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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 브래킷 스테이지.
4대 리그 1, 2시드 팀들과 더불어, 그 외 리그들이 플레이—인 스테이지라는 본선 진출전을 치른 뒤 남은 팀들이 섞여 본격적으로 붙게 되는 순간이다.
[자, MSC의 공식 일정은 지난주에 시작했지만, 본선은 지금부터입니다.]
[본격적인 대회의 시작을 알릴 오늘 GN1과 ST의 경기.]
[만 오천 석이 넘는 카메토코프 경기장은 지금 양 팀 팬들로 가득합니다!]
LOCK는 서울 애호가인 한국인들 아니랄까 봐, 수도에 자본을 싹 다 몰아넣고 수용 인원 사만을 훌쩍 넘는 거대한 LOCK 아레나를 지었다.
그에 반해 유럽 리그는 전통적인 스포츠에 기반하여 E-스포츠의 틀을 닦아서 그런지, 팀마다 홈 경기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런 만큼 경기장은 상대적으로 아담했고, 그만큼 관중들이 주는 부담도 덜 한 만큼 대회 첫 경기를 치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편안하네.”
“저 관중 수 가지고 긴장하면 경기 뛰면 안 되지.”
“형은 탑 갱이나 자주 와.”
“어림도 없네요. 절대 안 갈건데.”
실실 웃는 팀원들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굳은 채로 나를 바라보는 유럽 미드라이너의 정점인 캡틴을 흘긋 보고 있자니 시간은 퍽 빨리 흘러갔다.
[자! 오프닝 영상도 끝났고!]
[이제부터 이곳 프랑스에서 경기 시작부터 GN1이! 영원한 명가 ST를 본인의 대륙 유럽에서 맞이합니다!]
신호에 맞춰 맨 앞에 서 있던 양 팀의 탑이 스테이지로 걸어 나간다.
[ST의 탑이자 현재까지 역대 최고의 탑 라이너, 토르!]
[그에 맞서는 LOCE의 흉폭한 전사! 블레이드!]
그리고 탑에 이어 헌터들 또한 웅장한 소개와 함께 저 밝은 곳으로 올라갔다.
말인즉.
내 차례가 다가왔단 의미다.
[이제 만나볼 라인은 바로 미드!]
[먼저 GN1의 미드, LOCE 최다 우승에 빛나는 명실상부한 유럽의 사자왕, 캡틴!]
사실상 전 유럽이 홈이나 다름없는 그다.
경기장을 울리는 저 환호성은 딱히 놀랄 거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 MSC 브래킷 스테이지 첫 경기부터 놀라움을 주는 이 선수.]
[언제나 ST를 지키던 프라우드는 지금 이곳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잇는 선수는 있습니다.]
[리그 개편 이후 마스터 리그에서 전 세계 최초 무실세트 전승 우승, 그리고 한국 그랜드 리그의 파괴자이자, 프라우드에게 저 무겁기 짝이 없는 자리를 받아든 이 선수.]
[ST의 새로운 미드라이너, 트루입니다!]
캡틴이 들어올 때보다는 관중석의 소리가 작았지만, 현지 관중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선수가 프라우드 대신 올라온 셈이다.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다.
아마 현지 중계진들의 정성 어린 소개가 아니었다면 야유가 나와도 안 이상한 상황이리라.
“우우우.”
“프라우드를 내놔!”
“환불해 줘!”
그래. 그럴 거 같더라니.
나는 야유를 보내는 관중들—대개 GN1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이 모인 곳을 가리키고선,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오와아아아!]
[아무래도 이 선수, ST의 제국 아래에서 비호를 받고 자란 온실 속의 공주님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끈한 예고 세리머니, 프라우드의 예전 성격이 어디 사라졌나 했더니 이렇게 대를 잇고 있었군요!]
아직 마음에 불을 지피지 못한 팬들을 끌어모아 활활 태우는 건, 지금부터 내 몫이었다.
[자, 이렇게 MSC 브래킷 스테이지 첫째 날, GN1과 ST의 밴픽 모두 끝났습니다!]
[GN1은 탑부터 야쇼, 뽀비, 트리스타, 코그몽, 그리고 레나타 플라스크!]
[최근 힘이 많이 올라온 쌍포 조합을 가동함과 동시에, 유럽답다고 해야 할 밴픽입니다.]
대회 첫 경기다.
프라우드가 아닌 내가 나온다는 사실은 그 어떤 장애물이 되지 못했는지, GN1은 쌍포 조합을 가동함과 동시에 카운터로 꺼낼 수 있는 야쇼마저 가지고 갔다.
물론, 우리 조합도 할 말은 있었다.
[자, 그에 대응하는 ST.]
[탑에 크샨테, 헌터에 짜오란, 미드에 아제르, 바텀은 바루슨과 바든 조합입니다]
[너희들이 우리 앞에서 서커스를 해보겠다고? 그럼 해! 근데 우리는 안 할거야! 그렇게 말하는 조합입니다.]
우리가 뽑은 픽들은 말 그대로 든든한 챔피언들이다.
