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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이 홈런을 치고 천천히 베이스를 돌 때, 한청고 멤버들은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졌어…?”
“우리가, 졌다고?”
그들의 시선은 항상 전국을 향했다.
이제 갓 태어난 팀에게 봄 대회에서 발목을 잡힌다는 선택지 따윈 전혀 없었다.
“크흑….”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럼에도 할 건 해야 했다.
“자, 한청고 정렬…!!”
주장 박태제의 호령에 일사불란하게 모이는 야구부원들. 그의 눈가에도 물기가 고여 있었다.
서로 마주 본 문혁고와 한청고 야구부원들. 그들은 서로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
“상태창.”
띠링!
이름: 금성묵
국적: 대한민국
나이: 19세 (고3)
키: 192cm
몸무게: 89kg
소속: 문혁 고등학교
스킬/ 저릿저릿 센서 (F)
:선천적으로 타고난 물건을 가진 당신, 아랫도리의 감각을 통해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합니다. 경기 중에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잠재 키워드: 천투지체(EX+), 천타지체(EX)
투수 능력치 (*포텐셜)
/좌투 스리쿼터
체력: A+ (*S)
제구: B-> B+
직구: A (*S+)
구위: A (*S+)
변화구:A (*S)
ㄴ커브: B+
ㄴ스위퍼: A
ㄴ써클체인지업: A+
#타자 능력치 (*포텐셜)
/좌투 좌타
파워: A (*S+)
컨택: B+ (*S)
스피드: B+(*S)
선구: B -> B+
수비: B
어깨: A+ (*S+)
F 저릿저릿 센서
스탯 상승 제구! 선구!
보상은 꽤나 달달했다.
한청고 쯤 되는 상대를 이긴 것 치고는 약소한 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주요 스탯들이 꽤 오른 상태라 한 계단씩 훅훅 오르는 거 자체가 힘들다.
‘동료들도 꽤 스텝업 한 것 같은데.’
스탯 상승 알림이 꽤나 울린다.
이 정도 큰 경기에서 상대를 이겨냈는데, 당연히 오르는 게 맞긴 하다.
그렇게 화장실 앞에서 스탯창을 뒤적이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는 떡하니 내 앞에 섰다.
“야, 금성묵.”
“……?”
거기엔 눈물을 흘렸는지 눈이 충혈된 류택진과, 그 뒤에서 아직도 훌쩍이는 류한울이 있었다.
“…좋은 승부였다.”
“크흑, 꼭 높이 올라가라, 안 그러면 용서 안 한다…!”
그리곤 몇 마디인가 더 하더니 가버리는 류씨 형제.
피식-
아무래도 나쁜 녀석들은 아닌 것 같다.
‘조만간 또 만나겠지, 저 녀석들은.’
봄대회가 끝나고 있을 청소년 대표팀 소집 일정. 머지않아 적이 아닌, 동료로 만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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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인마, 어디 갔다 와!!”
“성묵 형, 빨리 와요…!!”
라커룸에 들어가기 무섭게 최아담과 도도진이 재촉해온다. 뭔가 싶어서 봤더니, 선수단 전원이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
“문혁고 야구부 세종기 진출 축하…, 이런 건 또 언제 뽑았대?”
“흐흫, 제가 미리 뽑아뒀어요!”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뿌듯해하는 노아. 참으로 대단한 준비성이 아닐 수가 없다.
“자자, 빨리 들어와…!”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찰칵!
그렇게 찍힌 단체 사진.
그러나 이 사진이 각종 기사의 표지로 쓰이는 일은 없었다. 한청고와의 사투에 모든 힘을 쏟아낸 문혁고는 다음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
“헤헷, 실수로 셀카로 찍었어요…!”
“………!?!”
…같은 일은 없었다.
그저 노아의 실수 탓에 선수단 대신 그녀 얼굴이 찍혔을 뿐.
앙증맞은 찐빠가 있었지만, 선수단은 다시 한번 포즈를 잡았다.
“자, 다시 찍을게요! 하나둘!”
찰칵!
이제서야 제대로 찍힌 단체 사진.
고교 야구의 역사의 한켠에 영원히 남게 될, 전설적인 사진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 누구도 해낼 거라 생각하지 못한 미친 짓을 해낸 학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역대급 헬대진이라고 불리는, 서울 시드 A조를 뚫어내면서.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한청고가 정배라는데 이견이 없었고, 그나마 이변이 일어난다 해도 대관령고 정도일 거라 생각했다고.
그런데 문혁고라니.
왠 듣도보도 못한 학교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선, 내로라하는 강호교를 뚝배기를 죄다 깨버리고 세종기로 가버렸다.
온갖 언론과 유튜브 등에 문혁고 관련 소식으로 도배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역대급 이변! 문혁고, 서울 시드 예선서 '대어' 한청고 낚아!
