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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와 GN1의 경기가 끝난 직후.
[중국의 번개가 북미의 바람을 가르며 브래킷 스테이지 1승을 아주 가볍게 챙깁니다!]
현 중국 리그 1위이자 이번 대회 승률 배당 1위인 BBG는 북미팀을 가볍게 잡아내며 브래킷 스테이지 1승을 챙겨 승자조로 올라섰다.
“이러면 ST랑 붙게 되나?”
“록드컵도 아니고 MSC인데 뭐 어때. 우리가 꿇릴 게 뭐가 있다고.”
“그리고 오히려 좋을지도 몰라. 어차피 보니까 프라우드는 최소한 토너먼트 전에는 안 올라온다던데.”
“아까 봤던 그 여자애가 나오려나.”
“그러겠지.”
BBG의 선수들은 대기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다음 경기에 대해 이것저것 늘어놓고 있었으나, 오직 단 한 사람만은 침묵을 고수했다.
“너도 뭐라 말 좀 해봐. 오랜만에 ST랑 붙는 건데.”
“물론 프라우드는 없지만.”
“오히려 쟤한테는 호재지. 난 지지난 록드컵 결승 아직도 못 보겠더라.”
“야. 말 조심해.”
당시 프라우드에게 파이널 MVP를 헌납한 비숍이기에 동료들은 순간 잘못 꺼낸 말에 노심초사했지만, 그는 그저 담담하게 질문을 꺼냈다.
“...우리 다음 경기가 언제였지.”
“나흘 뒤.”
BBG의 미드라이너는 동료의 대답을 듣자마자 분석하던 화면도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독님, 저희 언제 숙소 돌아가죠?”
“아마 곧?”
승자 인터뷰도 다 한 상태라 그 말 그대로 금방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그는 그 짧은 시간조차도 아까운 모양이었다.
“저 돌아가서 연습실 좀 써도 됩니까?”
“피곤하진 않아?”
“저희 오늘 세 판밖에 안 했잖아요.”
“뭐, 그럼 이따 호텔에 세팅해 둔 방으로 가. 도착하면 아마 직원이 열어줄 거야.”
그는 가볍게 목레한 뒤, 마저 짐을 챙기고 아까 다 못 본 오늘 경기 리플레이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쟤 오늘따라 왜 저래?”
“다음 상대가 그 여자잖아.”
ST True.
한국 서버 솔로 랭크에서 당당하게 팀명과 선수 닉네임을 넣고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걸 다 감안해도 중국 내에서 그녀의 인지도는 최상위 중에 최상위였다.
그녀가 2군이긴 해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ST의 선수라는 것이 인지도에 작용하는 큰 요소 중 하나였으나, 최소한 중국에서는 그 인지도를 보유한 이유가 약간 달랐다.
—마녀(魔女).
현 중최미—중국 최고 미드라이너—인 비숍을 필두로 인지도 있는 어지간한 유명 중국 미드라이너를 솔로 랭크에서 패고 다니는 여성 챌린저이자 프로게이머.
그리고 록의 모든 것을 파헤치고 분석한 듯한 플레이에 붙은 또 다른 이명은 광녀(狂女).
악의 제국 취급받는 ST의 선수로는 퍽 어울리는 이명들 뿐이었다.
“ST는 어디서 자기들 같은 것만 데려온다니까.”
“애초에 여기 프라우드 피해자 모임 아니었어? 비슷하게 당하는 거지 뭐.”
“...씁.”
자조 섞인 헌터의 발언에 대기실의 분위기가 갑자기 침울해졌다.
아무튼.
대륙에 퍼진 트루의 명성이 가리키는 방향은 한국과 사뭇 다른 만큼, 프라우드의 뒤를 이어 솔로 랭크에서부터 그들을 짓밟고 있는 트루에 대한 호승심은 그녀가 2군 선수라는 사실 따위 중요치 않게 했다.
“내가 알기론 쟤 솔랭에서 트루 그 여자애한테 이긴 적이 한 번 빼곤 없을걸.”
“나 그때 기억해. 좋아서 내 방송에까지 소리 들릴 정도로 소리 질렀던데.”
“내가 언제.”
