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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걸린 결승 진출전답게 선수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밴픽을 시작했다.
확실히 옵저버가 밴픽 단계부터 카메라 각도에 관여할 수 있다 보니, 온갖 기상천외한 샷이 다 나온다.
“우리 경기할 때도 저렇게 찍으려나?”
“선수들 고민할 때 굴욕짤 하나씩은 다 있을걸.”
“아니지, 은설이 얘는 없던데. 막 아래서 위로 찍어도 잘 나오더라.”
“......인생.”
스크라이크는 한탄하면서 벨의 팝콘을 한 움큼 집어먹었다.
“KTT가 확실히 첫 밴픽 준비는 잘해.”
“밀키웨이 픽들 너무 다 고난도 같은데...”
정석 대 정석으로 붙으면 유리한 건 체급 높은 밀키웨이지만, 스크림에서 우리에게 온종일 맞았던 KTT는 안 해본 밴픽이 없다.
그런 고로 지금 밴픽조차 그들에겐 대응법이 있었다.
[여기서! 돌진 조합을 섣부르게 내비친 밀키웨이에게 철퇴가 들어옵니다!]
[뽀비와 알리스탄! 과감하게 헌터와 서폿 자리를 먼저 채우면서 상대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미 카이스랑 잭까지 뽑아놓은 밀키웨이인데, 이러면 좀 골치 아파지죠?]
뭐, 스크림에선 저래도 우리한테 지긴 했지만, 그건 그냥 탑과 미드에서 터져버려서 그런 거다.
일반적으로 경기하면 카운터가 맞긴 했다.
“야, 저거에 비하면 내 밴픽은 나은 편이다. 안 그러니?”
“......”
“얘들아?”
감독님은 대체 염탐을 하러 온 건지, 아니면 그냥 경기 구경하고 놀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풀어져 있었다.
감독님 친구가 밀키웨이 감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이 먹어도 친구가 뻘짓하는 것 만큼 재미있는 게 없나 보다.
“솔직히 돌진 조합 짜면서 저걸 밴 안한 밀키웨이 쪽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사기픽 다 풀기도 좀 그렇긴 하지.”
실제로 카운터 당한 건 당한 거고, OP픽 두 개 가져왔으니 밀키웨이가 무조건 손해를 봤다까진 아니다.
근데 문제는 이미 저 조합으로 우리한테 실컷 맞아보며 버텼던 KTT라는 거다.
밀키웨이가 KTT에게 우리보다 심하게 압박을 줄 수 있을 리 없는 관계로, OP픽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필연이다.
[밀키웨이, 결국 밴픽 방향을 약간 틀어 밸류 조합을 완성하고, KTT는 그라까스를 뽑으며 마무리!]
[밴픽 끝났고, 이제 두 팀 부딪힐 일만 남았습니다!]
밴픽 화면에서 어느새 뒤틀린 협곡으로 넘어가 스크린에 챔피언들이 보인다.
“하나! 둘! 셋!”
“밀키웨이 파이팅!”
ST 다음가는 팬덤답게 커다란 목소리가 경기장을 울리고,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KTT의 팬들 또한 커다란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그 와중에 옆에 앉아있던 플루크는 덩달아 KTT를 응원했다.
“근데 넌 왜 KTT 파이팅이야?”
“네가 그랬잖아. 밀키웨이보단 KTT 올라가는 게 유리하다고.”
“......”
아무리 생각해도 탑이 상남자의 라인이라는 말은 탑에게 너무 과분하다.
KTT는 우리에게 당한 짓을 그대로 밀키웨이에게 시전했다.
[어? 어? KTT가 성큼성 뒤틀린 숲 상층으로 진입합니다?]
[이거 인베 방어가 안 된 부분을 제대로 파고들었는데요? 밀키웨이 선수들 눈치 못 챘습니다!]
밀키웨이 헌터가 아래쪽에서 룰루랄라 몬스터 캠프를 돌 동안,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 KTT의 헌터는 상대 버프 몬스터를 가볍게 빼먹었다.
“KTT가 연구 열심히 했나본데?”
“와드 딱 안 걸리게 피해 들어갔네.”
