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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 원딜러이자 오늘 내 일일 스승님이 된 아그니는 잠깐의 좌절을 뒤로 하고 내게 여러 가지 기술들을 알려주었다.
“오. 이건 좀 신기하네요.”
“그치? 나중에 도망쳐야 하는데 플래시 없으면 진짜 유용해.”
넘을 수 없는 벽을 일인칭 시점으로 잘 비벼서 넘는 방법같은 것들은 확실히 유용했다.
FPS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일종의 파쿠르 개념이랄까.
“그, 그럼 이런 거 좀 더 알려줄게!”
참고로 나보다 아그니가 나이가 훨씬 많아서 서로 말문을 제대로 튼 뒤로, 그녀는 내게 반말을 해왔다.
사실 나이로 따지면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어쨌든 지금은 중학생이니까.
—마침내 쓸모를 찾은 아그니면 개추
—ㄹㅇㅋㅋ
“평타를 칠 때 기본적으로 이렇게 쿼터뷰랑 섞어주면 진짜 약간씩 빨라지거든?”
—크아악
—정신 어지럽다
—근데 저거 빨라지긴 함? 그냥 기분 탓 아니냐
—한 12번 때리면 1번 더 때리는 정도로 미묘하게 빨라지긴 함
—일반인들은 저렇게 하면 어지러워서 평타미스나지ㅋㅋㅋ
—대충 원딜러만 쓰는 옵션임
—챌 미드를 불러왔어야 됐나
—아그니 울어욧
—사실 보통은 반응속도 필요한 스킬만 가르쳐줘도 한 시간 뚝딱인데
—??? : 그냥 되는데요?
—ㅅ1ㅂ 이래서 재능충들은
—분량은 뽑아야 한다ㅋㅋㅋ
—눈물의 쇼 하는중
“스킬이랑 평타랑 섞어 쓸 때 이렇게 하면 좋긴 하겠네요.”
처음 해서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지만, 이거 1인칭으로 평타를 때리고 쿼터뷰 상태로 스킬을 써도 스킬 범위 보정을 받았다.
‘그 정도야 뭐.’
연습 좀 더 하면 되는 거니까.
아무튼 저 기술은 치고 빠진 뒤 상황을 살펴야 하는 경우에 확실히 유용해 보였다.
“맞아! 그래서 이렇게 하면 맵 리딩 못해서 죽는 경우가 많이 줄거든.”
“혹시 맵 리딩하는 거 힘들어하시나요?”
“...바, 바텀은 원래 미니언만 잘 먹으면 돼!”
당연히 장난이다.
챌린저쯤 되면 피지컬 하나로는 원딜이 이기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잘 알았다.
내가 전에 전 라인으로 챌린저를 찍어 봐서 잘 알았다.
—ㅋㅋㅋㅋㅋㅋ
—역킬각은 미드 평균
—역시 중딩 챌린저
—킬각 날카롭쥬?
“나중에 운영이나 개념 관련해서 물어보실 거 있으시면 언제든 오세요, 언니.”
“진짜?”
“그럼요.”
“트루밖에 없다 진짜...! 시청자 분들은 반성하세요!”
—ㅋㅋㅋㅋ
—역시 스승님 챙겨주는 건 트평
—훈훈하네
—가슴이 따듯해져요
나는 그렇게 그녀가 알려주는 잡기술과 팁을 다시금 돌아가면서 써 봤다.
“...으으.”
물론 시전 대상은 봇 따위가 아닌, 옆에 멀쩡히 잘 있는 아그니였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멀쩡하진 않다. 방금 집으로 강제 귀환 당했으니까.
물론 금방 다시 돌아왔다.
“이,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거야!”
“거기서 평타 하나 더 때리겠다고 앞으로 나가면 몸이 쏠리잖아요.”
“쏠려도 되는 각인데...”
“제 앞에서 그러시면 죽으셔야죠.”
