소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내담자의 동생이 찍은 화보를 품평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나는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기 위해 휴대폰을 끄려 했다.

“어…?”

바로 그때였다.

나는 누운 상태에서 고개만 들어 내 다리 쪽을 바라보았다.

아니… 갑자기 왜….

나의 친구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존재감을 미친 듯이 내뿜고 있었다.

“왜 이러는….”

설마 이 사진 때문에?

나는 믿을 수 없어서 휴대폰 화면을 다시 바라보았다.

수영복 사진이니, 노출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 사진이면 뿔이 잔뜩 나기에는 충분한 듯했다.

나는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병원에서 의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주 작게, 약효의 일부가 신체에 남아… 의지와는 관계없이 갑작스럽게 충동이 일거나 혹은 신체의 특정 부위가 멋대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아.

미치겠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가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PTSD 같은 고상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늦은 아침에 집 앞으로 나왔다.

어젯밤 일은 그냥 해프닝이었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피로감을 안고 집 앞으로 나섰다.

오피스텔 입구에 낯선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서 있었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운전석에서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급히 내렸다.

“상담사님!”

그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괜찮습니다. 잠을 좀 못 자서요.”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열어주는 뒷좌석으로 몸을 실었다.

  • 스르륵.

차가 소리 없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협회 본부로 향했다. 그리고 익숙한 미팅룸에 마주 앉았다.

그는 내 앞에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내려놓았다.

“처음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직원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제 퇴원하시자마자, 상담 때문에 바로 설유월 이방인의 숙소로 향하셨다고….”

“네. 뭐 방 안에만 누워 있기에는 저도 좀 답답해서요.”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하하… 대단하시네요. 정말.”

“그래서… 오늘, 제가 직접 모시게 된 겁니다. 오늘만큼은 꼭 쉬셨으면 했습니다.”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상담사님은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유일의 헌터 정신 상담사이십니다. A급 헌터, S급 헌터들… 전부 엄청난 인력들이지만 그 분들과는 또 중요도가 다릅니다. 그런 분을 저희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헌터 백시은의 건은 저희 협회의 완벽한 판단미스였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내게 사과했다.

해태 길드 내부이기에 안전할 것이라, 너무나도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상담사님의 출신 길드이기도 했으니까.

앞으로는, 더 주의 깊게 신변 보호를 실시할 것이며.

이번 사건의 주범인 백시은은 현재 혼수상태로, 깨어나는 즉시 그 죗값을 단단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사과를 들어줄 뿐이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불가항력이라고 생각한다.

협회에 악감정은 없었다.

진세아에게는 포상이 지급될 것이며.

내게는 막대한 양의 위로금이 지급될 것이라 한다.

뭐 돈 준다는데 싫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감사히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더 논의 중이라고.

보다 빈틈없이 하기 위해 꼼꼼히 검토 중이라고 하더라.

솔직히, 백시은의 건이 워낙 이례적인 일이었고, 앞으로 내 신변에 문제가 생길 만한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 그렇다는 소리다.

직원은, 그 외에 다른 애로사항은 없는지 물었다.

아, 맞다.

나는 생각난 김에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예약 시스템을 조금 손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끔 상담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내담자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서요.”

홍보를 더 해서 여러 방향으로 알리면 좋을 것 같았다.

차라리 예약 시스템을 100%로 전환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건 또 조금 애매했다.

감정이 격해졌을 때 즉흥적으로 찾아오는 내담자들도 있었으니까.

내 제안에 직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사실 저희가 준비한 게 하나 있기는 합니다만….”

“어떤 거죠?”

그는 설명을 시작했다.

협회는 내가 완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을 원하는 눈치였다.

상담사가 납치당하고 바로 다다음날, 일터로 내몰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협회가 질타를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따라서 협회는 내게, 아예 당분간 휴식을 권장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희가 상담사님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습니다. 내담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시는 그 마음을, 저희가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절충안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패드를 켜서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려주었다.

화면 속에는 메신저 형태의 프로그램 하나가 실행되고 있었다.

“온라인 상담입니다.”

나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라면, 예약 문제로 상담을 받지 못했던 내담자들의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텔레 테라피.

비대면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을 뜻하는 용어다.

게다가 비대면 상담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나의 안위 또한 보장될 수 있다.

“… 좋은데요?”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어떻게 알려야….”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직원은 내 걱정을 읽기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식 길드에, 해당 시스템에 대한 공문을 발송할 생각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면 안 될 이유가 없는데?

이걸 왜 망설였지?

물론, 분명 한계는 있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아이컨택.

시선을 직접 맞대고,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너지가 나는 경우가 있으니까.

따라서,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건 맞다.

아예 기회를 받지 못하는 헌터들도 있었으니까.

“다만… 안 그래도 과로가 심하신 상담사님께, 업무가 더 누적될 것이 염려되어 이 부분은 다른 일반 상담사분들께 넘기는 것을….”

“아, 그건 괜찮아요.”

나는 그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정말, 상관없었다.

“그 사람들도 하고, 저도 하면 더 좋죠. 뭐.”

이건, 나의 약간의 사명감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보다 잘 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나는 헌터였었고.

그들이 겪는 그 고충 대부분을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헌터들의 상담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한편.

토끼굴.

“언니….”

“응?”

엘리스가 루나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왔다.

평소라면 노크도 없이 벌컥 열고 들어왔을 동생이었다.

“얘기 들었어.”

루나는 흠칫했다.

아무래도 벌써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아직 진짜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찍어볼까’ 하고, 아주 잠깐 고려한 후, 매니저에게 살짝만 얘기했을 뿐인데.

벌써, 엘리스의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

당연히 매니저가 말했을 리는 없고… 누군가 들은 것이 아닐까.

루나는 다급하게 답했다.

“아니, 아니야! 나는 그냥, 옷만 예쁘게 입고, 소장용으로만….”

  • 벌컥.

엘리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방을 나갔다.

  • 깡총깡총!

그리고 어딘가로 뛰어가더니.

복도 저편에서부터, 무언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루나의 문앞에 당도한 엘리스는 자신의 방에서 가져온 옷 한 벌을 들고 있었다.

아니, 저게 옷이 맞긴 할까?

그건 옷이라기보다는 천 쪼가리에 가까웠다.

몸의 가장 중요한 부분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릴 수 있을 정도의 끈으로만 이루어진 무언가.

엘리스는 그것을 루나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입어.”

“내가?! 이걸?!”

“응. 내가 소장용으로 찍어줄게.”

엘리스는 아주 해맑게 미소 지었다.

“벗어.”

“꺄아아아악!!”

루나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 위로 뛰어올라 이불 속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즉시,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도주 마법인 토끼굴을 사용했다.

‘토끼굴!

그러나.

[이미 토끼굴입니다!]

루나가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때.

  • 덥썩.

“히이익?!”

이불 밖으로는 작고 귀여운 동그란 꼬리만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엘리스는 그 꼬리를 아주 귀엽다는 듯,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이불 밖으로 질질… 끌어냈다.

  • 꺄아아아악! 선생니···!

그날 저녁, 토끼굴에서는 오랫동안 한 마리 토끼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