“그랬잖아. 영상 보여줘?”
“......”
어째 비숍의 짐 챙기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번에는 무조건 이길 거니까 상관없어.”
그 대답에 동료들은 어처구니없어하며 그를 툭툭 쳤다.
“우리가 있는데 지면 말이 안 되지.”
“상대 라인업이 더 좋은데?”
“록드컵은 어쩔 수 없는거고, 지금 폼은 우리가 더 좋잖아?”
BBG의 헌터인 솬은 본인이 나락으로 보낸 대기실의 분위기를 다시 북돋기 위해 말을 이었지만, 망나니는 언제나 그렇듯 제 할 말만 했다.
“뭐, 그건 그거고. 내가 볼 땐 비숍이 그 여자한테 전생에 큰 잘못을 했다니까.”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뭔가 나쁜 짓을 했으니 심리전부터 말리고 들어가는 거겠지.”
그는 팔에 찬 묵주를 돌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럼 직접 미드에 서서 걔랑 싸워 보든가.”
“탑은 그딴 짧은 겁쟁이들의 라인 같은 데는 안 가.”
“......”
그는 그렇게 말하고선 비숍을 제치고 가장 먼저 대기실을 나서 버스로 향했다.
“저놈은 또 토르랑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네.”
“미드고 탑이고 팀 꼬라지.”
“너희들도 똑같아 이 녀석들아. 그냥 가서 버스나 타고 연습이나 하러 가.”
BBG의 감독은 한숨을 쉬고선 선수들을 대기실 밖으로 떠밀었다.
‘밴픽 준비 못 했다간 맞아 죽겠군.’
빌어먹게도 밝게 빛나는 스타들과 더불어 그 밑의 팬들의 성화를 받아내야 하는 BBG의 감독은 아직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 몇 개를 떠올리다, 이내 머릿속에서 지웠다.
‘......쯧.’
ST에 있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대다수의 선수들이 그랬듯 그를 막는 건 언제나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달랐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프라우드란 거대한 장애물이 사라진 상태였다.
분명 기뻐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4대 리그가 있는 지역은 각각의 서버가 있다.
한국 서버를 쓰기엔 핑—서버부터 기기까지의 신호 왕복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높은 탓에, 국제전을 치를 때는 게임사에서 선수들에게 해당 지역 서버의 최상위 티어 슈퍼 계정을 쥐어준다.
그런 고로, 나는 오랜만에 ‘ST True#KR1’ 계정이 아닌 다른 계정으로 LOC에 접속했다.
—캬
—이걸 열어줘?
—역시 트황
—대
—트
—루
—대대대
—어어 그건 안된다
—ㅋㅋㅋㅋㅋㅋㅋ
—그 감독 곧 다시 보긴 해~
—BBG 감독?
—ㅇㅇ
—ㅋㅋㅋ
—ST에서리그우승도하고외화벌러중국가셔서리그1위밥먹듯이하시는감독님아닌가여진짜모름
—크아악
—슽팬들 ㅈ111ㄴ 잘긁네
—저 새1끼 밴좀요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오늘 방송 뭐냐
—찬양하라
—매치도 이겨줘 방송도 켜줘 부품 정상화도 해줘
—숭배해야겠지?
방송은 덤이었고.
“어째 오랜만에 켜보는 거 같네요. 잘 지내셨죠?”
나는 채팅창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전 적당히 제압하고선 시청자들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같은 게 아니고 진짜 오랜만에 켰잖아...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2주동안 잠수타는거 양심 ㅇㄷ?
—휴식기에도켜주겠다며휴식기에도켜주겠다며휴식기에도켜주겠다며
—록창새끼들...
—그냥 트루에 미친거 아님?
—유튭 보면 허구한 날 나오는 게 트루 얼굴인데
—맞긴해
—록 관련 유튜버들 조회수 치트키 = 트황
—ㄹㅇㅋㅋ
—그래서 대회하는데 왜 뜬금없이 방송켰냐
—ㄹㅇ
—한달동안 자린고비 대비하면서 플루크 방송이나 보러가려 했는데
—어허
—트루 방송에서 도망치는 것은 자고로 신앙을 잃는 것이며 [더보기]
—이제 프라우드 나오는거임?