—캬
—자신감
—ST가 전전긍긍하고 밀키웨이가 구애한 전설의 미드가 ㅈ으로 보이누?
—프로 데뷔도 안했어 미친놈들아
—하지만 팩트죠?
—원딜(미드보다 피지컬 딸림)
—존재 의의가 뭘까?
—트루가 더 어리니까 당연한 거임
—ㄹㅇㅋㅋ
—뭐뭣
—너 지금 아그니가 너무 푹 익었다는거냐?
“안 늙었어요! 나 아직도 시즌 중반이면 챌린저 찍는다고요!”
—ㅋㅋㅋㅋㅋㅋ
—나는 이 게임을 존나게 많이 했어요!
—많이 했으니 늙은거라는 나쁜말은ㄴㄴ
—그럼 걍 이참에 피지컬 확인이나 하셈
—반응속도 테스트ㄱㄱㄱ
“아, 그럼 저 죽는 거 잠깐 멈추고 이거나 해볼까요?”
그녀는 잠시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더니, 이내 내 시야에 창 하나를 띄워주었다.
“트루, 반응속도 테스트 알아?”
“알죠. 그 색 바뀌면 터치하는 거요?”
내 기억상 컴퓨터로 했을 땐 150ms 언저리가 나오면 최상급 반응 속도라 했던 거 같다.
“최고 기록이 어떻게 돼요?”
“나? 한 140? 컨디션 좋으면 125까지 나왔어!”
“빠른 거예요?”
“일반인 중에서는 그렇지? 프로들은 듣기론 두 자리 대도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물론 많진 않아. 대부분은 비슷비슷하대.”
확실히 키보드나 마우스를 거치지 않는 테스트다보니 평균적으로 빠른가 보다.
나는 별 고민 없이 테스트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파란 창이 점등한 상태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창의 색깔이 빨강으로 바뀌었다.
—탁.
창을 손가락으로 터치하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타이머는 바로 정지했다.
[ 97ms ]
이거 좋은 점수예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경악한 아그니의 반응만 봐도 결과가 어떤지는 자명했다.
—이런씹ㅋㅋ
—세계최고기록이랑 0.03초 차이ㅋㅋㅋㅋ
—연습하면 저것도 시간단축 좀 될텐데
—돌았냐진짜
—그래도 썩다 못해 석유된 건 아그니 나이가 아니라 트루 실력이면 개추
—젊은 게 좋긴 해...
—진짜 나 이번에는 ST3 기대해봐도 되는거냐?
—아직도 거기에 속는 새끼가 있네
—ㅋㅋㅋ
—문제는 트루가 ST3 살려내면 어차피 ST2 갈테니 ST3는 평생 ㅈ망팀이라는거임
—엄
—팩트)다
“아니, ST3 팀이 그렇게 어려워요?”
어째 들리는 말들이 죄다 괴담에 가깝다.
아무리 전생한 뒤의 2군, 3군 리그가 1부 리그의 부산물이 아닌, 나름 승격만 제외하면 축구처럼 1, 2, 3부로 제대로 나뉘고 우승 경력도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규모 큰 리그가 되었다지만, 그래도 명색이 ST다.
그렇게까지 망가진 상태인지 오히려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내가 또 ST 팬이라 잘 알아! 그러니까 그게...”
아그니의 말을 대충 정리하자면, 아카데미 개편을 하는 과도기라 그냥 이번 시즌은 사실상 버리고 솔로 랭크 아마추어 다섯 명 모아놓은 팀과 다름없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그 와중에 다른 팀들이 유망주를 쓸어가서 ST가 새로 영입할 선수가 없었어.”
“그 와중에 제가 갑자기 튀어나왔던 거고요?”
“그런 셈이지 않을까?”
어쩌면 안재훈 코치님이 나를 절박하게 붙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가보면 알겠죠.”
“가서도 나 잊으면 안 돼? 꼭 샤라웃 해줄 거지?”