크샨테는 너프의 너프를 당했음에도 탱커이자 딜 보충이 가능한 만능 챔피언이고, 짜오란은 언제나 쌍포 상대로 궁극기의 밸류가 높다.
그리고 바텀은 애초에 바루슨으로 록드컵을 든 인간이 원딜이고, 딜 없는 서폿인 바든마저 궁극기의 의외성과 더불어 조작을 맡은 선수의 숙련도를 생각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미드야 뭐.
일단 존재는 하면 쓸 수도 있는 법이다.
“왜 아제르를 푸는지 모르겠다.”
“아제르 풀면 삼십 분 뒤에 맞는데, 오피픽 주면 지금부터 처맞잖아.”
“그건 그래.”
아무리 프라우드가 없으면 맛이 가니 마니 해도, 나를 제외한 ST 팀원들의 이름값과 체급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고로 리그 경기처럼 극단적으로 내게 밴픽을 다 사용하는 짓 따위는 못하니, 미드 OP픽 몇 개 자르고 나면 자연스레 아제르는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경기, 관건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유럽 최고의 미드 캡틴과, ST의 신인 트루의 맞대결이 가장 기대되는 건 맞지만, 사실 관건은 저 크샨테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크샨테의 단단함이 쌍포에 뚫리지 않으면 낙승이고, 그게 아니면 여러모로 고달파진다.
GN1이 고난도 조합을 고른 만큼, 후반 밸류 자체는 저쪽이 한 수 위니까.
물론 나중 가면 탑인 야쇼가 썩게 된다는 건 희소식이긴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비슷하게 컸을 때 얘기니 지금 말해 봐야 별 의미는 없다.
[자, 그럼 실제 인게임에서는 대체 이 밴픽이 어떻게 펼쳐질지 한번 지켜보시죠!]
[GN1과 ST의 MSC 브래킷 스테이지 첫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어어?]
[이거 라인 스왑인가요?]
[야쇼가 트리스타와 함께 미드에서 경험치를 나눠 먹고, GN1의 바텀은 탑으로 향합니다!]
“크샨테 체력 관리 안 되면 그냥 집 가.”
우리 측 헌터인 에레는 경기 출전 전 복도에서야 탑 갱 안 간다고 한 거지, 탑 동선을 짰다.
약간 경험치 손해를 보더라도 헌터와 같이 들어가면 안전하게 CS 파밍을 할 수 있을 터였다.
“나 이거 안 맞고 좀 버텨볼게. 되면 이득이야.”
안 되면 쪽박이라는 말은 쏙 빼놨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상대 헌터는 풀캠프를 돌지 않고 바로 탑으로 향했고, 그에 반해 크샨테는 경험치 좀 먹으려다가 체력이 반절 넘게 깎이고 타워 허깅을 해야 했다.
[빅웨이브 지금 들어옵니다.]
[크샨테! 2레벨 언제 되는거야!]
[오늘따라 타워 데미지가 야속하지만, GN1의 다이브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에레가 탑에 도착하고 확인한 건.
[ GN1 Same -> ST Thor ]
토르의 차가운 시체였다.
[크샨테 네가 단단한 건 아는데, 지금 당장 단단한 건 아니잖아?]
[GN1,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입니다!]
[다이브만 성공해도 이득인데, 적절한 분배로 킬까지 원딜인 세임이 먹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시작입니다.]
“나 이거 텔 타서 받아먹을게.”
“죽을걸?”
“안 죽어.”
[어? 어? 그 와중에 토르 부활하자마자 탑 타워로 순간이동!]
[아직 뽀비랑 바텀 어디 가지도 않았는데 이거 맞나요!]
그렇게 채 십 초가 지나기 전 우리는 다시금 부고 소식을 전해들었다.
[으아아아악! 크샨테 인생이 망했습니다! 그냥 쫄딱 망했어요!]
[이게 원래 참 단단한 친구인데 이러면 어떡하나요!]
“씁. 발화도 빠졌는데 딜이 이상하네.”
“......”
이상한 건 1레벨로 3레벨 셋한테 타워 믿고 뻗대는 본인 아니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심지어 토르에 비해 미드에서 일단 2레벨을 찍고 간 보면서 천천히 바텀 타워로 내려간 블레이드 선수의 야쇼는 약간의 부침이 있어도 최소한 근접 미니언이랑 경험치 자체는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드 경험치 밀리는 건 아제르와 트리스타의 근본적인 체급 차이를 생각해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러면 ST의 필승 전략 중 하나인 상체의 승리가 어려워집니다.]
그 뒤로는 뭐.
상체 주도권이 없으니 공격적이어야 하는 짜오란은 궁극기 찍을 때까지 얌전히 뒤틀린 숲의 몬스터나 잡았고, 탑은 더 이상 죽진 않았지만 쌍포를 막을 만큼 단단하지도 않았다.
[일단 그래도 용은 먹고 보자! 허수의 유충을 전부 내주고 용 2개를 챙기는 ST. 초반 사고가 일어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너무 무난하게 가면, GN1 쪽 쌍포의 밸류가 점점 빠르게 올라온다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점점 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타에서의 집중력 차이까지 더해지면 교환비는 파멸적이었다.