밀키웨이의 탑이 심어놓은 시야에 걸리지 않도록 돌아 먹으니, 밀키웨이 쪽은 아예 카정을 당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걸 얼마나 굴릴까가 문제긴 한데...”
미드는 KTT가 찌르기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라인이었고, 탑은 지금 갱 회피에 능한 잭슨이 버티고 있으니 먹은 몬스터 차이 내는 것 말고는 딱히 추가 이득은 없을 터였다.
[아! 여기서 KTT가 바로 미드로 찌릅니다!]
[엔비 선수 플래시 빠지고! 살긴 했지만 이러면 타격이 좀 크죠!]
“......응?”
아니 이걸 그냥 들어오네.
“뭐가.”
“아니, KTT 쟤들 원래 미드 찌르는 거 별로 안 좋아했잖아요.”
옥스는 한숨을 내쉬고선 내 말에 답해줬다.
“미드에 네가 버티고 있었는데 스크림할 때 찔러볼 생각이나 했겠냐. 내가 상대팀 헌터였어도 그건 안 해.”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은 아닌데, 저 말을 옥스가 하니 그림이 뭔가 이상하긴 했다.
슬슬 뇌대리가 아니라 조언 정도만 해줘도 되는 수준으로 록 지능이 올라온 건가 싶다.
[자, 이제 서로 집에 다녀온 양 팀 미드라이너.]
[하지만 KTT쪽이 좀 더 기분이 좋죠?]
[그렇습니다.아까 갱킹의 여파가 남아있는 밀키웨이 엔비. 여기서 갱 한 번 더 당하면 라인 주도권이 날아간다는 걸 아는 만큼 일단 성장에 집중합니다.]
물론 사린다고 사고가 안 터졌으면 록이 아니다.
“선 넘었네.”
충분히 사린다고 사린 엔비겠지만, 애초에 카정으로 시작한 게임이다.
헌터가 미드 라인에 시간 좀 더 썼다고 뒤틀린 숲 속의 주도권이 날아가진 않는다.
그렇게, 거의 십 초째 기다리던 KTT의 헌터가 게걸스럽게 미드 라인으로 짓쳐 들어왔다.
[ KTT Back -> Milkyway S Envy ]
플래시가 없는 뚜벅이 메이지는 저런 갱킹에 면역이 없었다.
[여기서! KTT가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플래시 쿨타임 돌기 전에 아까 갱킹 찔렀던 보상을 뒤늦게 가져간 헌터, 백입니다!]
[와, KTT. 진짜 초반 동선이랑 킬각 날카롭습니다! 대체 어디서 수련을 하고 온 건가요!]
“기세 좋네.”
“글쎄다.”
저런 초반 동선 빡세게 잡는다고 쉽게 잡을 팀이었으면 내가 ST에 입단하기 이전에 밀키웨이가 마스터 리그 최강팀 소리를 안 들었겠지.
[으아아! 이 교전에서 밀키웨이 대승!]
[KTT 남은 선수들 빨리 피해야 합니다! 이미 진 싸움이에요!]
중반이 되자 슬슬 준비해 둔 계획과 동떨어진 상황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연스레 변수도 많아지고, 그만큼 예기치 못한 것에 대처하는 선수들의 역량 차이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는 체급이 앞서는 밀키웨이가 할 말이 더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밀키웨이가 완전무결한 건 또 절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KTT의 승리!]
[아니 이거 골드 그래프가 왜 이래요! 순식간에 휙휙 바뀝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다 못해 매분 매초 마다 예측 승률이 뒤바뀐다.
[으아아! 여기서 그라까스의 궁극기 대박!]
[그리고 동시에 양 팀 미드 붙습니다!]
[엔비가 솔킬을 따냈지만! 앞라인 전부 녹아버렸습니다! 혼자 발사한 카이스는 그대로 녹았고! 강가에 남은 건 오직 KTT 선수들 뿐입니다!]
초반 동선 설계 덕에 이득을 많이 본 KTT의 정글이 체력을 한 칸 남긴 채 기어코 살았다.
“끝나겠네.”
어차피 더 끌면 진다.
당장 카이스가 코어 아이템 하나만 더 떴어도 뒷 라인은 다 녹고 KTT 정글까지 잡혔을 거다.
