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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우리도 점수 못 낼 거 뭐 있냐. 한 번 가보자!!"
"화이팅입니다앗...!!"
고생한 성묵을 위해서라도 점수를 어떻게든 뽑아낼 생각이었으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따악-!
"아우웃!!"
퍼엉-!!
"스트라이크 아우웃!!"
"큭!!"
삼진으로 물러난 8번 타자 서경수.
문혁고는 이번 이닝도 무득점.
봄 대회에서 보여준 불방망이는 온데간데없이 실종됐다. 분명 포텐셜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정상급 투수를 상대로는 역량이 모자라다는 걸 여실히 드러내는 순간이다.
[경기는 9회 초로 넘어갑니다!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오르는 이동혁 선수...!!]
그에 맞서 타석에 들어서는 6번 타자 고은찬.
그는 리동혁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징글징글한 새끼 드디어 내려갔네. 이번 타석은 무조건 친다.'
휘리릭!
따악!
"아웃...!!"
"시발, 뭔 놈의 싱커가...!"
허무한 땅볼로 물러났다.
그 뒤의 타자들도 그건 마찬가지다.
따악!
"아웃!"
[쳤습니다! 허무하게 땅볼로 물러나는 7번 타자 한이안…!!]
딱!
"아우웃...!!"
[아, 심건우 선수! 3루 땅볼로 물러납니다! 엄청난 싱커를 보여주는 이동혁!! 삼자 범퇴로 한청고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냅니다...!!]
[정말 대단한 무브먼트입니다! 스카우터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활약을 보여주는 이동혁!!]
-ㅁㅊㄷ ㅁㅊㅇ;;;;;;;;;;;
-ㅋㅋㅋㅋ 이동혁 한청고 테스트 봐도 떨어진단 새끼 어디 감? 공 지리는데
ㄴ ㄹㅇ ㅋㅋㅋㅋ 어디로 버로우했냐 텨나와라
ㄴ야알못 새끼들 ㅋㅋㅋ 난 처음부터 알아봤음 ㅇㅇ
-캬 이 맛에 언더핸드 보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
-??: 한청고 애미나이들 전원 처형이라우
-와 비 겁나게 오는데도 변화구 각 살벌하네 뭐임???? 비 오면 변화구 컨트롤 힘들다매
ㄴ잠수함 투수라 물 속성인 거 모름? 비 오는 날에 더 강해짐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ㄴ세계 최초 Icbm 탑재 투수 ㄷㄷㄷㄷㄷㄷㄷㄷㄷ
ㄴ 야구공이 아니라 탄도 미사일을 날렸었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제 9회 말이네, 류택진 올라오겠지?
ㄴ거의? ㅇㅇ
ㄴ류택진 9회에 리드하는 상황이면 무조건 올라오잖슴, 그 상황 아니면 또 절대 안 올라오지만…
ㄴ 고삐리가 등판 상황 편식? 아주 상전이 따로 없네; 내가 감독이면 줄빠따 쳤다
ㄴ 지랄 ㅋㅋㅋㅋㅋ 저런 언터처블 마무리 있으면 감사하다고 절을 해도 모자란데 줄빠따 같은 소리 하네
ㄴ ㄹㅇ 그깟 등판 상황. 팀도 존나 강팀이라 그거 좀 맞춰주는 게 어렵지도 않음
팀이 9회에 ‘리드하고 있을 때’만 등판하는 류택진.
그는 동점이거나 추격하는 상황에선 절대 마운드에 오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한청고에 입학했다.
누군가는 그를 시건방진 놈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투수로서 그의 엄청난 능력을 아는 한청고 측은 덥석 수락했고 지금 류택진은 고교 최강의 클로저로 군림하고 있다.
오늘 경기엔 그 조건이 충족된 상태.
현재 그는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몸을 풀어뒀고, 실제로도 올라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9회 말을 앞두고, 동생 류한울이 직접 류택진에게 다가와 물었다.
“형, 내가 직접 마무리해도 돼?”
“뭐야, 너 이미 100구 가까이 던졌잖아? 완봉 욕심도 없는 놈이 무슨 바람이 불었대?”
“경기 전에 형이 그랬잖아. 볼 좋아서 나 혼자서 경기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고”
“말이 그런 거지, 인마.”
“쨋든 형은 어차피 세종기 올라가면 거의 매일 던질 거잖아, 이럴 때라도 내가 형 투구 수를 좀 줄여줘야지, 안 그래?”
“짜식….”