[으아악! 여기서 레나타 궁 대박!]
[GN1이 빠져나간 트루 선수를 제외하고 전부 싸먹고!]
[궁극기로 벽 넘어서 어떻게든 세임 선수를 납치한 토르도 결국 검거!]
[다행히 남작 몬스터 출현까지 일 분 정도 남아서 상대가 바로 치지는 못하겠지만, 이러면 상황이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어려워집니다.]
“우리 이거 남작 시야 어떻게든 뚫고 한타 봐야 해.”
“이번 턴에 못 끝내면 힘들다.”
“일단 탑이랑 미드 라인 관리 하고, 바텀은 은설이가 가서—”
“바텀은 그냥 버려.”
어차피 강가에 딱 걸친 라인이라 한타 끝나면 라인 손해는 봐도 게임은 안 끝난다.
근데 저거 먹겠다고 누구 하나 내려가는 순간, 이번 세트는 지겠다는 거다.
“이번에 무조건 해야 돼.”
한 턴을 버틸 수 있는 모래시계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방금 교전에서 상대 팀 챔피언들 또한 전부 플래시 주문을 소모했다.
“그냥 죽는다는 생각으로 들어갈 테니까, 처리 잘 해줘.”
유일하게 노 데스를 기록 중인 나다.
이쯤 되면 없던 팔다리 정도는 붙인 상태의 아제르라, 해줘야 할 것들은 할 수 있었다.
[역시 죽어야 된다면 탱커인 크샨테입니다.]
[크샨테와 바든을 필두로 어떻게든 남작 둥지 시야를 따는 ST.]
당연히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GN1은 곧바로 숨어 있던 C자 부쉬에서 이니시를 걸었다.
그리고 상대 팀 서포터의 궁극기 시전과 동시에, 나는 그대로 궁극기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사각으로 드리프트했다.
—짐을 따르라!
점프하는 트리스타.
돌진하는 야쇼.
궁 쓰고 나서 전진하던 레나타까지.
돌진 스킬을 막는 뽀비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현 상황에서 GN1의 딜과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셋을 깔끔하게 우리 진영으로 던져 넣었다.
[오아아아아아악!]
[트루 해줘! 하니까 진짜 해 줍니다!]
[잡고! 잡고! 다 잡아! 들어온 챔피언들 다 잡아라아아!]
[ GN1 Same -> ST True ]
[ ST Thor -> GN1 Blade ]
[ ST Ere -> GN1 Captain ]
[ ST Exor -> GN1 Poro ]
바든의 궁 타이밍이 어긋나 내가 죽긴 했지만, 졸지에 덩그러니 남은 상대 헌터와 원딜은 뒤로 빠져야만 했고, 우리는 그 기세를 몰아 남작 몬스터를 처치했다.
“이거 끝내야 해.”
“되나?”
“그냥 달려.”
어차피 여기서 못 끝내면 상대는 3코어 아이템까지 뜬다.
암울한 미래가 더 암울해진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지금이 사실상 게임을 끝낼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ST! 그냥 미드 밀면서 돌지이이인!]
[이 세트는 여기서 끝낸다! 날 막지 마!]
[남작 버프 때문에 코그몽 하나로는 지금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근거리인 뽀비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게 미드 억제기까지 날리고, 쌍둥이 타워에서 농성하는 두 명을 방치한 채 빠르게 철거를 완료한 우리 팀은, 노출된 GN1의 넥서스에 죽어라 평타를 쳤다.
[으아아악! 여기서 GN1 전부 부활!]
[이거 끝낼 수 있나요?!]
[누가 먼저 때리냐, 누가 먼저 죽냐의 싸움!]
“아.”
마지막 남은 토르의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타임어택의 결과가 정해졌다.
[넥서스! 아니! 저 넥서스 왜 안 터져요!]
[딱 두 대, 아니 한 대만 더 쳤어도!]
[원통하다!]
“이거 다음 한타—”
다른 소리는 들을 필요도 없다.
누군가가 말을 꺼내기도 전.
나는 아직 정리되지 않는 미니언 하나에 당당하게 텔레포트를 탔다.
도착하자마자 날아오는 레나타의 스킬과 야쇼의 바람 회오리는 일인칭으로 슬쩍 피하고, 모래 병사를 이용해 상대 넥서스에 최대한 접근한다.
그 직후.
—툭.
넥서스에 가볍게 한 대.
[트루! 트루가 합니다!]
[이 선수는 해 줍니다!]
[이렇게 GN1의 넥서스가 기어코 터지면서!]
[지지!]
[1세트는 ST가 가져갑니다!]
“...잘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직후 들린 칭찬에, 나는 그대로 스테이지에서 내려가며 말을 덧붙였다.
“우리 대기실에서 좀 볼까요?”
“......”
어째 다들 말이 없었다.
뭐, 아무래도 좋다.
“가죠.”
오늘 누구 하나 멀쩡히 대기실에서 나갈 생각도 못하게 해줄 테니까.
딱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