•"이것이 고교야구다!" 문혁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감동 드라마!
•명장 밑에 약졸 없다! 명신우 감독의 '창단 첫해 매직', 세종기에서도 통할까?
•"세종기 가서도 사고 치겠다!" 문혁고 명신우 감독, 당찬 출사표!
•'고교야구 역사 새로 썼다' 문혁고, 수백 년의 징크스 깨고 세종기로!
•[포토] 금성묵 끝내기 홈런! 환호하는 문혁고 선수들!
•[분석] 무엇이 문혁고의 '기적'을 만들었나? 명신우 리더십과 선수단 투혼!
•고교야구판도 뒤흔든 문혁고, 세종기 '다크호스' 급부상!
•기적은 계속된다! '언더독' 문혁고의 세종기 도전, 이제 시작!
•대관령고 마초원 曰 “문혁고라면 한청고를 이길 수도 있겠다 생각.”
•팀 자체가 이룬 업적에 집중된 기사가 꽤 많았고, 당연한 수순으로 선수 개개인에 대한 조명도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나에 대한 기사 쪽이다.
•[속보] '괴물' 금성묵, 11회 말 끝내기 스리런! 문혁고 기적의 세종기행 견인!
•최강 클로저 류택진마저 침몰시킨 금성묵의 '결정적 한 방'!
•162km 좌완 파이어볼러, 서울 시드 홈런왕 질주! 금성묵 '만화 야구' 현실로!
•ERA 0.38! 금성묵, '철벽 마운드'로 문혁고 창단 첫해 신화 쓰다!
•[분석] 금성묵은 왜 강팀에 더 강한가? 그의 비밀을 파헤친다!
•[포토] 끝내기 홈런 후 포효하는 금성묵! '야수'의 눈빛!
•"상대가 강할수록 짜릿하다!" 금성묵, 압박감 즐기는 '강심장 에이스'!
•스카우터들 군침! 금성묵, 세종기 활약 따라 '역대급 계약' 예정?
•금성묵, 세종기 무대에서도 '괴물' 증명할까? 전국이 주목하는 이도류!
•외모는 거칠어도 야구는 스마트! 금성묵의 반전 BQ!
•던지고, 치고, 달린다! 금성묵, '5툴 플레이어' 넘어 '만능 야구 머신'!
우리 팀의 세종기 진출에 내 비중이 높았던 만큼 주목도가 컸지만, 동료들에 대한 기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문혁고 '돌격대장' 최아담, 그의 발에서 시작된 세종기 기적!
•중국 vs 홍콩 커뮤니티 분쟁 발발, “석운강은 우리 선수.”
•거칠지만 번뜩인다! 중견수 지수용, '야생마 본능'으로 세종기 진출 기여!
•일본 대표팀 와다 감독 曰“문혁고에 재밌는 일본 선수 있어.”
•파키스탄 야구협회 曰“하산 이크발은 20년 동안 대표팀 책임질 재목.”
•‘미스터 제로’ 클로저 이동혁, 그의 출신에 대해 북한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
•세르게이 라스푸틴 曰 “박찬준은 내 뒤를 잇는 최고의 너클볼러가 될 재목.”
•문혁고의 살림꾼 도도진, 한청고 전에서도 빛난 BQ 야구!
“보기 좋구만.”
어렵게 따낸 세종기 진출 티켓이다.
녀석들도 고생하며 따라온 만큼, 충분히 이 정도 조명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안 그래도 오늘 문혁고, 통제 불능 수준이었지.”
세종기 진출에 감동한 학생들이 쉬는 시간 마다 온통 야구부 멤버들 주변으로 모여든 탓에 꽤나 혼란스러웠다.
“엇, 저기 금성묵이다…!”
“성묵 선배님……!!”
“싸인 좀 해주세요, 같이 사진도 좀!!”
물론 나는 일찌감치 수라장을 예견하고 도망쳤다. 그래도 워낙 인파가 많아 도망치기 어려웠는데, 적당히 류지를 먹이로 주고 튀었다.
“이 깜둥이 자식이 배신을…!!”
“어 그래, 좆뺑이 쳐라…!!”
그렇게 잘 도망다니다가 하교한 나는 문혁고 야구장으로 향했다. 오늘 훈련은 없지만 경기 피드백이 있고, 봄 대회 결승 상대에 대한 분석 시간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서도 행사는 봄 대회 끝나고 열어준다 했지.’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세종기 진출!’ 에서 ‘봄 대회 우승 및 세종기 진출!’로 플랜카드를 바꿀 수 있으니, 이사장은 꽤나 기대한 채로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으음, 결승은 못 이길 거 같은데.’
선수단 전체가 굵은 비를 맞으며 지친 것도 지친 거지만, 투수 쪽이 문제가 심각하다.