동생의 말에 피식 웃는 류택진.
그가 류한울의 허리를 탁 치며 말했다.
“그래, 니가 마무리하고 와라.”
“응, 다녀올게.”
그렇게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한울.
해설위원들은 꽤 놀란 반응이다.
[아! 류택진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군요…!! 류한울 선수가 완봉에 도전합니다!]
[몸은 다 풀어둔 것으로 보입니다만, 형제간의 긴밀한 대화 끝에 류한울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이 결정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지!!]
[9회 말, 문혁고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문혁고는 9번 타자 이태경부터 시작됩니다!]
“쳐야 한다, 쳐야 해…!!”
벌벌 떨며 타석에 들어선 이태경.
하지만 수비 전문인 그가 류한울 같은 고교 정상급 투수의 공을 정타로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우웃…!!”
야속하게 삼진당하며 돌아선 이태경.
그 뒤에는 최아담이 타석에 들어섰다.
“니미썅, 내 찬란한 봄을 이따위로 끝낼 수 있겠냐…!!”
콧김을 뿜으며 타석에 들어선 최아담.
각오의 정도가 남다른 만큼, 그는 류한울의 슬라이더를 배트 중앙에 맞히는데 성공했다.
따악!
우중간을 가르며 날아가는 타구.
경기장의 대부분이 2루타, 최아담의 주력을 생각하면 3루타까지도 가능하다고 봤으나, 한청고는 절대 만만치 않았다.
촤아악-!
[아아, 카를로스 선수가 슬라이딩하며 타구를 낚아챕니다! 엄청난 호수비!! 2아웃입니다…!]
[류한울 선수 간담이 서늘했겠는데요! 카를로스 선수에게 엄지를 척 세웁니다. 이제 한청고의 세종기 진출까지 필요한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
“……하아, 제길.”
이번 경기의 마지막 타자가 될지도 모르는 도도진, 그가 헬멧을 푹 눌러쓰며 타석에 들어섰다.
퍼엉-!!
“스트라잌…!!”
경기 최후반에도 150km 후반의 공을 뿌려대는 류한울. 괜히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우완투수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퍼엉-!
“볼…!”
공 반개만큼 빠진 볼에 심판이 볼을 선언했다. 포수 권석준이 슬쩍 심판의 눈을 봤지만, 여전히 빠졌다는 판정이다.
따악-!
“파울…!”
류한울의 직구에 배트를 냈으나 빗맞으며 파울.
이로써 카운트는 1-2.
도진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떠올렸다.
‘…어떻게든 출루해야 해.’
그걸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진이 선택한 건 자신의 강점인 선구안을 살리는 것.
류한울의 공들을 정타로 연결할 만큼 컨택 능력이 좋지는 않다.
다만, 공을 골라낼 수는 있었다.
퍼엉-!
“볼…!!”
따악!
“파울…!!”
야금야금 류한울의 투구 수를 늘리며 볼카운트를 적립하는 도도진.
대략 그에게서 13구 가까이 던지게 했을 즈음-.
퍼엉-!
“베이스 온 볼스…!!”
“………!!”
딱 공 반개만큼 빠진 체인지업.
도진은 움찔했으나 배트를 내지는 않았다.
그 결과,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1루에 출루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스 플레이, 도도진…!!”
“잘했다, 도진아!!”
문혁고 덕아웃에서 터지는 응원.
도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주먹을 불끈 들어 올렸다.
‘…류지 선배, 뒤는 맡기겠습니다.’
“오케, 접수 완료.”
쏴아아아-!!
그의 헬멧을 툭툭 때리는 굵은 빗줄기.
타카히나 류지가 타격 장갑을 주욱 잡아당기며 타석에 들어섰다.
이미 유니폼은 전부 젖은 지 오래고, 경기장에 감도는 패배의 그림자가 그의 발밑을 어슬렁거린다.
“……….”
슬쩍 고개를 돌려 덕아웃 쪽을 바라본 류지.
거기엔 고개를 푹 숙이고 죽은 듯이 자고있는 성묵의 모습이 보인다.
“미안하다, 성묵아. 너 혼자 짊어지게 해서.”
오늘 경기 전 있었던 일을 노아에게 들었다.
선수로서는 엄청난 성적을 내고, 주장으로선 팀을 잘 이끄는 성묵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단 걸.
“…같이 짊어지자고, 그 짐.”
부릅-!
용혈이 발동되며,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 류지.
포수인 권석준은 그 심상치 않은 기도를 느끼며 흠칫했다.