—아줌마 앵기지 마세요
—ㅋㅋㅋㅋㅋ
—역시 고혈은 원딜평
—캐리...해주는거지?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너무 빨리 배워버린 거지, 그녀가 오늘 날 도와준 건 변하지 않기에 나는 주저 않고 답했다.
“그럼요. 나중에 필요하시면 연락해주세요. 한 번은 꼭 갈게요.”
“LOC 월드컵 우승하면 불러버릴 거니까, 트루도 열심히 해!”
그녀는 내 말을 듣자마자 나를 꼭 껴안았다.
—ㅗㅜㅑ
—이거 보려고 2시간 기다렸다.
—하이라이트에서 이거 빼면 감다뒤
—존버탄다
—존버를 왜함 그냥 지금 클립 따
—ㄹㅇㅋㅋ
VR 기기 성능이 좋은지, 촉감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보다 잠이 없네. 이 형.”
“왔냐?”
개인 시간에도 언제나 연습실에 기웃거리는 프라우드는 늦은 시간까지 상대 분석에 여념이 없는 안재훈에게 커피를 건넸다.
“ST3 미드라이너 해결됐어? 골머리 좀 앓았잖아.”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LOC에서 미드라이너를 맡은 선수의 체급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그런데 나름 유망주로 꼽히던 ST3의 미드라이너가 그랜드 리그—2부 리그—로 콜업되고 나서 아카데미를 쭉 훑었는데 만족스러운 선수가 없었었다.
그 덕에 저번 시즌 ST3는 12팀 중 12위라는 파멸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그 순위가 된 이유에는 미드를 제외하고서라도 다들 유스 딱지조차 못 붙이는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긴 하지만, 당장 ST의 성적을 보더라도 미드라이너의 존재감은 타 라인과 비교하기 미안한 수준이니까 그 중요도가 큰 게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큰 퍼즐을 찾은 안재훈은 싱글벙글 웃을 수 있었다.
“사실 머리 좀 아팠는데, 이젠 좀 괜찮아. 지금 영입 제안서 안 쓰고 경기 분석하는 거 보면 알잖냐.”
“누구 찾았어?”
“저번에 지환이었나, 우리 유스가 너랑 나한테 보여줬던 미드.”
“...트루 닉네임 쓰던?”
프라우드의 대답에, 재훈은 놀란 눈치로 되물었다.
“그걸 기억해?”
“형이 그랬잖아. 나처럼 플레이한다고.”
어느새 프라우드의 눈빛이 달라졌다.
유망주를 보는 베테랑의 푸근함보다는, 사냥을 노리는 맹수에 가까운 눈빛이었다.
“그럼 지금 영입은 한 상태지?”
“이미 계약서 적었어. 이번에 아카데미 애들 내보내고 팀도 개편해서 우리 돈 많으니까 질렀지.”
재훈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펼쳐 들었다.
“아마추어한테 그 정도나 줬어?”
“야, 나 아니었으면 밀키웨이한테 뺏겼을지도 몰라. 이번에 보니까 필리독 걔가 스카우트하러 말도 걸었던데.”
“잘 영입했네.”
다른 곳은 몰라도, 밀키웨이한테 뺏기느니 좀 후하게 주고 데려오는 게 백 배는 나았다.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또 꼬꼬마 유망주들 꿈 박살 내지 말고 자중이나 해.”
눈앞에 있는 살아있는 전설을 보고 큰 유망주들이 리그에서 깨지는 건 예삿일이었고, ST 내에서는 2군, 3군 미드라이너들이 그랬다.
“얘는 좀 살살 키우자. 응?”
“나 시간 별로 없어.”
“......쯧.”
프라우드의 말이 단순하게 일정이 바쁘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님을 알기에, 그는 한숨을 쉬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럼 입단 사진 찍는 날에 한 번 만나봐.”
“언젠데?”
그는 다시금 분석 영상을 재생하며 덧붙였다.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