봄 대회를 굴리던 두 명의 선발 투수가 전부 봉인된 상황. 나도 핫산도 전부 등판이 불가능하다.
리동혁도 믹서기 수준으로 갈린 탓에 길게는 못 던지는 상황. 결국 찬준 햄이 완투할 각오로 던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뭐, 세종기 대진이 빡세지겠지만 어쩔 수 없지….’
괜히 무리하다가 다치느니, 그냥 결승전은 내준다 생각하고 경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세종기에 진출했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구장에 딱 들어서는데, 꽤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수들이 보인다.
따악!
“오케이, 하나 더…!!”
퍼엉-!!
“나이스 볼…!”
오늘 분명히 훈련은 없었을 텐데.
뭔가를 하고있는 동료들이 보인다.
“오, 성묵이 왔냐?”
“감독님, 오늘 훈련 없는 거 아니었어요?”
“저거 본인들이 원해서 하는 거야, 아직 많이 모자람을 느꼈다나.”
“오호라.”
자율 훈련 멤버에는 한청고 전에서 아쉬움이 남은 동료들이 많아 보였다. 류한울과 류택진에게 손도 못 쓰고 당한 게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자연재해 같은 놈들이긴 한데….’
대충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최종 보스인 마왕까지는 아니어도 그 아랫급은 되는 4천왕이 갑자기 중간지대에 와서 날뛰는 느낌이다.
타선과 투수진에 특급 선수가 즐비한 만큼, 포텐셜만 충만하고 아직 실력이 물오르지 않은 문혁고 멤버들로는 상대하기 힘든 상대다.
S급 선수인 석운강, 류지, 리동혁 정도가 밥값을 하고 싸그리 죽을 쑨 데에는 이유가 있던 것이다.
‘동료들 실력이 올라오는 건, 반길 일이지.’
봄 대회의 승리 패턴은 단조로웠다.
강호고를 상대할 때, 내가 상대 에이스에게 뽑아낸 홈런 덕분에 이긴 경기가 대다수다.
계속 이런 패턴이면 곤란하다.
나도 사람인 이상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고, ‘중요한 순간에는 금성묵만 막으면 된다’ 같은 인식이 박혀버려서 좋을 것도 없다.
그걸 피하기 위해선, 동료들 역시 본인들이 품은 재능만큼 성장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문혁고는 훨씬 좋은 팀이 될 거다. 충분히 전국 제패를 논해볼 만 하겠지.
‘다행인 점은, 시간이 꽤 많다는 거지.’
도진과 수용 정도를 제외하면, 문혁고 선수들 대부분이 소속팀이 없던 길바닥 출신인지라 스탯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가 않았다.
세종기가 열리는 건 대략 두 달 뒤.
그 정도 시간이면, 선수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무언가로 진화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미 호랑이 눈싸움으로 맛보기도 해뒀으니, 전국 방방곡곡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회수시킨다면…?’
어릴 적부터 훈련해온 엘리트 녀석들을 단기간에 앞지르는 것도 가능하리라. 나는 문혁고의 밝은 미래를 그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감독님, 저도 훈련 같이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저 녀석들의 훈련을 통제하는 것도 주장의 역할….”
“아니, 너는 훈련 열외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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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참, 이런 식으로 쫓겨날 줄이야.”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구장 복도를 걸었다.
명신우 감독은 단호했다.
‘성묵아, 넌 그동안 너무 무리했다. 좀 쉬어라, 내일 훈련도 열외니까 야구장 오지 말고 머리나 좀 식히다 와라.’
명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긴 하다.
투타 겸업은 그냥 단순히 계산을 해봐도 하나만 하는 것보다 체력 소모가 두배나 심한데, 한청고 전에서 난 신체를 한계까지 혹사시켰다.
그 증거가 바로, 내 하반신이다.
“이봐, 존슨.”
잠잠-
미동도 없는 하반신.
태양신맥 오버플로의 후유증으로, 이 녀석은 한동안 기능하지 않을 터.
뭔가 서글픈 한편, 빙의 초창기 시절이 생각나 꽤나 그리운 느낌도 들었다.
“그때는 뭐 이딴 쓰레기 스킬을 주냐 생각했었지.”
F급 스킬인 ‘저릿저릿 센서’, 처음 봤을 때는 그 스킬 뒤에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다.
아무튼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는 데에는 스킬 덕을 크게 본 만큼, 빨리 태양신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일단 올리비아한테 도움을 좀 요청해볼까.”
“저한테 무슨 도움을요?”
“아, 당연히 요리…!?”
나는 말을 하다 말고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거기에는 올리비아와 노아가 나란히 서 있었다.
“야호! 성묵 오빠, 여기 있다고 들어서 왔어요.”