‘…이 녀석, 심상치 않은데.’
뻐엉-!!
“스트라잌…!!”
바깥쪽 직구를 하나 지켜본 류지.
그는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있었는데, 포수 권석준은 류지를 거기서 떼어놓을 겸 기를 죽여놓기로 했다.
‘한 번 볼까, 강속구가 몸쪽으로 날아오는데도 이쪽에 붙어있을 수 있는지.’
몸쪽에 딱 붙는 직구를 요구한 포수.
류한울은 고개를 끄덕인 채 공을 던졌다.
그런데 비 때문에 미끄러진 것인지, 엇나간 직구는 존을 크게 벗어나 류지의 머리를 향했다.
“뭣…!?”
포수 권석준이 놀라며 일어났다.
뻐엉-!!
미트에 쏙 들어간 공.
권석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그는 곧 류지를 보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머리로 공이 날아오는데 미동도 없어…!?’
아무리 겁이 없어도 머리로 날아오는 공은 본능적으로 피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아랑곳하지 않고 보고 있다니.
포수인 권혁준에게 묘한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그의 개인적인 불안감 하나 때문에 류택진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
따악!
“파울…!”
퍼엉-!!
“볼……!”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가 나오며 파울.
뚝 떨어지는 공에 꿈쩍 않으며 카운트는 2-2.
권석준은 류한울에게 사인을 보냈다.
‘몸쪽 낮은 존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 이거로 끝내자.’
그렇게 사인을 보낸 권석준.
류한울은 고개를 주억이고는 제5구를 던졌다.
여기서 스트라이크가 들어간다면 경기는 끝.
세종기 진출팀은 한청고로 결정이 난다.
쐐액-!!
‘좋아, 완벽하게 제구됐어.’
‘배트가 따라 나온다면, 무조건 우리의 승리다….’
오싹!
‘…!?’
류한울과 권석준.
공이 손끝을 떠나는 순간, 둘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듯한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이 느낌은…!’
스윽-!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발을 뒤로 빼는 류지.
이로써 몸쪽 깊숙하게 파고드는 지금의 슬라이더는, 류지에게 있어 정가운데로 오는 공으로 뒤바뀌었다.
“…기다리고 있었다고.”
류지의 세계는 고요하다.
관중이 내지르는 열띤 함성도, 헬멧을 두드리던 빗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쪼개지며 다가오는 공.
마치 세계가 급속도로 느려진 느낌이다.
공의 실밥 한올 한올까지 보일 정도의 극한의 집중 상태.
찰박-!
뒷발이 진흙탕이 된 지면을 강하게 꽉 눌렀다.
거기서 전달되는 폭발적인 파워.
발목, 무릎, 허리를 거쳐 상체로 전달될 준비를 마쳤다.
“흐읍……!!”
꽉 응축해둔 용수철이 풀리듯.
류지의 허리가 폭발적으로 회전했다.
끓어오르는 파워가 응축된 배트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다.
류한울의 슬라이더는, 포수 미트에 다다르지 못했다.
따악--!!!
배트를 타고 전해지는 기분 좋은 떨림.
공은 하늘 높이 떠오른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아주 높이.
[으아악!! 쳐,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큽니다!!]
[타카히나 류지의 이 타구! 어디까지 갑니까아…!!]
“!!”
“………?!?”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종묘 구장은 정적에 빠졌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공의 자취를 쫓는 관중들.
“Shit…!!”
공을 미친 듯이 좇는 우익수 카를로스.
빠른 주력의 그가 공의 궤적을 열심히 쫓아봤지만.
터엉-!!
결국 펜스 앞에서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측 담장 너머에 무심코 툭 떨어지는 타구.
그림 같이 완벽한 홈런이 터졌다.
[홈런, 홈런입니다…!! 그림 같은 투런 홈런이 터집니다악…!!]
[정말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동저엄!! 타카히나 류지가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립니다…!!]
휘이익…!
휘파람을 불며 배트를 하늘 위로 툭 던지는 류지.
그는 문혁고의 관중석을 향해 양손을 힘차게 위아래로 저었다.
‘경기 안 끝났어, 텐션 올려…!!’ 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우와아아아악………!!!”
“미쳤다, 미쳤어…!!”
그에 화답하듯 광기 어린 목소리로 함성을 내지르는 관중들. 류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베이스를 돌았다.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씨발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 황 본
-류지, 나의 사랑. 류지, 나의 빛.류지, 나의 어둠.류지, 나의 삶.류지, 나의 기쁨. 류지, 나의 영혼.