아무튼, 일어나지 않은 일은 넘어가고.
KTT는 본인들이 우리에게 당했던 게임 끝내는 각을 밀키웨이에게 그대로 시전했다.
[여기서 이게 끝나요?]
[끝낼 수 있나 봅니다! KTT가 쌍둥이 타워 부수고! 넥서스 치면서—지지!]
[너희만 팀이냐? 우리도 팀이다! KTT가 결승으로 향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골드 역전 7회, 대형 몬스터 획득 횟수는 정확히 반반.
팬들이 봤으면 기절을 해도 세 번은 했을 경기다.
“캬. 이게 게임이지.”
물론 우리 일 아니라고 내 옆에 앉아있는 인간들은 낄낄 웃으며 바닥을 보이는 팝콘을 긁어서 입 속에 넣었다.
그렇게 잠깐의 쉬는 시간과 함께 시작된 2세트.
[밀키웨이가 분노합니다!]
[너희 왜 아까 우리를 때린 거야! 아프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너희가 맞자! 그렇게 말하면서 무자비하게 전 라인을 짓밟는 밀키웨이!]
[아까와는 전혀 다른 골드 그래프!]
밀키웨이 5명 전원이 제압 골드를 달고 돌아다니는 것부터 글러먹은 세트였다.
[겨우겨우 밀키웨이 원딜을 잘라냈지만, 여기가 어딥니까!]
[밀키웨이 진영 한복판으로 들어왔다면 철퇴를 받아내야죠!]
[엔비의 4인 궁 깔끔하게 들어갔고!]
순식간에 스킬이 덮이고, KTT는 반항도 못한 채로 터져버렸다.
[이렇게! 2세트를 승리하며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밀키웨이입니다!]
3세트는 이 기세를 몰아 밀키웨이의 연승.
그리고 4세트는 실수가 서로 터져 나왔다.
[여기서 잘리는 밀키웨이의 원딜!]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본인 진영 부쉬라도 시야 없으면 막 돌아다녀선 안 되죠!]
[말씀하시는 순간 엔비가 상대 헌터 솔킬!]
[이거 이러면 어떻게 되나요?]
[여기서 밀키웨이가 남작을 치네요?]
[너 헌터 없잖아! 이거 우리가 먹는다?]
유감스럽게도 남작은 KTT의 한 명분의 부족한 딜을 완벽하게 채워줬다.
[으아아악! 여기서 밀키웨이 원딜이랑 정글이 동시에 폭사합니다!]
[이게 원래 사는 딜인데, 마지막에 남작 공격 맞고 딱 맞게 죽었어요!]
[스펠을 하나도 안 빼고 죽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습니다만, 이거 이러면 막을 수는 있나요?]
[못 막을 것 같습니다.]
[그럼 준비해야겠죠?]
[준비...하시죠!]
[노래 틀어! 우린 5꽉 간다!]
밀키웨이의 넥서스가 터지고.
[실버 스크랩스가 경기장에 울려 퍼집니다!]
우리는 5세트에 도달했다.
“꺼내.”
“...뭐를 꺼내라는 거야?”
“뭐야. 선글라스 안 챙겨왔어?”
“난 밀키웨이가 쉽게 이길 줄 알았지. 누가 5꽉을 예상해?”
“내가.”
당당하게 주머니에서 패션 선글라스를 꺼내든다.
그리고 귓등에 걸친 뒤, 천천히 앞머리를 쓸며 선글라스를 내린다.
화려한 조명이 가려지고, 오직 선수들이 있는 스테이지만이 똑똑히 보였다.
수준은 잘 알았으니.
이제 더 재미있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
[아! 트루 선수도 이 물결에 동참합니다!]
[예측의 신! 결국 5꽉으로 가는 이 매치, 트루 선수의 예측은 끝까지 맞을 수 있을까요!]
나는 선글라스를 살짝 치켜들었다.
중계 카메라는 어김없이 내 모습을 스크린에 띄웠고, 환호성이 이어졌다.
살아있는 기분이란 이런 거겠지.
“...나 자리 좀 바꿔줘.”
“나도 가기 싫다. 그냥 지환아 네가 희생해라.”
멋짐을 모르는 인간들의 말은 아무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