팔을 팔랑팔랑 휘저으며 밝게 인사하는 노아. 반대로 올리비아는 상기된 얼굴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연락처 교환한 건 알고 있었는데, 언제 저렇게 친해졌대?’
나는 뜬금없는 둘의 출현에 물었다.
“노아는 그렇다 치고, 올리비아는 왜 여기에…?”
“언니가 훈련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해서요! 그런데 오늘 오빠 훈련 열외라면서요?”
“소식이 빠르구만, 그래. 좀 쉬라고 하시더라.”
“꺄앗, 마침 잘됐네요…!!”
빵긋 웃는 노아.
그녀는 손가락으로 쿡쿡 올리비아를 찌르며, 그녀에게 속닥속닥 말했다.
“언니, 언능 말해요…!”
“………….”
잠시 머뭇거리는 올리비아.
뭔가 안절부절못하던 그녀는 헛기침을 하더니, 곧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성묵씨, 같이 밥이라도 먹으러 갈래요…?”
“어, 가자.”
“……!!”
내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답하자 화들짝 놀라는 그녀. 너가 놀라면 어쩌자는 거냐.
“노아도 가는 거지?”
“흐흫, 당연하죠…!”
“내가 사줄게, 가보자고.”
나원참, 훈련 빼먹고 미녀들과 식사라니.
동료들이 알면 당장 배트 들고 쫓아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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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네요.”
“그쵸,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에요…!!”
노아는 자기가 잘 아는 부대찌개 집이 있다며 데려왔고, 올리비아도 꽤 흡족한 표정이다.
나 역시도 한국 사람이니 만큼, 만족스럽게 먹었고 말이다.
그렇게 둘과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종종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혹시 문혁고 금성묵 선수…?”
“아, 네. 맞습니다만.”
“헉…! 혹시 사인 좀 부탁해도 됩니까?”
“당연하죠, 펜 있으세요?”
아무래도 관련 기사가 계속 뜨고, 특집 수준으로 날 다룬 기사도 있었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알아보고도 내 양아치스런 외모 탓에 쫄아서 멀찍이 보고 있던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팬서비스를 잘 해주는 걸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점점 불어나 꽤 많은 사람을 해주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후우, 미안하다. 기다리게 했네.”
“아니에요, 팬서비스는 중요하니까 이해해요.”
선뜻 이해해주는 올리비아.
그러고 보니 얘도 꽤나 유명인이었지.
이미 모자에다 선글라스까지 완벽하게 분장을 마친 그녀다.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유난 떠는 것 같단 말이지.
“성묵 오빠 팬서비스하느라 지쳤을 거 같은데, 다 같이 카페라도 가죠…!”
“음, 찬성.”
“저도 좋아요.”
만장일치로 카페로 향한 우리들.
나름 한적한 카페에서 나는 늘 먹던 대로, 딸기 스무디를 주문했다.
“…의외네요.”
“그러니까요, 성묵 오빠라면 분명히 아이스 아메리카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원참….”
나는 스무디를 쭉 빨아들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들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들에 대한 감사 표현도 잊지 않았고, 경기에 관련된 질문도 꽤나 많이 받으며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와중, 노아가 내게 물었다.
“성묵 오빠는 SNS 안 해요? 인스타라던가…!”
“나? 으음….”
일단 이전 금성묵이 쓰던 이 폰에는 SNS 어플은 하나도 없다. 옛날에 했을까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어, 딱히 하는 건 없는데.”
“그럼 하나 만드시는 건 어때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성묵씨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꽤 많을 테니까요.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하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흠.”
내게 SNS를 권하는 노아와 올리비아.
사실 전생에도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다.
귀찮아서 금방 유기하기는 했지만, 그녀들 말대로 가끔씩 올리는 정도라면 자기 PR 용도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한 번 만들어줘 봐.”
“잘 생각했어요!! 그럼 어디 한 번….”
내 폰을 받아들고는 뭔가를 뚝딱이는 노아. 올리비아도 옆에서 같이 화면을 바라본다.
그렇게 한창 진행하는데, 곧 노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라, 기존 계정이 있다고 뜨네요?”
“뭐…?”
그녀가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활성화되는 계정.
그러기 무섭게, 그녀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뭐, 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갑자기 급변한 분위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들의 뒤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볼 수 있었다.
“…………!?”
푸른색 생머리의 여성과, 아주 다정하게 찍은 여러 사진들을 말이다.
누가 봐도 커플 사이인 사진들.
올리비아와 노아는 뒤돌아보며 물었다.
“성묵씨, 이 여자 누구예요?”
“오빠, 이건 좀 해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삐질삐질 식은땀이 난다.
쉽사리 벗어나기 힘든 함정에 빠진 것 같다.
‘아니, 나도 모른다고…!!’
소리 없는 아우성이 카페에 울려퍼졌다. 젠장, 억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