-와 스윙 개 이쁘다 ㅁㅊ
-관중석에 호응 유도 좆간지 ㄷㄷ;
-류지 행님이 류씨 집안 서열정리 드간다잉~~
ㄴ ㅋㅋㅋㅋㅋ 아니 그 류씨가 아니잖아
ㄴ???: 그, 어데 류씹니까?
-류암울 컷~~~~~~~~!!!
ㄴ형 대신 겜 끝낸다고 땡깡 부리더니 바로 참수 엔딩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암울이 동공 지진 난 거 봐라 ㅋㅋㅋㅋ
“………하아.”
고개를 떨구고는 가쁜 숨을 내쉬는 류한울. 그걸 덕아웃에서 지켜보던 류택진의 표정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큭, 제기랄….”
원래 동생이 다소 뒷심이 약한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그걸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고 9회에 던질 수 있게 해줬던 건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류택진은 지금이라도 상황을 수습하기로 했다.
“지금이라도 내가…!”
“앉아라, 류택진.”
“감독님, 그게 무슨!”
등판하려는 류택진을 막은 차강훈 감독.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네가 나설 차례가 아니다. 네 등판은 오직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뿐. 잊은 건 아니겠지?”
“………!”
류택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감독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입단할 때 저 조건을 내건 것은, 다름 아닌 류택진 자신이었으니까.
“정 코치, 철민이 준비시켜.”
“옙…!”
리드를 되찾기 전까진 류택진을 쓸 생각이 없다는 듯, 단호하게 다른 투수를 올려버린 차강훈 감독.
류택진은 다소 분한 표정을 짓다 자리에 도로 앉았다.
‘…세종기까지 바라본다면, 저 콧대 높은 특급 마무리에게 목줄을 채울 필요가 있겠지.’
이 경기를 통해 류택진을 고분고분하게 만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차강훈 감독이다.
‘어차피 우리는 지지 않아.’
류한울이 힘이 빠져 홈런을 맞긴 했지만, 한청고의 다른 불펜들도 전국구 투수인 것은 마찬가지.
금성묵이나 리동혁이 잘 던지기야 했지만, 장기전으로 가 불펜 싸움으로 들어가면 무조건 승리한다고 그는 자신했다.
‘타카히나 류지인가, 저 녀석은 좀 더 조심히 상대하라 해야겠군.’
베이스를 유유히 도는 류지를 보며, 감독은 턱수염을 매만졌다.
“류지, 류지, 류지, 류지…!!”
관중석의 연호를 들으며 홈을 밟은 류지. 다음 타자인 석운강, 지수용과 먼저 하이파이브를 한 뒤 덕아웃에 들어간 그는 열렬한 축하를 받았다.
“이 미친 놈!! 잘했다 잘했어…!!”
“류지 선배, 나이스 홈런입니다!!”
그렇게 동료들과 하나하나 하이 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누던 그 끝에는, 다름 아닌 성묵이 서 있었다.
“뭐야, 일어났네? 눈 좀 더 붙이지 그랬어.”
“그러고 싶었는데 언놈이 소음공해를 일으켜서 말야. 잡히면 두들겨 맞을 각오 좀 하라고 전달해줘라.”
피식-
“오냐, 꼭 전달해주마.”
짜악-!
서로 강하게 하이 파이브 한 성묵과 류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으려던 류지는 슬쩍 뒤돌아보며 물었다.
“컨디션은 좀 어때, 칠 수 있겠어?”
걱정어린 류지의 물음에, 성묵은 씩 웃어보였다.
“좀 졸았더니 쌩쌩하다, 걱정 붙들어 매 인마.”
“휴, 다행이구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는 류지. 성묵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이거 원,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장난 아니구만.’
태양신맥을 박박 긁어서 쓴 반동이랄까. 근육통과 피로가 온몸을 짓누른다. 마치 성인 한 명을 등 뒤에 업고 있는 느낌을 받는 성묵이다.
‘후우, ‘그거’까지는 쓸 일이 없으면 좋겠다만.’
맹인 침술사 서혁준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가르쳐준 ‘최후의 수단’.
그 효과 하나는 확실하나 부작용이 심각한 만큼, 성묵은 그것만큼은 꺼내 들 생각은 없었다.
쏴아아아-
굵은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종묘 구장.
원점으로 돌아간 이 경기에서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세종기라는 스테이지로 진출할 수 있는 티켓은 단 하나.
그 누구도 물러날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