“일단 프라우드 선수는 브래킷 스테이지 끝날 때까지는 안 나올 거예요.”
어차피 이번 승자조에서 한 번 더 이기면 4강 진출이나 다름없다.
MSI 참가팀이 적은 만큼 나는 다음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딱 여기까지만 하고 빠지는 게 적절했다.
—그런 거 막 말해줘도 돼요?
—기밀 사항 아님?
“스크림을 제가 했는데 다른 팀들이 모를 리 없겠죠?”
어차피 완전한 보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알 팀들은 다 알고 있어서 이 정도 정보는 정보 축에도 못 꼈다.
—ㅇㅎ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래서 스크림 누구랑 함?
“밀키웨이랑 이번에 BBG한테 졌던 FLL이요.”
밀키웨이야 원래부터 ST가 국제전 가면 곧장 맞붙지 않는 한 항상 같이 스크림하던 사이고, FLL은 북미에서 알아주는 명문팀이다.
스크림 상대로는 충분했다.
—많이 이김?
—말해주겠냐
—ㄹㅇㅋㅋ
“그건 비밀이어서 안 되고, 대신 오늘 방송 켠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나는 솔로 랭크 로비로 들어가고선 말을 이었다.
“BBG는 한 경기만 이겨도 바로 만나서 다른 중국팀이랑 스크림을 잡았었는데, 그쪽이 갑자기 오늘 스크림 계획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더라고요.”
—뭣
—뭐뭣
—-짱-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중국팀들 스크림도 공유하지 않냐
—그럴걸
—그럼 안해주는 게 손해 아님?
—ST 밴픽 분석 이미 다 했다 이거지 뭐
—스크림 안 하면 실전 감각 떨어지니까 그거 노린건가
—그런 듯
—근데 중국 딱 2팀 출전했자너
—이러면 이름 안 말한 이유가 없잖아
—?? : 알아.
—역시 돌리는 건 트황
—통나무와 선수들에 이어 팀도 돌려버리시는 대트루
—선수 돌린 건 씨1발아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런 고로 오늘은 솔랭입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림 대신 잡힌 큐.
나는 주저 없이 수락 버튼을 눌렀고, 그대로 튕겨 서폿으로 떨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슈퍼계정도 라인 튕김?
—??? : 그것도 게임의 일부
—티오르 시1발아
—트루의 미드를 돌려줘
—미드 저기 잘 있는데?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트평
“뭐, 어쩌겠어요.”
나는 주저 없이 엔터를 쳐 채팅창을 열고 타자를 쳤다.
[ TSTST#No1 : Can I Mid? ]
—ㅋㅋㅋㅋㅋ
—뻔뻔한거 봐라
—개웃기네
—난 또 그냥 서폿 한다는줄
—어림도 없지
—빨리 양보해라 미드야 점수 올릴 기회다
—ㄹㅇㅋㅋ
[ 불안두꺼비 : 我不给你mid ]
어뷰징 방지니 뭐니 하면서 닉네임을 볼 수 없게 뒤틀린 숲의 몬스터 이름으로 채팅창의 닉네임이 바뀌어 있었지만, 일단 문자 그대로 현지인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거 지금 미드 안 주겠다는 거죠?”
—ㅇㅇㅇㅇ
—너한테 미드 안 줌이래
“자, 시청자님들? 검색해 오세요.”
누군데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나 구경이나 해 보자.
참고로 닉네임 좀 가린 건 가린 거고, 알아보는 법이 없다고는 안 했다.
전적 검색 하면 바로 나오니까.
—씹111련...
—얼굴만 덜 예뻤어도
—이걸 우리한테 시킨다고?
—ㅋㅋㅋㅋㅋㅋ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검색중인 트루단이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 미드가 누구인지 색출되었다.
—비숍이네
—?????
—BBG 미드?
—ㅇㅇ
—오
—안줄만 하긴 하네
—근데 트루 서폿 잘함?
“저요? 잘하죠.”
나는 1픽으로 알리스탄을 박으며 해맑게 웃었다.
“내일 싸우기 전에 어디 합 한번 맞춰 볼까요?”
저쪽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준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